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3,445
추천수 :
623
글자수 :
659,060

작성
20.10.26 03:50
조회
132
추천
6
글자
26쪽

Preparing. 서로를 만나는 이유

DUMMY

12월 29일 토요일 오전 10시, 3라운드를 통과한 스무 팀이 CBC 미디어센터 스튜디오에 모였다.

오늘은 <C-POP Artist season 5> 송년특집 공개녹화가 진행되며, 이것은 내일 저녁에 방송될 것이다.


뮤컬트 팀원들은 대기실에서 정완으로부터 오늘의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드라이 리허설과 카메라 리허설을 마친 다음 인터뷰와 점심식사를 교대로 하고, 무대의상으로 갈아입고 분장한 후 최종 리허설에 들어간다.

관객들은 3시 30분에 입장하고 녹화는 4시에 시작하며, 앙코르까지 마치는 시각은 8시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두 번째라서 예린이 2번, 여우비 6번, 미란이 10번, 하트헤르 14번이고 도진이는 18번이다. 최종 리허설은 이 순서대로 들어갈 거야. 앙코르도 두 번째고.”

“네.”

“선배님들은 2시에 오신다니까 최종 리허설은 문제없을 거고, 은호는 언제 온대?”

“30분 안에 올 거예요.”


미란이 미소를 띠고 답하자 정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잘 알겠지만 엊그제 했던 대로만 해. 그보다 못해도 좋은 무대 나올 거야.”

“네.”

“이런 대형 무대에서는 심각한 실수만 아니면 안 보이니까 디테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연습 많이 하지 말고 컨디션 관리 잘해. 힘들면 자도 된다.”

“네.”

“긴장할 이유가 전혀 없다. 너희들은 100퍼센트 준비되었으니까 어떻게 해도 무대에서 빛날 거야. 참견 그만할 테니까 제작진 안내 있을 때까지 쉬어. 드라이 리허설은 10시 20분부터다.”

“PD님!”


예린이 정완을 다급하게 불렀다.


“왜?”

“PD님이랑 공연 전에 한 번 맞춰볼 수 있어요?”

“두 번 하자. 점심시간에 한 번, 최종 리허설 끝나고 한 번. 도진이 괜찮아?”

“좋습니다.”

“다른 팀들도 다 그때 하자. 근처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정완과 서희는 복도 한쪽에 캔커피를 놓고 마주앉았다.

다른 팀 참가자들이 둘을 알아보고 정완에게 인사하고 갔다.


“PD님이 우리 회사 PD님이라 좋아요. 딴 회사 애들도 다 알아보고 인사하고.”

“푸후후.”

“근데 내 남친 오늘 힘들겠다. 연주만 도대체 몇 번을 해야 돼?”

“이게 내 일이니까.”

“풋! 그 대답 진짜 매력 없어요.”


서희는 피식 웃다 대기실 쪽을 쳐다보며 입을 비죽 내밀었다.

정완은 미란을 제외한 팀원들의 무대에 연주자로 오를 예정이다. 예린과 여우비의 무대에서는 키보드를, 하트헤르의 무대에서는 어쿠스틱기타를, 도진의 무대와 앙코르에서는 세션의 일원으로 일렉기타를 쳐야 한다.


한편 미란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 오후에야 회사에 나타났다. 그 동안 그녀는 회사 숙소에서 늦잠을 잔 후 은호를 만나 점심부터 늦은 밤까지 함께 지내며 노래를 만들고 점검하는 한편 시내에서 데이트도 했다.

미란은 은호와 어떤 사이냐는 예린의 물음에 아직은 자신도 모르지만 조만간 알게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모든 이들이 은호와 미란이 이번 무대를 마치고 연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희는 이 말을 전해 듣고 피식피식 웃었지만 정완은 뜻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의도와는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미란에게만 남자를 소개한 꼴이 되어버리자 그는 미안한 마음에 무대에서 라이브 연주를 해달라는 예린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그걸 들은 지혜 역시 같은 부탁을 했고 정완은 그것마저 들어주어야 했다. 팀원들을 총괄하는 프로듀서가 누구의 부탁은 들어주고 누구는 안 들어줄 수는 없었다.


서희는 이런 점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팀원들은 정완이 연주할 때 한결 편안하게 노래했는데, 여우비의 본선 3라운드까지를 생각해보면 그러한 안정감은 믿음이 없으면 나오지 않는다.

