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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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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3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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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9쪽

칼을 든 나그네 1

DUMMY

"요괴를 잡는 사람에게 상금 천 만원을 준다. 흥미롭군."


어느 산 속 마을 앞, 한 나그네가 입구에 붙여진 게시물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요괴, 그 두 글자만 들어도 순식간에 도망쳐버릴 사람이 허다한데, 요괴를 잡아달라는 글을 보고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면 나그네가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사실 그러한 것은 나그네의 외양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온 몸을 긴 천으로 둘둘 감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누더기만 걸친 것처럼 보이지만, 천 사이사이에 살짝 보이는 경갑들은 나그네가 예사 떠돌이는 아님을 알 수 있게 했다.


게다가 등에 매달고 있는 기다란 물체. 그것 또한 자신의 몸처럼 천으로 질끈 동여매놓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로 보나 살짝 살짝 비치는 광택으로 보아 분명히 긴 태도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그가 서 있는 자세 또한 일반인들과는 다른-아무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빈틈없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게시물을 한참 읽어보던 나그네는 그 게시물 안에서 요괴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머릿속에 담았다. 그리고는 마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을은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숲과 나무들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게시물이 붙어있던 입구가 조그마했기에 그저 그런 나무꾼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줄 알았었는데, 꽤 큰 기왓집도 몇 채 늘어서 있고 초가집들 또한 대충 지어진 것이 아니라 튼튼한 구색을 갖추고 있는 걸 보면 그 자리에 꽤 오래 뿌리박은 마을인 듯 했다.


그러나 요괴가 한 바탕 휩쓸고 간 모양이라 군데군데 부서진 곳도 있고 핏자국도 조금씩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이 제대로 정리를 할 겨를조차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나그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들 어디로 갔는지, 거리거리 마다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한참을 둘러보던 그는, 마을 저 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한 남자가 골목에서 나와 자기가 향하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이봐요!”


앞서 달려가던 남자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그는 잠시 뒤를 돌아보고는 다시 자신이 향하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그네는 다시 한 번 그를 향해 외쳤다.


“요괴를 잡는 사람을 찾는다는데, 어디로 가야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나요?”


그러자,남자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뒤로 돌아 나그네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십 쯤 됐을까. 흰 머리가 간간히 섞인 머리는 며칠을 감지 못했는지 이쪽저쪽으로 뻗쳐 있었고, 얼굴에는 최근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주름이 자글자글 새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요 며칠간 요괴 때문에 많은 고생을 겪은 듯 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에··· 지금은 필요가 없는데······.”


“필요가 없다니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뒤쪽에 연기가 올라오는 방향을 힐끔 바라 보았다. 뭔가 급한 일이 있는 듯 했다.


“내가 좀 빨리 가봐야 돼서. 안 그럼 뭔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일?’


아까 전에 읽은 게시물에 따르면 이 마을에 나타나는 요괴는 낮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은 분명 낮이었고, 해가 지기에도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그네가 물었다.


“저곳에 요괴가 있는 건가요? 요괴에게 바칠 물건을 가지고 가는 겁니까?”


질문을 받자, 남자는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차라리 요괴가 나을 법도 해··· 그건 차라리 같은 인간이라도 아니지.”


“그럼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제가 도움을 드릴 수는 없습니까?”


나그네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나그네의 태도에 남자도 호기심이 동했는지, 한 번 천천히 나그네의 복장을 훑어보았다. 아까는 바삐 가야 한다는 마음에 제대로 보지 못했었는지, 내심 나그네의 옷차림에 놀라는 듯 했다. 특히, 등 뒤에 걸려있는 태도에는 몹시 놀라는 듯 했다.


“뭐, 아까 물어본 것도 그렇고, 옷차림도 그렇고 자네도 요괴 사냥꾼이겠구만.”


“아··· 사냥꾼이라고는 하기에는······.”


“딱 그래 보이는 구만. 아무튼, 자네는 한 발 늦었어. 벌써 요괴 사냥꾼이 마을에 와있거든.”


