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루엘(1.)
"철컥"
문을 열고 들어서며 느껴지는 집안의 냉기와 허허로움…….
가을의 문턱인 시월초의 어느 날이다.
이날도,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집에 도착해서, 외로움으로 나를 반기는 집의 현관에서 썰렁한 집안을 둘러보았다.
문득문득 느껴지는 초라한 외로움이 있지만, 능력 없는 홀아비의 처연함을 애써 무시하며 저녁의 먹을거리로 생각을 바꾼다.
어둑한 거실에 불을 켜며,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의 스위치를 누른다.
고속성장에 바뀌어버린 디지털 음성 자동 인식기가 보편화 되어버린 세상이지만, 나와 같이 뒤처지는 세대 또한 많은 만큼, 아날로그 또한 생산 판매되는 세상이다.
따지고 보자면 나와 같은 선진국의 뒤처지는 노인들을 위한,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후진국에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 중 소량이 국내에 판매되는 것이긴 하지만…….
"첨단을 앞서가는 저희 '신세기'에서 10년에 걸친 연구의 실패 속에서 일구어낸 대작 업임에 틀림없습니다."
"시청자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만이라도 내용을 설명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하하……. 저희 '신세기'에서도 개발만 했을 뿐입니다. 물론 설정 상
줄거리와 프로그램을 발표 할 수 있겠지만,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혼돈을 감당할 수 없어, 저희 '신세기'에서는 발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굳혔습니다."
"혼돈이라 시면?"
"일단 게임 속에서 내용을 만들어가는 것은 게이머라는 것입니다. 내용이라기보다 자신의 제2의 인생을 만드는 것이죠. 초기 가상현실과 같으면서도, 또 다른 복잡하게 얽힌 프로그램으로 인한 혼란입니다."
"흠. 더 애매해지는 내용이군요."
"하하……. 저도 개발자이긴 하지만, 또 어떻게 '뉴월드'가 바뀌었는지 모릅니다. '뉴월드'는 스스로 성장하는 게임이기에, 개발 후 지금껏 스스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스스로 즐기며 알아보도록 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결국. 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다면 시청자 여러분께서 직접 체험해 보시라는 '신세기' 개발실장님의 이야기로 '게임이 좋아'의 '뉴월드' 신 가상현실게임에 대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미국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 중인 가상현실'헤라'를 집중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저녁을 차리고 먹는 와중에도 '헤라'를 까발리는 아나운서의 이야기와 게이머들이 사냥하는 장면, 게이머들끼리의 대결 등 많은 동영상을 곁들인 화려한 스킬들을 보며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가상현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10여 년 전 미국의 비밀실험이 공개되면서 부터이지만, 세계의 선진국 중 많은 나라에서 개발을 하고 있었던 사항이기도 했다.
미국의 어느 이름 모를 기자의, 이름 모를 조그마한 인터넷 신문에 기제 된 군 비밀가상현실전쟁을 기사화한 내용은 살며시 논쟁거리로 부상하다, 어느 때인가 미국의 주요 일간지의 톱기사가 되면서 모든 언론매체와 세계의 시선을 받게 되는, 거대한 사회이슈가 되어버렸다.
버티다, 버티다 못한 미국은 최소한으로 축소한 가상현실을 공개 했지만 여론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찬반을 논하는 건 어느 세상이나 같다.
누구의 잘 잘못이건 군사비밀이건 지구멸망의 프로젝트건 간에 그로 인해 득을 보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헤라'를 만들어낸 프로그래머이자 게임 매니아인 헤라였다.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가상현실게임 '헤라'는 수많은 게이머들과 네티즌들의 입소문, 발달한 인터넷의 영향으로 지구촌 선진국들의 게이머들을 열광케 하며 거대기업으로 부상했지만, 초기 가상현실게임 답게, 많은 불안요소로 인한 인명피해에 대한 보상과 지탄의 대상이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안, 업데이트로 인한 불안요소를 차분히 없애 나가며 성장을 거듭해 나갔다.