팀원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잠재력을 끄집어내며 믿음을 얻는 모습을 보며 서희는 정완에게 더 잘 어울리는 일이 아티스트가 아니라 프로듀서라고 생각했다.


“저는 PD님이 짠하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좋기도 해요. 회사에서도 이제 하 PD 없으면 일이 진행 안 된다고 하고.”

“당연하지. 내가 속도 하나는 우진이보다 빠르니까.”

“풋!”


정완이 어깨를 으쓱하며 한 말에 서희가 웃었다.

프로듀서로서 우진은 ‘만족도 95, 속도 50’으로, 정완은 ‘만족도 90, 속도 90’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이에 대해 문갑은 ‘만족도 80만 돼도 좋은 프로듀서’라고 정리하는 한편, 정완에 대해 일하는 스타일이 성혁과 비슷한데 작곡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래할 때 PD님이 연주하면 확실히 든든해요. 애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애들이야 뭐 그냥 자주 보다보니까 그러겠지.”

“다 좋은데 적당히 해요. 무리하면 안 돼요.”

“적당히 하고 있어.”

“에이. 남친이 일을 너무 잘해도 탈이라니까.”


서희가 툴툴거리는데 은별이 저쪽에서 ‘언니, 드라이 리허설이요!’라고 외치며 그녀에게 손짓했다.

정완이 먼저 일어섰다.


“들어가. 리허설 잘하고 조심해.”

“저 여기서 PD님이랑 같이 밥 먹고 싶었어요. 오늘은 되죠?”

“응.”

“점심시간에 봐요.”


정완은 대기실로 들어가는 서희의 뒷모습을 미소 띤 눈으로 바라보았다.





서희와 은별은 두 가지 리허설을 마치고 인터뷰에 들어갔다.

작가는 두 사람에게 여담부터 꺼냈다.


“여우비 팀에게는 먼저 축하부터 해야죠. 두 분 모두 최근에 연인이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서희 양은 캐스팅 오디션 때 큰 꿈이 생겼다고 얘기했었는데, 혹시 그 꿈이 HAP 씨였나요?”

“네.”

“꿈이 뭔지에 대해서는 노래로 이야기하겠다고 했죠. 서희 양은 그 뒤로 현장에서, 그리고 드라마에서 좋은 노래로 이야기했어요. 이제는 시청자 분들도 잘 알고 계시고요.”

“시청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께도 감사해요.”


은별과 민재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석모도 온천과 강화도 토속음식 식당에 함께 있었던 것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자 KP와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이 3주 전 연인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축하한다고 이야기한 반면, 여우비 팬카페에서는 여우비가 해체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면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민재가 EDM 작곡가이므로 은별이 EDM과 잘 어울릴지 논의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설마 은별이 KP와 계약하는 건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여우비의 두 멤버 모두 같은 직업의 남자를 만난 것을 신기해하기도 했다.


한편 은별과 민재는 크리스마스이브날 밤에 다퉜다가 다음 날 화해했다.


“오늘 부를 노래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희가 <C-POP Artist season 5> 송년특집 무대에서 부를 노래는.”

“라붐(LABOUM)의 <겨울동화>입니다.”

“네. 분위기가 정말 확 바뀌었죠. 여우비가 이런 노래를 부를 줄은 몰랐어요.”


작가의 말에 서희와 은별이 미소 지었다.


“둘 다 연인이 생기니까 분위기를 바꾼 건가요?”

“그것도 있고, 그 전에도 저희끼리 분위기를 바꿔보는 게 어떨까 많이 상의했습니다. 그 결과 고른 노래예요.”

“비경연이다보니 부담 없이 즐겁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르게 됐어요. 저희의 감성이 그대로 담겼으니 기쁘게 들어주셨으면 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대기실에 돌아와 보니 정완이 테이블에 도시락 두 개를 놓고 앉아 있었다.

서희가 냉큼 마주앉자 은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와아.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왜?”

“아무리 언니가 좋대도 이제 제 건 챙겨주지도 않으시네···. 어?”


은별의 말에 정완이 구석을 고갯짓으로 가리켰고, 거기에 민재가 도시락 두 개를 들고 서 있었다.


“저 잘생긴 놈 데리고 나가. 우리 회사 대기실에 KP가 웬 말이야.”

“풋!”


