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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1,296,705
추천수 :
1,270
글자수 :
966,534

작성
06.09.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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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엘루엘(187)

DUMMY

자잘한 일이라면 한번정도 해주는 것도 좋겠다 싶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도 질려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삼일 후에 영지에서 운영하는 상단이 떠납니다.”

“오호. 상단 경호라……. 좋지. 좋아. 일정은?”

“가는데 두 달이 좀 넘으니 최소 5개월이요.”

요 조막만한 놈이 내가 지루해 하는 걸 어찌 알았을까?

“용돈도 주는 거냐?”

“뭐요? 빈둥거리며 밥만 축냈으면서 뭘 더 바라는 거요?”

아니 요놈이?

“저……. 소영주님? 아직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신 걸로 아는데…….”

늙은 기사단장이 소영주 앞으로 나서서 한마디 한다.

“아! 그렇군요. 제가 깜빡했습니다. 저 예쁘장한 인간만 보면 제 정신이 아니라서…….”

허. 요놈이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좀 더 쥐어 패, 말어?

기사단장이나 기사들이 있긴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 싶은데…….

나의 눈초리가 가늘어지자 꼬리를 마는 소영주였다.

“험험. 루엔님께 상단경호라는 쓸데없는 일을 시키려고 여행시켜드리는 건 아니요. 내 동생이 세상구경 좀 하고 싶다고 해서……. 험험. 개인호위 좀 해 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험험.”

나이도 어린놈이 늙은이 흉내 내려니 힘든가 보다.

그런데…….

나보고 지 동생 호위나 하라고?

그 비적 말라비틀어진 계집의?

허. 어이가 없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한두 번 마주치기는 했지만, 예쁘지도 않은 볼품없는 계집이었다.

꼴에 동생이라고 아끼는 소영주였지만, 제 눈에는 예뻐 보일지 몰라도 내 눈엔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동생을 호위하란다.

호위할 상대가 누구든 신경 쓸 필요 없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5달이나 함께할 여자가, 그것도 어린계집에 얼굴도 못생겼다면?

허. 여행할 재미가 싹 달아나 버렸다.

이래봬도 보는 눈만 높아진 나였던 것이다.

“안 해!”

“뭐야? 이 얼굴만 예쁜 계집 같은 놈이…….”

“요 조막만한 개자식이 뭐가 어째고 저째? 오늘 개타작이 어떤지 확실하게 인식시켜주마…….”

“웃기네. 조막만한 계집 같은 놈이 누군데? 헉! 막아요…….”

잽싸게 기사단장과 기사단원들의 뒤로 몸을 숨기는 소영주였고, 기사들이 칼을 뽑으며 내 앞을 막아선다.

“너어, 이 개자식 주둥이를 찢어 발겨주마. 저리 비켜 개놈들아! 죽고잡냐?”

검집째 뽑아들고 10명의 기사들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퍽.’

한 놈이 검을 휘두르다 머리통에 얻어맞고 뻗어 버렸지만, 옆에서 찔러 들어오고 베어 들어오는 검에 브링크로 물러났다.

마음대로 검이 휘둘러지지 않는 것이다.

“우아아. 너 개자식아. 걸리면 아작 날 줄 알아라. 그러니 좋은 말 할 때 이리 나와!”

“삼일 후에 출발하니 준비나 하시구랴. 성질 더러운 레이디! 우하하하...”

컥! 좋다. 네놈이 내 성질을 건드렸으니 후회는 하지 말아라…….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네가 나의 역린을 건드리는 구나…….

기사단장은 소영주가 튀면서 뒤따라 튀었고, 9명의 기사들은 쓰러져 있는 기사를 들쳐 엎고 눈치를 보며 물러나고 있었다.

아직 나의 분풀이가 끝나지 않았는데 고이 보내줄 수는 없다.

근력강화와 헤이스트를 걸고 정신을 잃은 놈을 들쳐 맨 놈과 그 옆의 놈에게 달려들어 한방씩 갈겼다.

엉거주춤 물러나는 놈들에게 헤이스트가 걸린 브링크는 눈으로 쫒을 수조차 없는 것이다.

잘됐다. 분풀이겸 실력평가 차원에서 기사들을 가지고 놀 생각을 했다.

