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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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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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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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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Self. 돌아선 길 위에서

DUMMY

12월 30일, 전날 녹화했던 <C-POP Artist season 5> 송년특집이 방송되었다.

방송이 끝나고 미방송분 영상이 홈페이지와 동영상 사이트에 게재되자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현장에 있었던 제작진과 심사위원,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이번 송년특집 무대에서 가장 화제가 된 회사는 단연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였다.

시청자들은 재작년부터 시작된 연말특집 무대에서 뮤컬트가 강세를 보였던 게 이번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번 시즌 뮤컬트 팀원들은 화제성 면에서 압도적이었는데, 그것은 지난 시즌까지 팀원들이 화제를 모은 이유가 주로 ‘사고’였던 반면 이번에는 오로지 각자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얼음꽃>을 불렀던 예린에 대해서는 노래에 귀를 번쩍 떴다고들 했다.

그녀에게는 그간 음색이 풍부하지 않아서 짙은 소울을 받쳐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바이브레이션을 줄이고 소울의 깊이를 얕게 하여 오히려 노래가 자연스럽게 들렸고 그게 더 어울렸다고도 했다.

은퇴한 김연아 선수를 그리워하며 ‘방송에서 이 노래를 들을 줄이야’라고 쓴 글에도 많은 공감이 달렸다.


<겨울동화>를 선보인 여우비는 귀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겁고 먹먹한 노래를 주로 불렀던 20대 후반의 여자들이 전과 달리 발랄한 노래를 들고 나왔는데 나름대로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특히 은별이 3라운드 때보다 메인보컬로서의 기량이 크게 향상되어 서희의 기량이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우비의 메인보컬은 은별이 맞겠다고 했다.


<첫눈처럼>을 부른 하트헤르는 유찬의 가창력과 두 사람의 팀워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유찬은 연주에 비해 노래가 처진다는 평가가 따라다녔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다만 이 무대에서는 정완이 기타를 연주했기에 유찬이 노래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어 그런 것 같다는 의견도 많았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4라운드 방송이 나가면 바뀔 것이다.


하지만 뮤컬트에서 가장 많은 이슈를 낳은 참가자는 미란과 도진이었고, 방송에 나가지 않은 앙코르 무대와 재앙코르 무대도 크게 화제에 올랐다.

그리고 화제의 끝에는 모두 다른 것 같으면서도 공통점이 보였던 무대를 만들어낸 사람이 있었다.


시청자들은 뮤컬트 팀원들의 무대를 통해 미란과 도진이 4라운드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완이 미란의 개성을 받아줄 작곡가를 섭외하고 도진에게는 기타 없이 노래만 하는 대신 출중한 실력자들을 모아 세션으로 세워 창작곡으로 무대에 올렸다는 사실이 증거였다.


어떤 시청자들은 이러한 정완의 기획을 가리켜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 전략이라고 했다. 미란과 도진이 4라운드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 일찍 알려지는 대신 방송 무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뮤지션임을 드러내 보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에게 다음 무대가 또 있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설득을 넘어 사실로 받아들여졌고, 저 정도의 실력자들이 떨어진 4라운드는 대체 어땠는가하는 기대가 높아졌다.


미란은 정완이 작곡한 <마지막 꿈, 첫 꿈>으로 송년특집에 나서려다 은호를 만나 함께 노래를 만들었고, 정완은 그 곡을 듣자마자 참가곡을 바꾸었다.

그녀는 이 노래의 제목을 <마지막 너, 처음 너>로 정한 이유를 정완이 만든 노래와 관련짓기 위하여 같은 세계관에서 가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미란의 인터뷰를 듣고 놀라워했다.

은호의 곡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음원 차트의 꼭대기에 여러 번 올려놓은 작곡가가 무대에 올리기로 했던 자기 노래를 내리고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의 노래를 올린다는 건 쉽게 행할 일이 아니었다. 물론 <마지막 너, 처음 너>가 그 이상으로 좋았고 미란이 무대를 완벽히 소화했기에 결국은 정완의 결정이 옳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정완이 만든 미란의 노래가 어떨지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도 나타났다.


자작곡 <또 새로운 시간>을 부른 도진은 무대에서 기타를 버리라고 말해준 정완에게 인터뷰를 통해 감사를 표했다.

