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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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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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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7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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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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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선과 악 - 2

DUMMY

“뭐야, 저 놈하고 싸운 건가?”


랑칸이 말했다. 그러나 그 스스로도 자신의 말이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사람들이 무기라도 들고 있었겠지. 그런데 저 놈은 어떻게 해서 잡힌 거지? 사람들이 죄다 죽었는데 말야. 마법이라도 쓰는 녀석인가?”


“말이 돼? 마법이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그걸 게다가 요괴가 쓴다고?”


천력이 쓴 웃음을 지었다.


“그냥 해본 말이야. 그나저나, 정말 갈수록 모르겠구만.”


그들의 대화를 뒤로 한 채, 어느새 가까이 다가가 요괴의 시체를 살피던 적풍이 말했다.


“이 녀석도 똑같군요. 시체들과 상처가 동일해요.”


요괴의 몸에도 주먹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나있었다. 한 가지 사람들과 다른 점은, 그 수가 무지막지하게 많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집단 구타의 흔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상처들이 요괴의 전신에 무수하게 많이 나있었다.


“요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집단 폭행···은 좀 아니겠지?”


랑칸의 말에 긍정의 표현은 무시라고 생각한 듯, 천력과 적풍은 제각기 답을 하지 않은 채 각자의 일에 집중했다. 천력이 살펴보니 역시나 모든 시체들이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적풍은 좀 더 요괴의 시체를 관찰하며 자신이 발견한 것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음, 주먹뿐만이 아니네요. 발을 사용한 흔적도 있어요.”


“오오, 학자 분께서 그런 것도 아셔?”


옆에 있던 랑칸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을 무시한 것에 대한 심통이었다. 적풍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도깨비들이 무기를 쓰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구요. 아무튼 주먹과 발을 사용한 타격이 주된 사인이군요. 어디보자··· 팔꿈치와 무릎의 흔적도 있네요. 게다가··· 상처들을 연결해보니 그냥 마구잡이로 가해진 게 아니에요.”


“마구잡이로 가해진 게 아니라뇨?”


천력이 한 여자의 시체를 살펴보다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자의 손에는 자신의 아이로 보이는 사진이 담긴 목걸이가 꼭 쥐어져 있었다.


사진 속 아이는 천력이 아까 전에 마을 입구 근처에서 본 아이가 분명했다. 자신의 아이가 무사하다고 믿으며 죽어갔기를 천력은 마음속으로 진심으로 바랐다.


“일정한 형식이 있네요. 제일 먼저 가슴에 주먹으로 한 방. 그런 다음 복부에 역시 주먹. 그러고 나서 다리를 발로 찬 후, 몸을 뒤로 돌리며 무릎으로 턱에 한 방··· 뭐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식으로 연결 동작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비슷비슷하게 공격을 가한 것 같군요. 무술을 익힌 이의 소행인 것 같아요.”


순간 모두의 눈빛이 랑칸에게로 향했다. 갑자기 자신에게 가해진 시선에 랑칸이 당황하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무술가가 아니라고! 그냥 후드려 패는 거란 말이야! 아니 잠깐만, 내가 이런 일을 저지를 리도 없잖아? 다들 왜 그런 눈빛으로 날 보는 거야!”


천력이 피식 웃었다.


“그냥 쳐다본 거야. 아무튼 적풍씨. 그런데 아까는 사람이 입힐 수 있는 상처가 아니라고 했지 않나요?”


“네.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질 않네요. 사람들을 보나 이 요괴를 보나 분명 무술을 익힌 자, 혹은 여러 명이 저지른 일인 것 같은데. 이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힘을 가진 건 제가 알기로는 아까 말했다시피 두 분 밖에 없거든요. 아니면 요괴가 무술을 익혔거나. 물론 그건 더 말이 되지 않지요.”


“도깨비가 그럴 수도 있지 않아? 걔네라면 무술에도 능하고, 힘도 세고 말야.”


랑칸이 툭 던진 말이었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적풍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랑칸에게 날아와 꽂혔다. 순간적으로 랑칸은 자신의 몸이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오른 손이 추형도의 칼자루에 가 있었다.


“허튼 소리 하지 마세요. 도깨비는 절대로 이런 짓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을 함부로 모욕하지 마세요.”


“아, 알았어. 왜 그리 화를 내고 그래?”


적풍이 몸을 돌렸다. 랑칸은 자신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자신도 이해할 수가 없는 반응이었다. 단순히 한번 노려본 것만으로 자신이 이렇게 긴장을 하다니, 이게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도대체 녀석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사실 랑칸과 천력은 적풍 몰래 그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나누고 있었다. 정체를 숨긴 요괴 사냥꾼일까, 아니면 그저 강한 학자일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혹시 그가 도깨비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나오긴 했었다. 그가 보여주는 도깨비에 대한 강한 애정과 관심, 해박한 지식과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갖고 있을 엄청난 신체 능력을 조합해 나온 이야기였다. 어차피 도깨비는 외형만으로는 인간과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자신들이 너무 허황되다며 웃고 넘길 수밖에 없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적풍은 피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성격이 너무 차분했기 때문이었다.


