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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3,451
추천수 :
623
글자수 :
659,060

작성
20.07.05 03:56
조회
166
추천
9
글자
28쪽

Opening. 속 깊은 이야기들

DUMMY

냉동탑차가 내린천을 지나는데 전화가 울렸다.

서희가 화면을 보고 멈칫했다.


“어?”

“이 시간에 전화하는 사람이 있네.”

“아리예요.”

“괜찮으니까 받아. 아무 소리 안할게.”


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리?”

[응! 나야. 휴가 잘 보내고 있어?]

“어? 응. 잘 보내고 있어.”


서희의 목소리가 밝아지자 정완의 얼굴에 또 미소가 담겼다.

서희는 그를 힐끗 보다 통화하는 귀의 위치를 왼쪽으로 바꾸었다. 들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너 노래 완전 대박이던데? 여우비 서브보컬 하기에 아까운 실력이 돼 버렸어.]

“뭘. 근데 지금까지 안 자고 있었어?”

[얘가 뭐래. 우리 요새 이 시간에 통화했거든?]

“어? 그랬구나.”


서희는 얼빠진 표정을 지우고 정신을 다잡았다.


“근데 우진 씨는?”

[정신없지 뭐. 전현수 앨범 준비 때문에 요새는 3시나 돼야 오거든. 지금껏 입사동기라서 봐줬는데, 아무래도 내 데스노트에 한 명 추가될 것 같아.]

“다들 고생이 많네. 우진 씨한테 쉬엄쉬엄 하라고 해. 너도 몸조심하고.”

[그래야 되는데 이 인간이 요새 내 말을 안 듣네?]

“네 말을 안 듣는다고?”

[나도 쉬엄쉬엄 하라고 하는데 그래. 하아.]


아리는 짧게 한숨을 쉬고 본론을 말했다.


[네가 저번에 부탁했던 사람 알아냈어.]

“어?”

[너 혹시 홍설하 알아?]

“홍설하?”

[뮤지컬 배우인데 요새 케이블 드라마 나오거든. 재작년까지 우리 회사에 있었대. 나 들어오기 전에 회사 옮겨서 나도 잘 몰랐는데, 어쨌든 그분 전 남편 동생이 정한울 씨고 아주버님 이름도 알더라고. 그럼 맞지?]

“어? 어.”


홍설하라는 이름을 들은 정완의 얼굴이 한순간에 굳자 서희는 힐끔거리며 그의 눈치를 보았다.

정완은 졸음쉼터를 보고 차를 그쪽에 세우며 ‘나 바꿔줄래?’라고 입 모양으로 계속 말했다.


[근데 전 남편 번호가 바뀌어서 연락할 수가 없었대. 내가 얘기만 하면 정한울 씨 연락처는 받을 수 있어.]

“어어. 근데 잠깐만.”


서희는 정완에게 전화를 건넸고, 정완 역시 서희가 들을 수 있도록 오른쪽으로 전화를 받았다.


“아리 씨, 안녕하세요. 저 하정완입니다.”

[···네? 아주버님?]


아리는 침대에 반쯤 기대 전화를 받다가 벌떡 일어섰다.


“서희가 저 찾으려고 뮤지컬 배우까지 수소문했나 보네요.”

[네? 아, 네.]

“저 지금 속초에 있는데 서희가 어떻게 알아내서 여기까지 왔어요. 저는 지금 일하는 중입니다.”

[지금 일하신다고요?]

“예. 수산업체 배송기사라서 이 시간에 움직여요.”

[네. 어쨌든 서희 만나셨다니 정말 잘됐어요. 연락할 필요도 없어졌고요.]

“그런데 아, 저어.”


정완은 아리의 이름을 부르려다 머뭇거렸다. 자신의 이름을 듣자마자 아주버님이라고 말하는 건 우진이 편지에 썼던 제 뜻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아내에게까지 단단히 손을 써놓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제 입으로 말해본 적 없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말해야 했다.


“저기, 제수씨.”

[네. 아주버님.]

“홍설하 배우님한테 이 얘긴 꼭 전해주세요. 서희 때문이 아니라도 그분은 그 집안 분들한테 연락하셔야 한다고요.”

[네? 왜요?]