도진은 현재 서울 대학가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타리스트인 데다, 지난 방송에서 음악에 대한 자존심이 남다름을 보여 왔다. 그런 그가 기타를 연주하지 말라는 말에 반발심이 없었을 리가 없지만, 그 말을 꺼낸 이는 몇 년 전 도진의 활동지역에서 수휘와 나란히 꼽히던 기타리스트였다.


정완이 도진의 무대에 GF 밴드를 세운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넌 연주 걱정하지 말고 노래나 잘해’, 심지어 ‘넌 아직 멀었다’, ‘기타 좀 친다고 부심 부리지 마’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예린의 무대 도입부에 정완이 기타를 연주하다 인사를 올리고 도진에게 기타를 넘긴 퍼포먼스를 ‘후계자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고 은퇴하는 장인의 모습’이라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팬들 사이에서는 도진에 대해 연주와 노래가 동시에 안 된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정완의 손길이 닿은 무대를 보고 제 말이 맞았다고 자랑하듯 글을 쓴 이도 있었다.

요컨대 정완은 도진에게서 보컬리스트의 잠재력을 보았기에 솔로 무대에서 돋보이기 위해서 기타를 잡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여 온 도진의 자작곡은 그의 소속밴드인 보스턴 고사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부드러운 펑키록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인 점 역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한편 서울 대학가에서 공연을 즐겼던 인디밴드 팬들은 GF 밴드의 등장에 열광하며 각 팬카페에 앞다퉈 글을 올렸다.

홍태가 있던 휘민락이야 지금도 건재하지만 기븐 저크나 백합송이, 미투리 밴드는 인디 신에서 사라졌고, 은호가 한때 몸담았던 D-Major도 재작년 이후 활동이 없다.

그런데 각 밴드에서 가장 뛰어났던 멤버들이 한 팀으로 뭉쳤다는 점은 인디밴드 팬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은호가 D-Major에서 활동한 기간은 기껏해야 여섯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그를 기억하는 팬들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인디밴드 팬카페에도 GF 밴드 멤버들과 관련된 추억담이나 에피소드가 줄줄이 올라와 죽어 있던 게시판을 되살렸다.


한편 송년특집 방송 직후 수휘는 휘민락 홈페이지에 홍태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그와의 일에 대해 상세히 밝힌 글을 올리며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팬들은 아쉬워하면서도 휘민락과 함께 GF 밴드 역시 응원하겠다고 했다.


<Butterfly> 무대에 대해서는 전주와 후렴을 들으며 소름이 돋았고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이 노래를 힐링곡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또 한 번 힐링을 받았다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모든 팀원들이 균형 있게 파트를 받아 흔들림 없이 소화하여 좋았고, 특히 은별의 고음이 없었다면 원곡에 버금가는 무대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 시청자는 이 노래를 부른 뮤컬트 팀원들을 가리켜 ‘리틀 러브홀릭스’라고 이야기했다.


정완과 서희의 재앙코르 무대에 대해서는 순정남녀 팬카페에 가장 많은 글이 올라왔다.

<C-POP Artist season 3> 크리스마스 특집 녹화 당시, 아리의 친구였던 수희는 팬카페 운영자들에게 아리가 술에 취해 우진을 불러냈던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그때부터 순정남녀 팬들은 우진이 ‘아리의 유일한 호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D&L Girl>은 그때 있었던 일을 확실하게 보여준 노래였다.


정완은 순정남녀가 무대에서 <D&L Girl>을 부르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대중적인 감각이 남다른 프로듀서의 말만으로 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서 여러 사이트에 올라온 <D&L Girl>의 영상 댓글에는 ‘원판의 노래가 듣고 싶다’, ‘순정남녀가 음원을 내면 꼭 사겠다’는 의견이 매우 많았다.


2018년 마지막 날이 되자마자 미란의 <마지막 너, 처음 너>와 도진의 <또 새로운 시간> 음원이 공개되어 차트 3위와 4위에 자리했고, GF 밴드가 세션을 맡았던 <Butterfly> 및 정완과 서희의 재앙코르 무대의 동영상 조회수는 다섯 시간 만에 30만을 넘겼다.


이렇듯 이번 송년특집이 끝난 후 <C-POP Artist>의 참가자나 출신 가수의 팬들뿐 아니라 인디밴드 팬과 아이돌그룹 팬, 심지어 김연아 선수의 팬들까지 가세하여 열광적으로 음악을 소비하며 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 수많은 글에 대부분 ‘HAP’가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미투리 밴드를 그리워하는 팬들마저도 정완이 제 길을 찾았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 너 이제 SS라고 안 부르겠다. 프로듀서든 뭐든 오랫동안 음악해라.’라는 글이 미투리 밴드 팬카페에 올라왔고, 순서대로 숫자가 나열된 댓글이 줄줄이 붙었다.