은별이 웃으며 나가려는데 정완이 민재를 불렀다.


“어, 야. 전 PD.”

“예, 선배님.”

“은별이 30분 안에 보내. 연습해야 하니까.”

“예.”


정완은 조금 전까지 민재와 작곡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 장르는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작곡가 겸 프로듀서이고, 특히 초보 프로듀서인 민재는 정완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은별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서희는 두 사람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픽 웃었다.


“다른 사람한테 잘생겼다는 얘기도 하네요?”

“잘생겼으니까.”

“그래도 내 남친이 훨씬 잘생겼어요. 비율도 좋고.”

“넌 내가 잘생기고 비율이 좋아서 만나는 거야?”

“네?”


서희의 젓가락을 뜯어주며 무심하게 꺼낸 정완의 말에 서희가 살짝 당황했다.


“아니요.”

“그럼?”

“책임감 있고 존경스럽고, 같이 있으면 좋아서 있고 싶고···.”

“으음. 고마워.”


정완은 자신의 도시락에 있던 소고기를 그녀의 밥에 얹어주었다.


“PD님은 저 왜 만나요?”

“살려고.”

“살려고요?”

“못 만나면 죽을 것 같으니까.”

“···.”

“왜, 먹기 힘들어? 팔 아프면 내가 먹여줄까?”

“아니요. 아니. 먹어야죠. PD님도 먹어요.”


서희는 생긋 웃고 숟가락을 들었다.





4시에 가까워지자 객석이 꽉 찼다.

<C-POP Artist>에서는 홈페이지에서 송년특집 공개녹화의 방청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300명을 뽑았고, 참가자 한 명당 다섯 명까지 초대하도록 했다. 서희는 부모님 및 서준과 함께 서울에 사는 이모 둘을 초대했고, 은별 쪽에서는 부모님과 오빠인 은성만 왔다.

서희의 부모님과 은별의 부모님이 나란히 앉아 통성명을 막 끝냈을 때였다.


“어? HAP다!”

“와아아!”


정완은 환호성을 지르는 관객들에게 고개를 숙인 후 서희의 부모님을 향해 다가와 인사를 올렸다.

서희 어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 정완이 왔구나?”

“아버님, 어머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어요?”

“그래. 너희들 덕분에 우리가 이런 데도 다 와 보네?”

“감사합니다. 서준 씨, 고마워요.”

“뭘요.”

“이모님들 처음 뵙습니다. 하정완이라고 합니다.”

“응! 우리가 서희 이모야.”

“잘생겼다. 우리 형부 젊었을 때 같네.”

“감사합니다.”


정완은 이모들과 인사를 나눈 후 가져온 종이가방을 서준에게 건넸다.

가방 안에는 샐러드 빵과 주먹밥, 죽, 녹차와 음료수 등이 넉넉하게 있었다.


“오늘 녹화 꽤 오래 할 것 같습니다. 출출하실 때 드세요.”

“고맙습니다, 형님. 잘 먹을게요.”

“정완아. 서희는?”


어머니의 말에 정완이 자신을 쳐다보는 은별의 가족들을 힐끗 보고 말했다.


“서희는 무대 아래에서 녹화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작이 코앞이라 정신없어요.”

“너는? 너도 오늘 바쁘다면서 여기 나와도 돼?”

“저는 연주만 할 거라 지금은 시간이 있습니다. 대신에 녹화 들어가면 조금 바쁠 것 같습니다.”

“그럼 얼른 가. 조금 있으면 시작하는데.”

“예, 어머님. 여우비는 여섯 번째라 4시 40분쯤 나올 거고요, 녹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는데 서희는 그때 여기 올 겁니다. 경연 아니니까 마음 졸이지 마시고 편하게 즐겨주세요.”

“그래.”

“그리고 여우비 무대에 저도 올라가는데, 무대에서 저희가 좀 잔망스럽게 놀아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응. 알았으니까 너도 얼른 네 일 봐.”


이때까지 말이 없던 서희 아버지가 말했다.


“우리까지 신경 쓰느라 수고가 많구나.”

“아닙니다. 혹시 불편한 거 있으시면 서준 씨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그런 게 뭐 있겠냐. 어서 들어가서 다른 가수들 확인해.”

“예, 아버님. 감사합니다. 서준 씨,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

“걱정 말고 가요, 형님.”


