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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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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50
추천수 :
623
글자수 :
65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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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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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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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Prologue. 오래 전 약속

DUMMY

<C-POP Artist season 5>!

안녕하세요. 참신한 신인들의 등용문, <C-POP Artist>의 MC를 맡은 가수 홍영기입니다.

<C-POP Artist>가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저희 CBC에서는 이 아름다운 무대의 주인공이 될 여러분의 참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참가신청이 시작됩니다. 접수 방법이 아래에 나가고 있는데요. 여러분의 삶에 전환점이 될 이번 기회, 놓치지 마십시오.





“아유.”


서울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은별이 대형 TV 화면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서희는 그녀가 뭘 보나 싶어 뒤돌았다가 한숨을 쉬었다.


“너 저기 나가고 싶어?”

“···.”

“나가고 싶을 수야 있지. 꿈이야 이뤄지든 말든 꿀 수 있는 거니까.”


두 사람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실용음악학원에서 만났고, 취미로 배웠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졌던 점이 같았다. 둘은 작년에도 CBC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C-POP Artist>의 참가자 모집 영상을 보고 참가할까 얘기하다 웃어넘겼다.

그런데 은별이 전과 다르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진짜로 팀 먹고 나가 볼까? 너나 나나 지금은 할 일도 없잖아.”

“···.”

“또 알아? 제 2의 ‘볼빨간 사춘기’ 될지?”


이 말에 은별이 대꾸하지 않자 서희는 혼잣말처럼 ‘으응. 그쪽이 아닌가?’라고 주억거리며 TV를 보았다.


서희는 서울 지역 대학교의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올해 있었던 모든 시험에서 불합격한 후 공부를 더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은별은 수도권 대학교의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여러 기업의 공채에 응시하고 있지만 합격가능성은 높지 않다.


서희는 꽤 부유한 집안에서 살고 있고, 그녀의 아버지는 취업이 잘 안 되면 자신의 회사로 들어오면 된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반면 은별은 스스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인생이란 건 오디션의 연속이잖아. 거기에 하나쯤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저거 한 번 나가본다고 무슨 큰일이 생기겠어?”

“···.”

“정 안 되면 너도 회사에 꽂아달라고 아빠한테 얘기해볼게.”

“아니에요.”

“그건 나중 문제고. 어쨌든 저거 한 번 해보자. 어때? 오래 걸려봤자 한두 달이겠지 뭐.”


서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워섬기다가 문득 눈을 빛냈다.


“아! 얘, 은별아.”

“네.”

“내가 너한테 얘기한 적 있나? 내가 너 만나기 전에 다녔던 학원에 보컬트레이너.”

“되게 빡세게 시켰다는 사람이요?”

“응. 그 사람한테 부탁해볼까?”

“···.”

“실력은 장난 아니야. 인디밴드 출신인데 피아노랑 기타 잘 치고 노래도 되게 잘하고 곡도 몇 개 만들었다고 들었어. 요새는 보컬트레이너 안 하고 기타만 가르친다던데, 그래도 그 실력이 어디 가겠어?”

“아니에요.”


은별의 답에도 불구하고 서희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곧바로 손을 내저었다.


“그럼 공부할까? 너도 싫잖아. 또 알아? 홍영기 말대로 삶의 전환점이 될지?”

“···.”

“트레이너님 한 번 만나보자. 만나서 얘기하는 게 큰일도 아니잖아. 그 사람이 정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혹시 알아? 하자고 할지?”

“···.”

“얘기도 안 해보고 포기하는 것보단 말이라도 해보는 게 낫지. 그리고 그 남자 진짜 잘생겼거든.”


은별은 묵묵히 듣다가 서희의 마지막 말을 듣고서 미소를 띠었다.


“언니 그분 좋아해요?”

“한때 좀?”

“···.”

“근데 내가 몇 번을 데이트 신청해도 반응이 없더라고. 좋다 싫다 말도 안 해. 설마 게이였나?”


