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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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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087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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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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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눈 위로 떨어진 꽃 6

DUMMY

“아 글쎄 우리도 잘은 모른다니까. 뭐 요괴를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벌써 세 집 째 똑같은 대답이었다. 한 밤 중에 비명소리가 났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 나가보니까 료현-요괴를 목격했다고 알려진 사람의 이름이었다-이 밖에 나와 있었다.


무슨 일이냐며 물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다가 요괴 발자국을 누군가가 보았다. 그 밖에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알겠습니다. 괜히 시간을 뺏어서 죄송하게 됐습니다.”


천력의 정중한 인사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방금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주머니는 쾅 하고 세게 문을 닫았다. 자신이 계획을 말했음에도 일찌감치 그런 질문 놀이에 싫증이 난 랑칸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아우 짜증나. 왜 이딴 식으로 우리를 대하는 거야? 이거 뭐 우리가 요괴라도 된 듯 싶구만.”


“어떡하겠어. 원래 이런 마을이라잖아. 잔소리 말고, 다음 집으로 가보자.”


“쩝.”


천력이 먼저 걸음을 옮겼고, 내키지 않는 다는 듯 랑칸이 발을 질질 끌며 뒤를 이었다.


이제 점점 더 요괴가 나타난 현장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랑칸은 요괴가 나타났다는 집 바로 옆에서부터 물어보는 것이 시간을 단축시키지 않겠냐 말했지만, 천력은 괜스레 우리가 이렇게 물어보고 다닌다는 것을 당사자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혹시나 창문으로라도 두 명의 사내가 이리 저리 집을 방문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거부감만 미리 커지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거기다 한 명은 피 묻은 칼까지 차고 있으니, 악효과가 날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그들은 생각보다 꽤 먼 곳부터 물어보고 다니는 중이었다. 어차피 이곳은 전화도 없다. 아무리 랑칸과 천력이 묻고 다녀도 그런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이 추운 날씨에 밖으로 나올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그나저나, 무슨 집들이 다 똑같이 생겼데. 개성이 없는 곳이야.”


랑칸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방문한 곳도 그렇고,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집들이 죄다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집짓기도 불편한 곳이잖아. 빨리 빨리 짓느라 그런가 보지.”


“여러 가지로 재미없는 곳이다. 빨리 뜨고 싶구만.”


“일은 해결해야지. 네가 하고 싶다고 한거잖아?”


짧은 대화를 마친 후, 역시나 아까 전의 집과 판박이인 이번 집의 대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어떤 대접을 받게 되려나. 내심 천력도 마을 사람들의 배타성에 조금은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사실 마을 사람들의 말투나 행동보다 더욱 기분이 나쁜 것이 있었다. 어차피 랑칸과 천력 모두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제대로 된 인간 대우를 해주지 않는 것은 수도 없이 겪어봤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17살 밖에 안 먹은 놈이 귀족이랍시고 그들에게 반말을 찍찍 해대고, 사례금을 바닥에 던져주는 짓까지 했다. 요괴가 나타났던 이유가 그 자신이 호기를 부린답시고 마을에 세워져있던 사당에 오줌을 갈겼던 것이 이유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장에라도 랑칸이 곤죽을 만들려는 것을 천력이 가까스로 말렸지만, 늙은 시종 한 명이 그 돈을 주워서 갖다 주자 그들의 눈앞에서 그 시종을 개 패듯이 패는 것을 보고는 천력도 말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 이후는 뻔했다. 랑칸은 아주 신나게 그 어린 귀족을 패주었다. 물론 패는 것의 전문가답게 불구가 되게는 하지 않았다. 재밌는 것은, 그 사건 이후에 그 귀족의 아버지로부터 사례금이 도착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망나니 아들을 개과천선 시켜주어서 고맙다고.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보이면 황급히 자신의 아이들을 숨겼다. 바로 직전의 집에서도 그랬다. 문이 열리자 귀여운 여자아이가 인형을 든 채로 서 있기에, 천력이 웃으면서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넨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갑자기 집 안 쪽에서 아주머니가 사색이 된 얼굴로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여자아이보고 빨리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니 무슨 내가 진짜 유괴범도 아니고, 그 과민반응 때문에 천력은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문이 열렸다. 이번에도 어떤 여자가 나왔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역시나 랑칸과 천력을 보자마자 짓는 표정에서 한 눈에 놀라움과 거부감을 읽을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이야기는 틀렸군. 그래도 그냥 가는 것보단 물어라도 보는 게 나아 천력이 입을 열려고 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른 손님이 온 것 같군요.”


안쪽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목소리였다. 곧이어 여자 어깨 너머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안경을 쓴 깔끔한 인상의 남자였는데, 양쪽 손에 이 집의 아이로 보이는 남자, 여자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나이는 30대쯤 됐을까? 아이들을 바라보며 짓는 웃음이 참 선해 보이는 남자였다.


