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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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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094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5.07 19:46
조회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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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눈 위로 떨어진 꽃 14

DUMMY

“미안. 이 분을 데려온다고.”


료현을 턱 끝으로 가리키며 천력이 쓴웃음을 지었다. 랑칸이 이렇게 떡이 되도록 맞는 걸 본 게 언제지. 피투성이가 된 모습이 새삼스레 신기했다. 천력이 랑칸에게로 다가갔다.


앞을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집단 린치를 가하던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누구든 손 끝 하나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랑칸에게로 다가가는 천력의 표정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억지로 가둬둔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힘겹게 빠져나오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 순간 조든은 경악에 빠져 있었다. 어떻게 저 녀석이 여기 올 수 있는 거지? 분명 자신은 천력을 기절시켜놓았고, 그의 사지를 꽁꽁 묶어 놓았었다. 강신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 밧줄을 끊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가 한 것은 그런 식의 감금뿐만이 아니었다. 천력은 살아 있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그가 예상한 대로라면 말이다.


그런 조든의 눈앞을 천력이 지나쳐갔다. 그때 천력의 눈이 조든을 향했다. 순간 그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랑칸에게 처참하게 당할 때도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천력의 눈빛은 단 하나만을 말하고 있었다. 널 죽여 버리겠다고.


조든은 침을 꿀꺽 삼켰다.


“괜찮아?”


피투성이가 된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랑칸을 보며 천력이 말했다. 랑칸이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내가 이 정도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거 알잖아. 그것보다 쟤네들부터 좀 챙겨줘.”


“쟤네들?”


랑칸의 말에 천력이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무킨과 교네신이 보였다. 천력은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맞고 있는 랑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었다. 천력은 랑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한번 쏘아본 후, 교네신에게로 향했다.


교네신은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천력이 가까이 다가가자 멀리서부터 그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교네신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과 더불어 피가 약간 튀어 천력의 옷을 적셨다. 완전히 떡이 된 얼굴로 억지로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교네신이 말했다.


“에고, 형씨 때문에 이게 뭐요. 이리로 가래서 왔더니 죽도록 맞기만 하고.”


“미안해요. 여러 가지로. 신세를 많이 졌네요.”


교네신이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저보다 무킨형이나 좀 챙겨줘요. 안 그러면 저 인간 죽을지도 몰라요.”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무킨은 교네신 정도의 여유도 없는 듯이 보였다. 옆구리를 다쳤는지 몸을 말아 그곳만을 가린 채 맞은 모양이었는데 그 건장한 몸과 팔뚝에 시뻘건 피멍이 군데군데 들어있었고 어떤 부분은 피부가 터져 그 안의 근육이 고스란히 보였다. 숨도 겨우 쉬는지 어깨가 희미하게 들썩거릴 뿐이었다.


천력이 일단 무킨에게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적풍이 다가와 말했다.


“무킨씨는 제가 돌보도록 하죠. 천력씨는 교네신씨를 챙겨주세요.”


말을 마친 후 적풍은 무킨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갑작스러운 적풍의 말에 천력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순간 의아한 심정이 되었다. 어떻게 해서 저 사람은 저렇게 멀쩡한 거지? 이렇게 수많은 사람에게 맞았으면서도? 천력이 잠시 고민에 빠져들려는 찰나, 밑에서 교네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오, 무킨형을 적풍이 챙기면, 이제 저 좀 챙겨줘요. 갑자기 멍해있지 말고.”


교네신에 말에 천력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인 후 교네신을 어깨에 짊어지고 처음에 그들이 왔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 적풍에 대한 생각은 나중 문제였다. 이제부터 진짜 그가 해결할 일이 남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어찌할지 모른 채 그들 사이를 지나가는 천력과 적풍, 랑칸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느새 천력이 무킨과 교네신을 료현 옆에 내려놓았다. 뒤를 따라온 적풍이 그들을 돌보기로 하고 랑칸은 천력 옆에 섰다.


랑칸이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적풍을 바라보았다. 아마 아까 천력이 했던 것과 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적풍은 무킨과 교네신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전념할 뿐이었다. 그는 품에서 어떤 약초를 꺼내 둘에게 먹인 뒤 상처에도 발라주고 있었다. 랑칸은 분명 그 약초를 본 기억은 나는데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천력이 마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 여러분들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하고 계시는지 압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천력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누구보다 증오해야 할 상대를 눈앞에 두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죠. 그 뿐입니까, 그 놈의 말에 휘둘려 진정으로 여러분들을 도와주려 한 이들에게 몹쓸 짓을 했습니다. 뭐, 어쩔 수 없었지요. 여러분들은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아마 오늘이 지나가고 나면 이번 일에 대해 그렇게 계속해서 스스로 되뇔지도 모릅니다.”


천력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다 변명인건 압니까? 몰랐다는 것. 모르고 그랬다는 것. 아니, 변명이면 좋겠지요. 변명조차 될 수가 없습니다. 그 잘난 동지애 때문에 외지인만을 의심하고, 진짜 진실은 찾아보려 하지도 않고. 뭔가 꺼림찍한게 있어도 아니겠지 하며 스스로 자위하며 넘어가길 바라고. 그게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모습 아니었습니까?”