서희의 마지막 말은 물론 농담이었지만 은별은 정말 그런 이유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서희와 함께 커피숍에 앉아 있으면 이따금 그녀에게 번호를 물어보는 남자들이 나타나곤 했고, 얼마 전까지 서희의 전화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 알림이 울렸기 때문이다.

다만 은별은 자신 역시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 남자 되게 재미없고 음악 얘기밖에 안 해. 처음엔 똑같은 노래만 계속 시켜서 트레이닝보다 스트레스 더 받아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거든? 근데 끝나고 나면 스트레스 따위 기억도 안 났어.”

“왜요?”

“멋있어서. 이상형이 무표정하게 일만 하다 완전 집중한 눈으로 나 쳐다보니까 되게 설레더라고.”

“와아.”

“처음 봤을 때 영화배우인 줄 알았다니까. 너도 박보검이나 차은우 보면 좋지 않아? 근데 그게 내 남자라서 그런 건 아니잖아.”

“네에?”


대체 얼마나 잘생겼기에 잘생긴 배우들의 대명사까지 거명된단 말인가.

서희가 남자에 대해 이렇게까지 말한 적이 없었기에 은별은 문득 그 남자가 궁금해졌다.


“너도 한 번 보면 같이하고 싶어질 걸? 기다려 봐. 전화해볼 테니까.”

“어? 어···.”


은별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서희는 전화를 귀에 대고 있었다.



***



“오늘은 박스가 많네요?”

“오늘따라 한두 개씩 주문한 게 많아서요.”

“뭐, 덕분에 몇 푼이라도 더 벌겠네요.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예.”


정완은 택배기사에게 깊숙이 인사한 후 멀어지는 탑차를 보다 몸을 돌렸다.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손님이 모니터 화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제품은 마음에 드십니까?”

“네. 속도도 빠르고 잘 돌아가네요. 근데 워드프로세서 같은 건 안 깔아줘요?”

“그쪽은 저희 일이 아니고 불법이라서요. 죄송합니다.”

“알았어요. 그럼 다 된 거죠?”

“예. 제가 옮겨 드리겠습니다.”


정완은 완성된 컴퓨터 본체를 손님의 자가용 뒷자리에 놓은 후 명함을 내밀었다.


“사용하시다가 궁금한 거 있으시면 이쪽으로 전화 주세요. 통화 안 될 때는 문자나 톡 주시면 사장님이나 제가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젯밤에 그렇게 전화할 때는 안 받으시더니.”

“영업시간 후에는 통화가 안 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네.”


정완은 손님의 차량이 주차장을 나가는 모습을 본 후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길게 쉬었다.


“휴우. 사장님은 또 안 오시는 거야? 물건 있음 차라리 지금 주고 가시지.”


정완은 중고 컴퓨터 부품점에서 일한다.

그는 회사에 들어온 컴퓨터 부품의 사양을 파악한 다음 작동을 검수하고 인터넷 중고물품 카페와 회사 블로그에 올려 주문받아 보내는 일을 맡고 있다. 직원이 셋뿐인 업장에서 영업과 회계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하는 셈이다.


사장인 성규는 정완이 업무에 능숙해진 후부터 외부 영업에 집중했고, 들어오는 부품이 많아지자 사람을 한 명 더 채용했다. 그렇게 입사한 필준이 하필 오늘 쉬는 날인데다 오늘따라 주문마저 많았던 것이다.

특히 방금 나간 손님은 부품을 잔뜩 구입한 후 이틀간 정완을 괴롭혔으며, 정완은 결국 그의 컴퓨터를 조립해 주고서야 그를 보낼 수 있었다.


“아무리 PC 조립이 쉬워도 공부할 건 해야지. CPU, 램, 그래픽카드도 구별을 못하는데 조립은 좀 그러니까.”


정완은 마스크를 착용하며 사무실 옆 창고로 들어갔다. 오전에 들어온 중고부품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었다.

그는 각 부품의 먼지를 털어내고 봉투에 담은 다음 품명을 적고 종류별로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한동안 작업에 집중해 있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이 전해졌다.


“여보세요.”

[트레이너님! 오랜만이에요.]

