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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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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63
추천수 :
623
글자수 :
65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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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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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추천
5
글자
20쪽

Change. 모두의 힘으로

DUMMY

방송을 마친 후 뮤컬트 팀원 대기실.


“어? 손세빈 검색어 1위네?”

“네. 기사도 엄청 떴어요.”

“그래? 헐. 대박.”


예린은 은별이 이야기를 꺼내고서야 활달하게 말문을 텄는데, 이때 서희가 한울과 세은을 전송해주고 대기실로 들어왔다.

하트헤르와 예린은 서희와 은별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꺼내지 못하던 터였다.


“세빈이 언니 랩 진짜 멋있지 않았어요? 무대에서 들으니까 연습할 때보다 더 멋있던데.”

“우린 다는 못 들었어.”

“세빈이 언니 다음 주부터 연극한다는데 조금이라도 홍보 됐음 좋겠어요.”

“이 정도면 홍보야 충분히 됐겠지. 우리도 그거 보러 갈 거야.”

“초대권 필요하면 얘기해 달랬어요. 얼마든지 주겠다고.”

“아니. 그런 건 좋은 자리로 돈 내고 예약해서 가야지.”


얼마나 지났을까.

뮤컬트 팀원들이 퇴근 준비를 마치고 대기실에 모인 지도 한참이었지만 여원과 정완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회사 팀원들이 왁자지껄하게 퇴근하는 소리가 복도에서부터 멀어지며 대화가 끊겼다.


“선생님이랑 PD님, 설마 그냥 가신 건 아니겠죠?”

“얘기가 길어지나 보지. 기다려.”


여원과 정완은 서희의 이 말이 있고 난 후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밝은 얼굴은 아니었다.


“다들 고생했다. 하트헤르랑 예린이 축하해. 잘했어.”

“감사합니다.”

“여우비는 아쉬움이 많아. 연습 때 힘 퍽퍽 잘만 줬던 애들이 그렇게 힘 빼고 부를 줄은 몰랐어.”

“죄송합니다.”

“아니야. 너희들이 그렇게 부르고 싶댔잖아.”


여원은 말을 길게 흐리다 다시 말했다.


“여우비가 못해서가 아니야. 너희들이 아무리 잘했어도 다섯 팀 중에 우리 회사에서만 세 팀이 올라갈 수는 없었을 거야. 안타깝지만 너희 중에 한 팀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단 거지. 실력 문제 아니니까 둘은 너무 낙심하지 말고.”

“네.”

“여우비는 내일 2시에 법무 팀이랑 미팅하고 그 뒤는 휴가야.”

“네.”

“그리고 하트헤르랑 예린이는 정완이랑 얘기해. 이것 때문에 늦었어.”


여원의 마지막 말에 팀원들의 눈이 분주히 돌아갔다.

정완은 늘 다음을 준비한다. 따라서 여원과 정완 사이에서 하트헤르와 예린의 다음 무대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테고, 두 사람의 의견이 같았다면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다들 잘 알겠지만 얘는 내 뜻을 잘 알아. 그런데도 기어이 내 뜻을 거스르겠다고 지 의견을 관철했어.”

“···?”

“너희들은 이 시간 이후 일정은 전부 얘 말대로 해. 알았지?”

“네.”

“천천히 얘기하고 나와. 차에서 기다릴게.”


여원이 나가자 정완은 의자를 가져다놓고 한가운데에 앉았다.

서희는 정완의 굳어진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표정이었다.


“선생님은 우리 회사가 지는 걸 누구보다도 싫어하시는 거, 알지?”

“네.”

“선생님한테 들었어? 우리가 KP한테 왜 맨날 졌는지.”

“하인길 선생님 때문이라고···.”

“그래. 그분은 씨팝 기간에는 다른 거 안하고 팀원들 프로듀싱에만 집중하신다지. 그래서 내가 선생님한테 말씀드렸다. 작년이랑 똑같이 하면 작년이랑 똑같은 순위 나오지 않겠냐고.”


정완의 말에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팀원들의 트레이닝은 예전과 한 가지가 달랐다. 그것은 바로 팀원들의 과업을 직접 지휘하는 프로듀서의 존재였는데, 이로 인해 얻은 성과는 분명했다.

