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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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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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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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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엘루엘(189)

DUMMY

이사벨의 구령에 맞춰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기고 뛰기를 반복하는 9명의 장난감들이었다.

나는 나무 밑 그늘에서 재미나게 구경하며 점심을 먹었다.

그때 또다시 몇 마리의 말들에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개울건너 숲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차츰 커지고, 다섯 마리의 말과 허름한 무구를 착용한 자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사벨이 구령을 멈추어 졌고, 9명의 인간들이 구세주라도 만난 듯 얼굴이 펴졌지만, 다섯 필의 말은 개울을 건너 나의 쉼터로 향해왔고,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온 후 한 놈이 말에서 내려 내게로 다가왔다.

“말 좀 묻겠습니다.”

“무엇이요.”

“제럴드 성으로 가는 길이 이 길이 맞습니까?”

“화이츠 물러서!”

순식간에 물러나는 사십대 사내였다.

소리친 자를 보니 삼십대 후반의 여자였다.

“정령사?”

아리사의 말에 여자를 유심히 살폈지만 알 수 없다.

이사벨이 검을 꺼내며 그들 뒤를 막아선다.

미친…….

“이사벨. 물러서!”

지 실력이 어떤지도 모르고, 상대가 어떤 인간들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잔챙이!

다섯 명의 파티원들은 모두 유저들이다.

그것도 산전수전 다 격은 베테랑 냄새가 풀풀 풍기는 것이다.

리더로 보이는 자는 소드마스터급이 확실하다.

내 능력으로 알아볼 순 없지만, 뒤로 물러나는 품만 봐도 알만한 것이다.

“우리는 소풍을 즐기는 중이요. 제럴드 성은 조금만 가면 보일 것이고……. 잘 가시오.”

짜증이 조금 났지만 저런 파티와 싸워서 이길 승산이 없다.

싸울 일도 없고 말이다.

검사와 전사, 정령사에 궁사, 또 한명의 압상하게 생긴 놈의 직업은 모르겠다.

“고맙습니다. 우리 파티원이 조금 무례했습니다. 좋지 않은 일을 많이 격다보니…….”

“당신! 정령사가 아니군요?”

불의 정령이 생성되며 하늘에 불꽃하나가 떠오른다.

궁사가 활을 재며 전사가 앞으로 나서며 방패를 치켜들고 파티장이 검을 빼어들며 주위를 둘러본다.

압상하게 생긴 20대 말의 사내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고 말이다.

도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나타샤, 무슨 일이야?”

파티장이 긴장된 어조로 묻는다.

“저자요. 정령사도 아니면서 정령들을 부려요. 지금 우리 주위에 강력한 기운들이 흐르고 있어요. 그리고 마력의 기운이 느껴져요.”

“젠장! 여기까지 도망쳐 왔는데…….”

전사라는 놈이 침을 뱉으며 나를 노려본다.

나는 조심스럽게 제니의 무릎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에고고……. 이봐들. 너희들이 누구에게 쫓기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상관할 바가 아니거든? 너희들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내 재미난 구경거리 방해하지 말고, 너희들 볼일이나 보는 게 어때?”

“흠! 마족의 말을 믿으란 말이냐?”

마족?

여기서 마족이 왜 나오는데?

마왕이 강림하니 세상이 피로 물들고, 몬스터가 설치고, 마족이 나타나고 신족이 나타나 싸운다? 는 스토리는 아니겠지?

너무 진부한 스토리인 것이다.

그리고 막말로 지들이 싸우던 말든 나와는 상관없다.

성신과 마신의 계약자인 내가 누구 편에 들어 싸울 일이 없는 것이다.

그냥 나만의 즐거움만 챙기면 된다는 심보인 것이다.

흠. 게임답게 살려면 마족과 싸워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관조자로써 세상을 굽어 살피소서인가?

그러고 보니 고민되는 직업에 이상한 계약자였다.

하여간 나를 먼저 건들이지 않는다면 조용히 살고 싶은 나였다.

아니! 건드린다 해도 지금의 실력으로?

저 다섯 명도 이기지 못할 것 같아 튀려는 마당에?

“왜 말이 없죠?”

질긴 데가 있는 계집이었다.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 마족이라는 말이 그 마족이 맞는 거겠지?”

“???”

허허. 마족이 몇 종류라도 되는 건가?

“입장난 할 필요 없어요. 일단 죽여요.”

“멈춰!”

계집의 말에 리더가 막아선다.

“정말 마족이십니까?”

마신과 계약했으니 마족이라고 해도 맞는 것일까?

애매하군…….

“몰라. 하지만 나를 건드리는 놈이 성신의 신족이든 마신의 마족이든 내 적이지.”

“관조자!”

헉! 뭐냐?

저 계집. 아는 게 많은 것 같다.

“당신! 그. 그……. 미치겠네…….”

혼자 생 쇼를 하는 계집이었다.

정령사 계집이 지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니, 네 명의 파티원들이 무기를 거두고 묘한 눈으로 계집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만에 부스스한 몰골로 나의 쉼터로 오더니 나의 점심거리를 꾸역꾸역 주어먹는다.