“어?”

[저예요, 서희.]

“어? 어어, 왜?”

[일하고 있으세요? 바빠요?]

“응.”

[오늘 잠깐 저 볼 수 있어요? 상의할 게 있는데.]

“나한테?”


정완은 서희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다.

서희는 정완이 보컬트레이너로서 마지막으로 가르친 수강생이었다. 정완은 서희의 기본기가 뛰어났고 자신의 가르침을 휴지처럼 빨아들인다는 이유로 취미로 노래를 배우던 사람을 보컬전공 대입준비생처럼 혹독하게 가르쳤다. 서희는 다른 수강생들이 트레이너를 바꿀 때도 정완만을 고집하여 그가 학원을 그만둘 때까지 곁에 남았고, 그 후에도 이따금 전화하곤 했다.

정완은 혹시 자신에 대한 마음이 아직 남은 걸까 생각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알고 지낸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주앉아 밥 한 번 먹은 적이 없는데 그럴 리가.


[오디션 때문에 부탁할 게 있어서요.]

“오디션?”

[친한 동생이 있는데 얘랑 같이 오디션 나가고 싶어서요. 얘는 저보다 노래 더 잘해요.]

“후우.”


정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음악에 꿈을 가지고 오디션에 도전하거나 인디밴드가 되어 대학가를 전전하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그들 중에 성공하는 이들, 즉 팬들의 기억에 각인되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가 하지 말라고 말하려는데 서희가 먼저 말했다.


[나갈지 안 나갈지는 모르겠어요. 트레이너님이랑 얘기나 해보고 정하려고요.]

“미안한데 나 지금 바빠.”

[일 몇 시에 끝나요?]

“글쎄.”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요. 저나 얘나 할 일 없거든요.]

“후우.”


정완은 또다시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알겠어. 9시에 보자. 어디로 가면 돼?”

[일하시는 데가 어디예요? 저희가 그쪽으로 갈게요.]

“응암역 근처야.”

[삼십 분도 안 걸릴 거예요. 근처 커피숍 들어가서 문자 보낼게요.]

“천천히 와. 끊을게.”

[네.]

“···후우.”


전화를 끊은 정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또 한숨을 쉬었다.


“오디션? 그것도 끝물이야. 방송사 오디션 나가려면 학원이나 인디밴드 오디션부터 통과해야지. 게다가 거기서 방송 타는 애들은 0.1퍼센트이고, 걔들도 결국 자본에 밀리는데.”


음악 전문 케이블 TV에서 2009년부터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때 전국을 휘몰아칠 정도의 열풍을 일으켰다가 지금은 많이 사그라진 상태다.

현재는 방송에 출연하지 못해 도태된 아이돌 가수나 수련 중인 기획사 연습생 등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이나 특정 계층만을 겨냥한 프로그램 몇이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 유일하게 남은 일반인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인 <C-POP Artist>마저도 이제 순수한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보기는 힘들다.

댄스 전문 기획사에서 수련하던 연습생이나 인디 신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밴드들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오디션에 나서면서부터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설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오디션은 결국 몸값의 싸움이지. 재벌은 경영권으로 싸우고, 건물주는 임대료로 싸우고, 자영업자들은 손님 숫자로 싸우는 것 같은.”


정완은 인디 신에서 천재성을 인정받았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그의 삶은 더 궁핍해졌다.

공연할 장소가 한정된 반면 인디밴드는 넘쳐났고 공연비는 나날이 떨어졌다. 그는 공연비만으로 생계와 음악 활동이 가능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절감했다.


정완은 공연 중 험한 일을 겪었고, 이 일로 인해 팀 내 불화의 중심에 서는 한편 첫사랑과 이별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를 여의었고, 장례식장에서 리더에게 괴롭힘을 당하자 더는 견디지 못하고 밴드를 탈퇴했다.

그 후 그는 실용음악학원에서 보컬트레이너 일을 하다 쫓겨났고, 다른 학원에서 기타를 가르치다가 학원 사정이 나빠지는 바람에 일을 그만두면서 아예 음악에서 손을 뗐다.


