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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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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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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쪽

Final. 두 사람의 마지막 경연

DUMMY

<C-POP Artist>에서는 각 참가자들에게 경연 준비 기간을 충분히 주지만, 여기에 예외가 되는 때가 바로 결승전이다. 준결승전이 끝난 후 결승전의 미션을 발표하는 것은 짧은 기간에 미션에 대응하는 능력까지 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결승전에서는 전과 달리 한 곡만 부르고 심사받는 과정을 세 번 거치는데, 이것 역시 집중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결승전의 첫 번째 미션은 ‘상대가 불러야 할 나의 노래’로, MC 홍영기는 결승전 진출자를 발표한 자리에서 ADHT와 선우예린에게 이것을 물었다.

ADHT는 전민재가 작곡한 4라운드 사전대결의 창작곡 <우리는 모두 친구>를, 선우예린은 4라운드에서 불렀던 <노래는 거짓말을 못해요>(알리)를 상대에게 부르도록 했다.


두 번째 미션은 ‘롤모델의 노래 부르기’다.

이것은 <C-POP Artist season 5> 참가신청서에 써 넣은 롤모델 가수의 노래 중 하나를 부르는 미션이다.

두 팀의 롤모델 역시 미션과 함께 공개되었는데, ADHT는 신나지오, 예린은 거미였다.


그리고 세 번째 미션은 자유곡으로, KP의 하인길과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의 담여원 모두 창작곡을 부르겠다고 공언했다.


<C-POP Artist> 시청자들은 지난 시즌과 달라진 미션에 환호했다.

특히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미션을 노래할 사람이 아니라 상대방이 지정하도록 한 점에 대해 참신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ADHT의 팬들은 이 팀이 첫 번째 미션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고 이야기했다.

예린의 뒤에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프로듀서가 있어 <우리는 모두 친구>를 어렵지 않게 편곡할 수 있겠지만, 가창력이 다소 떨어지는 ADHT가 소울이 짙은 발라드 곡을 어떻게 소화하겠는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ADHT 팬들 사이에서 이 미션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그렇다면 ADHT도 1라운드에서 했던 <Tell Me>(인피니트)를 선우예린한테 시켰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의견에 쑥 들어가 버리기도 했다.

즉, 이 미션에서는 순발력이 필요했고 ADHT는 그게 부족했다는 뜻이었다.


한편 <C-POP Artist>의 시청자들은 홀수 번째 시즌마다 KP와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의 가수가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사실을 이야기하며 이번 시즌에도 그렇게 된 것을 신기해했다.

특히 세 번째 시즌이었던 재작년에는 KP의 신나지오와 뮤컬트의 전현수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 끝에 근소한 점수 차이로 신나지오가 우승했는데, 당시 두 팀은 ADHT 및 예린과 같은 10대 댄스 아이돌과 20대 초반의 소울 보컬리스트였다.


그런데 이번 시즌의 두 팀은 신나지오와 전현수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고 있다.

신나지오는 네 멤버가 비보이 출신인데다 <C-POP Artist>에 참가하기 위해 보컬트레이닝을 받아 노래와 춤에서 모두 뛰어났던 반면, ADHT는 노래에 대해서만큼은 아직 수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예린은 작년 연말특집부터 두드러지게 성장하여 이번 결승전 무대에서 현수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예상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예린의 팬뿐 아니라 든솔과 미유, 순정남녀, 한미연사 등 뮤컬트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의 팬들은 이번 시즌이 뮤컬트에서 우승자를 배출할 적기로 보고 지인들까지 동원하여 예린에게 투표할 것을 앞 다투어 독려하고 있었다.

첫 시즌의 든솔과 세 번째 시즌의 현수 모두 심사위원 점수에서 상대를 앞섰지만 투표 점수에서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예린이 우승하기를 바라는 시청자 중에서는 ‘KP가 독주하는 것을 막을 팀이 나와야 예능프로그램의 재미가 더 있지 않겠는가’라는 이유를 대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CBC 방송국의 경영진에서는 이와 비슷한 이유로 <C-POP Artist>의 존속을 논의하고 있었다.


CBC에서는 드라마 주연배우들도 연극과 뮤지컬계에서 직접 발굴하는 일이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 절감이다.

<C-POP Artist> 역시 이 기조를 따르며 개성 있는 가수들을 발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TV에 얼굴을 내미는 가수들은 대부분 신나지오 등 아이돌뿐이고, 이들마저도 대형 기획사에서 키워낸 가수들보다 여러 면에서 뒤지고 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광고 매출이 높지만 제작비도 많이 들어간다. 네 기획사에 참가자들을 위탁하여 트레이닝하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뻔히 보이는 결말만 계속된다면 재미와 시청률이 반감될 게 뻔하고, 이것은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럴 바에는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제작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CBC 이사회에서 나왔고, 이에 대한 논의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



예린이 결승전 무대에서 부를 세 곡에 대한 편곡은 이틀 만에 끝났다.

첫 번째로 부를 <우리는 모두 친구>는 정완이 미디엄 템포 발라드로 만들어 모든 이들로부터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얻었다.

두 번째 노래로 예린은 얼마 전 정완이 불렀던 거미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를 고르며 원곡 그대로 부르겠다고 했다.