***



새해를 불과 몇 분 앞둔 시각, 정완과 서희는 정완의 숙소에서 함께 귤을 까먹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오전에 두 사람이 서희의 집을 함께 나서다 둘을 알아보는 사람들과 마주친 후부터 두 사람은 함께 밤을 보낼 때 정완의 숙소에 머물고 있다.


“푹 자고 회사에서 점심 먹어요.”

“떡국 하려고 떡 사놨어. 내가 할게.”

“PD님 오후에 회의 있잖아요. 어차피 나갈 거 점심에 나가요.”

“떡국 조금 일찍 먹고 가면 되지.”

“그건 저녁 때 떡볶이로 해먹어요. 떡볶이 먹고 싶었는데 잘됐네.”

“떡이 다른데?”

“떡국 떡으로 하면 간이 더 많이 배서 맛있어요. 거기다 라면도 때려 넣고.”

“좋지. 그러고 보니까 우리 밀가루 음식은 별로 안 해먹었네. 내가 그쪽을 많이 안 해봐서.”

“제가 할게요.”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밤을 보낸 다음 날, 서희는 정완이 된장찌개를 끓여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

여우비 프로듀싱 때만 해도 그는 요리해본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속초에서 어느 날 정완은 출근을 앞두고 라면을 끓여 첫 젓가락을 들다 문득 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지금 자신을 위해줄 사람은 자기 자신뿐인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친 자신을 다독이고 위해주고자 모든 것을 끊어내고 속초에 왔는데, 여유가 충분해졌는데도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일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


정완은 그날부터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검색하고 동영상 사이트까지 보며 음식을 만들었고, 그 일을 계기로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고, 자신이 만든 요리에서 꽤 괜찮은 맛이 나올 때면 서희를 떠올리며 웃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울리자 정완은 액정에 뜬 여원의 이름을 보고 움찔하다 전화를 받았다.

서희는 재빨리 TV를 껐다.


“예, 선생님. 정완입니다.”

[잤던 거 아니니?]

“아닙니다.”

[밤늦게 미안하다. 홍태랑 봉길이 지금 연락 안 되던데, 설마 지금 자?]

“아니요. 형들 아직 알바 하고 있을 겁니다.”

[알바?]

“둘이 같이 커피숍에서 일하는데 지금 한창 정리할 시간입니다. 손님 있으면 마감이 더 늦을 수도 있고요.”

[그래? 그럼 네가 내 얘기 좀 전해줘. GF 밴드 애들 다.]

“예. 말씀하십시오.”


뒤이은 여원의 말에 정완의 옆에 붙어 있던 서희의 눈이 커졌다.


[시내 클럽이랑 변두리 카페 사장들이 냄새를 맡았어. 너희들 섭외하고 싶대.]

“예.”

[너희가 아마추어 아닌 건 그 사람들도 아니까 페이는 거기 맞게 얘기해놨어. 내가 네 군데 추려놨는데 주 이틀이면 돼. 말 안 나올만한 거리에서 세 시간 동안 두 타임 할 수 있게.]

“예. 말씀하신 대로 멤버들한테 전하고, 봉길이 형보고 선생님께 전화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근데 걔들 이 시간에 알바 한다고?]

“이 시간엔 월요일이랑 금요일만 합니다.”

[그럼 공연하려면 알바부터 그만둬야겠네?]

“그래야겠지만 형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그런 데서 공연할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고요.”

[그 소리 나한테 안 통해. 즉흥 무대도 기차게 뽑아내는 것들이.]


여원의 말에 정완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얘기는 해두겠습니다. 근데 저희 멤버들이 그런 쪽에 워낙 많이 데여서요.”

[나 통하면 그런 일 없어. 거기 사장들이 이상하면 내가 말도 안 하지···. 그게 정 걸리면 우리 회사랑 계약하고 하든가.]

“예?”


어지간하면 놀라지 않는 정완이 여원의 이 말에 놀랐다.


“그건 우리 회사 원칙에 위배되지 않습니까?”