그런데 정완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원을 설득한 것이다.


“하트헤르와 예린이는 내일부터 몇 가지가 바뀔 거다.”

“내일부터요?”

“아. 혹시 내일 다른 일정 있는 사람.”

“없어요. 회사 올 수 있어요.”

“내일 출근하겠습니다. 그게 더 좋습니다.”

“저도요.”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지난주까지도 생방송의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사람에게는 하루 휴가를 주었다. 정완은 4년간 이어왔던 이 전통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지혜와 유찬, 예린 모두 얼굴을 폈다. 이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오디션이며, 지난주처럼 불안한 마음으로 쉬느니 차라리 출근하여 뭐라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휴식 중요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먼저 못 물어봐서 미안해.”

“아니요. 괜찮습니다.”

“우선 보컬 트레이너 바꿨어. 내일부터는 주성락 선배가 유찬이, 예미는 지혜, 유경이는 예린이 전담할 거다. 선생님이랑 반후성 선배는 종합적으로 봐주실 거고.”

“선생님이요? 스케줄 많으실 텐데.”

“이거 안 하시면 또 작년, 재작년이라고 했지.”

“앗!”

“KP에서도 선생님이 직접 하신다. 하인길 선생님은 가운데 서서 이래라 저래라만 하시지 않아. 당신이 몸이 안 돼도 직접 시범 보이시고 안무 자세 잡아주시고 해. 따라서 우리는 그 이상 해야 한다.”


정완은 단호하게 말한 후 내일부터 바뀌는 일정을 설명했다.

내일부터 하트헤르와 예린은 프로듀서와 트레이너, 다른 아티스트들까지 모인 자리에서 하루 두 번씩 노래를 점검받는다. 오후 3시의 첫 점검에서 보완할 점을 받으면 트레이너와 함께 즉각 보완하고 오후 6시에 두 번째 점검을 받는다. 여기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그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보완해야 한다.

서희는 정완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고 은별은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우진이도 이 미팅에 참석할 거다. 하트헤르는 아까 곡 받았고, 예린이 것도 하나 만들어준다고 했어. 결승 간 팀한테는 나나 그놈이 한 곡 더 만들어줄 거다.”

“감사합니다!”

“내 계획도 완벽할 리 없다. 그래서 내 프로듀싱은 우리 회사 전 수석 프로듀서였던 한성혁 선배님이 점검해 주시기로 했다. 이것도 한 선배님한테 확인 받았어. 그분은 수요일이랑 토요일에 오실 거다.”


정완의 이 말이 있고서야 서희는 그의 표정에 여우비 프로듀싱을 시작하던 날 보았던 절실함이 담겼음을 알았다.


“필요하면 뮤아트 사람들도 부를 수 있다. 미란이 노래 같은 발라드 부르고 싶음 말해. 이은호든 양미란이든 주리를 틀어서라도 줄 테니까.”

“네.”

“프로듀서로서 나는 하인길 선생님 발끝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려는 거야. 주위 훌륭한 분들한테 뛰어난 부분만 뽑아서 너희들한테 알맞은 것만 적용하겠다. 이 사람 얘기 다르고 저 사람 얘기 다를 일은 없을 거야. 그거 맞추는 게 내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미팅 때는 항상 세 곡 준비해. 다음 라운드 지정곡이랑 내가 얘기하는 곡, 그리고 자유곡까지.”


정완은 하트헤르에게는 우진이 만든 곡에 가사를 붙이고 편곡을 1차 완성하여 내일 첫 미팅에서 부르라고 했고, 예린에게는 유경의 노래 <누굴까>를 준비하도록 했다.


“가사는 얼마든지 바꿔도 된다. 그리고 노래 연습하겠답시고 고음 막 지르지 마. 목에 무리 가면 끝이니까. 내일 점검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편하게 불러봐야 고칠 점이 생기겠지. 음정은 아예 다른 음이 나오지만 않으면 된다. 샵이나 플랫 정도는 괜찮아. 대신 가사랑 분위기는 최대한 고민해 보고.”

“네.”

