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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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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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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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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Round 5. 어느 배우와의 이별

DUMMY

1월 13일과 20일에 <C-POP Artist season 5> 4라운드가 방송되며 생방송 진출자가 모두 공개되었다.


<여우비>와 <Someday>로 경연에 나선 여우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지난 3라운드에서 혹평의 이유가 되었던 감정조절이 많이 개선되어서였다.

다만 <여우비>가 전에 선보였던 여우비의 자작곡보다는 좋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에 대한 이유는 사람들마다 달랐지만 정완의 부재 때문이었다는 점만큼은 비슷하게 보았다.

한 시간 동안만 9위에 올랐다 내려가 버린 음원 순위가 이런 이야기를 방증했다.


한편에서는 작곡만큼이나 작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 전까지 여우비의 노래는 모두 서희가 작사했고, 많은 시청자들이 그녀 특유의 디테일한 노랫말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번 <여우비>에서는 은별이 쓴 가사가 이 팀의 색깔을 다소 옅게 만들었다는 지노의 말에 공감한 이들이 많았다.


지노는 서희의 노래가 완벽하지 않았던 것을 가사에 디테일이 부족하고 제 이야기가 아닌 부분이 많아서라고 말했지만, 녹화 이후 상황을 알게 된 시청자들은 서희가 마음에 감기를 달고 4라운드 경연에 나섰기에 힘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은별에 대해서는 ‘못하는 작사하지 말고 잘하는 노래나 열심히 하라’고도 했다.


“나는 콕 찍어서 맞혔네? 근데 너한테는 뭔 얘기를 이따위로 해.”

“괜찮은데요? 저 작사 못하는 거 맞고, 그래도 노래는 잘한다잖아요.”

“헐.”

“이렇게 확실하게 얘기해주니까 더 좋은데요? 앞으로 작사는 언니만 해요. 잘됐다.”

“나 혼자 다는 못해. 같이 얘기 많이 해야지.”

“그럼요. 근데 <넌 언제나>에 대한 얘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네요? 전 그거 듣고 되게 놀랐는데.”


서희는 재대결에 나서 <넌 언제나>를 불러 극찬을 받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한 시청자들의 의견도 대부분 비슷했지만 은별만큼 놀라지는 않은 듯보였다.

그것은 4라운드 방송 전에 서희가 이미 여러 현장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C-POP Artist> 마니아를 자청하는 이들은 송년특집 공연 전부터 생방송 진출자를 예상하여 글을 올렸는데, 실제 결과는 솔베이지가 꼴찌로 탈락한 것을 빼고 그들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CBC에서는 이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재미가 줄어들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실력으로 사람을 가려내는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성향을 바탕으로 다음 진출자를 예상하는 일은 나날이 쉬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의 예상과 다르게 하기 위하여 실력이 떨어지는 참가자를 합격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C-POP Artist season 5>의 시청률은 여전히 일요예능 프로그램 1위이지만 지난 시즌보다는 다소 떨어졌다.

대중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은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본인이 원하는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세상에서 시청자들을 TV 앞에 앉힐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청률 하락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CBC 경영진에서는 <C-POP Artist>의 다음 시즌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지만 그 다음은 장담할 수 없다. 아니, 다음 시즌의 준비가 시작되는 올 6월 초까지 이 결정이 유지될지도 아직은 모른다.