유희를 한다고 설정자체가 낮아졌지만 힘에선 밀리지 않는다.

연약한 몸으로 변하긴 했지만, 힘과 마법에 의한 스피드. 이런 놈들 쯤이야…….

좌우에서 찔러오는 검이 위험하면 앞에서 깔짝거리는 놈의 뒤로 돌아 뒤통수를 빠개버리고 도망치고, 앞뒤로 위험한 칼날이 다가오면 좌우로 빠지며 뒤통수치기. 같은 레벨 때의 중급기사라도 마법사의 마법이 가미된 나를 이길 자는 없는 것이다.

괜히 마검사가 아닌 것이다.

겨우 헤이스트와 근력강화, 브링크로도 간단하게 처리되는 놈들이었고, 그 후는 잘 다지기만 하면 된다.

어느 정도 분풀이를 하고 난 후, 엉금엉금 기어가는 놈들의 엉덩이를 한 놈씩 차 주었다.

크크. 소영주라고 깝죽이는 놈에게 경고를 보냈으니 알아서 기겠지.

하여간 잡히기만 하면 확실하게 교육 좀 시켜줄 요량이다.

그런데 소영주의 동생이라는 계집의 호위를 해야 하나?

생각해 보면 호위랄 것도 없을 것 같다.

대 영지를 지니고 있는 가문도 아니었고, 후작이나 공작가의 여식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오지에 있는 이름도 사라져가는 가문에 얼굴이나 몸매도 형편없는 어린 계집이라는 점이었다.

누가 보쌈해 갈 일도 없는 것이고, 거져줘도 거절할 형편없는 계집이라는 점이었다.

호위? 도대체 뭘 호위하라는 말인지…….


바나투스 왕국의 남쪽, 파렐자작영지는 산이 주를 이루는 영지였고, 그만큼 몬스터도 많지만, 광산 또한 많다.

그러나 개발을 하기 위해선 엄청난 인력이 필요하다.

이 넓은 오지에 먹을 것도 부족하고, 몬스터도 득실거리는 곳으로 올 미련한 인간들도 없다.

게임 초창기 때에 멋모르고 오던 게이머들마저, 질려서 떠나 버렸을 정도였다.

게다가 영주라는 놈이 사치를 일삼고, 유저들의 주머니까지 털려고 하자, 하나둘 떠나 버렸다.

유랑민을 어떻게든 붙잡아 영지개발에 투입해야 하건만, 전 파렐영주는 유랑민의 수입까지 빼앗아 자신의 배를 불렸으니, 돈 벌기 힘든 게임에 이런 악덕영주가 있는 영지에서 사냥할 맛이 나겠는가?

팔렐영지엔 두세 개의 철을 생산하는 광산이 있고, 철을 타 영지에 팔아 그 돈으로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을 사들여와 어렵사리 사는 영지였다.

산에서 키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하기도 하지만, 수확량보다는 몬스터에게 죽어 나자빠지는 인간들이 더 많아 특별하게 특산물이라고 재배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영지민들이 영주와 적대시 하는 건 당연했다.

영지민은 배를 곪고 있는데, 세금만 부풀려 받는 영주는 호위호식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됐든 머리 아픈 일도 내 신경 쓸 바 없고, 삼일 후에 떠나는 상단에 묻혀, 여행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 좀 했다.

결론은 대충 놀러 다녀오자 였지만, 소영주 동생이라는 계집이 마음에 걸렸다.

소영주의 성질머리를 보건데, 내게 동생의 호위를 맞길 위인이 아니었다.

제 눈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동생인 것인데, 싫어할 줄 뻔히 알면서 한 달 만에 찾아와서는 동생의 호위를 맡긴다?

내 실력을 파악하고 붙잡아 두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이해가 간다.

다른 이유를 생각하자니 답이 안 나온다.


영주성 외각의 후쭐구레한 마을에 수십 개의 짐마차가 도열해 있었고, 마차의 뒤쪽에 사두마차가 있었다.

말을 타고 가려다가 얼굴이라도 익히려고 마차 속으로 들어와 앉았다.

옆에는 글래머 타입의 여기사가 있었고, 눈앞에는 예의 그 못생기고 비쩍 마른 계집과 그 옆의 아름다운 얼굴의 몸종노예가 있었다.