“출근은 3시 전에만 하면 되지만 점심식사는 되도록 회사에서 했으면 좋겠다. 나랑 사전점검 한 번 하고 들어가는 게 조금이라도 낫겠지. 그리고 예린이는 내일부터 오디션 끝날 때까지 회사 숙소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오늘부터 있을게요!”

“너희 부모님이 나 싫어하시겠다.”

“아니에요.”

“그래. 데뷔하면 더 힘들 텐데 미리 준비한다 치고 힘들겠지만 버텨라. 길어 봐야 3주다.”


정완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너희 지금 절실한 거 맞나?”

“네!”

“그래. 너희들의 그 절실함과 열정이 나를 움직였고 선생님을 움직였다. 독하게 하자고. 가자.”


정완이 먼저 일어나 대기실을 나가자 팀원들이 눈을 빛내며 서로를 마주보다 걸음을 옮겼다.





서희는 운전하겠다는 정완을 말리고 자신이 운전대에 앉았다.


“세빈이 이따 순정남녀 라디오 나가요.”

“조금 전에 나한테도 문자 왔더라. 너랑 같이 연극 보러 오래. 밥 사겠다고.”

“걔도 잘됐네. PD님이 밀고 순정남녀가 끌고, 이러다 걔 음원 내는 거 아닐까 몰라.”

“너 형님이랑 세은 씨 만났지? 둘이 사귀기로 했다던데.”

“네. 두 분 어디 놀러갈 모양이에요. 한울 씨 내일 쉬는 날이고 세은 씨도 월차 썼대요.”

“한결이 형님이 너한테 고맙다고 전해 달래.”

“뭘요. PD님이 더 많이 했는데.”

“이건 네 덕분이지. 고마워.”


서희는 오늘 오디션에 떨어진 사람이 아닌 듯 생글거리다 말했다.


“좀 전에 저 진짜 놀랐어요. PD님이 휴일까지 반납할 줄은 몰랐는데.”

“미안해. 일을 크게 벌였지?”

“미안해하지 말아요. 놀러야 나중에 가도 되지만 이건 나중이 없잖아요.”

“그래. 네 오디션은 끝났어도 내 오디션은 아직 진행 중이니까.”


정완의 마지막 말에 서희는 운전하다 말고 그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우진과 아리는 오디션에서 떨어지자마자 약혼하고 여행까지 다녀왔다. 서희가 그런 것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제 막 휴가가 시작된 터라 이렇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정완은 자신의 휴가 기간에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시간을 보낼 것이고 자신은 여기에 함께할 수 없다.


떨어져도 좋다는 생각에 무대에서 너무 힘을 뺐나 하는 후회가 잠깐 들었다.

기분이 상한 것과 다르게 마음이 아파오는 한편, 합격한 팀원들에게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아. 하트헤르랑 예린이 좋겠다.”

“왜?”

“각 분야 전문가들한테 집중 훈련받으면 실력이 얼마나 오르겠어요. PD님이 혼자 해줘도 팍 오르는데.”

“이런다고 팍 오르지 않아.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뭐라도 해보는 거지.”

“알아요. 아는데 그냥 애들이 부러워서요.”

“실력으로는 너나 걔들이나 비슷해. 너도 이거 하면 그 이상 보여줄 거면서. 그만하고 쉬고 싶다더니 막상 쉬게 되니까 애들 올라간 게 부러워?”

“올라가서 부러운 게 아니라 걔들은 야밤까지 PD님이랑 같이 있을 거 아니에요. PD님한테 막 찡찡거릴 수도 있고.”

“푸후후.”


서희의 말에 정완이 웃다 말했다.


“나한테 찡찡거려도 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됐어요.”

“그리고 나 밤에 일 못해. 이번 주부터 밴드 공연이야.”

“공연 없는 날은 밤에 일할 수도 있고, PD님은 낮이든 밤이든 애들이 뭐 물어보면 알려줄 거 아니에요. 하트헤르는 몰라도 예린이는 PD님 붙잡고 늘어질 것 같은데?”

“아니. 됐다 싶으면 바로 보낼 거야. 나도 쉬어야지.”

“그래요. 쉬어요. 근데 아깝다.”

“뭐가?”

