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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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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091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5.04 13:58
조회
217
추천
2
글자
10쪽

눈 위로 떨어진 꽃 10

DUMMY

“빌어먹을,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돼!”


무킨의 어깨로 묵직한 충격이 전해져왔다. 방금 전 눈앞의 요괴가 휘두른 주먹을 바람갈이로 막았기 때문이었다. 싸우지 말라던 천력의 말 때문에, 무킨은 아까부터 이렇게 계속해서 방어만 할 뿐 제대로 칼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맞을 노릇이었다.


바람갈이가 내구성 하나만큼은 일품인 칼인지라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 없이 요괴들의 주먹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이대로 가다간 칼보다 무킨의 어깨나 팔이 부서지는 게 더 먼저일 듯싶었다.


더욱 미치겠는 건, 이 요괴들이 절대로 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금 무킨의 눈앞에 있는 요괴는 총 다섯 마리였다. 그 종류도 정확하지 않고, 이름은 더더욱 모르기에 무킨은 편한 데로 요괴 1, 요괴 2, 요괴 3 식으로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었다.


방금 무킨에게 주먹을 휘두른 녀석은 요괴 2였는데, 아까부터 어린아이 떼쓰듯 허공에 주먹을 붕붕 휘둘러 댈 뿐이었다. 뻔히 보이는 공격을 받아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맞아주자니 여간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요괴 3은 아까부터 옆에서 한 번씩 박치기나 해대고 있고, 요괴 1은 모래 장난마냥 바위를 집어 던지고 있고, 그 실력과 속도가 형편없어 그렇지 진짜 웬만한 요괴 같았으면 무킨의 몸이 남아나지 않을 참이었다.


이런 상황에 적풍은 도움이 되지를 않았다. 역시 책만 읽는 샌님이라 그런지 마을 사람들과 함께 광장 한 편에 물러나 싸움을 지켜볼 뿐이었다. 응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원체 말이 없어서 그런지 입술을 꾹 다문 채로 무킨의 싸움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더욱 이상한 건, 그 눈빛이 무킨이 아니라 주로 요괴들을 향해 있단 것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공격 안 해서 다행이지!’


이상하게도 요괴들은 마을 사람들에 대해선 일절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히 무킨 혼자서도 벅찬 상황이라 요괴 중 한 마리라도 마을 사람들을 공격한다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한데,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요괴들이 죄다 무킨에게만 달려든 것이었다. 때문에 안심하고 일단 교네신을 랑칸을 찾는데 보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도 요괴가 나타난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우왕좌왕 하며 달아나기 바빴으나, 시간이 지나 요괴가 절대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어느새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거참 속이 뒤틀릴 지경이었다.


그때, 멀리서 적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킨씨! 요괴들이 뭔가 이상합니다!”


나도 알아 이 자식아. 그걸 지금 알아차린 거냐? 무킨이 이를 악물었다. 적풍의 말이 이어서 들려왔다.


“마치, 마치 어린 아이와도 같군요! 절대로 제대로 된 싸움을 하는 모습이 아니에요!”


어린 아이? 순간적으로 무킨은 몸이 움찔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바람걸이의 옆면을 어깨에 갖다 대 충격을 제대로 완화시키는 동작이 조금 늦어버렸다. 그 때문에 옆에서 날아오던 요괴 2의 주먹을 맞자마자 무킨은 맥없이 날아가 마을 사람들 근처에 나동그라져버렸다. 땅바닥에 누운 모습이 된 무킨의 눈에 적풍의 얼굴이 들어왔다.


“왜··· 말을 걸고 지랄이세요······ 싸우는데······.”


얄밉게도 적풍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무킨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 속에는 강한 의혹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그래, 나도 뭔가 느낌은 온다. 무킨이 생각했다.


뭔가가 떠오를 듯 말 듯 떠오르지 않았다. 요괴들의 형편없는 실력. 어린 아이 같은 행동. 사라져버린 여자아이들. 갑자기 나타난 요괴들. 마을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는 것들. 머릿속을 스쳐가는 단서들은 무언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듯 했으나, 무킨의 이성은 그 답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오른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디 한 군데 금이 가거나 부러진 모양이었다. 나쁜 머리에 괜한 생각을 해서인지 머리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왔다. 무킨이 고개를 살짝 들어 앞을 보았다. 요괴 2가 팔을 붕붕 휘두르며 달려오고 있고, 그 뒤를 요괴 3이 머리를 젖히며 달려오고 있었다. 망할, 무킨은 왼손으로 땅을 짚으며 몸을 튕겨 똑바로 일어섰다. 갑자기 느껴지지 않던 눈발이 얼굴에 와 닿는 것이 느껴졌다.


차가웠다. 괜히 짜증이 났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요괴 2의 주먹이 눈앞으로 들어오고, 무킨은 소리를 지르며 바람갈이를 휘둘렀다. 오른팔에서 급격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마음 속 어디에선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신경 쓰기 싫었다. 무킨의 성격상 머리가 복잡해지는 건 딱 질색이었다. 그냥 베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사연 없을 요괴가 어디 있으랴.