“이유는 제가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다만 저나 제수씨가 배우님한테 얘기할 내용은 아닙니다. 그 집안 문제라서요.”

[네. 아주버님 말씀대로 전할게요.]

“고맙습니다. 근데 우진이가 제수씨 말을 안 듣나요?”

[네?]

“전 제수씨 편입니다. 편하게 얘기하세요.”


아리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든든함을 느꼈다.


[다른 건 괜찮은데 앨범 준비만 들어가면 힘들어하거든요. 제가 적당히 하라고 해도 회사 운명이랑 다른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 함부로 할 수 없다고 그래요.]

“그 회사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있네요.”

[네?]

“그 녀석 그렇게 다른 사람 인생 챙기다가 자기 인생 골로 가는 수가 있는데.”

[제 말이 그거예요! 해도 적당히 해야지, 음표 하나 가지고 하루를 잡고 있질 않나···.]


서희는 정완의 비유가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프로듀서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있을 겁니다. 그래도 그 녀석이 그 일에 의미를 너무 크게 부여하고 있는 것 같네요. 나중에 제가 잘 얘기하겠습니다. 조만간 보자고 전해주세요.”

[네. 그렇게 전할게요.]

“서희 바꿔줄까요?”

[아니요. 걔 지금 저랑 통화하기 싫을 거예요.]

“그럼 끊겠습니다. 늦었는데 제수씨 쉬세요.”

[아주버님 감사해요. 운전 조심하시고요.]


전화를 돌려받은 서희는 아리가 제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정완은 한참 말이 없다 운전석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은별이한테 들었구나. 내가 그 회사에 아는 배우 있었다고.”

“네.”

“고마워.”

“네?”

“네 덕분에 내 고민 하나가 해결되겠다.”


서희는 정완에게 ‘고마워’를 들을 때마다 당황했다.


2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다시 만난 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자신이 이 남자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무슨 고민일까 궁금해 하는 순간 눈이 마주쳐 버렸다.

고개가 저절로 반대로 돌아갔다.


“저기. PD님, 출발해야죠.”

“···.”

“거래처는 어디예요?”

“오늘은 안성이랑 용인, 성남이야.”

“가요. 저는 아무데나 내려주세요. 늦으면 안 돼요.”


그런데 정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시간은 여유 있어. 근데 아무래도 내가 통화를 할 것 같아서.”

“네?”

“어쩐지 지금 우진이가 너한테 전화할 거 같···.”

“앗!”


정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말로 서희의 전화가 울렸다.

양반 못 될 사람의 이름이 액정에 드러났다.


“네. 여보세요.”

[서희 씨. 저 우진입니다.]

“네.”

[지금 정완이 형하고 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형이랑 통화하고 싶어요.]


정완이 ‘스피커’라고 입 모양으로 말하자 서희는 스마트폰 스피커를 켜고 가운데에 놓았다.


[형 좀 바꿔주세요.]

“어. 아마 내가 하정완이라는 사람이 맞을 거다.”

“···!”


정완이 한 것 같지 않은 말에 서희가 입을 틀어막았다.


[어? 형? 잘 지냈, 어? 몸은 건강하고?]

“난 다시 만나면 반말 쓰자고 했는데, 우리가 다시 만난 게 맞나?”

[어? ···예?]


우진이 갈피를 못 잡자 정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놈이 하라는 작곡은 안하고 프로듀싱만 하다 보니 감 떨어졌나보네.”

[···에?]

“형이면 형이지 뭔. 편히 얘기해.”

[휴우. 어.]


정완은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 도대체 제수씨한테 어떻게 얘기해놨기에 내 이름 듣자마자 아주버님 소리가 바로 나오냐?”

[그 사람한테 부탁했어. 꼭 그렇게 불러달라고.]

“부탁이 아니라 세뇌 아냐? 어휴! 제수씨 소리 입에 안 붙어서 혼났네.”

[형도 그건 해줘. 부탁이야.]

“했어. 어쨌든 고맙다. 그리고 결혼식 못 가서 미안했어.”

[뭘. 아니야.]

“그나저나 난 건강하고 기분도 최상이니까 걱정할 거 없는데, 제수씨가 너 많이 걱정하던데.”