그나마 SNS나 영상 플랫폼, 사이트 등을 통해 <C-POP Artist season 5>를 즐기며 참가자나 그 관련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지난 시즌보다 많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이른바 ‘날것’을 찾는 시청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관찰이나 체험 등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많아지는 추세에 있고, 그래서 <C-POP Artist> 제작진들은 이 프로그램의 ‘날것’, 즉 생방송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KP 엔터테인먼트는 대중적인 댄스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기획사로, <C-POP Artist>에 참여중인 네 기획사 중에서 가장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인길의 능력이 꼽힌다. 좋은 잠재력을 지닌 참가자를 알아보는 안목도 탁월하고, 그렇게 캐스팅한 팀을 성장시키는 능력 역시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네 시즌의 우승팀이 모두 이 회사에서 나왔고, 그들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승팀이 아닌 팀에 대한 사후관리가 다소 소홀하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으로 꼽히지만, 이것도 뮤컬트 엔터테인먼트보다 떨어질 뿐 다른 회사들보다는 좋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올해도 남성 댄스그룹 ADHT와 싱어송라이터 전민재, 혼성팀 하소연 등 세 팀을 생방송에 진출시켰으며, 이 중 ADHT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뮤컬트 엔터테인먼트는 감성적인 노래를 주로 하는 가수들과 뮤지컬 배우들이 한데 모인 회사로, <C-POP Artist>를 통해 회사와 소속 가수들을 널리 알렸다. 이 회사의 가수들은 자기 개성에 맞게 TV와 라디오, 여러 공연에 출연하며 팬들을 만나고 있다.

<C-POP Artist> 팬들은 뮤컬트 엔터테인먼트가 KP의 아성에 도전할 유일한 기획사라고 이야기하지만, 추구하는 음악의 대중성과 육성 시스템 면에서 KP보다 떨어지기에 우승자를 배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생방송에 진출한 여우비와 하트헤르, 선우예린 역시 생방송에 진출할 실력은 갖추었지만 우승까지 노리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고, 세 팀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팀도 시청자들마다 갈린다. 다만 이들은 지금도 성장 중이라 아직 더 지켜봐야겠다는 의견이 많다.


TYK 엔터테인먼트는 록음악 전문 기획사로 출발했다가 지노 등 힙합 아티스트들이 입사하여 성장했다.

시청자들은 지노에 대해 참가자 심사 및 노래에 대한 분석, 원석을 알아보는 감각은 뛰어난 반면, 캐스팅한 참가자를 성장시키는 면에서는 인길과 여원보다 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데뷔한 아티스트에 대한 관리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늘 따라다닌다. 지노 등 수뇌부들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기획과 매니지먼트, 트레이닝 파트를 보강하는 데에 애쓰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혼성 듀엣 슬립리스와 싱어송라이터 함윤명을 생방송에 진출시켰는데, 이 중 윤명은 최근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고등학생인 그가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자작곡을 불러 팬이 많아졌고 드라마에 노래가 삽입되며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을 뿐 아니라 경연을 거듭할수록 기량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디밴드연합은 자유와 독립 속에서도 구심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인디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회사로, 수휘가 <C-POP Artist>에 나서면서 이 회사 가수들뿐 아니라 인디밴드 전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최근에는 지방 대학가에서 활동하며 서울 진출을 노리는 팀이 <C-POP Artist>를 거쳐 이 회사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지방에서 쌓은 인지도가 서울에서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보면, 완전한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좋기 때문이다.

인디밴드연합이 가장 신선하고 개성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점에서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하지만, 참가자들의 성장 과정을 즐기는 시청자들에게는 선호도가 낮다. 이 회사에 캐스팅된 팀은 대부분 개성이 뚜렷하고 자존심이 강한데, 그래서 실력이 정체되다 다른 회사에서 꾸준히 훈련받은 신인들에게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각 팀의 개성을 중시하기에 육성 시스템이 없다시피한 점 역시 단점으로 꼽힌다.

올해는 블루스톰과 태평성대 등 두 밴드가 생방송에 올라갔고, 특히 블루스톰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만든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활동 경력이 전혀 없는 밴드가 방송이 거듭될수록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성장하여 우승까지 거머쥐는 스토리는 시청자들뿐 아니라 제작진도 바라고 있으리라.



***



첫 생방송이 있는 1월 27일 오전 9시 30분.

여우비와 하트헤르, 예린이 정완과 함께 CBC 미디어센터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참가자 분들은 이쪽에서 기다려주세요! 10시에 순번 정하겠습니다.”

“HAP 씨, 오늘은 대기실에 계시면 안 됩니다. 양해바랍니다.”

“알고 있습니다. 종합 리허설은 언제죠?”