정완은 은별 가족 쪽에 한 번 인사하고 서희의 부모님과 이모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들어갔다.

은별의 어머니가 말했다.


“저놈은 우리한테 인사만 하고 말도 안 하네? 모르는 사이도 아니면서.”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서? 내가 저 친구였으면 우리 집안에 인사도 안 해.”

“뭐?”

“엄마가 한 걸 생각해 봐. 열심히 살겠다는 사람한테 어떡했는지, 어휴!”


은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은별은 정완이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후 가족들에게 정완과의 프로듀싱 과정을 밝히며 두 가지를 말했다. 정완은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한 은인이며, 회사에서 자신보다 상급자이니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자신은 가수를 못하게 된다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서희의 어머니가 은별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은별이 어머니.”

“네.”

“그쪽 집안에서 저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아이는 우리 집 사윗감입니다.”

“네?”

“예의 차려서 인사하는 아이한테 저놈이라고 말씀하시니 듣기 거북하네요.”


은별 어머니가 말을 잇지 못하자 이번에는 서희 아버지가 말했다.


“4년 전에 저 아이한테는 아버님이 계셨답니다.”

“네?”

“제 딸이 만난다기에 불러서 이야기해보니 가정교육 잘 받았고 속도 깊더군요.”


은별의 어머니가 고개를 돌렸다. 서희의 부모는 지금 자신이 정완에게 ‘부모도 없고 근본도 없는 놈’이라고 말했던 부분을 짚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중견기업의 오너 집안에서 은별과의 일을 모두 알면서도 정완을 사윗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정숙해 주세요.”


제작진의 외침에 객석이 조용해졌다.

잠시 후 오후 4시. 손봉규 PD의 사인과 함께 <C-POP Artist season 5> 송년특집 녹화가 시작되었다.


“<C-POP Artist season 5>!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제 앞에 계시는 오백 인의 관객 여러분! 반갑습니다. 홍영기입니다.”

“와아아아!”

“제작진과 심사위원, 참가자들,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의 한결같은 열정으로 <C-POP Artist season 5>가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무대 위 멀티비전에 두 돌이 막 지난 영기의 쌍둥이 딸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여러분 덕분에 제 귀여운 공주님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이 프로 녹화하다가 공주님들을 맞이해서 그런지 저는 이 프로도 자식같이 느껴지네요.”

“와아!”


영기는 카메라와 관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심사위원석을 향해 걸었다.


“<C-POP Artist season 5>! 오늘은 2018년의 마지막 방송으로 송년특집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세 번째 시즌부터 시작된 이 특집은 그간 숱한 화제를 낳았고, 비록 생방송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가수들도 여럿 배출했습니다. 모든 분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또 한 번 얻게 되었죠. 참가자, 심사위원, 그리고 시청자 분들까지, 오늘은 경연이 아니니 편안한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한 무대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와아!”

“변함없이 이 프로를 지키며 노력하는 심사위원들부터 만나보시죠. 먼저 심사위원장인 KP의 하인길 심사위원입니다.”


관객들의 함성이 줄어들자 영기가 인길에게 말했다.


“최근에 하인길 심사위원에 대한 시청자 분들의 이야기가 달라졌어요. 심사 때 말씀이 많아졌고 깊이가 더해졌다는 평가가 늘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감사합니다. 저도 안 좋은 평가를 듣는 게 싫어서 나름 공부하고 있습니다.”

“심사 면에서야 그랬지만 참가자를 발굴하고 키우는 능력만큼은 전부터 많은 시청자 분들께 인정받았지요. 시청자 분들은 올해도 KP에서 우승자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시는데, 우승 자신하십니까?”

“아니요. 이 프로 하면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올해는 다른 회사에 워낙 출중한 참가자들이 많아서 더 긴장하고 있죠.”

“하긴. 최고의 자리는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하지요. 앞으로 KP의 행보,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기가 이번에는 여원에게 갔다.


“다음은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의 암사자, 담여원 심사위원입니다.”

“와아!”

“뮤컬트 엔터에서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사고를 치는 참가자들이 나왔어요. 재작년에 한미연사, 작년에는 유승아 양이 그랬죠. 올해는 참가자들이 다들 얌전해서 조용히 지나가나 했는데 또 대형사고가 있었죠?”


영기의 말에 여원이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혹시 여우비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건 사고가 아니에요.”

“왜죠?”