바람갈이가 땅에서부터 바람을 만들어냈다. 요괴 2의 살갗에 닿기 전, 그 검풍에 의해 앞가슴의 털들이 들어 올려졌다. 분명 몇 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을 텐데, 무킨의 눈에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똑똑히 들어왔다. 털이 바람에 휘날리고, 그 안에 있던 것이 드러나고. 순간, 무킨은 칼을 멈추거나 혹은 궤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가슴에 드러난 얼굴을 향해, 바람갈이는 너무나도 정확히 휘둘러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천력은 눈을 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온 몸에 한기가 올라왔다. 왼쪽 볼과 몸이 차가운 바닥에 맞닿아 있었다. 서둘러 몸을 일으킨 그는 자신의 팔 다리가 무언가로 묶여 있는 것을 깨달았다. 피부에 닿는 느낌을 보니 굵은 밧줄인 듯싶었다. 천력은 피식 웃고는 힘을 주어 간단히 그것을 끊어냈다.


“아오, 머리야.”


뒤통수가 지끈 아파왔다. 잠시 고개를 흔든 후, 팔과 다리를 움직여보았다. 관절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이리저리 몸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몸을 푼 다음, 천력은 아픈 머리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랑칸이 본 건 요괴의 가슴에 달린 한 여자아이의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 그들은 따로 떨어져 행동하기로 했다. 일단 랑칸은 전 날 요괴를 보고도 모른 척 했다는 남자의 집으로 가 좀 더 자세한 사실을 알아보기로 했고, 천력은 일행들에게로 돌아가 함부로 요괴를 공격하지 말라는 말을 하기로 했다. 좀 더 자세히 알려주면 좋았겠지만,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자세한 건 다음에 알려줘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범인이 누군지도 정확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 이후 천력은 바로 조든의 집을 향했는데, 아무래도 모든 일이 그와 연관이 돼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조든의 집에 도착했을 때, 천력은 문을 두드려야 하나 꽤나 망설였다. 정황을 본다면 그가 의심이 갔고, 강제로라도 그를 제압해야 했지만 만약에 그 또한 피해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잠깐의 망설임이 그를 방심하게 했고, 갑작스레 뒤에서 덮쳐온 습격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스스로 자백을 했군.”


정신을 잃고 쓰러질 때, 천력은 자신을 내려친 조든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 얼굴에는 그가 이전에 보여줬던 사람 좋은 표정은 전혀 없었다. 천력이 스치듯이 보았던 그것, 어딘가 어긋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섬뜩한 표정과 웃음이 배어 있었다. 천력은 너무 안일했던 자신이 후회됐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야?”


마을 사람들의 눈도 있고 하니 자신을 먼 곳으로 옮기진 못했을 것이다. 아마 조든의 집 안 어딘가 겠지. 천력은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베킨 마을에 오기 전, 옷을 갈아입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전까지는 옷이 잘 찢어져 여러 벌을 갖고 다녔는데, 이번 옷은 신축성이 좋아 다행히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서 라이터 하나가 만져졌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그였지만, 만약에 대비해 한 개쯤은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었다. 라이터를 꺼낸 후 혹시나 해서 흔들어보니 안에 든 기름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력은 라이터의 불을 켰다.


약간의 불이 밝혀졌다. 천력은 라이터를 만져 불의 세기가 더욱 강하게끔 했다. 어둠 속에 있었던 터라 순간적으로 눈이 부셨지만, 곧 익숙해져 주변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천력은 돌 벽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 있었다. 위쪽 벽에서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땅 밑에 있는 지하실인 듯싶었다.


어찌 보면 다행이군, 그래도 위에서라도 덥혀주니 얼어 죽지 않은 모양이야. 천력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지하실이 있으면 올라가는 계단도 있다는 생각에 천력이 라이터 불빛을 이리저리 비추며 계단을 찾으려 했다. 그때, 한 쪽 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완전히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벽에 무언가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눈에 띠었다. 뭐지? 천력은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것이 종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력은 불이 옮겨 붙지 않게 조심스레 라이터를 가까이 가져갔다. 이제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벽에 붙은 것들을 알아본 순간, 천력은 라이터를 떨어뜨릴 뻔 했다. 그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놀랐기 때문도 아니었다. 손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분노 때문이었다.


천력이 이를 갈았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주먹을 꽉 움켜쥔 그는, 약간 옆의 벽을 치며 고함을 질렀다. 꽝 하는 소리, 천력의 목소리, 그리고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연이어 지하실을 울렸다. 혹시나 지하실이 무너질지도 몰랐지만, 천력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런 생각 따위는 없었다.

자욱한 모래연기 속에서, 천력이 다시 한 번 이를 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


“죽여 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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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69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7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5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0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2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89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1 2 11쪽
»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09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8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5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6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8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8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8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2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8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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