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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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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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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8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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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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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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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6쪽

눈 위로 떨어진 꽃 8

DUMMY

“여기 앉으세요. 차라도 내올게요.”


조든의 집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도착하고 보니 집은 물탱크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학교가 위치해 있었는데,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하얀 색인 학교는 그 크기가 조금 크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조든의 집 또한 다른 집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리저리 쌓인 책더미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혼자 사는 집이라 정리를 잘 해놓지 않는다며 조든이 쑥스러워하며 대충 책을 치우더니 앉기를 권했다. 조든이 차를 타러 간 사이, 랑칸이 바닥에 놓인 책들을 보고 말했다.


“호오, 이거 봐라. 요괴에 관심이 꽤나 많은 모양인데?”


쌓인 책들은 하나같이 요괴에 관련된 책이었다. 개중에는 어린이용의 괴담집같은 것도 있었고, 학자들이나 읽을 법한 두꺼운 책들도 있었다. 천력 또한 흥미가 돌아 자신 주변에 있는 책들을 들춰보았다.


대부분 요괴의 그림이나 사진이 실려 있고, 깨알 같은 글씨로 그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런걸 도대체 뭐 하러 출판하는 걸까. 요괴를 잡는 자신으로서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랑칸이 말했다.


“이것 봐. 괜히 우리한테 접근한 게 아니라니까?”


얼마 전에 싸운, 뱀파이어에 대한 글이 적혀 있는 부분을 읽으며 천력이 답했다.


“그냥 관심이 있는 걸 수도 있잖아. 그나저나 이거 봐라. 여기도 뱀파이어 로드의 능력이 불사라고 적혀 있네?”


랑칸이 천력이 읽던 것을 들여다보았다. 책에는 전형적인 모습의 뱀파이어가 그려져 있었다. 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 그 사이로 삐져나온 송곳니. 그리고 몸을 두른 검은 망토. 랑칸이 픽 하고 웃으며 말했다.


“이게 언제 적 이야기냐. 이거 믿고 돌아다니다간 딱 물리기 좋겠는데?”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의 공포심 때문인지, 아니면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 때문인지 요괴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너무나 많았다. 다른 부분을 슥 훑어봐도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았다.


특히 요괴를 구분하는 법을 적어 놓은 것이 기가 막혔는데, 요괴에게는 요괴만의 냄새가 나므로 썩은 내 비슷한 것을 풍기는 사람을 만나면 즉각 도망치라는 이야기였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는 요괴들도 꽤 많다는 것을 알면 이 책을 지은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실제로 요괴 사냥꾼들은 모든 요괴를 다 잡으러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녀석들만 사냥할 뿐, 인간과 어울려 살기를 택한 녀석들은 그냥 묵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요괴와 인간이 공존하는 곳은 오니고쿠 밖에 없다고 돼있어. 쩝. 뭐, 요괴가 당당히 자기들을 드러내놓는 곳은 거기 밖에 없긴 하지만.”


엉터리 책들을 몇 개 들춰보며, 랑칸과 천력은 서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 때, 조든이 접시에 차를 담아내오며 물었다.


“음, 뭐가 그리 재밌으신가요? 아, 그 책들을 보고 계셨군요.”


천력이 황급히 책을 덮었다. 괜히 자기들이 이런 책을 보고 있는답시고 조든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 천력의 마음을 읽었는지, 조든이 차를 내려놓으며 웃으면서 말했다.


“다 엉터리죠? 예전에 사뒀던 건데, 이리저리 공부를 하다 보니 웬만한 것들은 잘못 알려진 게 많더라구요. 그래도 버리기도 뭐하고, 그냥 놔두고 있는 것들입니다.”


랑칸이 말했다.


“뭐 하나도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네. 안 그래도 추운데 땔감하기 딱 좋아. 틈나면 마당에서 불태워도 괜찮을 걸.”


이제 랑칸의 말투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조든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 여기서 함부로 불을 피웠다간 금세 큰 불이 날지도 몰라요. 눈은 많아도 워낙 건조한 곳들이라. 아무튼, 보시다시피 제가 요괴에 좀 관심이 많습니다.”


천력이 조든을 보며 말했다.


“그럼 저희에게 말을 건 것도?”


“아, 뭐 옷차림을 보고 요괴 사냥꾼 분들이란 건 눈치를 챘죠. 이것저것 이야기가 듣고 싶은 마음도 있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한번 찾아오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린 건데, 오늘 이렇게 와주시니 저로서도 감사를 드려야겠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천력은 조든이 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기운이 차와 함께 몸에 퍼지자, 추운 몸이 녹으며 기분 좋은 나른함이 감돌았다. 아까전의 느낌이라면 약간 경계하는 편이 좋았으나, 어차피 독 같은 게 들어있을 이유는 없었다. 랑칸의 말대로라면 그들에게 알아내고 싶은 것도 있을 테니 괜스레 죽이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만약 그렇다고 해도 독같은 것에 당할 랑칸과 천력이 아니었다.