[어?]

“네가 적당히 할 놈이 아니란 것쯤은 나도 알아.”


정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우진은 결혼하는 날 아내뿐 아니라 형까지 얻었다고 생각해온 것이다.

우진이 틈을 두었다가 말했다.


[회사에 PD가 없어서 지금은 내가 정규앨범까지 하고 있어. 할 일은 많고 경험이 적다보니까 아무래도 힘드네.]

“너 순정남녀 빼고는 싱글만 하기로 계약한 거 아니었어?”

[현수가 나한테 프로듀싱 해 달랬어. 어차피 유문갑 선배도 새롬이 앨범 들어가서 시간이 안 되고.]

“으음.”

[괜찮다 싶어서 녹음하면 이게 안 맞고, 이걸 고쳐보면 저게 이상하고, 다 됐다 싶으면 앨범 콘셉트나 밸런스에 안 맞는 것 같고···.]


정완은 우진의 말을 곰곰이 듣다 말을 꺼냈다.


“너 아직 회사냐?”

[어.]

“전현수는 뭐하고 있어?”

[아까 갔어.]

“전현수 앨범 작업하는데 전현수가 없다고? 그거 네 앨범이냐?”


정완의 말에 우진의 말문이 막혔다.


“야, 우진아.”

[어.]

“너한테 제일 소중한 사람은 제수씨 맞지?”

[어? 당연하지.]

“너 요새 운동이나 산책 같은 건 하냐?”

[앨범 작업 들어가면 못하지.]

“프로듀싱도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컨디션이 좋아야 잘할 수 있다. 너 지금처럼 하다가는 몇 번 못하고 고꾸라질 수도 있어. 그럼 넌 음악이 싫어지고 제수씨는 너 때문에 울겠지. 그럴래?”


이 말을 들은 서희의 가슴이 싸해졌다. 이건 경험으로부터 나온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전화 저편의 우진도 그랬다.


“설마 전현수가 자기 앨범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겠지. 그럼 전현수 노래를 멋있게 만드는 건 네 일이지만 전현수도 할 수 있을 거야. 콩나물 대가리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힘 좀 합쳐봐.”

[무슨 말이야?]

“그 친구한테 멜로디 일일이 정해주지 말고 흐름만 비슷하게 불러보라고 해. 최소 다섯 번 이상, 전부 다르게 부르라고 하고 녹음해서 들어봐. 장담하는데 너는 악보 콩나물보다 더 좋은 멜로디 찾아낼 거고, 그 친구는 노래에 맞는 분위기나 창법 알아낼 거다.”

[어? 어.]

“그리고 사람이 없네 이딴 소리하지 말고, 제이미 킴보고 할 일 없으면 와서 도와달라고 해. 그 친구도 소울 노래 잘 만들더만.”

[걔는 계약상 그게 안 되는데.]

“넌 지금 계약대로 하고 있냐?”

[···.]

“시간 나는 아티스트들 다 불러놓고 의견 들어봐. 좋은 아이디어는 소통이 많아야 잘 나오니까. 또 알아? 네가 생각 못했던 게 나올지.”

[어. 알았어. 그렇게 해볼게.]

“일 그만하고 퇴근해. 지금 혼자 골 싸맨다고 안 나오니까.”

[어, 응.]

“조만간 보자. 끊을게.”


정완은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출발했다.

서희는 눈을 빛내며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다 말했다.


“제가 미처 얘기를 못했어요.”

“뭘?”

“전에 아리네 집에서 밥 먹었는데 걔가 PD님보고 아주버님이라고 해서 놀랐어요. 그때 PD님이 우진 씨한테 보냈던 편지도 봤고요.”

“어?”


정완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애고. 큰일 났네. 거기다 원하는 거 다 들어준다고 썼는데.”

“그리고 PD님 제수씨라고 잘 얘기하시던데요?”

“내가?”

“네. 입에 착 붙어 있었어요.”


서희는 정완이 편지에 남긴 추신을 떠올리다 아무래도 자신이 우진에게 부탁할 일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신기해요.”

“뭐가?”

“PD님이나 우진 씨나 처음 통화하는데 정말 형이랑 동생 같아요. 서로 많이 알고 있고.”

