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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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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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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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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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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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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피로 이어진 16

DUMMY

어느새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온 존은 그 품에 누리안을 안고 있었다. 이미 숨이 멎은 뒤라 온기를 잃어버린 그녀를 바라보며, 존은 슬픔에 가득찬 표정을 지었다.


존의 머릿 속에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목숨의 위협에 시달렸던 나날들. 그를 죽이려고 했던 이들이 피를 나눈 친척들이란 것을 알았을 때 그가 느낀 건 공포가 아닌 허탈함이었다. 하루하루 끊임없는 암살의 위협 속에서도 그는 겨우 목숨을 연명해 결국에는 왕위에 올랐다.


왕위에 오른 후 그가 제일 먼저 한 것은 그를 노린 이들을 모두 잔인하게 학살하는 일이었다. 죽이고 또 죽였다. 배를 가르고 목을 베는 걸로는 모자라 산 채로 꼬챙이에 꿰고, 큰 솥에 삶아서 죽였다. 죽인 다음의 시체로는 요리를 만들어 스스로 먹고, 그 시체의 가족들에게 억지로 먹였다.


인간이 요괴보다 더한 짓을 하면 그 자신이 요괴가 된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점점 남들과 달라지게 되었다. 그 자신도 이제 멈출 수가 없었다. 남을 죽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그보다 더한 쾌락을 찾을 수가 없었다. 죽인 뒤에는 꼭 피를 마셨다. 물로도 채워지지 않은 갈증이 피로는 해결됐다.


그렇게 수백, 수천의 피를 마시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그저 사람들이 두려움에 부르던 말이 아닌 진짜 요괴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마셨던 피 중에 요술사의 그것이라도 들어있던 것일까. 온 몸을 휘감은 광기와 힘은 그의 행동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제는 군대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과 더불어 비슷한 존재가 된 이들과 함께 적군을 습격했고, 전장 한가운데 앉아 시체들을 씹어 먹었다. 그런 그에게 ‘드라큘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원래 이름인 블라드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그는 만족했다.


그런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 건 그의 아내와 딸 뿐이었다. 모두가 그를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고, 그 앞에서 한 마디의 말도 꺼내려 하지 않았을 때, 그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전쟁에서 돌아온 그를 안아주었다. 그 또한 그들 앞에서는 언제나 인지한 가장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어쩌면 그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이 인간이었던 것을 기억하게 해주는 건 가족이었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이었던가. 그날은 뭔가 색다른 기분을 내고 싶었다. 부하들을 거느리지 않은채, 그는 혼자서 적군을 도륙하고, 씹어먹었다. 그렇게 여흥을 즐기고 난 후, 그가 돌아왔을 때 뭔가 성 안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마땅히 나와서 그를 경배해야할 병사들이 그에게 창을 겨누고 있었다.


하찮은 반란인가. 앞을 가로막은 병사들을 웃으면서 가볍게 죽인 후, 성에 들어섰을 때 그는 자신의 직속 부하들이 십자가에 못박힌 채 죽어있는 것을 보았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머릿 속을 스쳤다. 그는 나는 듯이 달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예감에 적중하지 않기를 바라며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그를 반겨주지 않았다.


그의 눈 앞에 십자가의 모습으로 벽에 못박혀 있는 아내와 딸의 시체가 보였다. 그 자신이 했던 것처럼, 그들의 몸도 아래에서 위로 꼬챙이로 뚫리고, 배가 갈라져 내장이 모두 들어내져 있었다. 내장들은 벽에 붙여져 피와 함께 어떤 글을 만드는데 쓰였다.


‘드라큘라에게 죽음을’이라는 글귀를.


그 뒤는 그 자신조차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분노 앞에서 한 나라의 백성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살아남은 몇몇 부하들을 뒤로 하고, 그는 모습을 감췄다. 그 이후로 자신의 부하들이 새로운 종족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들렸지만, 그는 모든 걸 뒤로하고 그저 잠이 들길 바랐다.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잠이 들면 다시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하지만··· 잠들지도 못했지.”


그 또한 자신의 이야기가 확대되고 재생산되어 일종의 전설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과 전혀 닮지도 않은 인물이 무턱대고 피를 탐하는 영화를 직접 본 적도 있었다. 한 때는 자신의 삶을 함부로 농락하는 이들을 죽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천 년의 세월은 그에게서 인간다움의 모든 것을 앗아갔고, 그는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돌이 될 것처럼.