“GF 밴드랑 저희랑 공연 시간이 겹쳐서요.”


서희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GF 밴드의 공연을 볼 방법이 없을지 궁리했다.

시작 시각은 같지만 여우비의 공연은 11시 전에 끝나고 GF 밴드는 11시에 두 번째 공연을 시작한다. 따라서 서희가 공연을 마치자마자 달려가면 일부라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그게 좋아. 네가 보고 있으면 기타가 손에 안 잡힐 걸?”

“피이. 피아노는 그렇게 잘 쳐놓고.”

“그건 피아노니까 그런 거지.”


서희가 입을 빼쭉 내밀며 정완을 보다 화제를 바꾸었다.


“근데 PD님 전생에 왕이었어요?”

“어?”

“상황판단이랑 일처리가 거침없잖아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까지 휘어잡아서 필요한 데다 집어넣고 능력 끌어내고, 상황 다 보면서 지휘하고 때로는 직접 나서는 게 딱.”

“그게 보여?”


정완은 무심코 대꾸해놓고 아차 싶었다. ‘그래 보여’가 아니고 ‘그게 보여’라니.

서희가 곧바로 말을 이었기에 그는 안도할 수 있었다.


“보이다 뿐이에요? PD님 전에 그랬잖아요.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문제의 99퍼센트는 믿을 만한 사람들 셋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근데 이번엔 셋 정도가 아니라 죄다 끌어놨죠.”

“일상 문제가 아니니까.”

“그러고 보니까 PD님 저 만났을 때부터 그랬죠. 우진 씨한테도 혼자 골 싸매지 말고 아티스트 모으라고 했고, 빈조는 대선배님들까지 불러서 방법하지 않나. 예린이한테 세빈이 붙여준 것도 그렇고.”

“응.”

“PD님 일할 때 보면 주위에 사람들이 많은 게, PD님은 진짜 PD가 제일 맞나 봐요.”

“그게 PD 일이야. 그리고 나보다 잘하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뭐 하러 다해, 귀찮게.”

“풋! 귀찮아서 그랬어요?”

“지금 상황에선 이게 제일 합당해. 한 사람한테 100 뽑는 것보다 다섯 사람한테 20씩 뽑는 게 낫지.”


또 말이 끊어지자 이번에는 정완이 화제를 바꾸었다.


“씨팝 준결승 특별공연, 하기로 했어.”

“안 하고 싶죠?”

“방송국이랑 회사 관계가 있는데 어쩌겠어. 우진이랑 둘만 했으면 좋겠대서 그러자고 했어.”

“아무래도 형제가 같이 노래하는 걸 보고 싶겠죠. 거기서 둘이 만든 노래 부르면 대박이겠는데요?”

“작곡은 우진이한테 생각해 보라고 했어. 어렵다면 기성곡 하고.”

“PD님은 생각 안 해요?”

“나한테는 우선순위가 아니라서.”


다다음주에 있을 <C-POP Artist season 5> 준결승, 즉 Top 2 결정전에서는 정완과 우진 형제와 지노 등 두 팀이 특별공연에 나서기로 했다.

지노는 연말특집에서 말했던 대로 CBC 드라마 OST에 참여했고 그 곡을 특별공연 무대에서 부를 것이다.


“내일 계약하고 본가 가?”

“왜요. 가지 말까요?”

“아니. 가서 푹 쉬어. 안 가도 같이 놀지도 못하니까.”

“카페 공연 있어서 수요일엔 올 거고, 계속 붙어있지 못할 바에 계속 떨어져있는 게 나아요. PD님은 그 시간에 애들 뭐 하나라도 더 봐주세요.”


서희는 짐짓 미소를 보였지만 또다시 마음이 아파졌다.

함께 있지 못해서만은 아니었다.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후 정완은 자신과 은별을 프로듀싱할 때만큼 절실하게 일해 왔고, 내일부터는 그 이상으로 달려들 것이다.

거기다 GF 밴드의 첫 공연도 눈앞에 다가왔다.


자신이 휴가를 보내는 동안 지금보다 더 과중한 일을 감당할 그가 안쓰러웠다.


“혹시라도 걱정은 하지 마. 내가 내 손으로 벌인 일이야. 할 수 있으니까.”