“지금 모집하는 오디션이면 <C-POP Artist>겠지? 거기 기획사들은 다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게 쉬우면 오디션 프로가 있을 이유도 없지.”


정완은 마스크 안으로 자조 섞인 말을 뇌까리며 먼지 쌓인 그래픽카드를 집어 들었다.



***



정완은 직장 근처 번화가 한쪽에 자리한 커피숍의 문을 열었다.

거울을 보다 문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하던 서희가 그를 알아보고 환한 얼굴로 일어섰다.


“트레이너님. 여기요.”

“응.”

“이쪽으로 앉으세요.”


원탁에는 빈 의자가 둘이었다. 한 곳에는 약간 줄어든 커피가 놓여 있었고 다른 자리에는 방금 나온 듯한 커피와 샌드위치가 있었다.

정완은 서희가 가리킨 자리에 앉아 새 커피를 쥐었다.


“잘 지냈어?”

“네.”


서희는 정완의 물음에 답하며 그를 빤히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배시시 미소 지었다. 심장박동이 느껴진 건 마지막으로 그를 본 후 처음이었다.

먼지 묻은 작업복 차림새였지만 영화배우를 때려눕힐 것 같은 잘생긴 얼굴에 흰자가 유달리 희어 맑은 눈빛은 여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를 봤던 때와 다름없는 얼굴에 서희는 하마터면 대뜸 나이 안 먹었냐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완에게만큼은 제 생각과 다른 말이 나오곤 했다.


“저녁 안 먹었어요?”

“먹었는데···.”

“어? 그래도 일하느라 출출하셨을 텐데 샌드위치 드세요. 저희는 먹었어요.”

“그래. 고마워.”

“네? 아니에요.”


정완은 과자만 먹었기에 배고팠지만 자신의 마지막 수강생 앞에서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샌드위치를 한 입만 베어 문 후 커피를 마셨다. 최근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언제 마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반면 서희는 예전에 여기와 같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정완과 단둘이 왔던 일을 생각했다. 그때와 다름없는 인테리어와 이 남자의 모습이 지금도 참 잘 어울리고 있었다.

게다가 고맙다니. 서희는 그 한 마디를 또 들을 수만 있다면 샌드위치 열 개도 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각한 부탁을 해야 하는데 입가에 자꾸 미소가 맺히는 게 걱정되어 그녀는 또 톤업 쿠션에 붙은 거울을 보며 기분을 가다듬었다.


“동생은?”

“화장실 갔는데 줄 섰나보네요. 금방 오겠죠.”


정완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희는 표정을 고쳐먹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트레이너님. 저 동생이랑 씨팝 나가고 싶어요.”

“씨팝···.”

“저희 도와주세요.”

“안 돼.”

“조건도 안 듣고 안 돼요?”

“미안하다. 못해.”


정완은 뾰로통해진 서희의 시선을 외면하며 창밖을 쳐다보았다.

명확한 거절이었지만 서희는 말을 이었다.


“오디션 기간 동안 트레이닝 부탁드리려고요. 매일 아니어도 되고, 한 시간이든 30분이든 괜찮아요.”

“···.”

“대가 없이 해달라는 거 아니에요.”

“나 음악 안 해.”

“학원에 계시는 거 아니었어요? 기타 트레이너 하신다고···.”

“그만두고 이제 다른 일 해. 옷 보면 알잖아.”

“왜 그만두셨어요?”


정완은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학원 문 닫았어. 내가 경쟁력이 없으니까 그랬겠지.”

“경쟁력이 없다고요?”

“너 있던 데서는 쫓겨났지. 나한테 트레이닝 받으려는 학생이 없었으니까.”

“학원에서 트레이너님한테 일부러 학생을 배정 안 해서 그런 거죠. 잘 배우던 애들까지 다른 트레이너한테 보내버리고.”

“···.”

“트레이너님 계셨던 밴드 리더가 거기 원장한테 뒷담화해서 그런 거 알아요. 가르쳐주시는 건 방송 나가고 유명하다는 분들보다 트레이너님이 더 확실하고 좋았어요.”