“다들 일을 벌이기 전에 저한테 허락받았어요. 그게 정말로 사고라면 제가 책임을 져야죠.”

“그렇군요.”

“HAP 씨에게는 오히려 제가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었어요. 거기다 서희 양은 마음에 감기를 걸리게 만든 사람을 향해 소녀가 되어 다가갔다···. 이걸 현장에서 표현해낸 능력은 저도 배우고 싶네요.”

“와아아!”

“그리고 저희 회사에서는 특히 아티스트의 연애만큼은 무조건 공개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은별 양에 대해서 공개하려고 하는데 하인길 심사위원이 저한테 전화했어요. 그래서 제가 전화 안 받고 회사 SNS에 올렸죠.”

“푸하하!”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고, 인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숨어서 만나면 더 큰일이 생기죠. 모양새 좋게 동시에 올리자고 시간 정하려고 전화한 건데, 뮤컬트 엔터 일처리 속도가 요새 너무 빨라요.”

“후후. 알겠습니다.”


영기는 여원과의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지노에게 갔다.


“다음은 TYK의 멍청한 퀴즈왕, 지노!”

“하하!”

“지노 심사위원은 최근에 라이브 개인방송을 진행해서 화제가 되었죠. 거기서 노래를 몇 곡 불렀는데 랩은 몰라도 보컬은 오히려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이 프로 끝나면 앨범 내고 활동해달라는 말씀도 있었어요.”

“감사합니다만 그건 일회성 팬서비스였습니다. 앨범까지는 어렵고요, CBC에서 하는 드라마에 OST 제의가 들어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와아!”

“기대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심사위원 인터뷰를 마치···.”

“아니, 이것 보세요. 홍영기 씨!”

“푸핫!”


영기가 지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의도적으로 돌아서는데 수휘가 그의 옷깃을 잡았다.


“아. 수휘 심사위원이 있었죠.”

“예, 저도 심사위원입니다. 인터뷰 안 합니까?”

“해야죠.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습니다.”


영기는 예능프로그램 진행자다운 액션을 보여준 후 수휘의 옆에 섰다.


“수휘 심사위원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으로 팬 분들을 직접 만나고 계시죠?”

“예.”

“휘민락 팬 중에 한 분이 말씀하신 건데, 수휘 심사위원도 노래가 많이 좋아졌으니 내년 <C-POP Artist season 6>에 참가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군요.”

“예?”

“보컬로는 몰라도 싱어송라이터로 나가면 본선은 올라갈 것 같답니다.”

“예선탈락보단 낫네요.”

“기대해도 됩니까?”

“다들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수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영기는 미소를 띠며 심사위원 인터뷰를 마치고 무대 쪽으로 이동했다.


“<C-POP Artist season 5> 송년특집! 이제 오늘 무대의 주인공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참가자 여러분, 무대 위로 올라와주십시오!”

“와아아아!”


4라운드에 진출한 참가자 스무 팀이 멋지게 차려입고 무대에 올라오자 관객들이 크게 환호했다.

객석 여기저기에 플래카드와 태블릿 PC의 전광판이 나부꼈다.


서희와 은별은 중앙 약간 왼쪽에 앉은 가족들을 향해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hap ♡ 강서희 파이팅’이라고 쓴 서준의 스마트폰을 보고 서희는 ‘저거 오늘 나한테 뒤지고 싶나보네?’라고 나지막이 내뱉었다.


영기는 몇 팀을 인터뷰하다 여우비에게 왔다.


“이번엔 여우비 만나보시죠.”

“와아!”

“오늘 의상이 멋있네요.”

“와아아!”


서희와 은별 모두 하얀 드레스를 입었지만, 은별은 어깨와 무릎 위가 드러나고 레이스가 많이 달린 화려한 옷을 입고 머리에 티아라까지 단 데에 비해 서희는 은빛 브로치만 달린 긴 드레스를 입었다. 이것은 무대에서 은별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임과 동시에 서희가 노출을 싫어해서이기도 했다.

종합 리허설 직전 정완은 두 사람의 의상을 보고 자신을 포함한 세 사람의 무대에서의 위치를 재조정했다.


“4라운드 녹화가 있은 지 딱 4주가 지났는데, 그 동안 여우비 팀은 방송 밖에서 <C-POP Artist>의 팬들을 들썩이게 했죠. 먼저 두 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무대는 처음인데 어때요?”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즐거운 무대를 준비했는데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요.”