[내가 그 원칙 만들었고, 위배되지 않을 방법도 있어. 안 그래도 우리 씨바가 어제 오늘 자꾸 너희들 얘기 꺼내는 게 영 걸리는데.]

“교수님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너야 그렇겠지만 소향이는 그 인간 존경하잖아.]

“소향이 누나는 육아 때문에 밴드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누나가 은호 넣은 거고요.”

[어쨌든.]

“일단 봉길이 형보고 선생님께 연락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정완은 밴드 멤버들의 단체 채팅방에 여원과의 통화 내용을 설명한 후 ‘빠른 시간 내에 한 번 모여야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서희가 조심스레 물었다.


“선배님들은 계약하자고 하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모르겠어. 지금은 다들 자기 일이 있으니까.”


홍태와 봉길은 이른 아침에 통인시장 도매상에서 짐을 부리고, 오전과 오후에는 식품기업에서 고객응대 및 제품 포장 등의 일을 한다. 월요일과 금요일 야간에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봉길에게는 소향과 현민이 있고, 홍태 역시 조만간 결혼할 연인이 임신 중이다.


“투잡도 아니고 쓰리잡이요?”

“주말에 쉬니까 할 만하대.”

“아무리 책임질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러다 몸 축날 텐데.”

“형들도 음악 빼면 바보들이야. 기술도 뭣도 없는데 뭘 하겠어.”


서희는 정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은별을 떠올렸다.

언젠가 은별은 음악 하는 남자에게 끌린다고 이야기했다. 정완에게 관심을 갖고 만난 것도, 지금의 상대가 민재인 것도 다 그 이유에서였다.

얼마 전 그녀는 음악 말고는 아무것도 모를수록 더 매력을 느낀다고 했는데, 그것은 연인으로서 자신이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즉 음악밖에 모르는 상대의 빈 부분을 제가 채워주고 싶어서였다.

당시 서희는 은별의 말을 들으며 정완을 떠올리고 ‘너나 나나 아직 철 덜 든 모양이네’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은별은 정완을 제 완벽한 상대로 생각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서희뿐 아니라 다른 이들, 심지어 서희의 부모님마저도 정완은 음악 아닌 다른 일을 했어도 높은 성취를 이루어냈을 거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정완의 폰에 메시지가 왔다.

그는 ‘알겠는데 우리랑 계약한다고 그 회사 돈 벌겠냐?’라는 봉길의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이다 ‘여원쌤도 생각이 있을 겁니다. 전화 달라고 하셨으니 꼭 하세요.’라고 답장했다.


“이걸 하게 되면 홍태 형이나 봉길이 형은 일 전부 그만둬야 할 수도 있는데, 할까?”

“버는 액수가 비슷하기만 해도 아르바이트는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새벽시장에서 일만 안 하셔도 몸 더 편할 텐데.”

“우리 밴드 몸값이 여우비만큼은 안 될 거고, 몸값이 얼마든 공연 나가기 시작하면 음악이 본업 되는 건 순식간이야. 근데 홍태 형은 마흔이고 봉길이 형이랑 소향이 누나도 서른여덟인데, 이제 겨우 살 만한 사람들한테 음악으로 돈 벌잔 소리가 먹힐까.”

“그렇긴 해도 아까워요. 능력들도 출중하신 데다 원래 인지도 있었고 방송에서도 멋졌잖아요.”

“은호야 좋다고 하겠지. 나도 너 일할 시간이면 무조건 오케이고. 근데 형들이 어떨지 모르겠네.”


이윽고 두 사람의 전화에서 새해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PD님 덕분에 작년 한 해가 좋았어요. 올해는 더 좋겠죠?”

“응. 약속할게. 많이 노력할 테니까.”


두 사람은 침대에 나란히 앉아 손을 맞잡고 서로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뮤컬트 팀원들은 1월 2일까지 휴가였고, 서희는 이 기간 동안 여우비 숙소에서 쉬거나 정완과 함께 책을 읽고 근처를 산책하는 등 데이트를 즐겼다.

매일 공연하는 도진을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본가에서 쉬었다.


은별 역시 송년특집 녹화가 끝난 후 가족과 함께 본가로 갔다.

다만 그녀는 휴가 마지막 날 밤에 라이브 카페 <베아트리체>에서 공연이 있기에 늦어도 그날 점심까지는 회사로 오기로 했다.


그런데 은별이 저녁식사 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라도 해볼까요?”

“조금 전에도 해봤어. 안 받아.”