“난 그냥 너 많이 괴롭힌 것뿐이야.”

“처음엔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힘들었던 만큼, 아니 저는 그 이상 실력이 올랐다고 생각해요.”


서희의 말에도 정완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트레이너 소개해줄 수는 있어. 너 정도면 프로까진 몰라도 준프로 레벨은 되니까. 근데 서희야.”

“네.”

“취업 스펙 쌓으려고 하는 거면 일찌감치 그만 둬.”

“전 그런 거 필요 없어요. 공무원 아님 아빠 회사니까.”

“그럼 당장 할 일이 없으니까 해보겠다는 얘기인가?”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서희의 말에 정완의 시선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이왕 할 거면 진지하게 해야죠.”

“이왕? 진지하게? 푸후후.”


정완은 바람 빠진 웃음을 흘린 후 커피의 얼음을 아그작아그작 씹으며 말했다.


“누구나 진지하게는 해. 근데 거기 나오는 애들은 실력이 최소 너야. 그러니까 절실함에 자존심 버리기 싸움이 되겠지.”

“···.”

“넌 공무원이랑 아빠 회사 포기하고 오디션에 올인할 수 있어?”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 생각이라 안 된다는 거야. 오디션은 두 손으로 있는 힘껏 들어도 들릴까 말까 하는 가방인데, 넌 지금 한 손에 아빠 회사를 들고 있고 다른 손으로 이거 한 번 들어볼까? 이러고 있으니까.”

“하아.”


정완이 다시 창밖을 바라보자 서희는 짧은 한숨을 쉬었다.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정완은 똑같은 연습곡 다섯 개만 부르고 들으며 스스로 장단점을 찾아내어 기록하게 하다가 보름 후 서희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래한 후에야 보컬의 문제점을 짚으며 하나하나 고쳐주었다.

나중에 그는 절실하지 않으면 취미도 안 된다면서 ‘그때 너 신기하게 절실해졌지.’라고 말했다.


“노래하고 싶어요.”

“노래방에서 해.”

“지금부터 열심히 트레이닝 받고 미션곡 죽어라 연습해서 부르면 안 되는 거예요?”

“그게 죽어라야? 난 어슬렁어슬렁 하겠단 소리로밖에 안 들리는데?”

“저는 지난번에도 절실하게 했다면서요.”

“맞아. 그땐 그랬어.”

“하아.”

“다른 거 다 포기하고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해. 그럼 할 수 있을 거야. 누구한테 트레이닝 받든 그렇게만···. 앗!”

“안녕하세요.”


정완은 빈자리의 주인을 알아보고 온몸이 굳어 버렸다. 은별은 아까부터 정완의 차림새를 훑어보며 서 있었다.

은별이 딱딱한 얼굴로 정완을 바라보며 서희에게 말했다.


“언니.”

“응.”

“얘기 다 들었어요.”

“어? 어.”

“간단히 얘기해서 우리가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 이거네요?”


자신에게 단 한 번도 썼던 적 없는 말투에 서희의 눈이 커졌다.

은별이 제 팔짱을 끼고 묵직한 시선으로 정완을 쏘아보며 말했다.


“오빠.”

“···.”

“우리가 절실하지 않으면 오빠가 우리를 절실하게 만드세요.”

“너···.”


서희는 제가 생각도 못했던 호칭을 듣고 뭔가를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은별은 오빠라고 부르는 남자가 친오빠 말고는 한 사람뿐이라고 이야기했었다.


6년 전 고등학교 졸업식 날, 은별은 친구들과 함께 대학가에 놀러가서 한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다 기타리스트의 멋진 연주와 잘생긴 외모에 반했다.

다음 날 그녀는 공연장 맨 앞에 앉아 그 기타리스트를 빤히 쳐다보았고, 공연이 끝난 후 그가 은별에게 고백을 했으며, 그 후 두 사람이 함께했던 시간을 은별은 ‘그땐 정말 미쳤었다’고 회상하곤 했다.