“와하하!”


객석에서 난데없는 웃음이 터졌다.

은별이 말하는 사이에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민재가 이쪽으로 슬금슬금 오려 했고, 서희가 그를 향해 눈에 쌍심지를 켜며 두 손으로 X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연습 많이 했다고 담여원 심사위원이 아주 칭찬하던데, 자신 있습니까?”

“홍영기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긴장됩니다. 아무리 많이 연습했어도 관객들이 계신 무대는 처음이라서요. 특별한 무대이니만큼 즐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희 양도 많이 긴장되나요?”

“지금은 긴장되지만 노래는 그저 즐기려고 합니다.”

“혹시 오늘 여우비 무대에서 HAP 씨가 연주하나요?”

“네.”

“와아!”


짧은 함성이 잦아들자 영기가 말했다.


“시청자 분들이나 관객 분들 다 그렇겠지만 저 역시 서희 양에 대한 기대가 아주 높습니다. 방송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현장에서 보여주었으니까요.”

“실망하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무대 기대할게요.”

“저어. 홍영기 선생님.”


영기가 여우비 인터뷰를 마치려는데 서희가 말을 꺼냈다.


“죄송하지만 제 동생한테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네. 하세요.”


카메라가 서준을 가리키자 그는 ‘hap ♡ 강서희 파이팅’이라고 적힌 스마트폰을 흔들며 손가락 V자를 보이고 웃었는데, 멀티비전에 뜬 그의 모습을 본 몇 여자들이 눈을 크게 떴다.

반면 서희는 서준을 쏘아보고 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대문자로 바꿔.”

“풉!”

“아. 동생이 HAP 이름을 소문자로 썼네요. 바꿔주세요.”

“하하!”


서희의 말에 은별과 관객들이 웃었고, 서준은 입을 비죽 내밀며 정완의 예명을 대문자로 바꾸었다.


“서희 양. 다 됐나요?”

“네. 감사합니다.”

“좋아요. 이번에는 KP의 트로피카나···. 아, 민재 군? 마음은 알겠지만 자리 옮기지 마세요.”

“와하하하!”


영기는 이렇게 모든 팀과 인터뷰했지만, 이 부분은 방송에서는 나가지 않고 동영상 사이트에만 공개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후 대부분의 팀들은 무대 오른쪽으로 퇴장했지만, 무대 순번이 1, 2번인 인디밴드연합의 박재욱과 뮤컬트의 선우예린은 왼쪽으로 퇴장했다.

서희도 예린을 따라 왼쪽으로 내려갔다.


정완은 무대 입구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린이 컨디션 어때?”

“좋아요. 순번 빨라서 완전 좋아요.”

“그래. 빨리 끝내고 쉬는 것도 좋지.”


이윽고 도진이 일렉기타를 들고 왔다. 예린의 무대에는 정완뿐 아니라 도진도 오를 것이다.

예린이 부를 노래의 원곡에 기타리스트 김세황의 연주가 있는데, 정완은 그 부분을 도진에게 맡겼다. 자기 무대에서 기타를 치지 않을 도진으로서는 이것 역시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정완은 서희와 손을 잡고 문틈으로 1번 박재욱의 무대를 보았다.

도진이 그의 뒤에 서서 말했다.


“PD님. 감사합니다.”

“뭐가?”

“마지막인 놈한테도 방송에 나갈 기회 많이 주시고.”

“너한테 기회를 더 준 건 맞지만 이건 예린이가 더 멋있게 보이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기타는 너만한 사람이 없으니까.”

“예.”


정완은 문틈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넌 내일부터 바닥에 누워서 기타 연주랑 노래 같이해봐.”

“누워서요?”

“노래할 때 자세에도 도움이 되고 기타 안 보는 연습도 될 거다.”

“예.”

“근데 저 친구 4라운드에서 떨어졌냐?”

“예.”


노래가 끝나자 정완이 서희에게 말했다.


“대기실에서 쉬고 있어. 금방 갈게.”

“네. 편하게 하고 와요.”

“근데 그 옷 정말 잘 어울린다. 예쁘네.”

“PD님도요.”

“이거 끝나고 사진 찍자.”

“좋아요.”


서희는 정완의 어깨를 쓸어주고 미소를 주고받은 후 대기실로 향했다.

