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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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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6,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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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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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0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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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엘루엘(173)

DUMMY

세상 모든 게이머들이 언어번역기로 같은 말을 쓴다고는 해도, 억양에 조금의 차이가 있고, 얼굴형태도 변하지 않았으니, 조금만 미심쩍게 생각한다면, 타국의 인물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가이언 영지의 마을도 비껴가는 상황이었다.

“얼마나 더 가야 피어즈 영지가 나오는 거예요. 벌써 나왔어야할 텐데…….”

체시가 짜증을 부린다.

벌써 며칠 밤낮을 산속에서 헤맨 것이다.

아직 삼일 정도를 더 가야했는데…….

“지금 피어즈 영지로 간다고 생각하는 거야?”

스잔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

“그. 그럼 어디로 가고 있다는 거야?”

“나도 몰라. 하지만 피어즈 영지는 아니라는데 10골드를 걸지!”

허……. 거기에 웬 돈내기?

모두의 눈들이 내게 향한다.

“음……. 우리는 먹자파티였던 거 같은데. 그렇지?”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일단 피어즈 영지로 가야할 거 아닌가? 거기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고…….”

“맞아요!”

왕삼의 말에 체시가 맞장구를 치고 나머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 먹자를 하려면 화끈하게 한번 먹어야지. 일본 애들 후방에 있는 군수품을 털로 가는 중이야.”

긴가민가하던 눈빛에 벙떠져버리는 파티원들이었다.

“말도 안 돼!”

“미쳤군!”

“난 돌아가겠어.”

한꺼번에 쏟아지는 소리에 정신이 없다.

“그럼 이곳에서 찢어지면 되겠군. 나와 갈 사람은 없나?”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고, 두 검사들이 어정쩡하게 일어나 내 곁으로 왔다.

지금껏 몇 마디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였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귀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떼돈 벌수 있나요?”

“글쎄…….”

“나는 돈 되는 물건만 챙길 거야!”

“???”

여기 돈에 목숨 거는 인간이 또 있었군.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네 명의 인간들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곳은 가이언 영지 깊숙한 곳이지. 마을도 하나 벗어났고, 되돌아가자면 죽을 각오는 해야 할 걸?”

쇄기를 박아줬다.

“개자식! 죽으려면 혼자나 죽지 왜 우리까지 사지로 끌고 온 거야?”

기사인 찰스가 검을 빼들고 나를 겨누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단 가보자고. 죽어서 떨어뜨릴 비싼 아이템도 없을 테니. 일단 많이 챙기고 튀어야지…….”

일단 인벤이나 가방 속에 물건을 챙기고 영지를 벗어나면 탈취한 물건은 모두 자기 것이 된다.

잘 도망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씩씩거리는 찰스만 빼고는 눈치코치를 보며 움직였다.

“빌어먹을…….”

“그럼 출발하자.”

적진의 깊은 곳이라고 한 말 때문인지, 말을 아끼며 이틀을 산속에서 헤매며, 가이언 영지가 내려다보이는 산에서 작전모의를 했다.

이 근방 어디쯤인가에 군수품 창고가 있을 것이다.

무작정 영지로 발을 들였다가는 첩자로 죽을 수도 있기에 밤에 정탐을 하기로 했다.

야영지를 설치하고, 밤이 되기를 기다리며 나와 체시, 왕삼과 한방, 스잔과 찰스, 두 검사, 이렇게 4개조로 정탐을 하기로 결정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왕따 파티의 군수품 탈취 퀘스트’를 시작하자고. 하하…….”

“앗!”

“뭐. 뭐냐!”

“어머!”

제각기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고, 퀘스트 창을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궁금증이 많고 말 많은 수다쟁이 체시였다.

“이. 이거 성공만 하면 떼돈 벌겠다……. 아…….”

짜증 쟁이 찰스도 돈이 궁한가 보다.

퀘스트 한방에 똥 밟은 표정들에서 환희가 느껴진다.

이것들……. 퀘스트을 한 번도 못해본 놈들인가?

내가 게임에 대해 모르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 말 좀 들어봐. 내 퀘스트에 분배에 대한 게 있는데……. 퀘스트 도중 죽은 파티원에게도 분배되는 방법이 있다. 어때?”

왕삼이 파티장이니 그런 내용도 뜨나보다.

“그럼……. 고생할 필요 없이 그냥 죽으면 되겠네?”

찰스가 좋아라 떠들어 댄다.

“남들보다 한 일이 없으면 분배를 하나도 못 받을 수 있다는데?”

“음……. 끝까지 살아남아 제일 많은 분배를 받아야겠군.”

왕삼의 말에 재까닥 대답하는 찰스였다.

“오빠? 이 퀘스트 어떻게 된 거죠?”

이런 물음이 있을 걸 알고, 미리 대답을 강구해 놓았다.

“글쎄……. 나도 황당하군. 이런 중요한 작전을 펼치는데 그냥 하기도 그렇고……. 제목이 있어야 재미있지 않겠어? 그래서 해 본 말인데……. 그것 참…….”

“됐어. 그리고 이렇게 된 거……. 내 한마디만 하자. 지금 이곳은 전장이고 저기 보이는 영지의 모든 인간들은 우리의 적이다. 일단 정탐을 하되, 누군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 조용히, 으슥한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여 버려. 부수입도 챙기고……. 그리고 잡힐 것 같으면 자살해. 민폐 끼치지 말고, 알았어?”