하지만 은별의 부모님은 둘의 교제를 극심하게 반대했고, 결국 그 남자는 은별을 떠났다. 은별은 지금도 이따금 그와의 추억을 이야기하지만 그것뿐이라고, 다시 만날 수도 없고 만나서도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다···.


“오빠는 그 정도쯤 쉽게 할 수 있잖아요.”

“후우.”


정완은 깊은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어둠이 만든 창문의 거울로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헝클어진 머리의 자신이 보였다.

언젠가 한 번쯤은 만날 날이 올 거라고 했지. 열심히 사는 수밖에. 그땐 웃어줘야 하니까···.

비좁고 허름한 방에서 잠들 때 이따금 생각났던 사람이 하필이면 이런 모습의 자신 앞에 있다니.

최악의 재회였다.


정완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꼭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

“···.”

“아님 하지 마. 아니, 하든 말든 괜찮은데 나 끌어들이지 마.”

“왜요?”

“나 음악 관뒀어. 싫다.”


정완은 텅 빈 눈빛으로 은별을 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희야. 미안하다.”

“네?”

“근데 네가 날 여기 안 불렀으면 내가 미안할 일도 없었을 거야.”

“···.”

“다른 트레이너 소개해줄 수는 있어. 그래도 다시 생각해. 갈게.”

“어어···.”


정완은 서희가 뭘 말하기도 전에 커피숍을 나가 버렸다.

은별은 그가 나가고 서서히 닫히는 유리문을 째려보며 말했다.


“언니 우리 씨팝 나가요. 나가야겠어요.”

“어?”

“난 오빠랑 얘기 좀 할게요. 미안한데 먼저 들어가요. 톡 할게요.”

“어, 야···.”


은별은 가방을 집어 들며 커피숍을 뛰어나갔고, 서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쇼윈도 밖으로 사라진 그녀의 모습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은별은 한참을 달린 끝에 정완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정완은 은별에게 옷깃을 잡히자마자 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가려고요?”

“···.”

“정말 가려고? 우리 다시 만났는데?”


정완은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다 짐짓 무덤덤하게 말했다.


“나 가야 해. 일하다 말고 왔어.”

“이렇게 빨리 들어가려고 나온 거 아니잖아요.”

“···.”

“나랑 얘기 좀 해요. 부탁 있어요.”

“후우.”


정완은 은별의 시선을 외면했다. 묵직한 것에 얻어맞아 내려앉은 가슴이 숨 막히는 무더위로 인해 더 답답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옆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가 은별을 앉혔다.

은별은 그가 체리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 걸 보고 조그맣게 미소 지었다.


“아직 기억하네요? 내가 체리 좋아하는 거.”

“시원해지면 들어가. 바래다···.”

“안경은 왜 썼어요? 연주도 안 하는데?”


정완은 느리게 말을 잇다가 은별의 말에 긴장했다. 자신의 말을 끊고 들어오는 말에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밴드 공연할 때만 선글라스를 썼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은테 안경을 툭 올리며 말했다.


“전에도 써야 했는데 안 썼던 것뿐이야. 눈이 더 나빠져서 안 쓸 수가 없었어.”

“오빠. 그거 알아요?”

“···.”

“나 가수 하고 싶게 만든 사람이 오빠인 거?”

“별아···.”

“난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노래 정말 잘한다고, 조금만 배우면 밴드 메인보컬 할 수 있겠다고 했던 사람이 오빠예요. 기억 안 나요?”


정완은 무심코 예전의 애칭을 불렀다가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은별은 서로를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했던 오래 전 약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은별은 객관적으로 봐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보컬리스트였다. 기본기와 호흡, 두성에서 나오는 깔끔한 고음과 풍부한 감성까지.

정완은 그녀의 이 능력이 어디서 배워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여러 가수의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다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게 더 놀라웠다.


한때 정완은 밴드를 탈퇴한 후 은별과 함께 오디션에 참가해 볼까도 생각해 보았다.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시작된 <C-POP Artist>에서 혼성 듀엣이 참가하여 주목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짓곤 했다.