“3시예요.”

“알겠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5분 전에 들여보낼게요.”


정완은 팀원들을 데리고 로비 한쪽으로 나왔다.

유찬과 예린이 따뜻한 캔커피를 뽑아오자 다들 커피를 그러쥐며 몸을 녹였다.


“종합 리허설 전에는 올게. 인터뷰 같은 건 알아서 잘할 수 있지?”

“네.”

“얼른 가요. 가서 조금이라도 쉬어요.”

“나 커피 이제 땄어.”


서희의 말에 정완은 빙긋 웃으며 답하고 커피를 마셨다.

생방송에서는 다른 연주자를 세울 수 없으므로 자신이 직접 연주하거나 사전 녹음한 MR로 무대에 올라야 한다. 따라서 무대에 오를 일 없는 정완은 오늘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제 시간에 팀원들을 불러내어 자기 차에 태우고 직접 운전하여 왔다.


“다른 회사에선 매니저들이 따라왔어요.”

“우리도 점심 전에 송다윤 매니저 올 거야.”

“글래드(Glad) 매니저요?”

“응. 글래드 오늘부터 스케줄 없대. 대신에 어제 늦게까지 스케줄 해서 천천히 오라고 했어.”

“PD님 감사해요. 딴 데는 매니저 보내는데 우리 회사는 프로듀서님이 직접 운전까지 해주시고.”

“아까부터 슬립리스가 계속 우리 보고 있어요. 우리가 부럽나 봐요.”

“뭘.”


예린과 유찬의 말에 정완이 심드렁하게 답했다.

서희는 이럴 때 기분이 좋다가 문득 안타까워지곤 한다.


정완은 오늘 쉬는 날이지만 설하가 부를 OST 곡 <어느 배우와의 이별>을 녹음해야 한다. 설하의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오늘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희는 정완에게 여기 오지 않아도 된다고 거듭 이야기했지만 그의 의지를 돌리지 못했다. 정완은 팀원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사람은 팀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프로듀서인 자신밖에 없다.


그래서 정완은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송년특집 녹화 때는 비경연인 데다 관객이 들어오는 첫 무대였기에 인디밴드연합을 제외한 각 회사에서 프로듀서를 보낸 반면, 오늘은 자신만 왔다.


정완은 커피를 비우자마자 서희에게 이끌려 스튜디오를 나왔다.


“어서 가요. 늦으면 안 돼요.”

“안 늦었다니까.”

“가서 잠깐이라도 쉬어요. 어제도 늦게까지 일하고 피곤한데.”

“어제 일찍 왔잖아. 그리고 밴드 연습이 일은 아니지.”

“취미도 아니잖아요.”


오늘은 GF 밴드 멤버 각자에게 저마다 일이 있다.

그래서 멤버들은 어제 연습 후 술도 마시지 않고 자리를 일찍 파했지만, 일찍 끝내고 돌아온 때가 자정쯤이었다.


서희는 문득 미란이 부러웠다.

4라운드에서 떨어진 미란은 뮤아트 레이블과 계약하자는 여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데뷔 준비에 들어갔는데, 미란은 서희가 트레이닝을 받을 때 피자를 사들고 GF 밴드의 연습실에 쳐들어갔다고 했다.

미란은 GF 밴드와 한식구가 되었고 선배들에게 배울 게 많아서 그랬다고 이야기했지만,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었다.


“혹시나 시간 촉박하다고 막 밟을까봐 그러죠. 밴드 멤버들도 온다면서요.”

“10시 20분에 만나기로 했어. 충분하다니까 그러네.”


서희는 주차장으로 걸을 때 출근하는 다른 회사 팀원들과 인사하면서도 정완을 붙잡은 팔은 놓지 않았다.



***



오전 10시 50분, 뮤컬트 엔터테인먼트 본관 3층 녹음실.


“가사 조금 수정했는데, 어때요?”

“예. 이게 더 좋겠습니다. 이대로 녹음하시지요.”