“형이랑 동생이니까.”


문득 서희는 ‘피보다 디이입하게 통하는 게 있어서 PD’라던 우진의 말을 떠올렸다. 당시엔 픽 웃고 넘어갔던 말이 설마 진짜였나 싶었다.

정완과 우진의 성향이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게, 어쩌면 아리 말처럼 전생에 형제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PD님 대단한 것 같아요.”

“왜?”

“우진 씨 고민을 끝냈잖아요. 우진 씨 지난번에 다른 가수들 프로듀싱할 때도 밤새우고 고민 많았는데.”

“그놈 성격상 그랬겠지.”

“어떻게 말 듣자마자 1초 만에 답이 딱 나와요?”

“내 일 아니니까.”

“네? 풋! 그런 거였어요?”


서희는 조그맣게 웃은 후 정완을 빤히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정완이 어색하게 미소를 보였다.


“PD님도 남 일은 아무렇게나 말해요?”

“어어, 아니, 사실은 농담이었어···. 아니었나?”

“네? 그게 뭐예요.”

“어, 그게, 다른 사람들이야 그런데 우진이는 그랬던 건 아니고, 어쨌든 내 일보다야 신경이 덜 쓰였나보지.”

“근데 신경 덜 썼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명쾌하던데요?”


정완은 자신의 농담에 웃는 서희를 보고 당황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옛날에 너 트레이닝할 때도 이렇게 했어.”

“아. 네.”

“우진이가 이걸 몰라서 그러고 있는 건 아닐 거야. 아티스트가 조금만 창의적이어도 쓸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놈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신중해지는 거겠지.”

“네.”

“그놈 씨팝쓰리 때는 지 여자 인생 걸고 과감하게 쭉쭉 가더니, 결혼하고 졸보가 됐나?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천재답지 않게 너무 신중해졌어.”

“그래서 고민 그만하고 과감하게 가라는 거예요?”

“그건 아니고, 이건 그냥 아티스트가 전현수니까 할 수 있는 얘기였지.”

“어쨌든요. 그런 게 어떻게 그렇게 금방 생각나요?”

“미투리 4집 프로듀싱하다 알았어. 프로듀서가 전체를 잡아주면 나머지 디테일은 아티스트들도 만들 수 있어. 네가 그걸 정말 잘했고.”

“제가요?”

“응. 다들 능력이 있으니까 나눌 수 있는 부분은 나눠야지 PD 혼자만 이리 뛰고 저리 뛰면 뭐해. 우진이도 그걸 잘 알면서도 하다보면 자꾸 혼자 하게 되고 그랬을 거야. 걔는 최상급 프로듀서고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니까 조금만 더하면 더 좋은 결과물 나오겠다 싶을 거야. 그러니까 자꾸 혼자 고민하고 노력하는 거고.”

“네.”

“미투리 멤버들은 나보고 프로듀서 하라고 해놓고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했어. 죄 형들이니까 난 뭐라고 말도 못하고. 근데 그렇게 자기 멋대로 하다보면 내 생각보다 더 좋은 게 나올 때도 있었지. 그러니까 지난번에도 너 아니었으면 좋은 결과 못 냈을 거야.”

“PD님은 제가 냈던 의견 다 먼저 생각하고 있었잖아요.”

“내가 생각 못했던 것도 많았어. 그리고 그걸 내가 말해서 가는 거랑 네가 말해서 가는 건 달라. 끌려가는 거랑 스스로 걸어가는 게 다른 것처럼.”


흩날리던 함박눈이 잦아들며 고속도로 표지판이 점점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서희는 정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이 선명해지는 게 함박눈이 잦아들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춘천 분기점이 나타났다. 원래대로라면 정완은 여기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안성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그는 서울 방향으로 직진했다.


“PD님,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이거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제가 와서 해결됐다는 고민이 뭐예요?”

“으음.”

“말하기 어려우면 안 하셔도 돼요.”

“어렵지는 않은데 내 입장에선 아픈 얘기라···.”


정완은 서희에게 한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희의 눈이 또 커졌다.


“그럼 큰형님께서 췌장암 판정받고 홍설하 씨한테 이혼하자고 하신 거예요? 암이라고 말도 안 하고?”