“아니에요 선생님. 손님은 아니에요.”


여자가 돌아서며 말했다. 돌아서기 전, 그녀가 지은 표정은 랑칸과 천력에게 보인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보여준 그녀의 엄청난 표정 변화에 랑칸은 진심으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나에게 웃음을 보여줬던 서라벌국 사창가의 그녀도 그랬을까.


어라, 잠깐만. 선생님? 랑칸이 놀란 표정을 짓자, 천력 또한 같은 생각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랑칸이 천력의 귀에 대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이런 촌구석에 학교도 있는 건가?”


“뭐, 꼭 선생님이 학교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애들 손을 잡고 있는걸 보니 그런 것 같은데?”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역시나 작은 목소리로 랑칸에게 대답을 해주고 있는데, 문득 천력과 선생님이라 불린 남자의 눈이 마주쳤다. 가만있기도 뭐해 천력은 특유의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무시당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대방도 예의 그 선한 웃음을 지으며 그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여자를 보며 말했다.


“갈 시간도 다 됐는걸요. 너무 오래 있는 것도 민폐에요.”


남자가 시선을 돌려 양 다리를 끌어 앉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이만 갈게. 알았지?”


아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싫어요. 가지 마요!”


남자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흠, 다음에도 또 올게. 그리고 방학이 끝나면 학교에서도 볼 수 있잖아?”


“진짜로 또 올 거예요?”


아이들의 입이 쭉 하고 내밀어졌다. 그 표정이 꽤 귀엽다. 천력은 생각했다. 남자도 마찬가지인지, 아이들이 표정을 짓자마자 다시금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나서야 표정을 풀었고, 남자의 다리를 놓아주었다.


여자와의 인사를 끝내고, 남자가 밖으로 나오자 랑칸과 천력은 몸을 비켜주었다. 여자가 문간에 나와 고개를 숙여 꾸벅 인사를 했다. 도대체 언제쯤 이야기를 꺼내지, 말할 타이밍을 잡는 것이 애매했다.


랑칸이 천력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천력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사실 이번 집에는 내심 기대를 걸고 있었다. 손님을 대하는 여자의 자세를 보니, 자신들에게도 그리 심하게 대하지는 않겠다 싶었다.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자마자, 천력이 입을 열었다.


“저기 아주머니······.”


그 순간, 여자는 대답도 없이 집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꽝 닫았다. 랑칸과 천력의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까지 돌아다니며 받은 대접 중에 최고의 대접이었다. 이번에는 아예 말을 듣지도 않다니. 랑칸은 순간적으로 주먹을 꽉 쥐며 문을 부숴버리려다 참았다. 천력의 눈치도 눈치지만, 마을에서 소동을 일으켜 봤자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지금도 좋은 대접을 받지는 못하는데 말이다.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집은 포기하고 다음 집으로 가보는 수밖에. 아쉬운 듯 문을 바라보고 있다가, 둘 다 몸을 돌려 다른 집으로 향하려 했다. 그 때, 눈앞에 아까 그 남자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마을에서 누군가가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처음이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랑칸과 천력 둘 다 잠시 대답을 하는 것을 잊었다. 남자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차림새를 보니 이방인이신 듯 하군요. 음··· 요괴사냥꾼이신가?”


그제야 천력이 간신히 대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한테 인사를 해주는 사람이 처음이라.”


요괴사냥꾼이라는 말에는 랑칸이 자신의 허리에 찬 칼을 툭툭 건드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 모습을 본 남자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 그 칼은 정말 멋지네요. 아, 이해합니다. 여기 마을 사람들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친절하게 대하질 않죠.”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 정도가 아닌데. 랑칸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다들 좋은 분들이니 이해하세요. 저도 처음에는 애를 많이 먹었답니다. 괜스레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닌가 혼자서 고민도 많이 했구요. 물론, 조금 살다보니 잘 대해주시더라구요. 지금은 정말 가족처럼 지내고 있어요. 아마 여러분도 며칠만 머무르면 괜찮아질 겁니다.”


랑칸과 천력은 며칠 동안 있을 마음은 절대 없었지만 그런 말을 공연히 꺼낼 필요는 없었다. 그나저나,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라. 천력이 물었다.


“아, 그쪽도 원래 이 마을에서 살지 않으셨나 봐요?”


천력의 질문에 남자가 머리를 탁 쳤다. 아뿔싸, 뭐 그런 표현인 듯 했다. 세상에 저런 만화 같은 반응을 취하는 사람도 있구나. 아까부터 말투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사람이 참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천력이 랑칸을 보는데,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랑칸은 뭔가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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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69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7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5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0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2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0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89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1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7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09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8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5 3 9쪽
»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6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199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6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8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8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8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2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8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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