우진은 예린의 준결승전을 위해 <목 놓아 울지 못하는>을 만들었는데, 이 노래를 들은 예린은 결승전에서 부르겠다고 한 후 준결승전에서는 기성곡만을 불러 좋은 평가를 받고 결승에 올랐다. 그래서 <목 놓아 울지 못하는>은 세 번째로 부를 자유곡이 되었다.


2월 21일 오후 3시.

여원을 비롯하여 프로듀서, 트레이너, 멘토 전원뿐 아니라 은별 등 스케줄 없는 뮤지컬 배우들까지 연습실에 모였다.


예린은 이번 미팅부터는 결승전에서 부를 노래만을 부른다. 그녀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했다.

마지막으로 <목 놓아 울지 못하는>을 마치자 정완이 우진에게 물었다.


“네가 만든 노래 어때? 지적할 건 없어?”

“잘하네. 내가 해도 저렇게 못해.”

“당연한 소리는 하지 말고.”


정완의 대꾸에 여원이 픽 웃었고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네가 노래 만들면서 쟤한테 바랐던 게 다 잘 나왔냐는 말이야.”

“글쎄. 아쉬운 게 있긴 한데 콕 집어 말하기 애매해.”


우진의 말에 정완과 주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할 말은 있는데, 그 전에 유경이가 한 번 불러봐. 그냥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편하게 불러.”

“경이 나와라.”

“네.”


유경은 예린을 전담하여 지도하고 있으므로 이 노래를 외워야 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 앞에 섰는데, 그녀의 연인인 제이미가 입을 댓발 내밀고 정완에게 말했다.


“PD님? 경이라고 하지 마세요.”

“왜?”

“그건 나만 부르는···. 어, 뭐? pet name이 뭐였지?”

“애칭.”

“그러니까요. 그건 나만 해야죠.”

“난 프로듀서다. 내 맘대로 부를 거니까 그렇게 알아.”

“에?”

“억울하면 너도 프로듀서 하든가.”

“No!”

“풋!”


제이미의 강한 부정에 서희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유경이 <목 놓아 울지 못하는>을 부르자 여원이 트레이너들에게 말했다.


“둘이 파트 나눠 부르면 좋겠는데?”

“저도 그 생각했습니다. 잘하는 부분이랑 아쉬운 부분이 반대라서요.”

“확실히 유경이가 도입이 좋았고 후렴은 예린이가 더 나았어요.”

“특히 ‘저기만 지나면 볼 수 있는데. 여기만 넘으면 울 수 있는데.’는 딱 유경이처럼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건 유경이 특유의 톤인데 예린이가 따라한다고 그렇게 나올까?”


성락과 후성의 말에 여원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하자 우진이 제 의견을 밝혔다.


“후성 선배님 말씀대로 해도 좋겠지만 그것보단 편곡을 바꾸는 게 낫겠습니다.”

“그게 좋기야 하지. 예린이가 도입을 너무 유경이처럼 가면 뒤에서 개성이 안 살 것 같으니까.”


여원의 말에 정완이 고개를 끄덕이다 우진에게 물었다.


“편곡 바꿀 수 있겠어? 힘들면 내가 할까? 아니면 같이 할래?”

“내가 할게. 생각난 게 있어.”

“내일까지 할 수 있지?”

“6시에 부를 수 있게 해볼게.”


우진이 시원하게 답하자 여원이 상황을 정리했다.


“이건 여기까지 하자. 우진이는 너무 시간에 맞출 필요 없으니까 되는 데까지만 하고, 예린이는 자작곡 빼고 나머지 두 개만 얘기했던 대로 연습해봐.”

“예.”

“이따 보자.”

“난 작업하러 갈게.”


여원을 필두로 사람들이 줄줄이 나갔고, 연습실에는 정완과 유경, 이번 시즌의 팀원들만 남았다.


“이건 뭐 해도 해도 끝이 없네요.”

“얼마 안 남았어. 시간으로도, 성취로도.”


지혜의 말에 정완이 대꾸하며 예린에게 제 수첩을 내밀었다. 수첩에는 조금 전 나왔던 평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일부에는 X 표시가 있었다.

예린은 수첩 내용을 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후 수첩을 돌려주었다.


“전에 얘기했던 거랑 충돌하는 내용은 빼고 보완해보자.”

“네.”

“20분 뒤에 맞춰보자. 유찬이는 녹음 준비하고 지혜는 나랑 반주, 미란이는 코러스 준비해. 유경이도 그때 오고.”

“네.”


정완과 서희, 은별은 휴게실로 향하는 네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2월 24일, <C-POP Artist season 5>의 최종 우승자를 가려내는 날이다.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예린이 굳은 얼굴로 CBC 공개홀에 들어왔다. 결승전 생방송이 진행될 CBC 공개홀의 규모는 미디어센터 스튜디오의 네 배에 달한다.


“여기는 엄청 크네요.”

“사람들 꽉 차면 신기할 것 같아. 나도 결승 가볼 걸 그랬나?”

“여기서 노래해가지고 뒷자리까지 들릴지 모르겠어요.”

“그런 거 생각하지 마. 음향 시스템이야 잘 돼 있겠지.”

“근데 PD님 언제 오신대요?”