“별아. 정말 미안한데 그건···.”

“미안하면 노래하게 해주세요. 아니,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후우.”

“무릎 꿇을까요? 미안한 건 내가 더 많은데?”


4년 전 두 사람은 1년의 행복과 1년의 눈물로 이어 온 만남을 뒤로 하고 돌아섰다.

정완의 연습실이나 공연장에까지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은별의 어머니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헤어지던 날 은별은 정완에게 한 번쯤은 다시 만날 테니 잘 살라고 말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녀는 한 남자의 고백을 거절하며 자신이 한동안 정완을 잊고 살았음을 깨달았고, 두 번 다시 그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우울했다.


바로 오늘 그 한 번의 일이 일어났다.

물론 은별도 이런 식일 줄은 몰랐다.


“오빠 힘들어 보여요.”

“내가?”

“그렇게 바빠요? 저렇게 예쁜 언니 만나러 나오면서 옷도 못 갈아입고 머리도 못 빗을 만큼 그렇게?”

“바빠. 기술도 뭣도 없는데 몸으로 때워야지.”

“하아.”

“힘들긴 하다. 간만에 음악 얘기 들으니까.”

“하아.”


은별은 고개를 돌리며 연달아 한숨을 쉬었다.

이 남자는 한때 음악으로 세상을 꿇어 엎드리게 만들겠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은별은 그런 그의 모습을 사랑했다.

자신 역시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기에 정완이라도 잘 지내기를 바랐건만, 이런 모습으로 마주앉은 현실이 씁쓸했다.


“미안해요. 전엔 오빠 많이 원망했는데, 내가 너무 늦게 알았어요.”

“···.”

“우리 엄마가 오빠한테 못할 짓했잖아요.”


정완은 공연장에서 은별의 어머니로부터 부모도 없고 근본도 없는 놈이라는 말과 함께 따귀를 얻어맞고 주스를 뒤집어쓰기도 했는데, 은별은 정완과 헤어지고 1년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고 밤새 울었다.

함께 노력하면 인정해주실 거라고 말하던 정완마저도 이 일로 의지가 꺾인 것이다.


은별의 눈에 그때처럼 눈물이 고였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오빠보고 근본 없다고 해요. 그때마다 난 엄마가 더 근본 없다고 하고요.”

“···.”

“그래서 오빠가 뭐라고 해도 나 할 말 없어요. 근데, 이럴 거면 나한테 꿈을 만들어주지 말았어야죠.”

“별아···.”

“오빠 아직 나한테 못한 거 있어요. 무대에서 누구보다 멋지게 노래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정완은 말도 잇지 못한 채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희 언니랑 내가 떨어질 때까지만 해요. 딱 한 번이어도 괜찮아요. 나 무대에만 세워주세요.”

“나 이제 음악 안 해. 정말 싫어.”

“그럼 예선에서 그냥 떨어뜨려요. 아니면 내년에 할래요?”

“후우.”

“염치없다는 거 알아요. 근데 오빠니까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음악 제일 잘하는 사람이 오빠니까.”

“···.”

“아무 때든 떨어지면 웃으면서 떠날게요. 난 오빠의 음악에 끌렸으니까 음악으로 보내주세요.”

“그래. 그랬었지.”


정완은 한참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그때 난 너한테 음악 빼곤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얘기가 왜 그렇게 가!”


은별의 톤이 높아지자 옆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학생들이 이상한 눈으로 이들을 째려보았다.

주문했던 아이스크림이 나왔다는 말에 정완이 데스크에 가자 직원이 그에게 말했다.


“저, 손님. 죄송하지만 조금만 작게 얘기해 주시겠어요?”

“아, 예. 알겠습니다.”

“소리쳐서 미안해요. 가요.”


은별은 그대로 가게를 나갔다. 늦은 저녁 같지 않은 무더위가 깊은 한숨마저 막아버렸다.

그녀는 근처에 있던 은행의 ATM 영업점으로 앞장서 들어갔고, 정완이 주춤거리다 따라 들어왔다.


