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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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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131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5 13:07
조회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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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피로 이어진 15

DUMMY

밖으로 향하는 복도를 질주하며, 천력이 랑칸에게 물었다.


“이대로 존을 놔두고 가도 돼? 위험한거 아냐?”


랑칸이 답했다.


“위험? 미친 소리하고 있네. 거기 있으면 우리가 더 위험해.”


순간 그들의 앞을 뱀파이어 여럿이 가로막았다. 제일 앞에 나선 놈의 머리를 밟으며, 랑칸이 천력의 팔을 잡아 위로 던져 올렸다. 어차피 팔이 빠져 제대로 싸울 수 없었기 때문에 그 편이 나았다. 다행히도 방과 마찬가지로 복도 또한 천장이 높았기에 어딘가에 부딪히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천력이 공중에 떠 있는 동안, 랑칸은 십자가에 묶여 있던 것에 대한 화를 풀기라도 하는 듯 거칠게 뱀파이어들을 제압했다. 마지막 녀석의 목을 랑칸이 가볍게 꺾었다. 그 뒤로 천력이 착지하며 물었다.


“우리가 더 위험하다니?”


대답보다 먼저 랑칸이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더 급한 듯 했다. 그 옆을 따라잡으며 천력이 말했다.


“계속 이런 식이면 난 돌아갈 수 밖에 없어. 존을 혼자 둘 순 없 잖아?”


그 말에, 랑칸이 발을 멈췄다.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러지, 천력은 의아해하며 랑칸을 바라보았다. 그 때, 갑자기 랑칸이 거칠게 천력의 멱살을 잡으며 벽에 밀어붙였다. 지금은 랑칸의 키가 더 커서 천력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숨이 막혀 켁켁거리면서 천력이 외쳤다.


“무슨 짓이야! 갑자기!”


“말귀를 못 알아들어? 존과 함께 있으면 우리가 다 죽어. 어!”


이 놈이 진짜, 천력은 그냥 변신을 해서 이놈을 때려눕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가 뭔데 목을 조르기까지 하는가.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랑칸의 말은 천력의 머릿 속에서 그런 생각을 싹 달아나게 만들었다.


“존이 누군지 알아? 드라큘라야. 진정한 흡혈귀의 제왕이라고.”


잠시 후, 천력은 랑칸과 함께 죽을 힘을 다해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다가오는 존을 바라보며, 류디엔은 그가 누구인지 깨닫고는 절망했다. 그는 결코 해서는 안되는 짓을 저질렀다. 그는 결코 건드려서는 안될 자를 건드렸다. 그는 오래 전에 그들 사이에서 잊혀지고 버려진 ‘진정한 주인’을 깨우는 짓을 했다.


류디엔에게로 걸어오면서, 존의 모습은 아까전의 표정처럼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 지금의 얼굴에서, 갑자기 폭삭 늙은 할아버지의 얼굴이 되더니 그 다음에는 중년의 얼굴을 지니기도 했다. 그 생김새 또한 제각각이라 한 인물의 여러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것은 몸도 마찬가지였는데, 등이 굽었다가도 펴지고, 말랐다가도 건장해지는 등 어느 특정한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엄청나게 긴 시간이 그의 몸에서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류디엔이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서있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도 안되었다.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통해 존이 가까이 왔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거부할 수 없는 명령에 류디엔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직접 마주하게된 그들 종족의 영원한, 진정한 주인을 바라보았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어둠이 그 앞에 서 있었다. 그 어둠은 인간형의 형체를 띠고 있었는데,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형상이었다. 인간의 머리가 위치해 있을 법한 곳에 두 개의 붉은 눈이 보였고, 그 밑에 날카로운 이를 지닌 입이 보였다.


류디엔이 존, 아니 드라큘라에게 말했다.


“주인이시여. 전 그저 요괴들을 위해 일을 한 것 뿐입니다. 결코 당신을 섬기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드라큘라님. 누리안은 한낮 인간 계집일 뿐입니다. 당신이 이렇게 화를 낼 것이 아닙니다. 부디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전 그저 당신이 만드신 뱀파이어란 족속의 본능에 충실했던 것이옵니다.”


그리고 당신이 버렸었지. 고개를 숙이며 류디엔은 생각했다. 뱀파이어들 모두는 드라큘라를 진심으로 받들지 않았다. 아니, 그를 받들었던 적은 있었다. 그의 명령에 기분 좋게 복종하고, 그를 위해 전쟁에 나가 인간을 학살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뱀파이어들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어느 날 홀연히 종적을 감춰버린 짓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인간 가족이 죽었다는 이유로.


그 이후 뱀파이어들은 인간들의 반격에 시달려야 했고, 겨우 겨우 종족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류디엔이 이 땅에 탄생했을 때가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바꿔주신 것이 ’그 분‘이다. 진정으로 충성을 바칠 상대는 당신이 아냐.’


행여나 드라큘라가 자신의 마음을 알까, 류디엔은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그 자신이 전해 들은 뱀파이어의 전승에도 드라큘라가 독심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없었다. 아무튼,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는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기에 류디엔은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비굴한 태도를 취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드라큘라가 입을 열었다.


“류디엔. 내 이름이 뭐지?”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오랜만에 돌아오더니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린 건가? 류디엔은 속으로 드라큘라를 엄청나게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이러한 기색을 싹 숨긴 채 정중하게 답했다.