랑칸 또한 옆에서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입맛에 맞으려나 모르겠네요. 제가 그다지 남들에게 차를 대접해보지를 않아서.”


“아닙니다. 정말 맛이 좋네요.”


사실이었다. 따뜻한 것도 그렇지만, 차 맛 또한 일품이었다. 어느새 찻잔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입맛을 조금 다시며, 천력이 조든에게 물었다.


“음, 이제 좀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뭐 그것 때문에 오신 것일 텐데요.”


자신의 찻잔을 내려놓으며 조든이 말했다. 어느새 랑칸이 옆에서 눈을 빛내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최대한 많은 것을 알아내야 했다.


“사실 저희는 요괴 때문에 이 마을에 들린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요?”


“지나가다가 들렸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마을에 오고 나서 요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거기다가 그 밖의 이야기도 들었죠.”


“그 밖의 이야기라면?”


“소녀들이 없어졌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조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선생님이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진 모양이었다. 그 표정을 본 천력은 바로 이야기를 잇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곤 입을 다물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깨고, 조든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제 제자들 중에서도 여럿이 실종됐죠.”


“제가 듣기로는 요괴의 짓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요괴가 나타난 것은 그 사건이 있은 다음이라고 하더군요. 음, 혹시 짐작 가시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조든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랑칸과 천력 또한 자연스럽게 그 시선을 따라갔는데, 집에 들어왔을 때는 몰랐는데 창문에서 바로 학교의 모습이 보였다.


슬픔에 젖은 눈으로 학교를 바라보던 조든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전 요괴의 짓이라고 봅니다.”


“음, 그런데 요괴가 나타난 시기가······.”


“시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순간, 천력의 말을 끊으며 조든이 소리쳤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이, 화가 많이 치밀어 오른 모양이었다. 아이들을 데려간 녀석에 대한 분노가 큰 모양이었다. 조든이 말을 이었다.


“애들을 어느 정도 잡아가고 나니, 마음이 편해져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 말고는 답이 없어요.”


“마을 사람이 그랬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말을 뱉은 다음, 천력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자신들에게 친절하다고는 해도, 그 또한 이 마을 사람이었다. 이 이상 화가 나면 자신들을 내쫓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조든은 화를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라고 그런 생각을 안 해봤겠습니까?”


“그럼? 왜 그럴 수 없다고 단언하시는 거죠?”


조든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의 눈에 담긴 슬픈 빛이 한층 짙어졌다.


“실종된 소녀들 중에, 미후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절 잘 따르던 아이였죠.”


미후라는 이름을 입에 담자마자, 조든의 눈이 크게 흔들리더니 눈물 또한 약간 맺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꽤 아꼈던 제자인 듯싶었다. 조든이 말을 이었다.


“그 날도 방학인데 학교에 나왔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혼자 사는데, 아버지가 일 때문에 바빠서 집에 혼자 있는 게 싫다고 했죠. 매일 아침이면 저희 집 문을 두드리고는 같이 학교에 가자고 보채던 게 생각이 납니다. 끌려가다시피 나가긴 했지만, 사실 저도 싫진 않았어요. 정말 귀엽고 똑똑한 아이라서, 같이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죠. 그런데······.”


감정이 북받치는 듯 조든이 잠시 입을 다물곤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천력은 위로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괜히 말을 거는 것보단 가만히 있는 게 나을 거 같아 입을 다물기로 했다.


잠시 후, 조든이 슬쩍 눈물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부끄럽네요. 갑자기 미후 생각이 나서··· 아무튼, 그 날도 다른 날과 그리 다르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미후가 절 깨웠고, 같이 학교에 갔었죠. 그날따라 유난히 날씨가 추웠습니다. 그래서 난로에 불이라도 다시 지펴야겠다며 교실 문을 나섰었죠. 미후에게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말이죠.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설마?”


“분명 5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교실 바로 옆에 창고가 있었으니까요. 창고에서 땔감 몇 개를 가져온 뒤, 교실 문을 열어보니 미후가 없는 겁니다. 처음에는 화장실이라도 갔나 했죠. 그래서 기다려봤는데, 한참이 지나도 미후가 오질 않는 겁니다. 말없이 혼자 집에 갈 애가 아니라서 학교 이곳저곳을 뒤져봐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한달음에 미후 집으로 달려갔죠. 마침 아버지께서 계시더군요. 미후가 왔냐고 물어보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함께 미후를 찾았지만, 결국 미후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5분 만에··· 아이가 없어진 건가요?”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게다가, 저희 학교 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어요. 나무가 단열재로는 더 좋기 때문이죠. 마루를 밟으면 분명히 삐거덕 거리는 소리라도 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요. 교실로 누군가 왔으면 발소리라도 났어야 하는데 말이죠. 게다가 학교에는 분명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몇 시간 전에 숨바꼭질도 했었는데, 그 때 분명히 학교가 평소처럼 텅 빈 것을 알았다구요.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갑자기 나타나 발소리도 없이 5분 만에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게 요괴가 한 짓이 아니면 뭡니까?”