“너 리허설 하다보면 올 거야. 약속 10시고 오래 안 걸린댔으니까···. 왜, 불안해?”

“아니요.”


서희는 유난히 고개를 세게 흔드는 예린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정완은 급한 약속이 생기는 바람에 서희와 예린을 따라오지 못했다.


예린은 경연이 가까워질수록 정완이 근처에 없으면 불안해하곤 했지만, 내일부터는 그 불안함마저 예린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될 것이다.





예린은 드라이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문 앞에 멈추어 섰다.

아까는 없었던 정완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예린에게 ‘쉿!’ 신호를 보냈다. 예린은 그 신호가 없었대도 정완을 부르지 못했을 것이다.


팀원들이 피아노 뒤에 섰고 선율에 끌려온 다른 회사의 팀원들도 문밖에서 연주를 들었다.

정완은 쇼팽의 <녹턴> 2, 8, 20번을 연이어 연주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 끝났어요? 좀만 더하지.”

“뭐야. 왜들 서 있어? 들을 거면 앉아서 듣든가.”

“이따 이 곡들 연주하려고요?”

“어.”


정완은 은별의 말에 건성으로 답하고 예린을 보았다.


“예린이 리허설 잘했어?”

“네.”

“그럼 연습해야지. 우선은 쉬고 점심식사 뒤에 어때?”

“네.”

“그래. 다들 2시까지 여기로 와. 예린이 먼저 하고 서희랑 하트헤르는 그 뒤에 하자. 은별이야 알아서 연습하겠지?”

“30분 뒤에 한 번 할 건데, 민재 씨가 PD님이 봐주셨음 좋겠다고···.”

“알았어. 너희는 빨리 밥 먹고 쉬어. 자도 된다.”

“네.”


오늘 경연은 두 팀이 세 곡씩 부르므로 시간이 많이 남을 것이다.

그래서 각 회사에서 한 팀씩 특별공연을 준비했고 수휘도 단독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서희와 하트헤르가 함께 나서며, 정완은 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키보드를 연주하기로 했다.

KP에서는 민재가 자작곡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이 노래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은별 역시 그와 함께 오를 것이다.


잠시 후 정완과 서희, 은별이 커피를 하나씩 들고 로비에 둘러앉았다.


“청소년센터엔 몇 시까지 가야 돼요?”

“9시까지 오면 된대. 예린이 마지막 올라가면 출발하자.”

“네. 저 거기서 뭐할까요?”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괜찮겠어?”


서희와 은별은 정완이 내민 종이를 본 후 두말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완은 고교 동창인 주현식에게 종이의 곡목을 촬영하여 보냈다. 그는 의도적으로 자신이 연주할 곡목에서 한 줄을 비워두었다.


정완은 어젯밤 현식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저녁 8시, 강원도 원주의 한 청소년센터에서 사회취약계층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재능기부 연주회가 있을 예정이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이 연주회에 나서기로 예정된 두 사람이 함께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하여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연주회 기획담당인 현식이 몇몇 동창들에게 연주 부탁을 거절당한 후 정완에게 연락한 것이다.

정완은 사정을 듣자마자 가겠다고 했고, 옆에서 통화를 듣던 서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안 은별이 저를 끼워달라며 나섰다.


“너 이거 왜 하겠다는 거야? 안 그래도 바쁜 애가.”

“어차피 내일까진 일 없어요.”

“그럼 쉬지. 금요일에 뮤지컬 1차 오디션 있고 그거 끝나면 더 빡빡해질 텐데?”

“당분간 이런 공연은 못하니까요.”


비록 은별이 뮤지컬에 있어서는 몇 번 연습해본 경험뿐인 초보지만, 그녀는 나쁘지 않은 기본기를 갖춘 데다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그래서 뮤지컬 부서에서는 그녀가 세 번의 오디션을 정정당당히 통과하여 6월부터 시작할 창작 뮤지컬에서 앙상블 배우로 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정완은 뮤지컬부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므로 이것을 알지만, 은별 뿐 아니라 서희에게도 당분간 말할 수 없다.


“고맙다.”

“아니에요. PD님 아니었음 여기 있지도 못했을 텐데.”

“지금은 여기 무대만 생각하고 이건 출발하고 나서 생각하자. 너희 부담될까봐 제일 많이 했던 거로 골랐으니까 연습 많이 안 해도 돼.”

“알겠어요.”


안쪽 복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던 정완이 문득 자리에서 일어섰다.

민재가 이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C-POP Artist season 5> 결승전의 참가자 심사는 전과 달리 한 곡을 부를 때마다 이루어지며 점수도 곡별로 매겨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 번에 걸쳐 받은 점수의 평균이 최종 심사위원 점수가 된다.

그리고 두 팀이 부를 각 곡에 대한 설명이 노래할 때마다 나가는 것은 방송시간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첫 번째 미션 끝나고 인디연합이랑 너희들이고, 두 번째 미션 끝나고 은별이랑 민재 먼저 하고 TYK 하고, 세 번째 미션 끝나고 수휘 단독무대야.”


오후 5시 30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팀원들은 여원의 설명을 묵묵히 들었다.

대기실은 묘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KP 팀원 대기실도 마찬가지이리라.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생방송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해, 편하게.”

