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창작소

요괴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102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5.10 16:54
조회
200
추천
1
글자
9쪽

눈 위로 떨어진 꽃 16

DUMMY

저 놈의 손발톱이 문제였다. 이길 수 없는 상대는 아니었다. 힘으로 치면 랑칸과 천력이 조든의 배는 될 것이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손발톱이 접근을 막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요괴가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의 요괴들이 인간보다 우월한 신체적 특성을 이용해 육탄전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그런 요괴들에게 져본 적은 없었다. 칼이 본체였던 검귀가 예외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녀석은 너무나도 약했다.


“따지고보면 나도 참 행운아야. 내가 여기로 자청해서 왔다고 했지? 거짓말이야. 예전에 있던 곳에서 쫓겨났거든. 솔직히 이해가 안가. 여자랑 자는 것은 괜찮다면서, 어리다고 그러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난 단지 귀여운 아이들에게 걸맞는 행동을 했을 뿐이라구. 귀여워해주고, 만져주고, 사랑해주고. 물론 가끔 때리기도 했지만 말이야.”


조든의 말이 들리는지, 누워있는 쇼무린의 몸이 꿈틀거렸다. 적풍이 상처를 살펴보고 있었지만 너무 심하게 다쳐 회복하기는 틀린 듯 싶었다. 가슴에 달린 얼굴 바로 옆에서 피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곳에 왔는데, 쩝. 처음에는 잘못 왔다 싶더라고. 이렇게 폐쇄적인 곳은 처음 봤어. 까딱하다 잘못 건드리기라도 했다가는 큰일 날 뻔 했지. 이렇게 평생을 조용히 살아야 하나 싶었어. 귀여운 애들이 되게 많았는데도 말이야. 그렇게 하루하루를 참으며, 괜찮은 사람을 연기했지. 신기하게도 페쇄적인만큼 금새 또 친해질 수 있더라고. 그렇게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 학부모들과 웃는 낯으로 얘기하면서, 옆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지. 그런데, 그때 ‘그 분’이 나타난거야.”


그 분? 랑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천력 또한 놀란건 마찬가지였다. 케차카의 일 이후로, 계속해서 그 분이란 단어가 그들 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어디로 가는 지를 모두 아는 것처럼. 조든의 손톱이 조금 움직여 랑칸의 턱을 건드렸다.


“나도 참 신기해. 니가 어떻게 해서 그 분과 똑같이 생긴 건지 말이야. 그 분도 그런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거든. 아무튼 그 분이 나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역시나 한결같았어. 무시하고 배척했지. 그런데 어느 날 그 분이 우리 집으로 오신거야.”


조든의 머릿속에 그 날의 일이 떠올랐다. 밤늦게 찾아온 손님. 마을 사람들이 불길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마을에서 나가기를 바라는 남자였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랑칸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글프면서도 냉혹한 분위기를 풍기는 눈매를 지녔었다. 몸 전체를 덮은 검은 망토와 그 것에 새겨진 핏빛 색깔의 무늬들은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풍겼는데, 신기하게도 눈 사이를 걸어왔을 것이 뻔한 그의 몸에는 젖은 자국 하나 남지 않았었다.


그가 말했다. 너만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그 생각이 마음에 든다고. 자신이 그 생각을 실현시킬 수 있게끔 도와주겠다고. 조든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죠? 남자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보기 좋거든. 뭐가요? 인간이 갖고 있는 믿음을 깨부수는 행위 말이야. 순간 남자의 얼굴에 슬픈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고 조든은 생각했다. 당신의 정체가 뭐죠? 알거 없어. 차차 알게 될 거야. 아무튼, 네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지. 단, 조건이 있다. 조건? 어떤 거죠?


“아이들을 요괴로 만들라고 하셨지. 좀 아쉬운 일이었어. 마음에 드는 애도 있었는데, 제대로 맛도 못 본채로 주술을 걸어야 했으니까. 솔직히 나도 신기했어. 분명 죽은 애들이었는데, 얼마 후에 요괴로 나타나더라고? 그런데 내 말까지 잘 듣고 말이야. 덕분에 처음 이후로는 정말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어.”


“그 녀석이··· 우리 얘기까지 했다고?”


랑칸이 물었다.


“물론. 자신과 똑같이 생긴 녀석과, 그 동료가 이 마을에 올 거라고 하더군. 그 녀석들을 없애달라고 하셨어. 꽤 강한 놈들이니 직접 어떻게 해보려는 마음은 먹지 말라고 하시더라고. 처음에 저 쓰레기 같은 요괴 사냥꾼 녀석들이 왔을 때 혹시나 너희가 아닐까 살펴봤다. 그런데 하는 꼴을 봐서 절대 그럴 리가 없더군. 좀 더 기다리니까 결국에 너희들이 왔어.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 그렇게 그분께 들은 정보로 너희들을 옭아매려 한 거다. 약간··· 차질이 있었지만.”