“어제는 톡도 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단톡 안 읽은 사람 한 명 있는데 도진이 오빠가 아니라 은별이 언니였나?”

“무슨 일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식당에 마주앉은 서희와 지혜는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정완이 설하 및 뮤지컬부 사람들과 함께 식당에 들어왔다.


“배우님 안녕하세요?”

“그래요, 서희 씨.”


설하는 정완이 서희를 보며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픽 웃고 말했다.


“미안한데, 나 지금 하 PD랑 상의할 게 있어서 같이 밥 먹으려는데 괜찮아요?”

“그럼요. 어차피 이 사람, 회사에서는 저랑 밥 안 먹어요.”

“어? 호홋! 말에 뼈가 있네.”


설하는 서희를 처음 보자마자 그녀를 꼭 안아주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때 설하는 ‘그날 정완 씨 안아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럼 안 되죠. 서희 씨가 내 마음 잘 전해줘요’라고 말했다.


설하 등 사람들이 저쪽으로 갔고, 정완은 서희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 물었다.


“표정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

“은별이 안 왔어요. 전화도 안 받고.”

“그래? 걔는 아프지만 않으면 전화 받을 텐데.”


정완은 무심코 이렇게 말하다 움찔하고 서희의 눈치를 슬쩍 보다 말했다.


“너 괜찮아?”

“네? 네.”

“계속 연락 안 되면 공연은 나랑 가자. 너무 걱정 말고.”

“네.”

“갈게.”


서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완이 식사를 받아 설하 등이 있는 쪽으로 갔다.

두어 숟갈을 떴을 때 은별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서희는 눈을 크게 뜨고 전화를 받았다.


“어! 여보세요. 은별이?”

[네, 언니. 미안해요.]


서희는 은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목소리 많이 안 좋아. 어디 아파?”

[그냥 배 쪽이 좀 아파서···. 미안해요.]

“아니야. 괜찮으니까 쉬어. 공연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신경 쓰지 말고.”

[어떡하게요?]

“PD님이랑 가면 돼. 걱정 마.”

[알겠어요.]

“근데 저녁은 먹었어? 병원은?”

[좀 전에 먹고 약 먹었어요. 병원까지 가긴 뭣하고 움직이기 좀 그래서.]

“그래. 다른 일은 없고?”

[네.]

“알았으니까 쉬어. 내일도 힘들다 싶으면 얘기해. 내가 회사에 잘 얘기해놓을게.”

[아니에요. 지금도 딴 건 괜찮은데 그냥 움직이기 힘들어서 그런 거라.]

“그러니까.”

[언니 너무 걱정 마요. 내일 전화할게요.]


“은별이 언니 아프대요?”

“응. 내일은 나을 거라는데, 하아.”


서희는 전화를 끊으며 걱정인지 안도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밤 9시, 라이브 카페 <베아트리체>.

홀에 흐르던 음악이 그치자 주변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잠시 후 무반주의 노랫소리가 잔잔하게 주변을 울렸다.


“옛날엔 자정에 종도 쳤다는데, 이제는 전화에 찍히는 숫자가 다네.”

“···어?”

“그 사람 만날 시간이 다가옴에 설레네. 갑자기 찾아온 날 그 사람은 어떻게 볼까.”

“이거 강서희 듀엣곡인데? HAP랑 불렀던···.”


테이블 앞쪽 누군가의 이 말을 기다렸을까.

피아노 반주와 함께 장막이 걷히며 정완과 서희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 와아!”

“진짜 HAP야!”

“끼야아!”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테이블의 여자들이 탄성을 질렀다.

정완은 SNS와 방송에 모습이 드러난 후 20대 여자들 사이에서 화제에 올랐는데, 거기에는 그의 잘생긴 외모뿐 아니라 서희를 대하는 태도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그는 그것을 모르며 알아도 관심은 없을 것이다.

어쨌든 두 사람은 정완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사랑나무 아래 소녀>를 불렀다.


“숲속의 힐링 공간 <베아트리체>에 오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은별이와의 만남을 기대하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걔가 오늘 좀 아파요.”


서희의 말에 이번에는 테이블의 남자들이 아쉬움의 탄성을 뱉었다.

여기에서 서희가 몇 번 보았던 맨 앞자리 남자가 물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픈 겁니까? 많이 아프대요?”

“정확히 물어보진 않았는데 배가 아프고 몸살이 심한 것 같아요.”