설하는 어젯밤 수정한 가사를 정완에게 확인시켜주고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나 오늘 운 좋네. 행사 취소돼서 쟤 노래를 다 듣고.”

“저도.”


정완의 뒤에는 여원과 홍태, 은호가 앉아 있었다.

홍태와 은호는 노래를 가이드하고 편곡한 사람이라 여원의 부탁을 받아 왔다.


“배우님, 준비되셨나요?”

“네.”

“먼저 흐름 파악할게요.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보겠습니다.”


정완이 헤드셋을 뒤집어쓰자 다른 이들도 자기 헤드셋을 썼다.

전주가 플레이되었고, 때맞춰 설하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어느 배우와의 이별> 작사 : 홍설하 / 작곡 : HAP / 노래 : 홍설하 / ‘BWN’ OST


오래 전 내 가슴에 찾아와 물들었던 사람.

빈손 마주잡으며 내일을 얘기하며 웃다


밝은 빛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일 때

더 이상 힘들어 못하겠다고

[밝은 곳으로]

날 밀며 자리에 서고 말았지.


(간주)


이별을 맺는 마지막 만남

마주한 사람에게 실망하는 내 앞에서

속 깊은 아픔을 짙은 선글라스로 가리고

돌아오지 못한 길을 홀로 가려는

그 사람의 지독한 외로움. 난 몰랐지.


알았다 해도 할 게 없음에

만남만큼 오랜 시간 아파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나만을 위해

모진소리 남기며 먼저 뒤돌아간

그 사람의 그 마음, 정말 난 몰랐어.


그때 그 사람의 그 모습이

홀로 남겨질 날 위한 연기였음을

알았다 한들 달라졌을까.

[그랬다면]

그 사람 마지막 말처럼

내 큰 한걸음 더 딛지 못하고

끝내 빛 앞에서 주저앉아버렸을까.


(간주)


아무것도 못해준 아내를 위해

제 몸 깎아가며 헌신하다가

행여 나 꿈 이루지 못할까하여

아픈 몸을 이끌고 어둠 속으로

머나먼 길을 외로이 떠나간 사람.


그때 그 사람의 모진 얘기가

홀로 남겨질 날 위한 연기였음을

[알았다면]

난 뭘 할 수 있었을까.


뒤늦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간이 다시 그때로 돌아간대도

[몰랐겠지]

난 무엇도 못했을 테지.


(간주)


그 사람은 단 한 번의 무대에서

가슴으로 연기해낸 배우였고


그가 떠난 텅 빈 무대에 남겨진 건

여전히 그 깊은 마음을 다 모르는 나.

[여전히]

다 모르는 나.




설하가 출연 중인 드라마의 제목은 ‘a Battle With Number’, 즉 숫자와의 싸움을 뜻한다.

세무법인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설하는 여주인공의 사수인 세무사 ‘유서정’ 역을 맡았다.


서정은 빈틈없는 일처리와 냉랭한 말투로 동료들의 인정과 시샘을 동시에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여주인공을 은근히 챙겨 주는 캐릭터다.

직장 밖에서는 세상의 편견을 견디며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기도 하다.


서정 캐릭터는 드라마의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눈에 띄었고, 서정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설하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도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서정은 처음 여주인공과 함께 사무실에만 등장하는 역할이었다가 지금은 단독 신이 매회 나오는 등 비중이 상당히 늘어있다.

시놉시스상 그냥 싱글맘이었던 서정 캐릭터는 이제 ‘임신 중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남편과 사별한 싱글맘’으로 구체화되어 있었다.


<BWN> 제작진은 설하에게 OST의 마지막 곡을 부를 것을 부탁했고, 설하는 제 이야기로 노래를 써서 부르겠다고 했다. 극중 서정의 설정과 자기 실제 상황에 비슷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배우와의 이별>은 서정이 지친 몸으로 아이를 재우고 사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며 물 고인 눈으로 맥주를 마시는 장면에 삽입될 예정이다.


“쟤···. 하아아아.”


노래가 끝나자 녹음실이 긴 침묵에 휩싸였다.