조든이 천력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놈의 강신술이 정반대였다는 건 정말 의외였다. 누가 봐도 지금 그 몸뚱이가 강신한 것일 텐데 말야.”


천력이 말을 받았다.


“내 이름을 듣고도 눈치 못챈거야? 우습구만.”


“그렇긴 해. 천력. 하늘이 내린 힘. 아무래도 너도 태어날 때부터 꽤나 고생했겠구만. 다른 이들과는 달랐으니까 말야. 혹시 모르지. 너, 인간이 아닌 거 아냐?”


조든의 말이 끝나마자, 천력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지며 주먹을 내지르려고 했다. 동시에 조든의 나머지 팔이 그의 목을 향했다. 주먹이 허공에서 멈추고, 이를 가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이럴꺼면 애초에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어. 그냥 약을 마셔버리고 내 손으로 다 죽일 수도 있는데 말야. 너희들, 이렇게 약했나? 아니면 내가 무지막지하게 강한거야?”


조든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랑칸과 천력, 이 두 놈을 요리하고 이 마을에서 왕으로 군림하는 일 뿐이었다. 남아있는 아이들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실컷 즐기고 나면, 나머지 어른들은 다 죽여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면 그만이었다. 힘을 가진다는 게 이런 걸까. 조든이 미소를 지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욕설을 툭 내뱉으며, 랑칸이 몸을 숙이며 제자리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조든이 잽싸게 손을 놀렸다. 위에서부터 랑칸을 꿰뚫어버릴 속셈이었다. 조든은 손끝에 느껴질 짜릿한 손맛을 기대하며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보기 좋게 엇나가고 말았다.


금속성의 마찰음이 들리며, 손톱 두 개가 부러져나갔다. 보통의 손톱과는 달리 신경이 연결되어 있었기에, 조든은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꼈다. 휘둥그레진 그의 눈에 랑칸이 자신의 손에 기묘한 모습의 칼을 든 채로 씨익 웃고 있는 모습이 비쳤다. 추형도였다.


“이걸 잊으면 안 되지. 뭐, 잘 쓰지는 못하지만.”


“이, 이 비열한 자식이!”


랑칸이 실소를 터뜨렸다.


“비열?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너도 이 칼 본 적 있잖아?”


조든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놈에게 칼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곧 조든은 마음을 다잡고 랑칸을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바로잡기 시작했다. 그 분이 하신 말씀에 따르면 놈의 칼솜씨는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마지막 공격을 위해 칼을 들고 다닐 뿐. 조든은 자리에서 뒤로 살짝 뛰어 랑칸과 천력에게 거리를 두었다. 원거리에서라면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천력에게는 칼도 없었다.


“이야기 해주느라 수고했다. 나도 참느라 열 좀 받았었어!”


랑칸이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조든의 손톱이 그에게로 쏘아지듯 내뻗어졌다. 손톱을 튕겨내며 랑칸은 문득 서라벌국에서의 비무와의 싸움이 떠올렸다. 공중에서의 싸움이라. 적잖이 도움이 된 면이 있었다. 속으로 웃으며, 랑칸이 땅에 착지하며 천력에게로 소리쳤다.


“천력, 무킨의 칼을 들어!”


조든이 랑칸을 잊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 무킨이 떨어뜨린 거대한 칼이 어딘가에 놓여있었다. 무킨 정도의 검사도 자유자재로 칼을 휘두르는 것을 보면 천력이 그 칼을 집는다면 승산이 없을 것이 뻔했다. 랑칸의 짧은 칼은 잊고 천력이 그 것을 손에 넣는 것일 막아야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천력은 어느새 작은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고, 게다가 조든을 보며 빙긋 웃고 있었다. 천력이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모습으로는 욕을 잘 안하지만. 병신.”


얼떨결에 조든이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치료를 받고 있던 무킨과 교네신의 모습이 보였다. 교네신이 상체를 일으킨 채로 조든을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있었다. 옆의 무킨은 간신히 오른 손만을 들고 있었는데, 가운데 손가락이 펴져 있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리고 무킨의 옆에는 바람갈이가 꽂혀 세워져 있었다. 경악한 조든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어느새 랑칸이 조든의 옆구리에 파고들어 있었다. 황급히 빠져나가려 했지만, 랑칸이 더욱 빨랐다.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랑칸의 주먹이 갈비뼈 사이로 움푹 들어갔다.


“요괴 사냥꾼치고, 지 무기를 함부로 다루는 녀석은 없거든?”


고통을 못이긴 조든이 팔과 다리를 마음대로 휘둘러댔다. 손발톱 중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오는 것은 쳐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쉽게 피하며 랑칸이 말을 이었다.


“물론, 난 빼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요괴사냥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재개 공지 16.09.21 194 0 -
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69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7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6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1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3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2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8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6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6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9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8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2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9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7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