“네.”


팀원들은 저마다 고개를 숙였다. 지금 가장 불편해 보이는 사람은 여원이었다.

여원과 정완 등은 이번 주 내내 우승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는데, 지금 이 순간 여원이 그 단어를 생각한 탓이리라.


객석이 꽉 찼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커져 있었다.

여원이 팀원들을 둘러보다 일어서며 말했다.


“예린아.”

“네.”

“나 오늘 정말 객관적으로 점수 줄 거야. 그러니까 네 실력 하나도 빼놓지 말고 다 보여.”

“명심하겠습니다.”


여원이 나가자 정완이 나지막이 말했다.


“점수 잘 주시겠단 뜻이네. 선생님 지금까지 주관적으로 점수 깎으셨으니까.”

“···.”

“연습 한 번 더 할까?”


예린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연습하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것은 잠시 후 들어온 제작진이 증명해주었다.


“예린 양, 스탠바이예요.”

“네.”


정완과 서희가 먼저 일어서고 예린이 두 사람을 따랐다.

오늘은 무대 밑 대기 장소에서도 별다르게 나눌 대화가 없을 것 같았다.





결승전 첫 번째 경연에서 ADHT는 예린이 불렀던 알리의 <노래는 거짓말을 못해요>를, 예린은 ADHT의 <우리는 모두 친구>를 불렀다.

정완은 예린이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함께 출구에 있던 서희와 하트헤르의 얼굴도 밝아졌다.


“저 정도면 됐겠죠?”

“충분할 것 같아요.”

“예린이 무대에서 랩 한 건 처음인데 잘했잖아. 점수 더 잘 받지 않을까?”

“여기서 한 10점만 벌렸으면 좋겠어요.”

“그렇게는 안 될 거야.”

“하긴 그렇죠? ADHT 애들도 실수는 안 했으니까요.”


두 팀은 실수 없이 첫 무대를 마쳤고 심사평은 모두 긍정적이었지만,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예린이 5점을 앞섰다.

이윽고 예린이 상기된 얼굴로 무대 뒤로 내려왔다. 반대편에서는 블루스톰이 첫 특별공연을 위해 올라갔으리라.


“이야! 너 잘했어.”

“너 빨리 쉬어. 우리 올라갔다 올게.”

“고마워요. 잘하고 오세요.”

“너, 지금 노래 들을 거면 내가 부른 거 듣지 말고 네가 부른 것만 들어.”


예린은 정완의 마지막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며 네 사람을 보냈다.

잠시 후 블루스톰의 노래와 수휘의 덕담이 끝나며 TV 화면이 서희와 하트헤르의 인터뷰로 바뀌었다.


“저희 세 사람이 결승전 특별무대에서 함께 부를 노래는.”

“더블에스오공일(SS501)의 <Everything>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 노래를 골랐어요?”

“얘들 요새 하는 짓 보면 이 노래가 딱이에요.”

“끼아악!”


서희가 지혜와 유찬을 가리키며 말하자 두 사람이 고개를 숙였고 객석에서 뾰족한 괴성이 터졌다.

지혜와 유찬은 Top 3 결정전에서 탈락한 후 연인이 되었다. 재작년의 아리 부부처럼.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 유독 사내커플이 많죠? 세 분도 그렇고요. 이유나 비결 같은 게 있을까요?”

“회사 터가 그런 것 같아요. 경치도 그렇고 풍수지리도 그렇고.”

“와아. 서희 양 이제 방송인 다 됐네요.”

“와하하!”


서희의 너스레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고, 여원은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엄지를 척 들었다.

특별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은 이처럼 편안하게 인터뷰에 임하곤 하는데, 이것은 예능적인 측면으로 보면 당연히 긍정적이다.


“자아. 집중.”


인터뷰가 나가는 동안 무대에 마련된 자리에 정완, 서희, 지혜, 유찬이 나란히 앉았고, 정완은 키보드를, 유찬은 기타를 잡았다. 마이크는 정완을 제외한 세 사람에게만 있었다.

화면이 무대를 비추자 주위가 조용해졌고, 정완을 향해 세 사람의 시선이 쏠림과 동시에 전주가 시작되었다.





<Everything> 원곡 : SS501


(지혜 & 유찬)

[I'm thinking of you whatever you do.]

너를 향하고 있어.

[I'm just loving you whatever you are.]

내가 눈을 떠 잠들 때까지.


(유찬's song)

긴 밤 너의 목소리 듣고파.

몇 번씩 난 수화길 들다 달려가.


(서희's song)

조금 더 가까이 너의 곁에 가고 싶어.

불 꺼진 네 방 창안에 내 맘 놔두고 오는 걸.


(지혜's song)

[I'm thinking of you whatever you do.]

너를 느끼고 있는 나.

[I'm just loving you whatever you are.]

너는 온종일 내 안에 있어.

내겐 널 향한 사랑만 있어.


(유찬's song)

좀 더 멋진 남자가 되고파.

전보다 난 열심히 하룰 살아가.

세상에 좋은 것 모두 네게 줄 수 있게

그렇게 너를 위해서 달라져 가는 나인걸.

My love.


(지혜's song)

[I'm thinking of you whatever you do.]

너를 느끼고 있는 나.