여원은 말을 잇지 못하고 길게 한숨을 쉬었고 홍태와 은호 역시 굳은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설하는 부스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고 정완은 고개를 숙였다.


정완의 예상대로 한수의 유골 옆에 있던 하늘색 봉투는 한수가 설하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였다.

설하는 ‘누나가 꿈을 이룬 후 이걸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첫 문장을 보고 가슴이 메었고, ‘한 여자만 치열하게 사랑하다 가는 인생, 더 이상 줄 수 없어 안타깝지만 후회는 없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눈물을 쏟았었다.

어젯밤 차 안에서 가사를 수정할 때도, 그리고 지금 노래할 때도 설하의 눈앞에는 비뚤게 눌러 쓴 한수의 글씨가 있었다.


“저기. 배우님.”


정완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쉬었다 하시지요.”

“아니, 괜찮아요. 계속해요.”

“바로 할 수 없습니다. 감정을 더 누르셔야 해서요. 두세 번만 더하면 될 것 같으니 배우님은 여원 선생님이랑 차 한 잔 하고 오시지요.”

“그래. 나랑 차 한 잔 하자.”

“알겠어요.”


설하는 두말 않고 부스를 나와 홍태에게 인사했다.


“홍태 씨만큼 안 되네요.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제가 이래서···. 미안해요.”

“쉬었다 오시면 더 좋아질 겁니다.”

“20분 뒤에 올게.”

“예.”


여원이 설하를 데리고 녹음실을 나가자 정완은 옆에 놓인 생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은호가 말했다.


“나 같음 형처럼 못했을 것 같아요.”

“뭘?”

“배우님이 더하겠다고 하면 그냥 더했을 것 같은데.”

“그럼 배우님만 슬퍼하는 노래 나온다.”


홍태의 말에 정완이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프로듀서가 녹음실에서 갈팡질팡하면 안 된다. 대충 타협해서 녹음해놓고 나중에 들어봤더니 이건 아닌데도 그대로 음원 출시해?”

“···.”

“녹음은 네 마음에 들 때까지 해야 한다. 그러니까 중심 잘 잡아.”

“예.”


은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홍태가 화제를 바꾸었다.


“그나저나 이건 너무 많지 않나?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형이 그만큼 했어요. 그렇다고 주신 걸 무르겠습니까.”


녹음에 앞서 설하는 홍태와 은호에게 뮤지컬 초대권을 두 공연분이나 주었다.

은호는 미란과 데이트할 생각에 희희낙락했지만 홍태는 신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몸 무거운데 두 번이나 갈 수 있을까.”

“형수님 힘드실 것 같음 봉길이 형 하나 주세요.”

“윤희 씨랑 얘기해보고···. 전화 좀.”


홍태는 스마트폰을 쥐고 밖으로 나갔고 은호는 티켓을 촬영하여 미란에게 보냈다.

정완은 헤드셋을 귀에 꽂고 조금 전 녹음한 설하의 노래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



생방송부터는 각 심사위원이 100점 만점의 점수를 매기며, 여기에 홈페이지 사전 투표와 당일의 관객 투표 및 시청자 문자 투표의 백분율을 점수화하여 종합 점수를 산출한다.

이 결과는 경연이 끝나자마자 <C-POP Artist> 홈페이지에 공지하여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C-POP Artist> 생방송에서 나온 종합 점수의 최고기록은 411점이었다.

심사위원 점수가 보통 350점에서 380점 사이이니 투표 비중이 미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실력 있는 참가자들만 남고, 이들이 생방송에 적응하여 심사위원 점수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표에 의해 합격자와 탈락자가 뒤바뀌는 일은 다반사였고 0.1점 차이로 합격과 탈락이 가려진 경우도 있었다.





오후 5시 40분.


“<C-POP Artist season 5>!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제 앞에 계시는 관객 여러분. 이번 주는 첫 생방송을 맞아 20분 일찍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홍영기입니다!”

“와아아아!”

