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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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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6,702
추천수 :
1,270
글자수 :
966,534

작성
06.10.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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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엘루엘(190)

DUMMY

불안한 밤과 다음날을 보내는 세 명의 여자들이었지만, 나는 태평했다.

항상 도망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어쩌면, 기사와 병사들이 몰려오는 걸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품 구입이 모두 끝나고 떠날 준비를 하는 우리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전에 보았던 미친년이 포함된 파티들과 그 외의 수십 명이나 되는 유저들, 그리고 제럴드 백작가의 기사들…….

나의 품에 안겨있던 제니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잡으러 온 게 아니었다.

상단의 책임자와 몇 마디하고는 방을 잡고 술을 시키고 먹는 일 밖에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상단 책임자가 다가왔다.

“저들이 우리 상단과 함께 파렌영지로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거절 할 명분이 없어서 허락 했습니다만…….”

그런데?

왜 날 보는데?

웃기는 놈이 아닌가 말이다.

나는 아리사를 쳐다보았지만 고개를 돌려버리는 아리사였다.

메이드 복장의 아리사!

확실히 하녀 타입이었다.

“나보고 어쩌라고?”

“에……. 뭐 그렇다는 겁니다. 흠흠…….”

뻘줌해져서 사라지는 놈이었다.

“아가씨. 정령의 냄새가 좋군요.”

미친년이 우리의 탁자로 왔다.

“어. 언니의 냄새도 좋아요.”

이것들이 둘이 사귀기로 했나?

첫 눈에 반했어요?

“고맙군요. 저도 여기에 끼어서 가도 되겠지요?”

아리사가 나를 쳐다본다.

“누구 맘대로?”

“여기 결정권자가 이 아기씨 같은데……. 아닌가요?”

“아. 아닌데요…….”

“오호……. 그럼 여기 예쁘장하게 생긴 미녀가?”

제니가 나의 품에서 도망치듯 뛰쳐나가고, 아리사와 이사벨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물러선다.

주위의 많은 눈들이 우리 쪽 테이블로 쏠리는 건 당연했고 말이다.

“너! 내가 좋냐?”

“호호. 전 파충류를 싫어해요. 징그럽거든요?”

내 귀에 입술을 바짝 대고 속삭이는 미친년이었다.

역시…….

그런데 왜 죽으려고 발악을 하는 걸까?

내가 드레곤이라면 인간하나 죽이는 건 지나가는 개미하나 밟아 죽이는 것 보다 쉽다.

“난 관심 있는데?”

“그럼, 거래를 하죠. 절 마음대로 하는 대가로, 나중에 제 부탁하나 들어주는 걸로…….”

이건 또 무슨 스토리래?

“싫은데? 나 싫다는 계집도 싫고, 나이 먹은 아. 줌. 씨도 싫어!”

내 귀에 대고 속삭였으니 나도 계집의 귀를 잡아당겨 속삭여줬다.

우리의 속삭이는 행태에 주위에선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었다.

주위가 조용한 침묵에 휩싸인 것이다.

“덤으로 선물 하나 더 드리죠.”

“네가 주려는 선물이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면 괜찮지.”

“물론이죠.”

음. 요년이 구미가 당기게 하네?

음흉한 웃음을 띠며 바라보는 계집이었지만, 이놈에 호기심이란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나를 드레곤으로 알고 있는 계집이다.

눈에 차지도 않을 물건을 선물이랍시고 줄 리는 없다.

그러나!

역이면 꼬일 듯싶은데?

지금. 여기에 모인 유저들 중 허접하다고 생각되는 유저들이 없는 것이다.

무언가 꾸미는 듯 한, 특급 퀘스트라도 진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언제 부터인가 소심해져 있었다.

게임이 아니게 되면서부터 인 것은 확실하다.

오프라인에 사랑스런 나의 여인들이 있고, 게임 속에서는 내가 원하면 안을 수 있는 여자들이 널려있다.

그러나 저들은 게임을 즐기는 것뿐이니 죽음에 대한 부담이 없다.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불사신인 것이다.

빌어먹을!

왜 이렇게 꼬여 버렸을까?

“일 없다.”

애당초 꼬일 일에는 발을 들여 놓는 게 아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죠?”

“오래 살고 싶다는 말이지.”

“겁쟁이.”

“맞아! 그러니까 그만 꺼져 주겠나?”

착 가라앉은 음성이 나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정말 기분이 엿 같다고나 할까?

기분 나쁜 계집이 탁자에서 사라지자 주위가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더러운 기분을 술로 채우며 신세한탄을 해본다.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는 게임이었던 것 같다.

처음 토끼에게 치어 넘어졌을 때 일어나야 했었는데…….

쪽팔리다고 벌렁 나자빠져 버린 게 실수였다.

그놈에 토끼새끼 잡혔을까?


“일어나세요. 그만 일어나세요.”

누군가의 거친 음성과 뺨에서 오는 얼얼한 아픔에 눈을 뜨니 이사벨이 나를 깨우고 있었다.

“이사벨!”

“빨리 일어나세요. 다들 기다리잖아요.”

화를 내는 모습이긴 한데, 입가에 미소는 뭐란 말인가?

뺨이 얼얼하다.

요년이 핑계 삼아 복수를 한 모양이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건 손해다.