[I'm just loving you whatever you are]

너는 온종일 내 안에 있어.

내겐 널 향한 사랑만 있어.


(서희's song)

온종일 너를 생각해도 나에겐 모자라

한평생 너를 사랑해도 내 맘 다 못줄 거야.


(지혜 & 유찬)

[I'm thinking of you whatever you do.]

너를 느끼고 있는 나.

[I'm just loving you whatever you are]

너는 온종일 내 안에.

[I'm thinking of you whatever you do.]

너를 향하고 있는 나.

[I'm just loving you whatever you are]

내가 눈을 떠 잠들 때까지.


나의 숨결이 끝날 때까지.





“와아아!”


함성소리가 나자 정완이 서둘러 퇴장했고 무대에는 셋만 남았다.

영기가 이들을 향해 오며 말했다.


“두 번째 특별무대는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서 꾸며줬죠. 강서희 양과 하트헤르가 함께 부른 <Everything> 잘 들었습니다. 제가 SS501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이 이건데, 개인적으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담여원 심사위원님! 한 말씀 하시지요.”

“네.”


여원이 미소 띤 얼굴로 마이크를 잡았다.


“노래 잘 들었어요. 아무래도 특별공연은 경연이 아니다보니까 아티스트들한테 많이 맡기게 돼요. 신경을 덜 쓰게 되기도 하고요. 근데 그러다보니까 이 무대에서 각자의 개성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네요. 앞서 블루스톰도 그랬죠.”

“그렇죠.”

“<Everything>은 미디엄 템포 노래 중에 손꼽히는 명곡이죠. 세 사람이 잘 소화해서 듣기 좋았는데, 이건 방송 무대에서 필요한 기본기를 잘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실수도 없었고 기술적으로도 좋았고 가사랑 감성 전달도 잘했어요. 그리고 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우리 회사에 사내커플이 많은 게 회사 터 때문이라···. 그럴듯하네요. 여기까지 할게요.”

“감사합니다.”

“자! 여우비 강서희 양과 하트헤르의 무대였습니다. 이제 다시 긴장할 시간입니다. 결승전의 두 번째 경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대의 조명이 낮아지고 스포트라이트가 영기에게 집중되자 서희와 지혜, 유찬이 퇴장했다.

정완이 반대편에서 이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번 경연은 예린이 먼저이므로 정완이 서둘렀던 것이다.


“예린이 올라갔어요?”

“응.”


정완은 출구 앞에 와서 모니터를 응시했다.

예린이 두 번째 노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를 시작하자 유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예린은 실수가 적었지만, 그 적은 실수가 모두 도입부에서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실수 없이 멋지게 넘어갔다.


이윽고 노래와 심사가 끝나고 ADHT가 부르는 신나지오의 데뷔앨범 수록곡 <Your Girl>로 화면이 이어졌다.

예린이 무대 뒤로 내려올 때까지도 정완의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잘했어.”

“ADHT 애들 어때요?”

“네가 질 것 같진 않지만 차이는 별로 안 나겠다. 들어가.”


대기실의 팀원들은 김밥과 떡볶이 등 간식을 펼쳐놓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찬이 다른 팀원들을 둘러보고 조심스레 말했다.


“예린아 잘했어. 배고플 텐데 조금이라도 먹어.”

“···.”

“정 못 먹겠으면 이따 먹어도 되고.”

“아니요. 지금 먹을게요. 같이 먹어요.”

“그래. 먹자.”


정완이 서희의 옆에 앉으며 말하자 팀원들이 일제히 젓가락을 들었다.


아까부터, 아니 이번 주 내내 팀원들은 알게 모르게 예린의 눈치를 보았고 예린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일정이 오늘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고 그 한가운데에 예린이 있었다. 팀원들뿐 아니라 선배 아티스트들, 심지어 기획실 직원까지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안 그래도 결승전 준비 때문에 예민해진 상황에서 주위 공기마저 이러니 예린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그나마 그녀가 밝고 활달한 성격인 게 다행이었다.


예린은 정완이 김밥을 입에 넣고서야 떡볶이를 먹기 시작했고 잠시 후 말했다.


“PD님, 저 연습 안 해도 되죠? 쉬었다가 그냥 올라갈게요.”

“냉정하게 말할까?”


정완의 착 가라앉은 말에 부지런히 움직이던 팀원들의 손이 멈추었다.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라, 하지 마.”

“네?”

“지금 네 상황에 연습은 마이너스니까.”

“아, 네!”


서희는 예린이 얼굴을 펴고 떡볶이와 튀김을 먹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린은 무대 직전에 유독 불안해하던 지난주와 달랐다. 충분히 준비한 만큼 마지막 무대는 자신이 있다는 뜻이리라.


이때 제작진이 들어왔다.


“은별 양, 스탠바이요.”

“네.”


은별이 일어서자 정완이 말했다.


“나 안 간다.”

“오지 마세요, 제발.”

“풋!”


은별이 몸을 홱 돌려 나가자 서희가 정완에게 물었다.


“정말 안 가도 되겠어요?”

“전 PD 있는데 내가 뭐하러 가. 아까 보니까 잘하던데···. 예린이 사이다 안 돼.”

“네.”