“병원에 입원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그 정도는 아닌 게, 조금 전에 은별이한테 연락 왔어요. 아까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근데 저희 소개는 안 들어주시나요?”

“큭!”


다른 손님들이 웃자 서희가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여우비 리더 강서희입니다.”

“저는 GF 밴드에서 강서희 바보를 맡고 있는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 HAP입니다.”

“와아!”

“노래 들으시지요.”


정완과 서희는 두 사람의 노래와 여우비의 자작곡, <D&L Girl>을 비롯한 순정남녀의 노래 등을 불렀고, 여우비 프로듀싱 때 있었던 에피소드와 함께 관련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사연에 대해 궁금한 손님들의 질문도 받았다.


“저는 3년 전에 노래 더 잘하고 싶어서 보컬학원에 갔어요. 근데 난데없이 제 이상형이 보컬트레이너라면서 오더라고요. 그때 죽는 줄 알았는데···. 트레이닝하면서 외모보단 다른 것 때문에 더 좋아졌어요. 언행에 굉장히 신중하고 책임감이 있어서요.”

“저는 그런 거 몰랐습니다. 서희는 티 나게 행동하지 않았고 저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때였으니까요. 여우비 결성하고 프로듀싱하면서 조금씩 보였죠. 이 사람, 참 좋고 현명하구나···. 하라는 프로듀싱은 안 하고 정만 들고 그렇죠?”

“오늘은 얘기하겠다고 단단히 결심하고 나가도, 막상 마주앉으면 뭐가 콱 걸리고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인 게, 그런 제 성격 때문에 고백은 제가 받았다는 거죠.”


노래와 이야기를 섞다보니 약속된 두 시간은 금세 지나갔고, 마지막 곡인 <그대에게 옮은 감기>를 마치자 앙코르가 외쳐졌다.


“예. 감사합니다.”


정완의 말에 주변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자 정완이 서희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들어가 쉬고 있어. 앙코르 내가 할게.”

“괜찮겠어요?”

“응.”

“알았어요.”


서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완은 다시 손님들을 보았다.


“오늘 서희는 은별이 파트를 많이 불러서 평소보다 더 힘들 겁니다. 그래서 앙코르는 제가 부르겠습니다. 서희 노래는 다음 주에 더 들으시면 되지요.”

“예!”

“제가 지금 부르려는 노래는 서희가 옆에 있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서희는 지금 들여보낼게요.”

“<베아트리체>의 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시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와아아!”


서희는 정완과 눈을 맞춘 후 손님들의 함성을 뒤로 하고 무대 뒤편으로 퇴장했다.

주변이 다시 조용해지자 정완이 천천히 말했다.


“저는 여우비와의 계약을 마치고 속초에서 일하면서 오로지 저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음식도 해먹고 바닷가 걷고 책도 읽고,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고 PC방에서 게임도 해보고, 하여튼 이것저것 많이 해봤죠.”

“예.”

“노래는 멀리했지만 몇 곡은 가끔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우진이가 저보고 저 자신을 위한 노래도 만들라고 그랬는데, 그때 제가 그랬어요. 하나 있다고.”

“와아!”

“그냥 막 쓴 노래라 어디 내놓을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 자리에서 불러보고 싶습니다.”

“예!”

“두 곡 부르겠습니다. 첫 곡은 여우비 프로듀싱 할 때 제가 제일 많이 불렀던 노래고, 이어서 제 자작곡 <돌아선 길 위에서> 할게요. 둘 다 조용한 노래니 정숙 부탁드립니다.”


서희는 대기실 모니터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며 귀를 쫑긋했다. 그녀는 정완이 속초에서 솔로곡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미처 완성하지 못했다고 하여 노래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정완은 앉은 자세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준비를 마치고 옆자리에 앉아 기타를 집어 들었다.


들어본 기억이 있는 전주에 이어 꾸미지 않은 목소리가 카페에 울려 퍼졌다.

서희는 첫 소절을 듣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춘기 시절에 우연히 들었다가 감성을 자극했던 노래였다.

누군가에게 듣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지만 정완과 이 노래에 대해 얘기했던 적은 없었다.


치렁치렁한 장신구를 싫어하는 그녀의 귀에는 지금도 수수한 버튼 귀걸이가 붙어 있다.

저 남자의 나타샤가 되기 전 자신의 모습이 바로 저 노래에 있었다.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 있습니까> 원곡 : 김성호


그녀는 너무나 눈부신 모습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없었죠.