도깨비는 피를 싫어한다. 그들이 싸움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며 장난을 좋아하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본능적으로 피에 대한 두려움이 큰 그들은 오니들과의 전쟁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싸움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오니들보다 월등한 신체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니들의 공격을 피하거나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만 할 뿐, 계속해서 오니들과 싸울 의사가 없다며 소리치기 바빴다. 그렇게 얘기하다보면 오니들도 싸움을 그만둘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오니들이 자신들과 생김새가 너무나 닮았기에 내린 오판이었다.


결국 수많은 도깨비들이 목숨을 잃었다. 도깨비가 죽으면 도깨비불이 된다는 미신이 있기도 하지만, 어차피 도깨비도 그 수명이 길 뿐 죽으면 다른 종족들과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결국 도깨비들이 물러나면서 전쟁-사실 전쟁이란 표현이 올바르지는 않다. 전쟁은 적군과 아군이 싸워야 성립되는 것이니까-은 끝을 맺었는데, 이 끝이 아주 기묘했다.


동족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도깨비왕은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그것이 보통 눈물이 아닌, 피눈물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종족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스스로 흘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도깨비들이 결코 하지 않을 짓을 저질렀다. 불을 이용해 오니들의 군대 최전방의 군사 백여 명과 건물들을 모두 태워버린 것이다.


도깨비가 신에게 선택받은 종족이라 불리고, 모든 종족의 위에 있다 여겨지는 것은 단순히 뛰어난 신체 능력과 두뇌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은 날때부터 온갖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능력은 가지각색인데, 바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도 있고 물을 다루거나, 번개를 다루는 이도 있다.


어떻게 해서 도깨비에게 이런 능력이 주어졌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선천적으로 그것이 마치 수족을 움직이는 일인양 자연스럽게 능력을 사용했다. 그 중에서도 도깨비왕이 가진 능력이 불이었던 것이다.


물론 불을 쓸 수 있는 도깨비가 그 뿐만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장난을 좋아하고, 폭력을 싫아하는 도깨비는 자신들의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장난을 치거나, 혹은 자신들의 장난감을 만들 때 능력을 사용할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능력을 사용하며 자라는 동안 대다수의 도깨비는 본래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능력의 반의반도 채 사용하지 못했고 따라서 도깨비의 세력은 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족을 부리듯 자유자재로 불을 사용하고, 그 위력 또한 어마어마한 도깨비가 왕으로 불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들의 능력을 완전히 사용하는 도깨비, 그것은 말그대로 일당백, 아니 일당만 이상의 전력이 탄생함을 뜻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천벌에 가까운 불길을 사용하는 도깨비왕의 곁에는 폭풍과도 같은 바람을 다루는 도깨비와 사방을 뒤덮을 벼락을 내리는 도깨비가 함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도깨비왕을 제외한 이들이 능력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없다.


혹자가 말하기를, 마법이란 것이 그저 이야깃거리로만 치부되는 세상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도깨비가 전 지구를 지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물론 그들의 성격상 그것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일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도깨비왕의 반격에 오니들은 당황하여 진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그 틈을 타 도깨비들은 안전하게 퇴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받은 상처는 살아남았다고 해서 씻길 것이 아니었다. 도깨비왕은 자신이 이끌던 도깨비들을 떠나 어딘가로 숨어들었다고 한다. 혹자에 의하면 광대로 변해 세상을 떠돌고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도깨비가 피에 보이는 병적인 공포심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적풍은 피에 대한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인다면 모든 사람들이 가질 약간의 혐오감이랄까. 지금도 피로 범벅이 된 시체들을 보는데도 어느새 눈 하나 까딱 안하지 않는가. 게다가 랑칸식으로 말하자면 ‘빌어먹을 차분함’ 또한 도깨비와 거리가 멀었다.


농담을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쩔 때 보면 감정이 없는 건가 싶을 정도로 모든 상황에서 그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특히 랑칸의 비아냥거림에도 언제나 특유의 어조로 대답하는 적풍을 보며 천력이 감탄을 금치 못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슬쩍 추형도에서 손을 떼며, 랑칸이 천력을 바라보았다. 천력 또한 적풍의 반응에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랑칸이 애써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하자, 갑자기 천력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뿔싸. 이번 일로 몇 번은 놀림 당할 각오를 해야 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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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70 0 -
» 선과 악 - 2 16.09.21 228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6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1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3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2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9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6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7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9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9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3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9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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