예린은 뾰로통한 얼굴로 종이컵에 주스를 따랐다. 물론 정완이 사이다를 못 마시게 하는 건 노래하다 트림할 수 있어서다.

어쨌든 팀원들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남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ADHT의 무대 결과 심사위원 점수에서 예린이 1점 앞섰다. 종합 점수로 2점 차이를 낸 것이다.

뒤이어 특별무대에 오른 은별과 민재가 자작곡 <회색 건물>을 부르기 시작하자 모두의 시선이 모니터로 갔다.


“노래 좋다. 그치?”

“네. 댄스곡이긴 한데 노래만 듣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민재 형이 알렌 워커처럼 가려는 건가.”

“난 민재 오빠 노랜 <Dramatic Love>가 제일 좋던데, 그게 은별이 언니 처음 보고 만든 노래라잖아.”

“아유.”


지혜와 유찬이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데 예린이 한숨을 쉬자 주위가 조용해졌다.


“서희 언니, 은별이 언니, 미란이 언니 다 남친이 작곡가네요. 지혜 언니 남친은 작사가고.”

“어?”

“서희 언니.”

“응?”

“회사 터 좋다면서요.”

“···.”


이때 서희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자신을 비롯한 커플들이 대부분 이 회사에 소속되기 전부터 상대에게 묘한 마음을 품었고, 회사는 단지 그 마음에 불을 댕긴 공간이었다.

물론 그녀는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예린은 ADHT가 세 번째 경연의 노래인 창작곡 <Unhappy Students>를 시작하고서야 대기실을 나섰다.

스탠바이 사인이 그 전에 떨어졌지만 경연이 끝날 때까지 ADHT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게 예린의 심정이었다. ADHT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한테 이제 할 말도 없다. 내 말이 먹힐 것 같지도 않고.”

“먹혀요.”


정완의 말에 예린이 냉큼 답했다.


“그래도 이래라저래라 하진 않을게.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근데 하나는 기억해.”

“뭔데요?”

“이 무대는 네 가수 인생에서 출발점이야. 여기는 정말 잘 만든 무대고, 넌 앞으로 이거보다 더 혹독한 무대가 많아.”

“네.”

“갔다 와.”


정완과 서희는 예린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무대로 올려 보낸 후 닫힌 문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제 PD님 오디션도 끝났네요.”

“응.”

“기분이 어때요?”

“좋아. 너랑 같이 있으니까.”

“피이.”


예린이 <목 놓아 울지 못하는>을 시작하자 서희의 눈이 커졌다.

어제 미팅에서 들을 때 정말 만족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애달프게 시작한 것이다.


“와아. 쟤 이제 거의 감성 장인이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깊이가 얕다고 그랬는데.”

“많이 성장했어.”

“쟤 감성은 PD님이 꺼냈죠. 슬픈 영화 보라고 하고 시집도 읽히고.”

“그게 먹혔으니 다행이지.”


정완은 평소와 달리 1절까지 모두 듣고 간주가 시작되어서야 걸음을 떼었다.


“나 차에 시동 걸고 올게. 대기실 가 있어.”

“어떨 것 같아요?”

“예상보다 더 멋있네. 최고야. 다녀올게.”


정완은 주차장으로 가고 서희는 대기실로 돌아왔다.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팀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올라와 있었다.


“PD님이 뭐래요?”

“최고래. 혹시 실수한 데 있어?”

“없어요. 엄청 잘했어요.”


예린이 노래를 마쳤고 심사로 이어졌다.

수휘는 이 노래를 작곡한 우진을 찾다가 가사와 곡, 감성, 기교 등 모든 면이 완벽하다며 96점을 주었고, 인길은 이 노래가 결승전 경연곡이지만 당장 예린이 이 노래로 활동하기를 바란다며 역시 96점을 주었다. 지노마저도 할 말 없게 만들었다며 96점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여원이 심사할 차례인데 그녀는 마이크를 들지 못한 채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 죄, 죄송해요. 예린 양이 너무 잘 끝내줘서 제 감정이 북받쳐서.”

“압니다. 그래도 심사는 하셔야지요.”


지금 여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인길일 것이다.

지난 네 시즌의 결승전 마지막 경연이 끝난 후 인길 자신이 가졌던 마음이리라.


“노래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잘했다. 고맙다. 이런 말밖에 없어요.”

“와아!”

“저는 가수의 컨디션을 중시하고 휴식도 중요한 준비로 보기 때문에 일정 시간 이상은 훈련을 안 시켰어요. 근데 3주 전, 그러니까 다섯 팀만 남은 날부터 저희 회사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혹독하게 바뀌었어요. 특히 예린 양은 정말 지독하게 돌렸죠.”

“예.”

“많이들 느끼셨겠지만 예린 양은 본선에서부터 계속 성장했고 오늘도 성장했어요. 그래서 3주간의 그 지독한 트레이닝이 예린 양에게는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보이네요. <C-POP Artist> 경연으로는 마지막이지만 앞으로 있을 다른 무대에서 또 얼마나 성장할지가 기대되고, 성장을 위해 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심사는 여기까지예요. 고맙고,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점수 주겠습니다.”


여원은 95점을 주었다.

이때 정완과 팀원들은 모두 예린이 나올 출구 쪽에 있었다.