그러나 몇 년을 독점 하다시피 한 '헤라'는 일본게임회사들의 모임인 '다크'로 인해 선두주자로서의 위치만 고수한 체, 한때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일본 가상현실게임인 '다크'의 불안전성으로 '헤라'의 아성이 계속되어만 갔다.
'헤라'로 인한 게임시장은 천문학적인 돈을 움직였고, 파생되는 불법 또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헤라'는 여전히 잘나가는 가상현실게임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it 메카인, 게임 천국의 제왕이라는 통일대한제국이란 국호를 사용하는 우리나라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게임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나라에서, 먼 산 불구경하듯 손 놓고 지켜만 본 시간이 5년인 것이다.
5년간 제국민들이 '헤라'에 갖다 바친 돈만해도 수십조 원이라 한다.
제국 게임회사들에 대한 게이머들의 노골적인 야유와 게임에 대한
외면은 제국 게임회사들의 도산으로 이어졌고, 몇몇 큰 게임업체들이 모여서 강구책을 만든다. 어쩐다하며, 여론을 이끌려는 노력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런 와중에 대한제국이란 거창한 국호를 가진, 통일정부에서 발표한 가상현실게임 '뉴월드'는 가히 놀랄만한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반대로, 연구 제작 상용화기간이 10년 이상이라는 발표에, 헛소리라 치부하는 자들 또한 부지기수였다.
며칠 전 발표한 내용으로 한 방송사에서, 틀별 방송을 통해 연구, 제작에 관여한 연구진을 중심으로 인터뷰와 전체적인 스토리를 하루 만에 제작 방송하는 기현상까지 일어났다.
물론 믿는 국민은 소수에 불과했다.
연구원 한 명 한 명의 인터뷰 속에서 알 수 없는 의구심만 더욱 증폭되었고, 연구의 중심만 한국일 뿐, it선진국들의 과학자와 의사는 물론 많은 최고의 실생활 연구박사들이 참여 했다는 증명되지 못한 방송으로 , '뉴월드'는 제국민 뿐 아니라 타국의 질타까지 받아야 하는 수모를 받았다.
그러나.…….
몇 일만에 일어난 불신과 저주와도 같은 무능력한 통일정부에 대한 노여움도, 어제의 발표로 국민 대다수와 세계를 침묵케 했다.
선진 10개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표한 발표문이 세계의 비평여론을 잠재워던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우리 10개국은 대한제국의 제의를 받아들여, '신세기'합작회사를 세웠다.
이후, '뉴월드'가상현실게임의 불안전한 요소를 최대한 없앤 가상현실게임을 발표하게 되었다.
게임의 스토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연구진은 없다.
게임은 가상현실인 만큼, 외부의 간섭 없이 초미립자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에 의해 운영되어지며, 모든 것은 게임안의 주신으로 통하는 초미립자인공지능 슈퍼컴퓨터가 처리한다.
다만, 우리 10개국은 가상현실게임의 안전만을 도모할 뿐이다."
간단한 발표와 함께 많은 법적 절차들이 뒤따랐다.
가상현실도 현실인 만큼, 게임법상의 불법은 게임의 주신이 한 번 게임상 제제를 가한 후, 현실에서도 현실 법상에 의한 법을 적용한다는 황당한 법문이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죽이면 카오가 된다.
유저건 게임안의 npc건 살인자가 된다는 것이고, 살인자는 수배를
받는다는 설정이다.
중세를 모델로 하니, 귀족의 권위로 영지민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는 설정은 바꿀 수 없지만, 유저가 낀 이유 없는 살인은 법 적용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유저가 주가 되는 것이고…….
npc가 유저를 이유 없이 죽이는 건 해당사항이 없이 살인자로서의 게임 안 제제만 받을 뿐이지만…….
수 없이 많은 법조문에서, 가중처벌을 받는 법이 성관련 법조항이었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유저간의 강간은 게임상 제명일 뿐 아니라,
현실에서의 법조항보다 더욱 강력한 법적재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현실 어느 국가에서보다 많은 법조항이 발표지만, 게임 매니아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에, 대충 넘어갔고 이후, 게임변호사라는 직업이 호황 하는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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