두고 보자. 곱빼기로 돌려주마…….

비실비실 일어나 마차에 올라 또 누워버렸다.

많이 먹긴 먹은 모양이다.

으……. 그런데 술께는 꿀물은 고사하고, 물 한잔 건네지 않는 계집들에게 또 화가 난다.

두고 보자…….

흔들리는 마차에 누워 있기가 고역이었기에 물을 찾아 마시고, 마차를 나와 천천히 걸었다.

수십 대의 마차와 불어난 인간들…….

어지러운 머리를 정리하며 무슨 퀘스트일까 궁리했다.

마족 퇴치? 가능성이 많다.

아니, 그 한가지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가다보면 알게 되겠지. 시간은 많으니 말이다.

나는 아리사와 제니, 이사벨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 있는 기사에게 물으니 앞쪽의 나타샤라는 계집의 일행과 가고 있단다.

위험할 일은 없으니 걱정될 일도 없지만, 제니까지 아리사의 옆에 있으니 옆구리가 허전하다.

하루하루를 기사들이 갖다 주는 음식만 축내며 마차에서 지냈다.

흔들리는 마차 지봉에서 보는 하늘은 참 맑고 청명하다.

간간히 하얀 구름이 떠가는 걸 보며, 흩어지고 모이는 모양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우는 처량함이라니…….

창공에 새 한 마리가 떠돈다.

그리고 두 마리, 세 마리…….

저놈들 뭐야?

계속되는 행렬의 진행에도 그 자리에 머물며 숫자만 불어나고 있는 새떼들이었다.

십여 마리가 모이자 공중을 넓게 돌아다닌다.

비행기가 공중 쇼라도 하듯 흩어지고 뭉치고, 일자 대형에 브이자 대형, 원형, 화살 모형 등등…….

저 놈에 새떼들도 비행기처럼 훈련 중인가?

하여간 골 때리는 세상에 뉴월드 게임이다.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새떼 구경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변하지 않는 자리. 항상 내 눈에 보이는 그 자리였다.

이상한 생각도 해 봤지만 구경하기 재미난 쇼를 보고 있자니 다른 생각은 지워버렸다.

조그마한 새떼들이 나를 공격할 것도 아니고 말이다.

드레곤?

웃기는 생각이다.

와이번?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도 있지만 저런 까마득한 상공에서?

가고일?

멍청한 생각이지…….

나에게 피해만 없다면 만사형통, 즐거운 구경거리인 것이다.

오늘은 또 어떤 형태의 모습으로 바뀔까?

하루하루, 조금의 변형된 움직임을 보이는 새떼들인 것이다.

흐린 날은 볼 수가 없었고, 다시 날이 좋아지면 어김없이 나타나 나의 눈을 즐겁게 한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지금의 실력으로 저 높이까지는 못 올라간다.

게다가 저놈들이 공격이라도 해 온다면?

끔직하다.

이제는 저놈들이 무슨 새일까, 몬스터일까에 궁금증이 몰려온다.

이놈에 세상은 없는 게 너무 많다.

망원경이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망원경?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사용해 만드는 것인가?

있으려나?

나는 마차를 내려와 상단의 인솔자를 찾았다.

“혹시, 망원경이라는 것 있나?”

“음……. 고가품이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극히 적습니다.”

있긴 있다는 말이군.

얼굴 한번 봤다고 내가 알고 있는 파티 쪽으로 갔다.

내가 다가가자 아리사와 제니, 이사벨이 꽁무니를 뺀다.

허. 내가 그렇게 잘 대해 줬건만…….

“자네! 망원경이라는 거 있나?”

인상이 팍 일그러지며 퉁명스런 목소리를 뱉어낸다.

“무엇에 쓰려고?”

“하하. 무엇에 쓰긴, 심심하니 계집들 엉덩이나 구경하려고 그러지…….”

“저질…….”

주위의 눈총이 험상 맞긴 하지만, 나의 즐거움에 비해서야…….

참! 내 레어엔 망원경이 없을까?

“오늘 하루만일세.”

“쪼잔 하게……. 삼일!”

“안되네.”

“이틀!”

“일 없네!”

“망원경 하나 가지고 너무 재는 거 아냐?”

“남에게 함부로 빌려줄 물건이 아닐세. 게다가 싸가지가 바가지인 놈에게는 더욱 더!”

“킥킥.”

나타샤라고 했던가?

내가 어떤 인간인가 밝히지 않은 것 같은데?

알면서 저 따위 말을 뱉을 정도로 강심장을 지닌 인간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불사신의 몸을 지닌 유저들이라 해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관조자 정도면 내가 원하는 유저들의 위치정도는 바로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마신의 말이 떠올랐다.

젠장. 무늬만 관조자인 속빙강정의 직업이었던 모양이다.

“치사한 놈!”

나는 손을 내밀었고, 순진하게 품속에서 망원경을 꺼내주는 놈이었다.

“호호. 정말 순진무구하신 우리 오빠. 저러니 달라붙던 여자도 도망치지. 에효…….”

나는 망원경을 잽싸게 뺏어들고 어리둥절해 하는 멍청한 놈을 외면하고 마차위로 올라간 후, 망원경에 눈을 갖다 대고 하늘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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