“와아. 383점이네요. ADHT는 379점이었는데.”

“최고 점수야. 내가 알기로 381 받은 게 최고랬어.”

“종합 점수로 3.3 차이예요.”

“그럼 투표에서 몇 퍼센트 차이면 돼?”

“와아! 예린이!”

“잘했어.”


예린이 나오자 팀원들이 일제히 달려가 환호성을 울리며 그녀를 둘러쌌다.

정완이 서희와 유찬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다.


“야. 잘했다. 그 동안 고생했어.”

“제가 뭘요. 감사해요, PD님.”


예린이 뭘 더 말하려는데 제작진이 이들을 가만 두지 않았다.

이미 수휘가 노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린 양 스탠바이예요. 뮤컬트 분들 다 같이 무대로 올라가셔도 돼요.”

“저희 다요?”


그러자 정완이 팀원들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그래. 다들 올라가. 우린 이제 갈게.”

“지금요? 어딜···.”

“원주에 9시까지 가야 해서 지금 출발해야 돼.”


정완은 당황한 예린의 손에 억지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돌아섰고, 서희와 은별은 예린을 안아준 후 그를 따라갔다.

예린과 팀원들은 다시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PD님이랑 여우비 언니들 공연한대.”

“그게 9시 원주예요?”

“응.”

“그럼 여기 있지 말고 일찍 출발하시지.”

“네가 그렇게 얘기할까봐 말하지 말라고 하신 거야. 쓸데없이 걱정한다고.”


미란의 말에 예린은 한참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 입구에 ADHT뿐 아니라 KP의 팀원인 민재와 하소연도 있었다. 이들과 인사를 나누려는데 무대 쪽 문이 열렸다.

이 프로만 5년째 진행해 온 홍영기마저도 긴장하는 순간이 왔다.


“<C-POP Artist season 5> 결승전! 이제 단 하나의 순서만 남아 있습니다. 바로 우승 팀 발표죠.”

“와아아!”


함성소리와 함께 두 팀의 팀원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예린과 ADHT가 영기의 양쪽에 섰다.

제작진이 영기에게 봉투를 가져다주고 무대를 내려갔고, 프롬프터에는 ‘xx초 후 우승자 발표’라는 메시지와 함께 시간이 110에서부터 줄어들고 있었다.


“KP와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의 참가자들이 자기 회사의 우승을 염원하며 함께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여우비가 안 보이네요? 두 사람 다 특별공연까지 했는데요.”

“여우비는 HAP PD랑 공연이 있어서 갔을 거예요. 발표하세요.”

“후후후. 그걸 굳이 말씀하실 필요는 없었는데요.”

“영기 씨. 저희가 시간 안 남게 해드리겠습니다. 발표해주시죠.”

“그렇다면 예, 알겠습니다. 제작진에게 죄송합니다만 이 봉투를, 열겠습니다!”


여원과 인길도 이 순간은 빨리 지나갔으면 했다.

영기 자신도 그랬기에 곧바로 봉투의 내용물을 빼어들었다. 그의 눈이 심상찮게 흔들렸다가 가라앉았다.


“먼저 두 팀의 종합 점수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이 점수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8시에 <C-POP Artist> 홈페이지를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객석이 침묵에 휩싸였다.


“종합 점수는 우승 팀이 408.0, 준우승 팀은 407.3입니다. 올해는 0.7점 차이였습니다.”

“와아!”

“두 팀의 종합 점수는 모두 다 결승전 역대 최고 점수입니다. 그만큼 잘했고 치열했다는 뜻이지요. 이제 <C-POP Artist season 5>에 참가한 12만 4천 팀 중 최후의 한 팀! 우승자 발표하겠습니다. 정숙! 정숙해 주십시오.”


주위가 조용해지자 영기는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우승자 발표하겠습니다. 우승자입니다.”

“···.”

“<C-POP Artist season 5> 우승자는! 새로운 역사가 탄생하였습니다. 선우예린 양입니다!”

“와아아아!”

“축하합니다.”


떠나갈 듯한 함성이 CBC 공개홀을 가득 울렸다.


예린이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고 팀원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안았다.

바람소리와 함께 무대 위로 종이 꽃가루가 떨어졌고, TV 화면이 반으로 나뉘며 뮤컬트 팀원들과 여원을 비추었다.


화면 속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여원마저도.


“선우예린 양은 사전 투표율 42.2퍼센트, 관객 투표율 51.1퍼센트, 문자 투표율 50.0퍼센트를 기록하여 투표 점수가 28.7점이었고, 심사위원 점수 379.3점과 합산한 종합 점수가 408.0점이었습니다. 예린 양.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소감 말할 수 있나요? ···담여원 심사위원님은?”


영기가 예린과 여원을 번갈아 보았지만 누구도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ADHT에게 먼저 다가갔다.


“준우승한 ADHT부터 만나보겠습니다. ADHT는 사전 투표율 57.8퍼센트, 관객 투표율 48.9퍼센트, 문자 투표율 50.0퍼센트였습니다. 문자 투표율이 동률이 나올 만큼 팽팽한 대결이었지요. 투표 점수 31.3점과 심사위원 점수 376.0점을 합산한 종합 점수는 407.3점입니다. ADHT, 소감 말씀해 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쉽지 않아요. 저희도 예린이 누나가 우승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팬 분들께 멋진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족이랑 친구들, 그리고 하인길 선생님과 KP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도윤 군. 할 얘기 있나요?”