“응. 형님은 병원에서 그 소리 듣자마자 이혼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대.”

“왜요?”

“그때 홍 배우님은 처음으로 조연으로 공연 시작했던 때였어. 근데 형님이 암 걸린 걸 알면 배우님은 공연 제대로 못 하실 거고, 거기서 하차하면 다음엔 또 앙상블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 형님은 배우님이 자기 때문에 주저앉는 일은 없었으면 하셨지.”

“이혼할 때 하더라도 아내인데 얘기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요? 췌장암은 증상을 느끼고 병원에 가면 이미 말기고 고통도 굉장히 심하다고 들었어요. 적어도 병문안이라도 오면 힘이 됐을 텐데요.”

“그 사람이 나 때문에 아픈 것보다는 나를 미워하는 게 낫다고 하셨어. 당신은 어차피 세상 뜨면 기억도 못할 텐데 미움 받는 게 뭐 대수냐고.”

“하아.”

“배우님도 조연이 처음이었으니 힘드셨겠지. 힘들다고 몇 번 얘기하니까 형님이 이혼하자고 하셨고, 배우님은 설득하다가 포기하셨대. 형님은 이혼절차 끝난 날 바로 요양병원 들어가시면서 연락 끊으셨고, 두 달 뒤에···.”

“하아.”


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형님은 동생들한테 배우님이 먼저 묻기 전에 자기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어. 그게 유언이야.”

“그래서 홍설하 씨가 다른 형님들한테 연락해야 한다고 한 거예요?”

“응. 근데 생각해 보니까 제수씨한테 잘못 말한 것 같아. 아까는 내가 말해도 형님의 유언을 깨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데.”

“그러니까 PD님은 홍설하 씨가 큰형님 진심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유언을 깨는 한이 있어도.”

“그게 고민이었어.”


정완은 말끝을 흐리다 천천히 말했다.


“말을 해놓고 보니까 아무래도 내가 경솔했나.”

“아니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을 거예요.”

“···.”

“저는 PD님이 반사적으로 반응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많이 고민했으니까요.”


정완은 고개를 돌려 서희를 빤히 보았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으니까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데, 아까 PD님은 설하 씨가 큰형님의 진심을 아시기를 더 바랐던 거죠.”

“그렇지.”

“큰형님께서 그 유언을 남기신 게 설하 씨가 배우로 자리를 못 잡아서잖아요. 지금은 자리 잡으셨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튀어나온 건데, 유언이라는 게 유효기간이나 공소시효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잖아.”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까 큰형님도 이해해주시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분 유언에 PD님이 안 들어간 게, PD님은 얘기해도 된다는 뜻일 수도 있고요.”

“그건 너무 아전인수 해석 아닐까? 거기 내가 들어가는지 아닌지는 큰형님만 아실 텐데.”

“그렇죠. 이렇게 선 긋고 논리적으로 따질 일도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언제가 됐든 얘기해야죠. 아내니까, 큰형님이 당신보다 더 사랑한 분이니까.”


정완은 한참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어쩌다보니까 내가 주사위를 던져 버렸네.”

“네. PD님이 형님들께 미리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PD님도 마음의 짐을 털어야죠.”

“그래야지. 한결이 형님 봬야겠다.”


정완은 또 한참 고개만 끄덕이다 전방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든 채 느릿느릿 말했다.


“난 큰형님을 존경해.”

“왜요?”

“큰형님은 배우님만 보고 사셨어. 당신은 광명에서 일하시면서 집을 네 회사 옆에 구해서 왕복 네 시간씩 출퇴근하시면서도 배우들 퇴근 시간 되면 회사 주차장에 차 세워놓고 그분을 기다리셨지. 당신은 5분이라도 먼저 배우님을 보고 싶고, 배우님은 5분이라도 더 편했으면 좋겠다고. 그걸 3년간 매일 하셨어.”

“정말 많이 사랑하셨네요.”

“응. 큰형님도 연극 쪽에 계셔서 그쪽 일 힘든 거 잘 아셨지.”

“아아.”

“나는 배우님 마음속에 형님 이미지가 좋은 모습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해. 혹시 지금 배우님은 형님이 회사 주차장에서 기다렸던 걸 의무 때문에 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고민했어.”