“예선과 네 라운드의 본선을 거쳐 이제 열 팀만이 남았습니다. 실력을 인정받은 아티스트들의 무대, Top 7 결정전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첫 생방송을 다른 날보다 20분 일찍 시작하는 것은 열 팀의 무대를 담아내기 위해 방송시간이 더 필요해서다.

MC 홍영기가 심사위원들과 인터뷰하고 무대에 나온 참가자들과 짧게 이야기한 후 퇴장했다. 뒤이어 생방송 및 투표에 관한 사항이 화면을 통해 안내되었다.


참가번호 1, 2번인 전민재와 여우비는 무대 뒤편 대기 장소로 나왔다. 정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재가 긴장된 표정으로 들이붓듯 물을 마시자 은별이 생수병을 가로챘다.


“지금은 그만 마셔요. 배불러서 춤 못 추면 어쩌게?”

“휴. 조금만 더 먹을게요.”

“끝나고 마셔요. 그리고 귀 좀.”


은별이 민재의 귓전에 대고 몇 마디 속삭이자 민재가 고개를 젓다가 끄덕였다.

뒤이은 제작진의 신호에 그는 긴장이 한결 풀린 표정으로 계단을 올랐다.


“무슨 얘기한 거야?”

“우리 무대 끝나면 나가자고요. 너무 배고파서 뭐라도 좀 먹어놓게요.”

“아. 그래도 되겠네.”


생방송 참가자들은 긴장 때문에, 혹은 TV 화면에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나오고 싶어서 점심식사를 거의 먹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 모두 배고프고, 생방송이 끝나고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려면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


물론 서희는 은별의 귓속말이 그게 다가 아님을 알았다.

연인사이에 그 정도 얘기를 귓속말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언니도 같이 갈래요?”

“아니.”


서희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민재와 여우비는 무대를 마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를 즐기며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면 된다. 발표 때는 지금의 의상 그대로 무대에 올라가야 하지만, 오늘 여우비의 무대의상은 깔끔한 정장이기 때문에 이대로 밖에 나갔다 와도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정완은 다른 팀원들의 무대 때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희는 제 무대를 마치고 간식거리를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메뉴나 분위기, 장소보다는 함께하는 사람이었다.


서희와 은별은 문틈으로 민재의 무대를 보았다.

은별이 탄식하듯 말했다.


“아, 춤이 오늘따라 되게 아슬아슬하네.”

“쟤 저렇게 격렬한 안무는 안 했던 것 같은데.”

“오늘 게 제일 어렵댔어요. 자기 연습시간 부족하다고 힘들어했어요. 생방송이라고 잠도 안 자고 춤 연습 엄청 했는데.”

“저 친구 그만 보고 물 조금 마셔둬.”

“네.”


정완의 말에 은별이 문틈에서 눈을 떼었다.

그러자 정완이 말했다.


“너희들 잘 하고 있구나.”

“네?”

“여유도 있고 아주 들뜬 것도 아니고 심하게 긴장한 것도 아니고, 무대 오르기 직전의 자세로 지금이 제일 좋아. 3라운드 때만 해도 노래 기억 안 난다고 그래서 눈 감고 노래도 시켰는데 기억나?”

“확실히 그때보단 나아요. 생방송이라고 해도 송년특집이랑 다른 것도 없고.”

“이 경험도 한 번 해봤으니까요.”


이윽고 민재의 노래가 끝나고 심사가 진행되었고 제작진이 서희와 은별에게 손짓했다.


“하던 대로 하고 와.”

“PD님 어디서 좀 쉬어요. 힘들겠다.”

“걱정 말고 다녀와.”

“네.”


민재의 무대가 끝난 화면에 여우비의 인터뷰 영상이 재생되자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저희가 <C-POP Artist season 5> 첫 생방송에서 부를 노래는.”

“제로웨스트(Zero West)의 <그대의 별똥별이 될게요>.”

“그리고 블루레이스(Blu-Race)의 <오늘 하늘 정말 예쁘다>입니다.”

“블루레이스는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제로웨스트라는 가수는 저도 처음 들었어요. 확인해 보니까 이분이 발표한 곡이 이 노래 하나뿐이더라고요.”