“여긴 왜.”

“여기서 먹어요. 아이스크림.”

“어.”

“앉아요.”


오늘처럼 더웠던 어느 여름날, 커피숍에 들어갈 돈마저 아쉬웠던 때에 두 사람은 편의점에서 1+1 판매 중이었던 아이스크림을 사서 ATM 영업점 안에서 먹었다.

은별은 정완이 만든 노래를 틀어놓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에어컨도 빵빵하고 맨바닥에 앉으니 커피숍보다 시원하다며 좋아했고, 정완 역시 미안함을 떨치고 환히 웃었다.

정완은 그때를 자신의 삶에서 가장 순수하고 찬란했던 때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때보다 비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도 표정이 밝지 않은 것은 지나온 세월만큼 잃어버린 순수함과 그 자리에 쌓인 현실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탁할게요. 이대로 파묻히기엔 오빠 재능도 아까워요.”

“···.”

“나한테 재능 많다고 했죠? 그렇게 말한 사람 오빠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오빠가 내 재능 꺼내주세요. 오빤 할 수 있어요. 부탁이에요.”

“후우.”


정완은 ATM 기계를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작가 진사로(眞師路)가 오랜만에 작품으로 인사드립니다.

오랜만에 와보니 설레네요.


재작년 연재했던 <오디션>의 후속작 <오디션 2>를 연재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오디션 2>는 매주 일요일과 목요일에 연재할 예정입니다.

비축분이 쌓이는 상황에 따라 예고 없는 연참이 있을 수 있습니다.

1회 연재의 분량은 6~7천 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따 한 회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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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Round 8.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21.09.01 68 5 26쪽
51 Welcome. 하루를 마무리할 때 21.08.28 60 5 19쪽
50 Change. 모두의 힘으로 21.08.27 65 5 20쪽
49 Round 6. 아쉬움과 미련이 없도록 21.08.23 74 5 28쪽
48 Ago.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21.08.18 84 6 29쪽
47 Confidence. 생각할 시간 일주일 21.01.04 93 5 27쪽
46 Round 5. 어느 배우와의 이별 +2 21.01.01 89 6 28쪽
45 Relation. 꿈이 아니라는 걸 +2 20.12.04 116 6 26쪽
44 Self. 돌아선 길 위에서 +2 20.11.20 127 6 30쪽
43 Encore. 복수의 시간 +2 20.11.13 117 6 26쪽
42 Special 2. 바보가 된 천재들 +2 20.11.09 118 7 28쪽
41 Special 1. 희망을 노래하는 겨울 +2 20.11.02 135 6 28쪽
40 Preparing. 서로를 만나는 이유 +2 20.10.26 133 6 26쪽
39 Blind. 오해를 풀고 남은 자리에 +4 20.08.18 159 8 22쪽
38 Composer. 눈은 이미 맞았고 +2 20.08.13 147 7 21쪽
37 Radio. 진심으로 대하기에 더 빛나는 이들 +2 20.08.11 136 8 26쪽
36 Cooperation. 침묵의 이 순간 +2 20.08.04 153 8 26쪽
35 Innocence. 꿈이라고만 여겼던 것 +2 20.07.30 169 7 23쪽
34 Producing. 입 헤벌리고 표정 관리 못하지만 +2 20.07.28 165 9 26쪽
33 Affableness. 오래 전 우리 +2 20.07.21 176 7 38쪽
32 Along. 대타로 때려낸 홈런 +4 20.07.16 171 9 30쪽
31 Beginning. 음악은 변하지 않았다 +6 20.07.12 158 8 34쪽
30 Some. 애써 외면했던 진심 +4 20.07.07 168 10 22쪽
29 Opening. 속 깊은 이야기들 +4 20.07.05 166 9 28쪽
28 Yearning. 두 사람의 두 마음 +6 20.06.30 176 9 20쪽
27 Quest. 그녀의 마지막 미션 +2 20.06.25 156 10 29쪽
26 Showdown. 또 다른 사랑이 다가오다 20.06.18 165 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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