“그리고 나타난게 존, 너였어.”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준 자를 떠올리며, 존은 미소지었다. 이미 죽었지만 그 품 안의 누리안도 따라 웃는 듯 했다. 누리안의 얼굴에서 딸의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비록 존 그 자신조차 이미 까맣게 잊어버린 얼굴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뭔가를 결심한 존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누리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다, 이내 멈췄다. 이것이 정말 옳은 결정인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누리안의 목으로 존이 입을 가져갔다. 입술에 닿는 살갗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존의 입이 살짝 벌어지고,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송곳니가 그 존재를 드러냈다. 송곳니가 아주 살짝 누리안의 목을 파고들었다. 존이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고개를 든 존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에겐 영생이 주어질 것이다. 단, 피를 탐하지 않은 채.”



결국 존은 나오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거야, 랑칸은 투덜거렸다. 천력은 처음엔 저렇게 랑칸이 존을 걱정했었나하며 새로운 눈으로 랑칸을 보았는데, 휴대폰을 계속 확인하며 돈 어쩌구 하는 걸 보니 보수 때문에 그런 것이란 것을 알았다.


그래도 함부로 랑칸을 뭐라 할 수 없었던 것은, 그 또한 이 죽을 고생을 하고 한 푼도 받지 않는 것은 뭔가 억울했기 때문이었다. 그도 존이 진짜로 그들 앞에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물론 이 걱정은 얼마 후에 그들의 통장에 입금된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 덕분에 사라지게 된다.


서라벌국에는 정부의 군이 들이닥쳤다. 으뜸 요괴 사냥꾼을 필두로 한 정부군은 처음에는 서라벌국 군과 전투를 벌일 뻔 했으나, 독고 청의 자수로 인해 무의미한 교전을 피할 수 있었다. 마지막 의식 때 보이진 않았어도 어딘가에 숨어 모든 일을 지켜본 모양이었다. 뱀파이어 로드에게 협력할 정도로 강단이 보통이 아닌 인물이었지만, 드라큘라가 직접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그 또한 두렵지 않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물론, 독고 청이 자수하기 전에 존의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랑칸과 천력이 받아내긴 했지만.


당분간 서라벌국의 1구역은 통제 구역이 되었다. 남아있는 뱀파이어들을 처리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시설’에 관련해 정부에서 관리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혹자가 말하기를 통제 구역이 된 이유는 정부군조차 그 안에 남아있는 뱀파이어의 세력을 몰아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뭔가 엄청난 것이 아직도 살아남아 그 안에서 들어오는 인간들을 족족 죽여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쩝. 우린 이번 일에 별로 한게 없구만.”


서라벌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벌판. 멀리로 높이 솟아오른 귀한막이가 보였다. 발전된 도시와 정반대로 랑칸과 천력이 서있는 곳은 그저 풀 밖에 없었는데,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보통 사람의 발목 정도 길이의 작은 풀들이 하늘거리며 흔들렸다.


휴대폰에 뜬 숫자를 바라보며, 한참이나 입이 헤벌레 있던 랑칸이 갑자기 휴대폰을 닫으며 말했다. 큰 돈을 받기는 했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일의 시작부터 마무리는 죄다 존이 하지 않았던가?


“살아 있는 것만 해도 어디야. 그런 어마 어마한 놈들 사이에 있었는데.”


천력의 말에 랑칸이 하긴 그래, 하며 미리 세워둔 자동차에 올라탔다. 눈부시게 밝은 햇빛 아래 은색의 차체가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그 뒤를 바로 따라가지 않은 채, 천력은 그의 앞에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빨리 안오고 뭐해?”


랑칸이 성을 냈다. 알았어, 천력이 대답한 후,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은 채 자동차로 향했다.


잠시 후, 약간의 굉음과 함께 자동차가 출발했다. 자동차가 일으킨 바람 때문에 곁의 풀들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천력은 내심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날아가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그들이 떠난 자리에, 땅에서 약간 솟아오른 흙더미가 보였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면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무덤인 듯 했다.


그리고 그 앞에 눈처럼 새하얀 난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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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69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7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6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1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3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2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9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6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6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9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9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3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9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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