정완이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도진에게 말했다.


“기타는 직접 챙기는구나.”

“예. 이건 누구 주기가 좀 그래서요.”

“지금 나한테 기타 잠깐 줄 수 있나?”

“왜요?”

“어차피 얘 노래 시간이 좀 짧으니까 퍼포먼스나 할까 해서. 무대 위에서 내가 잼(jam) 조금 하고 인사한 뒤에 기타 넘겨줄게. 그때부터 네 파트 연주해.”

“미투리 밴드 팬들한테 인사하시려고요?”

“응.”


정완의 이 말은 도진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정완이 자신에게 기타를 넘겨준다는 것은 자신이 SS의 후계자라는 뜻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진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예린이는 내가 피아노 시작하면 나오는 거 알지?”

“네.”

“자. 다음 준비됐나요?”


무대 쪽에서 영기의 목소리가 들리자 제작진이 이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다음은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의 첫 주자, 선우예린 양의 무대입니다. 노래는 화면을 통해 확인하시죠.”

“어?”

“와아아!”


정완이 일렉기타를 들고 성큼성큼 무대로 나가 즉흥연주를 하자 함성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가 연주를 마친 후 기타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린 채 양팔을 펼치고 인사하자 다시 함성이 울렸다.

이 인사는 SS로서 팬들에게 보내는 그의 마지막 인사였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며칠만 쉬자던 게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너무 늦어져 죄송합니다.

그리고 전처럼 주 3회 연재는 당분간 어려움에 또 죄송합니다.


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올리겠습니다.

대충 써서 올릴 수는 없고, 코로나 잦아들며 생업이 바빠진 이유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늘 감사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디션(Audition) 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에 따른 공지입니다. 21.09.08 41 0 -
54 Epilogue. 이제야 불러본다 +4 21.09.08 68 5 33쪽
53 Final. 두 사람의 마지막 경연 21.09.06 67 5 37쪽
52 Round 8.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21.09.01 68 5 26쪽
51 Welcome. 하루를 마무리할 때 21.08.28 60 5 19쪽
50 Change. 모두의 힘으로 21.08.27 65 5 20쪽
49 Round 6. 아쉬움과 미련이 없도록 21.08.23 74 5 28쪽
48 Ago.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21.08.18 84 6 29쪽
47 Confidence. 생각할 시간 일주일 21.01.04 93 5 27쪽
46 Round 5. 어느 배우와의 이별 +2 21.01.01 88 6 28쪽
45 Relation. 꿈이 아니라는 걸 +2 20.12.04 116 6 26쪽
44 Self. 돌아선 길 위에서 +2 20.11.20 127 6 30쪽
43 Encore. 복수의 시간 +2 20.11.13 116 6 26쪽
42 Special 2. 바보가 된 천재들 +2 20.11.09 118 7 28쪽
41 Special 1. 희망을 노래하는 겨울 +2 20.11.02 134 6 28쪽
» Preparing. 서로를 만나는 이유 +2 20.10.26 133 6 26쪽
39 Blind. 오해를 풀고 남은 자리에 +4 20.08.18 159 8 22쪽
38 Composer. 눈은 이미 맞았고 +2 20.08.13 147 7 21쪽
37 Radio. 진심으로 대하기에 더 빛나는 이들 +2 20.08.11 136 8 26쪽
36 Cooperation. 침묵의 이 순간 +2 20.08.04 153 8 26쪽
35 Innocence. 꿈이라고만 여겼던 것 +2 20.07.30 169 7 23쪽
34 Producing. 입 헤벌리고 표정 관리 못하지만 +2 20.07.28 165 9 26쪽
33 Affableness. 오래 전 우리 +2 20.07.21 176 7 38쪽
32 Along. 대타로 때려낸 홈런 +4 20.07.16 171 9 30쪽
31 Beginning. 음악은 변하지 않았다 +6 20.07.12 158 8 34쪽
30 Some. 애써 외면했던 진심 +4 20.07.07 168 10 22쪽
29 Opening. 속 깊은 이야기들 +4 20.07.05 166 9 28쪽
28 Yearning. 두 사람의 두 마음 +6 20.06.30 176 9 20쪽
27 Quest. 그녀의 마지막 미션 +2 20.06.25 156 10 29쪽
26 Showdown. 또 다른 사랑이 다가오다 20.06.18 164 8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