“당신의 이름은 드라큘라. 인간이었을 적의 이름은 블라드 째빼슈 3세입니다. 그 이름 아래 인간을 비롯해 모든 요괴들조차 엎드려 당신을 경배했으며,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한 분입니다. 그런 당신의 이름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 다.”


그러나 그 뒤에 들려온 드라큘라의 대답은 류디엔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끔 만들었다.


“틀렸어. 내 이름은 존이야.”


놀란 류디엔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 앞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입이 쩍 벌어져 있었다. 날카롭게 솟은 이들 너머로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보였다. 그에게는 재생의 능력이 있었지만, 어차피 그것 또한 그들의 창조주에게서 물려받은 것 중 하나일 뿐이었다. 드라큘라가 거둬간다면, 그냥 죽음을 맞이할 뿐이었다.


‘재밌구만.’


마지막 순간, 류디엔의 입가에 평소의 조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어둠이 그를 삼켰다.




“존이 드라큘라라고? 어떻게 내가 모를 수가 있지? 그리고 넌 왜 말을 해주지 않은거야?”


천력이 물었다. 어느새 그들의 눈 앞에는 복도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갑자기 눈가에 들어오는 환한 빛을 느끼며, 랑칸과 천력 모두 밖으로 힘차게 뛰어나왔다.


잠시 후, 근처 난간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던 천력에게 랑칸이 말했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 그 녀석은 요괴이면서 인간이기도 하니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 함부로 말하면 안되니까. 내가 존에게 죽어야 맘이 편하겠냐?”


“그럼 그것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었던 거야?”


“무슨 표정?”


“술 마시면서도 그렇고, 아까 십자가에 매달려서도 말야. 너 무서워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을 했잖아.”


“아, 그거? 너 봤었냐?”


천력의 말에 랑칸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좀 쪽이 팔린 듯 했다. 천력이 이때다 싶어 계속 말을 이었다.


“존이 화가 나면 죽을 것 같아서 그런거야? 에이, 너답지 않은데?”


랑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거 가지고 내가 무서워하겠냐. 그리고 화가 난다고 해서 마음대로 존이 드라큘라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아냐. 그건 그 놈 스스로 무지막지한 억제를 걸어 둔거니까. 그 녀석, 아마 류디엔이 자기를 죽인다고 해도 그냥 있었을거야.”


“그럼 누리안 때문에?”


“아마도.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 넌 왜 그렇게 무서워한건데?”


랑칸이 대답을 망설였다. 천력은 그런 랑칸을 계속 멀뚱히 쳐다볼 뿐이었다. 이럴 때는 독촉하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게 더 낫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천력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랑칸이 입을 열었다.


“난 그 녀석한테 물렸었거든.”


“뭐?”


생각지도 못한 말에 천력은 자기도 모르게 목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런 천력을 보며 랑칸이 피식 웃음지으며 말했다.


“걱정마. 뱀파이어는 아니니까. 그건 너도 잘 알잖아?”


“물렸다면서?”


“속박이란거 기억나지?”


“어. 누리안의 어머니가 걸렸던 거 아냐?”


“나도 그게 걸려있어. 빌어먹을 새끼.”


랑칸이 그들이 빠져나온 복도 입구를 바라보고는 이내 고개를 천력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처음 존을 만났을 때, 난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 요괴 사냥꾼이었지. 그때 난 요괴라면 그냥 아무나 닥치는 대로 사냥하고 다녔었어. 굳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도 말야. 그러다가 집단을 이루고 사는 요괴들을 발견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난 그 녀석들을 잔인하게 죽였었어. 어쩌면 그 때 난 요괴보다 더 요괴 같았는지도 몰라. 요괴들끼리 서로를 부르며 울부짖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죽였으니까.”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처음엔 그랬었다. 정식으로 요괴 사냥꾼이 되기 전, 그는 복수심에 불타 눈에 보이는 모든 요괴들을 죽이고 다녔다. 진정으로 그가 복수해야 할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때 나타난게 존이야. 그는 나보고 그러지 말라고 했지.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채 계속해서 요괴들을 죽였어. 그가 나에게 덤벼들었지만, 뭐. 총을 아무리 쏴대도 날 이길 수 있겠어? 가볍게 때려눕혔지. 그 때 어느 새끼 요괴가 날 물었어. 별로 아프진 않았지만 열이 받아서 걜 죽여버리려고 했었지. 그때 존이 변했어.”


누리안의 일과 마찬가지로, 새끼 요괴가 죽을 뻔 하자 변했었다. 이는 존이 종족을 막론하고 ‘아이’에 대해 어떤 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천력은 계속해서 랑칸의 말을 들었다.


“뭐, 그 다음은 뻔하잖아? 죽도록 당하고 결국에는 물리기까지 했지. 그리고는 나한테 속박을 건거야.”


“어떤 속박인데?”


“자신이 원할 때, 내가 목숨을 잃는 속박.”


랑칸의 말에 큰 충격을 입은 듯, 천력이 약간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그게 진짜야?”


“물론. 그러니까 내가 존이 진짜 화나면 꼼짝을 못하는 거야. 빌어먹을. 천하의 랑칸이 이게 뭐냐고. 절대로 그 속박을 사용하지는 않겠다는 약속을 하긴 했지만, 사람이 그런다고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가 있겠어?”


그렇긴 하지. 천력이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랑칸은 다시금 존이 있을 복도의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짜증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왜 이렇게 안 나오는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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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70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9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7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9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1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4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2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2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40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6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8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7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1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9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9 3 9쪽
»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4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3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200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9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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