그때 사람들 한 가운데서 어떤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가 어디서 설교질이야! 너도 한패거리 주제에! 아이들을 잃은 우리 맘을 알아?”


그 말에 힘을 얻은 듯, 이곳저곳에서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살아봐,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어. 아니,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있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살았던 거라고!”


“네 잘난 친구가 조든씨에게 한 걸 봐. 이러고도 니들이 결백하다고 생각해?”


“요괴 사냥꾼? 헛소리 하지 마. 요괴를 불러온 게 니들이잖아!”


사람들이 소리치는데도 조든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져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 저 놈이 살아있지? 설마 그것을 보았나? 아니야.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잠깐만, 살아있다면 못 봤을 리는 없는데.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해서 살아있는거야?


자기도 모르게 조든은 생각을 그대로 입 밖에 내고 말았다.


“어떻게 해서 네가 살아있는거지?”


모두의 시선이 조든에게로 집중됐다. 조든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천력이 말했다.


“안 그래도 큰일 날 뻔했어. 집이 아주 화려하게 무너지더라고. 미리 나와 있어서 살았지. 아니, 뭐 그렇게 무너졌어도 죽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해.”


조든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집이 무너지도록 장치를 해두었다. 그럼으로써 지하실에 있는 천력과, 또 그 곳에 보관되어 있는 ‘그것’이 다 묻혀버리도록 할 계획이었다. 사실 자신을 건드리면 천력이 위험하다는 말은 랑칸을 더욱 흥분시키게 만들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천력의 말에 따르면 그는 집이 무너지기 전에 밖으로 빠져나왔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그것을 봤을 가능성이 컸다. 아니,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것이 공개되는 것은 막아야했다. 조든은 그 말이 나오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그 밧줄은 어떻게 끊은 거지? 말도 안 돼!”


“아, 그건 네가 착각한 게 있어.”


“착각?”


“난 말야. 이 모습이 강신한거거든.”


“뭐라고?”


조든은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이 들은 정보는 천력이란 놈은 강신술을 이용, 자신의 몸을 거대하게 키우고 그에 알맞은 힘을 쓴다고 했다. 그런데 저 조그만 모습이 강신한 모습이라니? 옆에서 낄낄거리며 말을 듣고 있던 랑칸이 입을 열었다.


“놀랐구만. 당연하지. 이 녀석 진짜 모습은 나도 못 말린다고. 원래 성격이 워낙 불같아서 말이지. 이렇게라도 해서 평범하게 사는 거야. 뭐, 그래서 내가 욕을 많이 먹긴 하지만.”


“그건 네가 잘못해서 욕먹는 거고.”


“뭐 임마?”


랑칸이 발칵 화를 냈다. 천력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조든에게로 돌렸다. 이제 조든은 이를 딱딱 부딪치며 완전히 얼굴이 새하얘진 채로 천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그것을 꺼낼 때가 됐다. 천력은 생각했다.


“여러분, 이제 저 녀석이 어떤 놈인지를 알려드리죠.”


천력이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천력과 조든의 대화에 어리둥절해져 있다가, 천력의 말을 듣자 모두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조든의 얼굴을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있는 게 분명했다. 지금에 와서 조든의 말을 무턱대고 듣기에도 뭔가 꺼림칙했다.


“아이들을 납치한 것은 저 녀석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몹쓸 짓을 했죠. 차마 말로는 할 수 없는 짓을. 게다가 그런 일을 해놓고도 그 아이들에게 더더욱 심한 짓을 했습니다.”


“닥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조든이 소리쳤다. 최후의 발악이었다.


“저 뒤에 있는 요괴들이 왜 가만있는지 아십니까? 우리 때문이라고요? 말도 안 되죠. 우리가 불러냈다면 왜 맞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아니, 오히려 겁에 질린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요괴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정신없이 린치를 가하느라 몰랐는데, 요괴들은 어느새 한데 모여 한 곳을 바라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 그 곳에는 바로 조든이 있었다.


“저 요괴들은 조든에게 겁에 질려 있는 겁니다. 그 자신들이 당한 것을 잊지 못해 서지요. 그 끔찍하고, 그 무서운 일을 겪어 지금 저 모습이 되었는데도 조든을 보기만 하면 저렇게 얼어붙어 버리는 겁니다! 거기다 조든이 시키는 일을 그대로 하기도 했지요. 답은 간단해요. 무서우니까요.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가 뭐라고 요괴들이 내 말을 듣는다는 거야? 저런 놈들이 날 무서워한다고? 헛소리 작작해. 여러분, 뭐하는 겁니까. 저런 놈들의 말을 계속해서 듣고만 있을 겁니까?”


천력과 조든. 둘 사이에서 마을 사람들은 어찌할지 몰라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을 뿐이었다. 조든의 말만을 따르기에는 천력이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나도 컸다. 아니, 호기심이라기 보단 그들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지금부터 천력이 하는 말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것을 꼭 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저 요괴들이 바로··· 사라졌던 여러분들의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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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69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7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5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0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3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1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09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8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5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6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8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8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2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8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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