“네.”

“그 동안 여우비 팀은 자작곡 말고는 많이 알려진 노래를 주로 불러왔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어요. 어떻게 골랐어요?”

“<오늘 하늘 정말 예쁘다>는 제가 카페에서 알바할 때 자주 들었어요. <그대의 별똥별이 될게요>는 HAP 프로듀서님이 추천해주셔서 알았고요.”

“끼약!”


은별이 정완을 언급하자 서희가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었고, 영상을 보던 관객들이 괴상한 함성을 내었다.

서희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요새는 하루 종일 노래를 듣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좋은 노래가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좋아진 노래들을 부르자고 했는데 많아서 고르기 힘들었어요.”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담은 노래들이라 즐겁게 즐기셨으면 좋겠고, 원곡도 많이 들어주셨음 해요.”


서희와 은별은 인터뷰 영상이 끝나갈 때쯤 무대에 섰다.

영상이 꺼지고 함성이 잦아들자 첫 곡의 전주가 시작되었고 두 사람은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서희가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그대의 별똥별이 될게요> 원곡 : 제로웨스트(Zero West)


(서희's song)

멀리서 바라만 보네요, 아무 말도 못하고

멀게만 보이는 그대 모습에 오늘도 나는 등을 돌려 버려요.


다른 사랑들을 말하는 그대 모습에 지쳐

나를 한 번만이라도 봐 주길 빛을 내며 기다리고 있어요.


(은별's song)

저 밤하늘엔 수많은 별들 있지만

그댈 가장 사랑한 그 별은 나란 별이죠.


그대가 날 보며 소원을 비는 짧은 그 순간

영원히 간직할래요.


(간주)


(서희's song)

한 걸음 한 걸음 그대를 향해 다가가지만

그댄 내가 불안해 보이는지 자꾸 나를 밀어내려 하네요.


(은별's song)

나를 믿어요. 아직 부족하지만

그댈 향한 내 맘은 누구보다 따뜻한 걸요.


그대가 날 보며 소원을 비는 짧은 그 순간

영원히 간직할래요.


그대의 별똥별이 될게요.





<그대의 별똥별이 될게요>는 남자 솔로 곡인데다 서희가 보일 임팩트가 없고 고음은 은별이 터뜨려야 할 만큼 높지 않다.

그래서 정완은 노래와 감성이 좋아서 연습곡으로 들어보라고 했지만 오디션 무대에서 부르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곡을 생방송에서 부른다면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감성만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당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희와 은별은 다음 단계를 위해서라도 꼭 불러야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정완은 주성락 트레이너에게 특히 이 노래를 세세하게 봐달라고 부탁했다.


서희와 은별은 한 음 한 음 마음을 담아 부르는 데에 집중했고, 관객들은 전에 이들이 불렀던 노래들보다 더 잔잔한 노래를 이들만큼 집중하여 경청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지난 라운드에서 두 곡을 부른 정도의 집중력을 이 노래에 쏟아내었다.


“잘했어. 너도 나도.”

“네.”

“계속 집중하자.”


둘은 조그맣게 속삭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 곡의 기타 연주가 곧바로 재생되었다.





<오늘 하늘 정말 예쁘다> 원곡 : 블루레이스(Blu-Race)


(서희's song)

쉽지 않죠, 살아가는 게. 재미없네요, 나도 그래.

온몸이 바쁘고 힘든데 마음이 더 지치네요.


바닥만 보고 힘없이 걷다가 고개를 들어.


(은별's song)

오오오, 오늘 하늘 정말 예쁘다.

푸른 빛깔 적당한 구름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버티느라고 피곤했는데

잠시나마 기분이 좋네.

[라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라.]


(서희's song)

요즘 따라 생각이 많죠. 크고 작은 걱정 있으니

어제도 대화를 길게 했죠. 서로를 위로하면서


한숨 쉬던 그대에게 전화해 창문을 열어봐.


(은별's song)

오오오, 오늘 하늘 정말 예쁘다.