“하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나를 참 많이 사랑한 사람이다. 저 세상에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홍 배우님한테 형님은 그렇게 남아야 해. 형님은 늘 진심이었으니까.”

“그래야죠.”


슬픈 이야기였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서희의 가슴에 묵직한 게 내려앉았고, 우수에 젖은 정완의 눈에도 물기가 엿보인 듯했다.


서희의 머릿속에 <여우비> 가사 때문에 인디펜던트 학원에 갔던 일이 생각났다.

정완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큰형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자신도 이 남자를 위해 작게나마 노력하지 않았던가.


“한울이 형님은 유언 하나 더 지키고 있어.”

“뭔데요?”

“천세호라고, 형님 절친이 고 3때 떠나면서 동생 잘 부탁한다고 했대.”

“세은 씨요?”

“응. 그쪽도 조실부모해서 남매가 많이 고생했나 보더라고. 근데 형님 친구마저 가고 세은 씨만 남았으니까···.”


정완이 말끝을 흐리자 서희가 말했다.


“전 세은 씨가 한울 씨 여자친구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라고···.”

“그러니까 보자마자 쫓아갔겠지. 너야 형님보다 세은 씨한테 물어보는 게 나았을 테니까.”

“네.”

“처음엔 나도 세은 씨가 형님 여자친구인 줄 알았어. 밴드 회식하러 갔는데 그쪽 친구들이 거기 왔더라고. 거기서 형님이 웬 여자한테 음식을 먹여주고, 일어설 때까지 무슨 아교마냥 딱 붙어있어서 놀랐지. 그게 연극이라고 해서 더 놀랐고.”

“세은 씨도 그렇게 얘기했어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뭐가?”

“한울 씨 가게에서 둘이 얘기하는 거 봤는데 서로 좋아하는 게 보였어요. 그러니까 같이 있을 때는 진심일 거예요. 연극으로 친구들을 7년이나 속일 수는 없거든요. 저도 친구가 남친이랑 스킨십 하는 것만 봐도 많이 좋아하는지 어떤지 다 아는데. 세은 씨가 PD님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도 그렇고요.”

“두 분은 힘들 때 만나서 속 깊은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하는 사이이기는 해. 요새 한울이 형님이 나보고 여기까지 보내놨다고 자꾸 미안해하셨는데, 그런 건 세은 씨도 알고 있겠지.”


서희는 한참 대화에 빠져 있다가 ‘속 깊은 이야기’라는 말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이런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없었다.


정완은 다른 사람들에게 제 얘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서희가 아는 한 그가 다른 사람에 대해 이렇게 세세하게 이야기한 적도 없다. 따라서 ‘알 거 없어’가 나왔다면 벌써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어려우면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도 자기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지금 하는 말은 아무에게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언행에 신중한 사람이 고인이 포함된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말하는 상대에 대한 의미가 깊다는 뜻이요, 지금 나누는 대화가 ‘속 깊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희는 눈을 빛내며 이야기에 더 집중했다.


“그게 연인 아니에요?”

“아니래. 형님은 세상 다른 여자는 다 사귈 수 있어도 세은 씨는 절대 안 된대.”

“왜요?”

“세은 씨는 금융공사 정규직이야. 한울이 형님은 어떤 달엔 월세 내기도 빠듯한 자영업자고.”

“그런 게 중요하진 않잖아요. 한울 씨가 직업이 없는 것도 아니고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서희의 말에 정완은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은 씨는 3년간 금융공사만 팠대. 거기 시험 준비할 때 다른 사람들이 세은 씨보고 안 된다고 할 때도 형님은 먹을 것 갖다 주고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조금만 더하면 합격할 거라고 늘 응원했고.”

“그럼 더더군다나 연인, 아니 그 정도면 결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돌아가신 친구 분 유언도 그렇고.”

“나도 너처럼 얘기했는데 형님이 그러셨어.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타인을 재단할 뿐 과정에는 관심 없다. 남들이 자기한테 손가락질하는 건 상관없지만, 세은 씨가 자기와의 언밸런스한 교제를 사람들한테 납득시키려고 관심도 없어 할 과정을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초라한 사람이 되게 할 수는 없다.”

