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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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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101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5.05 15:34
조회
211
추천
2
글자
11쪽

눈 위로 떨어진 꽃 11

DUMMY

바람갈이가 요괴의 가슴에 닿았다 생각한 순간, 무킨은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아이의 얼굴에 검을 들이댔다. 비록 그것이 요괴의 수작일지는 몰라도, 무킨에게 있어서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아니, 수작이 아니었다. 그동안 요괴가 보여줬던 행동과 여러 가지 사항을 조합하면 답은 나왔다.


저 요괴는 아이가 변한 존재였다.


“용서해줘!”


저도 모르게 무킨이 소리를 질렀다. 그 때, 누군가가 답했다.


“용서는 무슨, 비켜 임마!”


큰 충격이 옆구리에 느껴지며, 무킨은 자신이 허공을 날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이 두 번째인가. 아니, 마을에 온 걸로 치면 세 번째구만. 무킨은 왠지 자신을 밀쳐낸 힘이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한 번 땅에 처박힌 후, 무킨은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을 걷어찬 인간을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랑칸형님, 이렇게 세게 차면 어떡해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요괴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멍하니 있고, 그 앞에 랑칸과 교네신이 서 있었다. 교네신은 나가떨어진 무킨을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저 놈, 이번 일이 끝나면 한 번은 꼭 패줄 거야. 무킨이 속으로 다짐했다. 랑칸이 말했다.


“세기는, 네 몸뚱아리가 그것 밖에 안 되냐?”


“그건 아니죠, 쩝.”


무킨은 내심 태연하게 대답하고 아무렇지 않게 일어서려고 했다. 그런데, 바람갈이에 몸을 지탱해 일으키려는 순간 옆구리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갈비뼈가 적어도 서너 개는 부러진 듯싶었다. 순간적으로 무킨의 무릎이 푹 꺾였다. 그제야 교네신이 걱정하는 얼굴로 무킨에게 달려왔다. 랑칸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는 나머지 요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무킨?”


교네신이 말했다. 이거, 팰 수는 없겠구만. 무킨은 아까 자신이 하려던 짓을 취소하기로 했다. 대신 교네신의 얼굴을 살짝 한 대 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 손에 힘이 너무 없었기에, 교네신이 더욱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랑칸형님! 아무래도 무킨이 많이 다친 것 같은데요?”


랑칸이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어쩔 수 없었잖아.”


무킨이 말했다.


“형님은 나보다 요괴가 소중합니까? 이리 걷어차 버리다니. 너무해요.”


원망의 말이었지만, 그 말투는 전혀 그런 기색을 담고 있지 않았다. 무킨 또한 알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저질렀을지 모를 잘못을 랑칸이 막아주었다는 걸. 그제야 랑칸이 고개를 돌려 무킨을 쳐다보았다. 얼굴에는 예의 그 짖궂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너도 어떻게든 칼을 휘두르는 걸 멈추려고 했잖아. 모르는 줄 알어?”


무킨이 쓴웃음을 지었다. 랑칸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물었다.


“그나저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무슨 일 있어?”


“잘 모르겠어요. 누가 여기로 모이라고 했다는 걸 얼핏 들었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누가 모이라고 했다고?”


무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랑칸이 슬쩍 아직도 멈춰있는 요괴들을 본 후, 마을 사람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화가 난 표정으로 랑칸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당신네들. 눈빛들이 왜 그래?”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계속해서 싸늘한 시선만이 랑칸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이놈들이 왜 이럴까. 랑칸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이들 앞에서 함부로 주먹을 쓸 수는 없었다. 웬만하면 보통 사람은 절대 때리지 않는다는 그만의 생각도 갖고 있었다. 화를 삭이며, 랑칸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표정은 넘어가줄게. 뭐 하나만 물어보자. 왜 이렇게 다들 모인거야? 누가 모이라고 한거고?”


역시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것들이 정말 미친 거 아냐? 뒤에 요괴들이 버티고 있는 마당에 요괴 사냥꾼에게 화를 내고 있다고? 그렇다고 해서 요괴들의 진실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야. 안 그래도 미후 일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마당에 랑칸은 진지하게 자신이 고수하고 있던 생각을 잠시 미뤄두고, 아까부터 바로 눈앞에서 씩씩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 한 명을 가볍게 손봐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제가 모았습니다.”


사람들의 뒤편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랑칸의 미간이 극도로 구겨졌다. 금방에라도 자신들을 칠 것 같은 랑칸의 표정을 보자, 랑칸 바로 앞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며 주변을 막 둘러보기 시작했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 하는 표정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랑칸에 대해 꽤 잘 알게 된 무킨은 교네신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교네신 또한 그에 맞춰 고개를 끄덕인 후 랑칸을 보았다. 사고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일련의 행동들이 사람들 뒤에서부터 시작됐기에, 랑칸은 누가 걸어오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까 들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했다. 랑칸은 그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갈겨 버릴 목적으로 주먹을 꽉 쥐며 준비 자세를 잡았다. 요괴라도 한 방에 갈 정도의 힘이 그의 팔에 가득 들어가기 시작했다. 인간이 맞는다면 그것으로 즉사였다.


랑칸 앞에 있던 사람들까지 비켜나고, 이제 앞으로 나오던 사람이 랑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사람들 속에서 랑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예의 그 선한 웃음을 띤 얼굴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보며 뭔가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랑칸은 똑똑히 보았다. 그 선한 미소 속에 감춰진 비열함을.