간만에 옭은 말을 하는 찰스…….

“당연한 거 아냐?”

“자기나 잘 하시지…….”

“하나라도 더 챙겨야지. 하하…….”

살기위해 도망치자고 내뺀 것들이, 지금은 한 술 더 뜬다.

특히. 찰스의 의욕적인 눈빛은……. 그 전의 시무룩한 눈빛이 아니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쥐새끼 같았던 눈빛 이었는데 말이다.

밤이 되어 산을 내려갔고,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체시에게 궁금증을 물었다.

죽음이 무서워서 도망가자고 했던 것들이, 군수품을 털자고 해도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따라온 것들이, 퀘스트를 받았다고 눈에 불을 켜는 이유를 말이다.

체시는 멀뚱한 눈으로 한참 나를 바라봤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내 5년 넘게 이 짓을 하고 있지만, 퀘스트를 받아본 건 처음이에요. 게다가 돈벌이에 최고인 도둑질을 정당화하는 퀘스트라니……. 완. 전. 히. 노다지 퀘스트라고요. 여기 있는 파티원들 모두가 같은 생각일꺼에요. 많이만 챙긴다면……. 저렙인데 한번 죽는다고 나쁠 것도 없고……. 오빠? 유. 랑. 민……. 유저 맞아요?”

“어……. 맞아! 그런데 퀘스트가 그렇게 안 나와?”

“오빤 게시판도 안 봐요? 뉴월드를 하는 게이머중 10%도 안 되는 유저들만 퀘스트라는 걸 받아 봤을 뿐이라고요. 지존이라는 고렙들이라고 해도 퀘스트에 퀘자도 못 본 랭커들이 수두룩할걸요?”

“그래? 그것 참……. 아! 그레이트 오우거의 보석! 퀘스트 아닌가?”

“참내! 남들 다하는 공통분모의 퀘스트를 누가 퀘스트라고 해요?”

뉴월드가 황당무계의 게임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예전의 게임을 했던 고정관념이란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날이 저물면 성문을 닫아야 하는 전쟁 중이고, 검문검색도 강화되어야 했지만, 수만 명이나 되는 유저들이 들락거리니 간단한 검문만으로도 영지성에 들어올 수 있었다.

첩자들을 일일이 가려낸다는 것도 힘드니, 영지 병사들은 뇌물만 챙기고 들여보내 주었다.

npc가 유랑민을 살펴, 첩자를 가려낸다고 한다면, 많은 일본 유저들 또한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1골드를 바치고 들어왔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일본 유저들도 귀찮은 일은 싫은지 뇌물을 써서 간단한 질문만 받고 들어왔던 것이다.

성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귀를 기울였다.

나와 체시가 맞은 구역은 서쪽성문 근방이었다.

우리가 들어온 곳이 이곳이니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가까운 주변만 배회를 했고 말이다.

대한 제국을 욕하는 놈들이나, 인원수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들…….

세계의 유명랭커들이 떼로 몰려와 영지전쟁이 아닌 일본과 제국의 자존심대결이라는 둥, 별 쓰잘데기 없는 소리만 들렸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여관은 항상 만원이여서, 발붙일 자리가 없었고, 길거리에서 파는 불량식품을 맛있게 먹으며 좌판이 펼쳐진 곳을 구경했다.

이게 정탐하는 게 맞을라나?

신나게 돌아다니는 체시를 보면, 놀러라도 나온 듯 한 기분이었다.

“오빠. 오빠! 이것 봐요. 정말 예쁘지 않아요?”

액세서리를 펼쳐놓고 장사하는 아줌마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이것저것 만져가며 주절거린다.

“자네 들었나?”

“뭘?”

“모래 정도에 군수품이 온다는군.”

“우리와 상관있나?”

“없기야 하지만, 제국 놈들이 나타나서 강탈하지 말라는 법도 없잖아!”

“몇 명. 수십 명. 수백 명이 몰려와도 목만 날릴걸?”

두 명의 유저는 많은 인파를 헤치며 사라지고 있었고, 나는 체시의 팔을 끌고 그들의 뒤를 따르며 귀를 쫑긋 세웠다.

“루엔 오빠! 뭐야. 더 구경해야 한단 말이에요.”

“입 닥쳐!”

나의 차가운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인파를 헤쳐 가는 나의 뒤를 말없이 따라온다.

인파에 가려 사라져 버린 두 유저였지만, 대충은 들었으니 성공이려나?

또 다시 체시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녔고, 밤이 깊어가면서 우리는 성을 빠져 나왔다.

나오는데도 1골드라는 돈이 나갔지만 돈에 구애가 없는 나였다.

한참을 걸어 야영지에서 벗어난 음침한 숲속으로 걸었다.

나의 손짓에 조용히 따라오던 체시는 숨기스킬을 발휘해 어둠에 묻혔다.

어쎄신이라고 떠벌리더니 맞기는 한 모양이다.

나 또한 몸을 숨기고 노움과 윈디를 불러냈고, 노움과 윈디에게 작전을 속삭였다.

네 명의 유저들이 우리 뒤를 따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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