“네.”


자신의 마음을 읽은 듯한 정완의 말에 서희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그녀의 휴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



Top 5 결정전이 끝난 후 <C-POP Artist> 홈페이지에 여러 영상이 올라왔다.

미방송 인터뷰와 참가자들의 연습 장면, 뒷이야기 등 다양한 영상 중에 조회수가 가장 높았던 것은 여우비와 선우예린의 연습 영상이었다.

특히 같은 회사의 두 팀이 주목받은 이유가 정반대였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시청자들은 여우비가 <벚꽃엔딩>에서 힘을 뺀 게 다소 아쉽긴 했지만 여원이 88점밖에 주지 않았던 점을 납득하지 못했다가 여우비의 연습 영상을 보고서야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여우비가 제대로 불렀던 <벚꽃엔딩>에서는 충분한 기쁨의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후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그렇다면 여우비가 왜 힘을 빼고 불렀는가?’에 대한 의견이 오갔는데, 이에 대한 답은 <순정남녀의 편안한 밤>에서 아리가 세빈을 초대하여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의 세 팀 중 어느 한 팀은 분명히 떨어질 이번 경연에서 여우비는 전과 달리 매우 편안하게 노래했다. 이에 대해 아리는 이 무대에 대해 합격하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떨어져도 괜찮다는 합의 하에 자신들이 부르고 싶었던 대로 노래한 결과이며, 여우비는 지금 자신들만의 색깔을 완성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생방송 진출 후 은별은 기나긴 고민 끝에 서희에게 진심을 털어놓았고, 서희 역시 자기 고민을 이야기하며 합의점을 찾아갔다. 이번 무대가 그 합의의 결과였다.


서희와 은별의 성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반되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은별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반면 서희는 그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여우비 팬들은 이 두 사람이 팀을 만들었다는 것을 신기해하곤 했는데, 은별의 그러한 모습은 무대 경험이 쌓이며 나타났기에 정완조차도 몰랐다.

그래서 팬들은 두 사람의 교집합이 여우비뿐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서희와 은별도 위로 올라갈수록 고민이 깊어져 있었다.


최근 솔베이지가 성윤의 음악 포기 선언과 함께 해체했고, 사람들은 여우비 역시 같은 이유로 이 오디션이 끝나면 사라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아리의 이야기는 적어도 이 팀이 해체될 일은 없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팬들은 여우비가 떨어졌음에도 안도할 수 있었다.


여원은 예린의 무대를 보고 연습 때 보지 못했던 매력이 두드러져 멋있었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여우비와 상반된 평가였다.

이에 <C-POP Artist season 5> 제작진은 예린의 경연 전날 연습 영상을 공개했고,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예린이 무대 체질이며 하루 만에 성장했다고 칭찬을 남겼다.


지노는 세빈의 랩이 훌륭해서 <네가 떠난 뒤>가 완성됐다고 말했지만, 시청자들은 세빈을 돋보이게 만든 것도 예린이 한 일이라는 인길의 심사에 더 공감했다.

특히 예린은 세빈이 랩을 할 때 멜로디 파트와 비슷한 화음을 조그맣게 깔아내었는데, 일부 시청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원곡보다 더 좋아 홀린 듯 들었다는 극찬을 남겼다.


이제 시청자들은 남은 다섯 팀 중 하트헤르를 제외한 네 팀은 누가 우승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입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예린이 이번 무대에서도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을 보인 반면 다른 팀들은 그러지 못했기에, 이번 시즌에서 KP가 우승하지 못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



Top 5 결정전 다음 날인 2월 4일 오후 3시.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의 2층 연습실에 여원을 비롯한 트레이너들과 프로듀서인 정완과 우진, 그리고 아리와 제이미 등 멘토들이 모였다.


서희와 은별이 이들 사이에 끼어 앉았다. 두 사람은 조금 전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을 마쳤다.

둘의 계약 조건은 판이하다. 은별이 다른 가수들과 다를 바 없는 조건에 뮤지컬 출연이나 기타 연예활동 관련내용이 달린 4년 계약을 맺은 반면, 서희는 계약금이 없는 2년 계약이었다.