“···!”


서희의 눈이 커짐과 동시에 가슴에 뜨거운 게 확 꽂혔다.

정완의 말이 한울과 세은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그가 주어와 직업만 바꾸어놓고 자신에게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희는 정완의 헌신이 없었다면 가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인터넷 기사의 제목만 읽고 댓글을 다는 사람이 넘쳐나고 세 줄 요약이 없으면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불특정한 사람들이 함부로 집어던진 언어의 돌멩이에 수많은 상처를 입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연예인도 많다.


사람들이 자신과 이 남자의 직업을 비교하며 돌을 던진다면 어떨까. 자기가 초라해지는 건 상관없지만 자기로 인해 이 남자가 또다시 상처를 입게 할 수는 없었다.

여우비 트레이닝 계약 당시 정완이 말했던 ‘원치 않는 상황’이라는 게 바로 그런 것이겠구나 싶었다.


서희가 부모님께 진심을 털어놓으며 자신을 믿어 달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이것은 매우 간단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요새 그녀는 프로 가수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인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 따라서 그 옷이 정완과의 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면 벗어 던지면 그만이다.

물론 이것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꼭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왜?”

“당사자들 마음만 굳건하면 언밸런스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한테 구구절절이 설명할 이유도 없고, 설명한다고 해도 그게 초라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가장 가까운 분들, 이를테면 부모님께서는 다르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내 딸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시는 게 당연하니까.”

“자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중요할 거예요. 부모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면 부모님도 믿어주시겠죠.”

“그렇겠구나.”


서희는 정완을 빤히 쳐다보았다. 부모님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세은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의미다.

고개를 천천히, 끊임없이 끄덕이며 운전하는 정완의 눈빛이 전과 아주 달라 보였다.


“하긴. 아주 가깝지 않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이 없더라. 그러니 다른 사람들 얘기에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지.”

“네. 저는 요새 아리한테 그런 거 많이 배워요.”

“제수씨한테?”

“걔는 인터넷 댓글 안 봐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어도 자기나 우진 씨한테 안 좋은 소리하면 폰에서 연락처 지워버리고 두 번 다시 안 보고.”

“어?”


서희의 말을 들은 정완의 눈이 심각해졌다.


“안 좋은 소리하는 사람이 있대? 그만한 인간성들이 어디 있다고.”

“데뷔 초에 있어서 다 잘라냈고, 지금도 안 보여서 그렇지 없지는 않을 거래요.”

“아무리 착하고 좋은 일 많이 해도 연예인이라 어쩔 수 없는 건가.”

“걔가 저번에 그랬어요. 연예인은 팬들한테 좋은 모습 보여주고 그 대가로 돈 버는 직업이니까, 나한테 힘도 돈도 안 되는 데는 관심 끄라고.”

“응.”

“싫은 소리 나올 것 같은 쪽엔 고개도 돌리지 말래요. 싸울 일도 없고 편하다고.”

“안 좋은 소리가 들어올 루트를 아예 막아버리라는 얘기구나.”

“네. 걔는 친구가 운영하는 공식 팬카페만 들어가고 SNS 안 해요.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먹고 수다 떠는 게 훨씬 좋대요. 그래서 저도 요새 걔랑 얘기 많이 해요.”

“잘됐다. 제수씨가 사람 보는 안목이 아주 훌륭하네.”

“그러니까 우진 씨랑 결혼했죠.”

“그놈 말고 너 말이야.”

“네?”


서희는 놀란 마음에 반사적으로 반문했다가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저도 모르게 미소가 비어졌다.

정완은 한참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랑 합심하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겠지?”

“그렇죠.”

“난 그러고 싶어. 누가 그랬다던데?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문제의 99퍼센트는 믿을 만한 사람들 셋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아아. 그래서 아까 우진 씨한테 제이미랑 아티스트들 다 불러서 도와달라고 하라는 거예요?”

“응. ‘너랑 나’가 아니라 ‘우리’에서부터 시작하라는 거지.”

“우리요?”

“무슨 일이든 방법은 상황에 맞게 찾아야겠지만, 주어는 반드시 우리여야 하지 않을까?”