나의 더러운 것이 묻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내 마음은 병이 들었죠.


그녀는 천사의 얼굴을 천사의 맘을 가졌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죠.

허름한 청바지에 플라스틱 귀걸이를 달고 있던

그녀를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건 너무나 자랑스러워.


내가 갖고 있는 또 하고 있는

내가 그렇게도 원했던 모든 것.

어느 날 갑자기 의미 없게

느껴질 때 오겠지만.


그녀와 커피를 함께했던 가슴 뛰던 기억은

오랫동안 내 맘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거예요.


사랑이란 말이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이기에.

나는 그녀를 감히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싫었어.


하지만 밤새워 걸어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보다 더 적당한 말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간주)


외로운 날이면 그녀 품에서

실컷 울고 싶을 때도 있었죠.

가느다란 손이 날 어루만지며

꼭 안아준다면.


그녀는 나에게 말했죠. 친절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렇게 대한 것이죠.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죠.





첫 곡을 마친 정완은 기타를 놓고 키보드 앞에 앉아 감정을 가다듬고 전주를 연주했다. 그가 만든 곡 중 가장 느렸다.

서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시간이 석 달 전으로 날아가 있었다.





<돌아선 길 위에서> 작사, 작곡 : HAP


돌아섭니다. 설레어 옵니다.

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 이제 누르지 않겠습니다.


돌아봅니다. 당신의 현명함.

제게 더 맑고 밝은 삶과 희망 보게 한 마음.

당신 다시 못 본다 해도 늘 웃겠습니다.


(간주)


기약 없는 헤어짐의 끝에

당신 삶의 일기장에 제가 사라진다 하여도

제 마음에 유화처럼 남은 당신 간직합니다.


누가 저에게 당신 묻는다면

깊어진 마음 애써 숨기려 버둥대지 않으며

이제는 편안히 말하렵니다. 그리워한다고.


마음껏 그리워하려는 희망

가슴에 가득 담은 제가 자랑스러워지니

돌아선 길 위에서 그리운 첫발 내디뎌봅니다.


(간주)


절 돌아보고 성찰하게 해 주신

당신의 너른 사랑에 감사함 잊지 않으며

저 이제 그 힘으로 치열할 것을 다짐합니다.


훗날 언제든 우리 다시 만날 때

당신 그리워했던 시간 한 점 부끄럼 없도록

힘내겠습니다. 웃으며 밝고 곧게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의 건강과 행복을 바랍니다.

좋은 사람 되어 당신 앞에 설 날을 그리며

안녕.





서희의 감은 눈앞에 여우비와의 계약을 마치고 멀어지던 정완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였다. 그때 저 남자는 이미 자신을 마음에 담고 그리워하겠노라고 다짐하며 멀어졌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를 부르지 못했음에 후회했던 순간이었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때면 네가 생각났어. 널 그리워하는 게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지.”


정완은 계약이 끝난 후 서희의 집 앞길을 걸을 때 ‘이제 생각이라도 맘껏 할 수 있을 테니까’라고 되뇌었다.

속초로 가던 새벽 차 안에서 그 생각에서 나온 흥얼거림을 녹음하여 두었고, 그때부터 서희가 그리워질 때마다 머릿속을 지나가던 생각을 정리하여 가사로 빚어 담았다.


서희는 정완이 자신과 함께 있지 않은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이유를 이 노래를 통해 깨달았다.

저 느린 노래처럼 마음을 천천히 쌓아 가고자 함이리라.


정완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이 노래를 썼다고 말했다.

그런데 노래를 썼을 때의 ‘자신’은 ‘우리’가 되었고, 그는 서희와 ‘우리’가 되기 위해 그녀를 그리워하며 혼자가 된 자신을 성찰하며 준비한 것이다.

서희는 고였던 눈물을 닦아낸 후 제 스마트폰의 펜을 뽑아 ‘당신이 곧 저이며 제가 곧 당신입니다.’라고 메모를 남겼다.


앙코르 곡을 모두 마치자 카페에 큰 박수가 퍼졌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HAP였습니다.”

“서희 씨랑 잘 만나세요!”

“예. 감사합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공연을 마친 후 정완은 자정 공연에 나서는 어쿠스틱 남성 듀엣 ‘리브트렌드’의 멤버 박선웅을 만났다.