못생긴 것이 아름다운 몸종 노예를 부리다니…….

마차가 출발하고도 한 참을 아가씨와 노예를 번갈아 보며 얼굴과 몸매를 열심히 대조, 비교, 감상 및 품평을 하고 있었다.

“정말 예의가 없으시군요.”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지 우락부락한 여기사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중세의 여기사는 이래야 한다는 근육질의 여기사였다.

내 덩치의 한배 반 정도면 현 시대에서는 돼지라고 해야 할까?

“나? 원래 그런 거 못 배웠는데?”

거짓말 하나 안 보탠 사실을 이야기 했다.

“영주님께서 당신 같은 사람을 호위로 보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 군요.”

“맞아! 그 멍청한 놈이 왜 날 보냈는지 나도 모르겠어!”

“제가 부탁했어요.”

“???”

“에?”

못생긴 계집이 얼굴을 붉히고 한마디 했는데…….

자신이 원했단다.

그럼?

나에게 첫눈에 반해서?

허. 내가 한 인물 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루엔님……. 정령사이시죠?”

눈을 마주치기 싫은지 살짝 고개를 들고 묻는다.

“정령사? 아닌데.”

“네?”

허.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날 쳐다 보다, 다시 내리까는 계집이었다.

“너. 정령사냐?”

“네…….”

“허. 허허……. 유희의 설정 때문인지 정령사도 구별 못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 건지…….

“한 번 불러봐라.”

“지금은 너무 힘들어요.”

그렇군. 저 비적마른 몸이 그 때문이었군.

“하급 정령인 운디네는 불러 낼 수 있지만…….”

“? 너! 중급정령도 불러낼 수 있단 말이냐?”

“네…….”

허. 예전 초령이와 비슷한 능력인가?

역시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였다.

이제 10대 중반 정도의 소녀라고 생각되는 인간이 중급의 정령을 불러낼 수 있다니 말이다.

정령사라고 몇 십 년을 투자해서 중급도 못 불러내는 유저가 세고 센 게임이 뉴월드였다.

정령사 유저가 내 눈앞의 어린 계집을 본다면 혈압이 올라 피를 토할 일인 것이다.

그런데 내 정령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 않을까?

틀림없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게 말을 안 한 것이리라.

혹시라도 버림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데 내 지금의 능력으로 다른 정령들을 불러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럼……. 내게 도움을 받고자 여행을 하기로 했고, 나를 끌어 들였다는 것이로군. 맞냐?”

“네…….”

허. 거 참…….

예전에 정령기초 어쩌고저쩌고 하는 책을 읽긴 했는데, 내가 읽은 게 아니니…….

창고에서 정령사에 관련된 책을 찾아 봐야겠다.

“일단, 몸부터 만들어야겠다. 그런 몸으로는 하급정령도 불러내지 못할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는 계집이었다.

“이름이 뭐지?”

“아리사.”

“좋아 이리사. 오늘은 편히 쉬고 내일부터는 운동 좀 하고……. 음……. 네 이름은 뭐지? 여기 글래머 이름은 뭐냐?”

“이 아인 제 몸종으로 제니라고 하고…….”

“전 이사벨이라고 부르면 돼요.”

웃기는 게, 아리사는 저보다 더 나이 많은 듯 한 노예를 아이라고 부른다는 것이고, 이사벨은 찬 기운 쌩쌩 날리며 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본다는 것이다.

“이사벨……. 저쪽으로 좀 앉아봐라!”

“정말! 실력 있다고 말을 함부로 하시는 군요. 제가 적어도 10살 정도는 더 먹었을 것 같은데……. 예의에…….”

“나? 예의 같은 거 모르거든? 좋은 말 할 때 건너가라……. 잉?”

얼굴에 맞게 놀기는 애당초 그른 나였다.

아리사의 눈치에 나의 건너편 의자로 엉덩이를 들이밀고 창으로 얼굴을 돌려버린다.

아리사와 제니. 이사벨이라…….

확실히 아리 사는 볼품없는 얼굴에 몸매였고, 메이드 복장의 제니가 얼굴이나 몸매는 제일 좋았다.

글래머의 이사벨은……. 흠…….

눈을 즐겁게 기분은 신나게, 세 여인을 비교해 가며 마차여행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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