나그네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충 아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로부터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마을이 이 모양인거죠? 요괴 사냥꾼이 저처럼 오늘 도착한 건가요?”


“아니, 온지는 제법 됐지. 한 일주일 정도 됐나?”


“그런데요? 아직도 요괴를 없애주지 않은 건가요?”


남자가 갑자기 인상을 썼다. 그리고 뒤쪽을 향해 잠시 노려본 뒤, 나그네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없애주기는. 일주일 째 아무 일도 안하고 있네. 심지어 그저께 요괴가 나타났을 때는 요괴에 대해서 자세히 파악한답시고 멀리서 구경만 했다네! 우리 마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빌어먹을. 그래놓고 매일 매일 마을 사람들 시켜다가 술 퍼마시고 고기 먹고 난리를 부리고 있지. 저 뒤에 연기가 보이는가?”


물론 보이죠. 나그네가 생각했다.


“저게 다 그 놈들을 위해 준비한 잔칫상 때문에 올라오는 연기라네. 어찌나 먹어대는지··· 휴. 그래도 뭐 할 수 없지. 그 놈들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마을 안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특히, 그 무식하게 생긴 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구만.”


“그 놈들이요?”


덕한의 말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나그네가 말을 이었다.


“요괴 사냥꾼은 보통 혼자서 다니지 않나요? 제가 본 그 어떤 요괴 사냥꾼도 무리를 지어 다니지는 않았는데.”


“아, 우리도 그렇게 알고 있네만. 칼을 가지고 있는 놈이 말하기를 나머지 한 명은 자기의 하인이라고 했네. 그 놈은 키도 작고 덩치도 쬐그만 편이라, 뭐 싸움도 못하게 생겨서 다 그러려니 했네.”


나그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하인을 데리고 다니는 요괴 사냥꾼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요괴 사냥꾼의 하인도 어느 정도는 싸움을 할 수 있는 법인데, 흠. 저를 그 곳에 데려다 줄 수 있겠습니까?”


“어디를 말하는 겐가?”


“어디긴요. 그 요괴 사냥꾼이 있다는 곳이지요. 대충 어르신이 처음 얘기할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고, 지금도 확실하진 않지만 그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파악은 되네요. 요즘 들어 요괴 사냥꾼을 사칭하고 다니는 사기꾼들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런 부류인가 봅니다. 제가 한 번 이야기해보죠.”


그러자, 남자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에이, 허튼 소리 말게. 뭐 우리가 보기에도 별 믿음이 안가는 놈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기꾼은 아닌듯해. 그 놈 중 한 명은 그리 약해 보이지가 않아. 겉모습도 그렇고, 그 놈이 갖고 있는 칼도 그렇고. 그걸 휘두르기만 해도··· 어휴. 그냥 웬만한 사람은 고기 조각이 되게 생겼다고.”


남자는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오히려 나그네는 그 얘기를 들으니 씩하고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등에 걸린 태도를 가리켰다.


“저에게는 이게 있지 않습니까?”


태도를 다시 한 번 보자, 남자도 어느 정도 동의를 하는 듯 놀란 표정을 거두었다. 그래도 남자는 뭔가 찝찝한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같은 요괴 사냥꾼들끼리 붙으면 그 주변이 어떻게 된다는 것은 익히 소문이 난 얘기 아닌가? 안 그래도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인데··· 아, 미안하네. 자네를 가리킨 말은 아닐세. 워낙 우리 마을에 있는 놈들이 심한 짓거리를 많이 해서 그만······.”


“괜찮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진짜 요괴 사냥꾼도 아닌 것 같고. 별 일 없을 겁니다. 싸울 생각도 없구요. 한 번 믿어보세요.”


그제야 남자도 안심이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나그네를 향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뒤, 먼저 앞장 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본 나그네는 짧은 한마디를 뱉고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남자가 들을 수 없도록, 아주 조용히.


“뭐, 인간 같지 않다는 말은 맞긴 하지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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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70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9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7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9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1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9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4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2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2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40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6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8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7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1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9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9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4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3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200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9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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