“회사에서는 우승 부담 갖지 말라고 했지만, 민호랑 성호한테 말은 안 했어도 저는 우승하고 싶었습니다. 아쉽지만 다른 곳에서 더 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제 예린 양, 준비됐나요?”


예린이 마음을 추스르고 고개를 끄덕이자 영기가 그녀에게 왔다.


“예린 양. 축하합니다.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서 배출한 첫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때요?”

“솔직히 ADHT를 이길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이번만큼은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게 고마우면서 부담스러웠는데···.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랑 언니, 친척들···. 그리고 저 하나 때문에 회사 분들이 3주 동안 퇴근도 못하셨는데 제가 뭐라고. 하아.”


예린은 부담이라는 단어를 말하다 또 울먹이며 겨우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담여원 선생님과 트레이너님들, 선배 가수와 뮤지컬 배우 분들, 제가 아무거나 물어봐도 차근차근 알려주시고, 올해 같이했던 팀원들···. 그리고 저 때문에 밤낮없이, 저보다 더 고생하신 HAP 프로듀서님께 정말 감사해요. 다 따로 말씀드릴게요. 생각이 안 나요.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죠. 담여원 심사위원님!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네.”


여원은 부기가 가라앉지 않은 눈에 미처 떨쳐내지 못한 물기를 담고 고개를 들었다.


“우승하면 이런 기분인가요? 하인길 심사위원님?”

“그렇죠.”

“이번 시즌은 정말이지 모두의 힘이 한데 뭉쳐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을 보며 제가 배운 게 더 많은 시즌이었어요. 캐스팅 오디션 때만 해도 예린 양이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예린 양, 이런 제 편견을 깨줘서 고마워요. 예린 양은 나랑 같이 여기저기에 감사인사 하고 다녀야 해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게 예린 양의 끝이 되어서는 안 돼요. 머지않아 있을 다음 무대, 모두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같이 준비합시다. 여기까지 할게요.”


여원에 이어 인길도 예린과 ADHT를 위한 덕담을 남겼고, 지노와 수휘는 <C-POP Artist season 5>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KP와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의 팀원들은 영기의 클로징 멘트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악수와 포옹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했다.


작가의말

이제 에필로그 남았습니다.


에필로그 연재하는 동안 공지를 하나 올릴 예정입니다.

연재 분량을 조정하기 위한 공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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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Audition) 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에 따른 공지입니다. 21.09.08 41 0 -
54 Epilogue. 이제야 불러본다 +4 21.09.08 68 5 33쪽
» Final. 두 사람의 마지막 경연 21.09.06 67 5 37쪽
52 Round 8.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21.09.01 68 5 26쪽
51 Welcome. 하루를 마무리할 때 21.08.28 60 5 19쪽
50 Change. 모두의 힘으로 21.08.27 65 5 20쪽
49 Round 6. 아쉬움과 미련이 없도록 21.08.23 74 5 28쪽
48 Ago.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21.08.18 84 6 29쪽
47 Confidence. 생각할 시간 일주일 21.01.04 93 5 27쪽
46 Round 5. 어느 배우와의 이별 +2 21.01.01 89 6 28쪽
45 Relation. 꿈이 아니라는 걸 +2 20.12.04 116 6 26쪽
44 Self. 돌아선 길 위에서 +2 20.11.20 127 6 30쪽
43 Encore. 복수의 시간 +2 20.11.13 117 6 26쪽
42 Special 2. 바보가 된 천재들 +2 20.11.09 118 7 28쪽
41 Special 1. 희망을 노래하는 겨울 +2 20.11.02 135 6 28쪽
40 Preparing. 서로를 만나는 이유 +2 20.10.26 133 6 26쪽
39 Blind. 오해를 풀고 남은 자리에 +4 20.08.18 160 8 22쪽
38 Composer. 눈은 이미 맞았고 +2 20.08.13 148 7 21쪽
37 Radio. 진심으로 대하기에 더 빛나는 이들 +2 20.08.11 137 8 26쪽
36 Cooperation. 침묵의 이 순간 +2 20.08.04 154 8 26쪽
35 Innocence. 꿈이라고만 여겼던 것 +2 20.07.30 169 7 23쪽
34 Producing. 입 헤벌리고 표정 관리 못하지만 +2 20.07.28 165 9 26쪽
33 Affableness. 오래 전 우리 +2 20.07.21 176 7 38쪽
32 Along. 대타로 때려낸 홈런 +4 20.07.16 172 9 30쪽
31 Beginning. 음악은 변하지 않았다 +6 20.07.12 158 8 34쪽
30 Some. 애써 외면했던 진심 +4 20.07.07 168 10 22쪽
29 Opening. 속 깊은 이야기들 +4 20.07.05 167 9 28쪽
28 Yearning. 두 사람의 두 마음 +6 20.06.30 176 9 20쪽
27 Quest. 그녀의 마지막 미션 +2 20.06.25 157 10 29쪽
26 Showdown. 또 다른 사랑이 다가오다 20.06.18 165 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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