서희처럼 계약하는 경우에는 연예활동에 따른 수익 배분을 아티스트가 높게 가져가지만, 서희는 이 비율마저 은별과 같게 정했다. 이렇게 하여 그녀는 자기 의지에 따라 하고 싶은 활동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만 그녀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전 계약을 해지하면 그로부터 3년 동안은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계약할 경우 뮤컬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넣어 회사 입장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주었다.


“계약하느라 고생했어. 앞으로 잘해보자.”

“감사합니다.”

“근데 너희들은 이틀밖에 못 쉬겠네? 휴가 안 가?”

“이 미팅만 보고 가려고요.”

“그래. 너희한테도 많이 도움될 거야.”


여원은 서희와 은별을 축하해주고 제자리로 갔고, 하트헤르와 예린이 긴장된 표정으로 연습실에 들어왔다.

연습실 한가운데에 마련된 네 자리에는 우진, 혁민, 정완, 여원 순으로 앉았다. 이것은 우진의 아이디어로, 여원을 제외한 세 사람은 각각 수휘, 지노, 인길의 관점으로 심사하여 점수까지 매길 것이다.


“재미있겠네요.”

“재미도 좋지만 꼼꼼하게 봐줘야지. 긴장해.”

“예.”


혁민과 우진의 대화가 끝나자 여원은 하트헤르와 예린에게 말했다.


“컨디션은 어때?”

“좋아요.”

“그럼 바로 해보자. 예린이부터.”

“네.”


<C-POP Artist season 5>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팀을 더 높은 곳으로 올려놓기 위한 여정이 이렇게, 모두의 힘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말

분량이 조금 적어서 주말에 한두 개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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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Final. 두 사람의 마지막 경연 21.09.06 68 5 37쪽
52 Round 8.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21.09.01 68 5 26쪽
51 Welcome. 하루를 마무리할 때 21.08.28 60 5 19쪽
» Change. 모두의 힘으로 21.08.27 66 5 20쪽
49 Round 6. 아쉬움과 미련이 없도록 21.08.23 74 5 28쪽
48 Ago.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21.08.18 84 6 29쪽
47 Confidence. 생각할 시간 일주일 21.01.04 93 5 27쪽
46 Round 5. 어느 배우와의 이별 +2 21.01.01 89 6 28쪽
45 Relation. 꿈이 아니라는 걸 +2 20.12.04 117 6 26쪽
44 Self. 돌아선 길 위에서 +2 20.11.20 127 6 30쪽
43 Encore. 복수의 시간 +2 20.11.13 117 6 26쪽
42 Special 2. 바보가 된 천재들 +2 20.11.09 118 7 28쪽
41 Special 1. 희망을 노래하는 겨울 +2 20.11.02 135 6 28쪽
40 Preparing. 서로를 만나는 이유 +2 20.10.26 133 6 26쪽
39 Blind. 오해를 풀고 남은 자리에 +4 20.08.18 160 8 22쪽
38 Composer. 눈은 이미 맞았고 +2 20.08.13 148 7 21쪽
37 Radio. 진심으로 대하기에 더 빛나는 이들 +2 20.08.11 137 8 26쪽
36 Cooperation. 침묵의 이 순간 +2 20.08.04 154 8 26쪽
35 Innocence. 꿈이라고만 여겼던 것 +2 20.07.30 170 7 23쪽
34 Producing. 입 헤벌리고 표정 관리 못하지만 +2 20.07.28 165 9 26쪽
33 Affableness. 오래 전 우리 +2 20.07.21 176 7 38쪽
32 Along. 대타로 때려낸 홈런 +4 20.07.16 172 9 30쪽
31 Beginning. 음악은 변하지 않았다 +6 20.07.12 158 8 34쪽
30 Some. 애써 외면했던 진심 +4 20.07.07 169 10 22쪽
29 Opening. 속 깊은 이야기들 +4 20.07.05 167 9 28쪽
28 Yearning. 두 사람의 두 마음 +6 20.06.30 177 9 20쪽
27 Quest. 그녀의 마지막 미션 +2 20.06.25 157 10 29쪽
26 Showdown. 또 다른 사랑이 다가오다 20.06.18 165 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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