“네. 저희 부모님이 그러셨어요.”


서희는 부모님이 결혼하신 과정과 얼마 전 가족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녀는 아버지 말씀을 꺼낼까 하다가 말았다. 그 말씀에 ‘얘기 잘되거든’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고 시간은 많다.


“작년 결혼기념일에 아빠가 그랬어요. 두 분이 서로를 믿고 함께해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거라고.”

“그 ‘우리’가 둘에서 시작해서 셋이 되고 넷이 되고···. 두 분 다 많이 노력하셨겠네.”

“네.”

“정말 훌륭한 부모님 만났구나.”


서희는 정완의 부모님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그가 부른 <Ode To My Family>의 가사와 우진에게 썼던 편지의 문장을 떠올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자신을 대하는 이 남자의 화법이 많이 달라진 게 느껴져서다.


“근데 PD님 말투가 좀 바뀌었어요.”

“어떻게?”

“딱딱하지 않아요. 넉살도 늘은 것 같고.”

“이상해?”

“아니요. 듣기 좋아요.”

“회사 직원들이랑 여사님들이 말씀들을 맛깔나게 하셔. 같이 말 섞다가 입에 붙었나보네.”

“그리고 웃음도 많아졌어요.”


정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웃음이 많아진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이유를 말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서희 역시 웃음이 많아져 있었는데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이유를 떠올리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또 웃고 있었다.


작가의말

이 부분 대화가 너무 길지 않았나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데라 그냥 뒀네요.


밀린 일을 하느라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따 출근해야 하는데 큰일났네요. ㅠ

즐거운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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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pilogue. 이제야 불러본다 +4 21.09.08 68 5 33쪽
53 Final. 두 사람의 마지막 경연 21.09.06 67 5 37쪽
52 Round 8.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21.09.01 68 5 26쪽
51 Welcome. 하루를 마무리할 때 21.08.28 60 5 19쪽
50 Change. 모두의 힘으로 21.08.27 65 5 20쪽
49 Round 6. 아쉬움과 미련이 없도록 21.08.23 74 5 28쪽
48 Ago.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21.08.18 84 6 29쪽
47 Confidence. 생각할 시간 일주일 21.01.04 93 5 27쪽
46 Round 5. 어느 배우와의 이별 +2 21.01.01 89 6 28쪽
45 Relation. 꿈이 아니라는 걸 +2 20.12.04 116 6 26쪽
44 Self. 돌아선 길 위에서 +2 20.11.20 127 6 30쪽
43 Encore. 복수의 시간 +2 20.11.13 117 6 26쪽
42 Special 2. 바보가 된 천재들 +2 20.11.09 118 7 28쪽
41 Special 1. 희망을 노래하는 겨울 +2 20.11.02 135 6 28쪽
40 Preparing. 서로를 만나는 이유 +2 20.10.26 133 6 26쪽
39 Blind. 오해를 풀고 남은 자리에 +4 20.08.18 159 8 22쪽
38 Composer. 눈은 이미 맞았고 +2 20.08.13 147 7 21쪽
37 Radio. 진심으로 대하기에 더 빛나는 이들 +2 20.08.11 136 8 26쪽
36 Cooperation. 침묵의 이 순간 +2 20.08.04 153 8 26쪽
35 Innocence. 꿈이라고만 여겼던 것 +2 20.07.30 169 7 23쪽
34 Producing. 입 헤벌리고 표정 관리 못하지만 +2 20.07.28 165 9 26쪽
33 Affableness. 오래 전 우리 +2 20.07.21 176 7 38쪽
32 Along. 대타로 때려낸 홈런 +4 20.07.16 171 9 30쪽
31 Beginning. 음악은 변하지 않았다 +6 20.07.12 158 8 34쪽
30 Some. 애써 외면했던 진심 +4 20.07.07 168 10 22쪽
» Opening. 속 깊은 이야기들 +4 20.07.05 167 9 28쪽
28 Yearning. 두 사람의 두 마음 +6 20.06.30 176 9 20쪽
27 Quest. 그녀의 마지막 미션 +2 20.06.25 156 10 29쪽
26 Showdown. 또 다른 사랑이 다가오다 20.06.18 165 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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