그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랑칸이 답했다.


“조든, 이 개새끼야!”


소리를 지르며, 랑칸은 조든 쪽으로 몸을 날렸다. 랑칸의 주먹이 가까워지는데도, 조든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래, 어디 한번 죽어봐라. 랑칸이 이를 악물며 뒤로 젖힌 주먹에 한결 힘을 주었다. 그때, 갑자기 무언가가 뛰쳐나와 공중에서 랑칸과 부딪혔다. 그 무언가와 더불어 랑칸은 마을 사람들 사이로 떨어졌다. 몇몇 사람이 부딪히며 소리를 질러댔다. 땅에 처박힌 채, 랑칸이 말했다.


“뭐야, 교네신. 너도 죽고 싶어?”


사람들 중 하나에 깔려 켁켁거리며 교네신이 답했다.


“그렇게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면 어떡해요! 여긴 사람들이 다 보고 있단 말이에요!”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저 새끼는 죽어 마땅한 놈이란 말야!”


랑칸이 벌떡 일어나 다시금 조든을 향해 달려가려 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교네신은 위에 있던 사람을 밀쳐내고 일어나 랑칸의 허리를 잡았다. 교네신이 랑칸보다 훨씬 덩치가 작았기에, 그 모습이 랑칸에게 매달려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이거 안 놔? 너부터 뒤질래?”


"뒤지든 말든, 함부로 보통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거, 형님도 알잖아요!"


요괴 사냥꾼들이 인간을 건드리지 않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불문율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랑칸의 성격상 그 것이 쉽지만은 않았고 요괴 사냥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잡은 요괴보다 열이 받아 때린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곧 천력을 만나면서부터 워낙 욕을 먹다보니 랑칸은 스스로를 자제하기 시작했고, 정말 열 받는 녀석. 예전의 그 마을 귀족 같은 녀석같이 버릇을 고쳐줄 놈이 아니라면 손을 대지 않았다. 막돼먹은 녀석들을 혼내주는 건 천력도 그다지 말리지 않았기 때문에 랑칸이 그 후로 그렇게까지 날뛰는 일은 드물었다. 물론 무킨과 교네신이 이런 사정을 알리는 없겠지만.


"보통 사람? 저 놈은 요괴보다 더한 놈이야. 지금 이 자리에서 찢어죽여도 시원찮아!"


"제발 좀! 여기 며칠을 더 있어야 할지 모르는데! 참고 대화로 해결해요. 대화로!


교네신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마을의 출구는 눈사태로 인해 막혀버린지 오래였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눈이 녹거나 치워지기 전에는 랑칸 일행이나 무킨 일행이나 이 마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 마당에 마을 사람들이 완전히 등을 돌려버리면 이 추운 지방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꼼짝없이 얼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열이 받을 대로 받아버린 랑칸에게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라고. 일단 난 저 놈을 죽여야겠다."


말을 마치며, 랑칸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은 교네신의 두 팔을 잡더니 너무나도 쉽게 풀어버린 후 그를 던져버렸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해진 교네신이 얼얼한 자신의 두 팔을 바라보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랑칸은 너무나도 강했다. 그것도 비상식적으로. 요괴 사냥꾼도 본질은 인간인데,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괴력을 보여주는 그가 사실은 요괴가 아닌지 교네신은 순간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만났을 때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한 것 같았다.


이런 교네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랑칸은 이제 조든에게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앞을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랑칸이 보여줬던 힘, 그리고 지금 보여주는 표정 때문에라도 슬슬 뒷걸음질 치며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거 완전히 똥밟았구만. 교네신이 한 숨을 쉬었다.


"자, 이제부터 죽어보자고. 아 맞다. 단숨에 죽이진 않어. 어쩌면 교네신에게 감사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아까 내리쳤으면 넌 바로 죽었을 테니까. 아무튼 내가 사람을 좀 팰 줄 알거든? 여러 군데 병신으로 만들고, 네가 한 짓을 죄다 털어놓게 한 후에야 죽여줄 거야. 아마도 그때는 나 말고 여기 사람들이 널 죽이지 않을까? 어디 그 뻔뻔한 낯짝으로 지껄여보시지. 내가 알고 있는 게 다 오해라고, 너는 결백하다고 말야."


섬뜩한 말을 뱉으며 랑칸이 다가서는데도, 조든의 얼굴에는 겁에 질린 기색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랑칸이 조든의 바로 코앞까지 걸음을 옮겼다. 조든의 눈이 똑바로 랑칸의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비릿한 웃음을 띠우며, 랑칸이 말했다.


"혹시나 맞다가 죽으면, 미후한테 사과해라."


랑칸이 오른발을 들어올렸다. 제일 먼저 무릎을 갈겨줄 작정이었다. 다리가 부러지면 도망가지도 못한 채 어마어마한 고통을 안게 된다. 이번에는 회복하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사정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예 조각을 내주마. 랑칸이 발을 휘두르려는데, 조든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천력씨가 어디 갔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뭔 소리야. 랑칸이 얼떨결에 발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천력이 보이질 않았다.


"아마 지금 아주 잘 주무시고 계실 겁니다. 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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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69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7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6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0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3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2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8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6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6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9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8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2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9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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