푸른 빛깔 적당한 구름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버티느라고 피곤했는데

그랬는데.


오오오, 오늘 하늘 정말 예쁘다.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서희's song)

내리쬐는 햇살 안에서 마주 바라보며 웃고만 싶어

잠시나마 기분이 좋네.


(은별's song)

바닥만 보고 힘없이 걷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 정말 예쁘다. 푸른 빛깔 적당한 구름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버티느라고 피곤했는데

잠시나마 기분이 좋네.





은별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오늘 하늘 정말 예쁘다>를 들을 때면 예쁜 하늘을 본 듯 가슴이 시원해지곤 했다.


새해 둘째 날 밤, 정완이 은별을 대신하여 서희와 함께 카페에서 공연하던 때, 은별은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예능프로그램을 찾아보다 거기서 이 노래를 또 들었다. 다음 날 그녀는 이 노래를 생방송에서 부르고 싶다고 서희에게 이야기했다.

선곡을 들은 정완은 은별에게 ‘네가 시원해졌던 만큼 시청자들도 시원하게 만들 수 있음 불러.’라고 했다.


그래서 은별은 두 곡을 통틀어 단 한 곳에만 있던 내지르는 고음 부분을 사이다 마시듯 시원하게 불러내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서희와 은별이 노래를 마치자 커다란 함성이 길게 외쳐졌다.


작가의말

새해의 첫날입니다.

코로나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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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pilogue. 이제야 불러본다 +4 21.09.08 68 5 33쪽
53 Final. 두 사람의 마지막 경연 21.09.06 67 5 37쪽
52 Round 8.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21.09.01 68 5 26쪽
51 Welcome. 하루를 마무리할 때 21.08.28 60 5 19쪽
50 Change. 모두의 힘으로 21.08.27 65 5 20쪽
49 Round 6. 아쉬움과 미련이 없도록 21.08.23 74 5 28쪽
48 Ago.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21.08.18 84 6 29쪽
47 Confidence. 생각할 시간 일주일 21.01.04 93 5 27쪽
» Round 5. 어느 배우와의 이별 +2 21.01.01 89 6 28쪽
45 Relation. 꿈이 아니라는 걸 +2 20.12.04 116 6 26쪽
44 Self. 돌아선 길 위에서 +2 20.11.20 127 6 30쪽
43 Encore. 복수의 시간 +2 20.11.13 116 6 26쪽
42 Special 2. 바보가 된 천재들 +2 20.11.09 118 7 28쪽
41 Special 1. 희망을 노래하는 겨울 +2 20.11.02 134 6 28쪽
40 Preparing. 서로를 만나는 이유 +2 20.10.26 133 6 26쪽
39 Blind. 오해를 풀고 남은 자리에 +4 20.08.18 159 8 22쪽
38 Composer. 눈은 이미 맞았고 +2 20.08.13 147 7 21쪽
37 Radio. 진심으로 대하기에 더 빛나는 이들 +2 20.08.11 136 8 26쪽
36 Cooperation. 침묵의 이 순간 +2 20.08.04 153 8 26쪽
35 Innocence. 꿈이라고만 여겼던 것 +2 20.07.30 169 7 23쪽
34 Producing. 입 헤벌리고 표정 관리 못하지만 +2 20.07.28 165 9 26쪽
33 Affableness. 오래 전 우리 +2 20.07.21 176 7 38쪽
32 Along. 대타로 때려낸 홈런 +4 20.07.16 171 9 30쪽
31 Beginning. 음악은 변하지 않았다 +6 20.07.12 158 8 34쪽
30 Some. 애써 외면했던 진심 +4 20.07.07 168 10 22쪽
29 Opening. 속 깊은 이야기들 +4 20.07.05 166 9 28쪽
28 Yearning. 두 사람의 두 마음 +6 20.06.30 176 9 20쪽
27 Quest. 그녀의 마지막 미션 +2 20.06.25 156 10 29쪽
26 Showdown. 또 다른 사랑이 다가오다 20.06.18 164 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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