선웅은 정완이 미투리에 있을 당시 같은 클럽에서 공연했던 후배로, 정완은 오랜만에 만난 그와 안부를 주고받느라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


서희는 카페에서 받은 커피를 들고 자가용에 오르고서야 긴장을 풀었다.


“노래 정말 좋았어요. 잘 들었어요.”

“응. 고마워.”

“근데 하루 종일 일하고 여기서도 일하고, 이제 좀 나가나 했더니 후배 오고. 내 남친 빨리 좀 놔주지, 피곤하게.”

“선웅이 반가워서 내가 늦게 나온 거지. 선웅이도 그렇고 양만호 그 친구도 그렇고, 얘기 들어보니까 좀 짠하더라고.”


정완은 리브트렌드 멤버들에게 치킨과 샐러드를 사주고 나왔다.

다른 카페에서 공연하고 바로 달려왔기에 아무것도 못 먹었을 게 뻔해서였다.


서희는 넓은 도로에 들어서자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가 천사예요?”

“응.”

“근데 제가 청바지를 자주 입긴 해도 허름하진 않잖아요.”

“어? 뭐, 가사가 딱 맞진 않을 수도 있지. 내가 만든 노래가 아니니까.”

“그리고 <돌아선 길 위에서>는 어떻게 만든 거예요?”

“그건 말하자면 긴데···. 우리 오늘 같이 있을까?”


잠시 머뭇거리다 나온 정완의 말에 서희가 배시시 웃었다.


“와아. 엉큼해. 너무 붙어있지 말자고 말한 사람이 누구더라?”

“안 붙어있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잖아. 머리랑 마음이 따로 놀 때도 있는 거니까.”

“알았어요. 이번 한 번은 그래보죠.”


서희는 피식피식 웃으며 차를 몰아갔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읽고 계신지....

주말 잘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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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pilogue. 이제야 불러본다 +4 21.09.08 68 5 33쪽
53 Final. 두 사람의 마지막 경연 21.09.06 68 5 37쪽
52 Round 8.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21.09.01 68 5 26쪽
51 Welcome. 하루를 마무리할 때 21.08.28 60 5 19쪽
50 Change. 모두의 힘으로 21.08.27 66 5 20쪽
49 Round 6. 아쉬움과 미련이 없도록 21.08.23 74 5 28쪽
48 Ago.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21.08.18 84 6 29쪽
47 Confidence. 생각할 시간 일주일 21.01.04 93 5 27쪽
46 Round 5. 어느 배우와의 이별 +2 21.01.01 89 6 28쪽
45 Relation. 꿈이 아니라는 걸 +2 20.12.04 117 6 26쪽
» Self. 돌아선 길 위에서 +2 20.11.20 128 6 30쪽
43 Encore. 복수의 시간 +2 20.11.13 117 6 26쪽
42 Special 2. 바보가 된 천재들 +2 20.11.09 118 7 28쪽
41 Special 1. 희망을 노래하는 겨울 +2 20.11.02 135 6 28쪽
40 Preparing. 서로를 만나는 이유 +2 20.10.26 133 6 26쪽
39 Blind. 오해를 풀고 남은 자리에 +4 20.08.18 160 8 22쪽
38 Composer. 눈은 이미 맞았고 +2 20.08.13 148 7 21쪽
37 Radio. 진심으로 대하기에 더 빛나는 이들 +2 20.08.11 137 8 26쪽
36 Cooperation. 침묵의 이 순간 +2 20.08.04 154 8 26쪽
35 Innocence. 꿈이라고만 여겼던 것 +2 20.07.30 170 7 23쪽
34 Producing. 입 헤벌리고 표정 관리 못하지만 +2 20.07.28 165 9 26쪽
33 Affableness. 오래 전 우리 +2 20.07.21 176 7 38쪽
32 Along. 대타로 때려낸 홈런 +4 20.07.16 172 9 30쪽
31 Beginning. 음악은 변하지 않았다 +6 20.07.12 159 8 34쪽
30 Some. 애써 외면했던 진심 +4 20.07.07 169 10 22쪽
29 Opening. 속 깊은 이야기들 +4 20.07.05 167 9 28쪽
28 Yearning. 두 사람의 두 마음 +6 20.06.30 177 9 20쪽
27 Quest. 그녀의 마지막 미션 +2 20.06.25 157 10 29쪽
26 Showdown. 또 다른 사랑이 다가오다 20.06.18 165 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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