조든이 입을 다물었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다문 입 옆으로 턱 양 끝에 주름이 잡히는 것을 보면 이를 악물고 있는 듯 했다. 그럴 법도 했다. 비록 말도 안 되는 수법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가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잃었다는 것은 사실일 테니까. 거기다 아끼는 제자였다면.


“괜한 이야기까지 꺼내게 한 것 같군요.”


천력이 말했다. 조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다 했어야 되는 이야기인걸요. 아무튼, 제 이야기를 들으셨으니 이제 요괴가 한 짓이란 것을 아시겠습니까?”


“음······.”


천력은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조든의 말대로라면, 이번 일은 요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추리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교묘한 트릭이 아니라면. 그러나 그것은 소설이나 영화일 뿐이다.


현실에서 아이를 납치하기 위해 온갖 수를 동원하는 범죄자는 없다. 주로 남들이 없을 때 다가가 좋게 구슬려 데리고 오거나, 아니면 완력으로 제압하여 억지로 끌고 가는 방법을 쓸 뿐. 괜히 머리 아픈 일을 벌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어졌던 시간은 단 5분. 거기다 가까이에는 목격자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 있고, 그 인물에게 들키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 그것이 인간의 손에 이루어진 일이라면 말이다. 요괴라면 그것이 가능했다. 랑칸과 천력은 그보다 더한 일을 겪은 적도 있었다. 하룻밤 만에 한 마을 안에 사는 모든 이들이 웃는 얼굴로 목이 날아간 사건과 같은 일들.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진 요괴들에게 겉으로 보기에 불가능한 일을 행하는 것은 인간이 숨을 쉬는 것만큼 쉬울 수도 있었다.


단, 요괴가 나타났다는 가정은 조든의 말이 모두 진실일 경우에만 해당했다.


조든은 자신과 미후가 단 둘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자신은 알고 있다고 했다. 조든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다. 이것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는 자신이 겪은(혹은 겪지 않은) 일에 대해 마음대로 지어내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천력은 슬쩍 랑칸 쪽을 쳐다보았다. 랑칸 또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아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말없이 조든을 바라보며 뭔가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만약에 조든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자신은 사랑하는 제자를 잃고 상심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주게 될 테니까.


천력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랑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꼭 요괴를 잡아 달라 이거구만.”


조든이 고개를 끄덕인 뒤,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예. 요괴 짓이라면 아마 미후는··· 아,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요. 꼭 살아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아무튼, 그 요괴를 꼭 잡아주셨으면 합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놈을 용서할 수도 없구요.”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며, 천력은 차라리 자신의 생각이 쓸데없는 것이길 조금이나마 바라기까지 했다. 만약 조든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연기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가슴이 너무 아픈 일일지도 몰랐다.


조든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서, 제가 여러분들께 의뢰하겠습니다. 보수는 두둑이 드리겠습니다. 꼭 요괴 녀석을 잡아··· 아니 없애주시길 바랍니다.”


조든이 고개를 숙였다. 자못 심각한 분위기인데, 랑칸이 너스레를 떨었다.


“음, 생각보다 우린 비싼 몸들인데. 가만히 놔둬도 우리가 궁금해서 해결했을 것을, 이렇게 나와 주니 고맙긴 하구만. 안 그래, 천력?”


“으, 응?”


얼떨결에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서 둘 다 조든의 의뢰를 수락한 것이 됐다. 랑칸이 자리에서 주섬주섬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더 있을 필요도 없겠구만. 들을 얘기는 다 들었으니까.”


천력이 뒤따라 몸을 일으켰다. 랑칸 말대로, 딱히 조든에게서 더 들을 이야기는 없었다. 그가 보고 들은 것에 대해서는 모두 들었다. 이제 그것을 가지고 좀 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었다.


둘 다 현관을 향했다. 조든이 뒤따라와 배웅할 준비를 했다. 랑칸이 먼저 문을 열었다. 역시나 따뜻한 실내와는 다르게 차가운 바람이 순식간에 문간에 서있던 세 명의 얼굴을 때렸다. 순간적으로 랑칸이 움찔하더니, 조든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여긴 정말 추운 곳이구만.”


어느새 감정을 추슬렀는지, 조든이 다시금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예. 저도 처음 왔을 때 고생 많이 했습니다. 두 분도 아마 조금 힘드실 겁니다.”


랑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천력을 향해 눈짓으로 먼저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천력이 먼저 문을 나서자, 자신을 향해 웃는 조든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네?”


랑칸의 목소리가 꽤 작아, 조든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되물었다. 그런 그에게 랑칸이 씩 하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조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랑칸을 바라보았다. 잠시 동안 별 말을 하지 않다가, 랑칸이 문을 닫으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렇게 추운 곳에서, 어떻게 꼬마 아이가 당신 집까지 매일 같이 걸어 왔을까? 그것도 혼자서.”


문이 닫혔다. 조든은 그저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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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선과 악 - 2 16.09.21 228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6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1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3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2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9 3 13쪽
»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6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6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7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9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9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3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9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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