한 발자국 떨어져 황당하게 지켜봤고, 다른 주위의 인간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후, 네 명의 파티원들이 자리를 잡고 불을 피우며 음식을 장만하고 있었다.

또 다시 이사벨의 구령에 맞춰, 식힌 몸을 뜨겁게 달구는 아홉 명의 장난감들이었다.

“재미있나요?”

“그냥 심심하진 않군!”

“풋. 언제까지 지켜만 볼 거죠?”

“뭘?”

“자신의 할 일을 내 팽개치고 자…….알……. 하는 짓이군요?”

“???”

무슨 오크 하품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곳에서 저런 유치한 장난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다구요.”

“난 그런 거 몰라. 세상을 변하게 한 게 유랑민이니 유랑민이 알아서 처리해야지.”

“유랑민이라고 신의 능력을 가진 자들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어요.”

“웃겨! 게임일 뿐이야!”

“???”

왜? 내가 틀린 말 했냐?

“당신! 정말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이 그런 말로 저를 이해시키려는 거냐고요! 웃기는 건 당신 같은 족속이라고요.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세상은 또 다시 돌아가겠죠. 그게 우주의 법칙이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살지 말아요. 이 세상은 커요. 인간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도 될 정도로 커다란 땅덩어리라고요. 인간들이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고, 전쟁을 일으켜 수십, 수백만 명이 죽어나자빠져도 이런 말은 안한 다구요. 하지만 왜, 왜! 신들까지 나서서 평지풍파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그리고 구경만 하는 당신들은 도대체 뭐가 그리 잘났죠? 정말 웃기는 건 당신 같은 족속들. 그리고 심심풀이로 세상을 파괴하는 놈들이라고요. 아시겠어요? 아시겠나구요!”

허. 요년이 지금 뭔 헛소리를 씨부렁거리는 거냐?

내 머리가 나쁘긴 해도 적당히는 알아듣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여간 남에 점심을 죄다 주어먹고, 지 할 말만 뱉어내고는 거칠게 말을 타고 사라져 버리는 계집을, 투덜거리며 먹던 음식 빠르게 입속에 우겨넣고 뒷정리를 하고 뒤따르는 동료들이었다.

“죄송합니다. 나타샤가 가끔 뜻 모를 소리를 지껄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예언가라고나 할까요? 인연이 있다면 다음에 뵙지요.”

이놈은 또 뭐야?

헛소리는 헛소리인데 맞는 말만 한다?

미래의 예언가?

유저 중 히든 피스가 나 하나는 아닐 것이다.

관조자? 좋은 직업이긴 하다.

그러나 그 전서부터 게임과 현실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 나였다.

예언가라는 계집의 이야기를 대충 끼워 맞추면 나를 드레곤 쯤으로 아는 것 같지만, 나는 관조자가 되기도 전에 뉴월드게임을 현실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게임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며 지내긴 하지만 이 게임 속에서 죽어도 오프라인상 죽어버리는 나인 것이다.

계집이 떠들고 간 뜻 모를 소리에 나의 답답함은 더욱 커져만 갔다.

마왕의 강림? 마족의 소환?

개뿔이다.

난 더 오래도록, 자연사 할 때까지 살고 싶지, 누구에게 칼침 맞아 죽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물속을 구르는 놈들을 보자니 분노가 치솟는다.

“우아아아아…….”

이럴 땐 미친 듯이 발광하는 게 좋다.

아니면 속병이 생기니 말이다.

악다구니를 쓰는 것으로 흩틀어진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보니, 미친놈 보듯 쳐다보고 있는 인간들이다.

“다시 시작해야지?”

제니의 무릎을 베고, 열심히 조교하는 이사벨을 보았다.

이제는 조교로서의 틀이 잡혀가는 듯 했다.

우리의 점심을 이상한 미친년이 다 먹고 튀어 버려, 열심히 조교를 당하는 놈들의 점심을 꺼내 먹었다.

먹은 게 남는 것이다.

이사벨과 잠시 교대를 했다. 이사벨도 먹어야 하는 것이다.

글래머의 육체 관리는 해야 하니 말이다.

일렬로 늘어서 있는 놈들을 쳐다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앞으로 잘 할 수 있겠습니까?”

“네 잘 할 수 있습니다.”

조교의 성과가 나오는 듯 했다.

꾀죄죄하게 변해버린 몰골과 곧 쓰러질 것 같은 자세에도 목소리만은 우렁찬 것이다.

“뭘 잘할 건데?”

우물쭈물 옆 사람만 살피는 놈들이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용서해 주세요. 앙……. 앞으로 뭐든지 잘 할게요. 살려주세요. 앙…….”

누가 죽인다고 했냐?

내 발을 부여잡고 울어 젖히는 계집을 톡톡 발로 찼다.

“너희들! 다음에 내 눈에 걸리면 너희들 뿐 아니라 니들 애비 어미들까지 잡아서 족칠 테다. 내가 못 할 거 같으냐?”

“아니에요. 절대. 절대 안 보일게요. 집구석에 처박혀 있을게요. 앙…….”

“좋아. 그럼 밥 먹자.”

쫄래쫄래 쫒아와 이사벨이 주는 대로 받아 꾸역꾸역 처먹는 놈년들이었다.

오늘도 이렇게 즐거운 하루가 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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