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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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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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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3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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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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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엘루엘(184)

DUMMY

“젠장. 두 놈이 죽든 스무 놈이 죽든 상관없어. 저놈들 왜 저러는 거야?”

“내 생각인데…….”

“말해봐!”

“저놈들도 길을 못 찾는 거 같던데?”

“뭐?”

말이 안 나온다.

“슬쩍 이야기를 엿들어 봤는데, 길을 잃어서 헤매고 있는 모양이야.”

허. 세상에 이런 일이…….

죽이려고 쫒아온 놈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꼭 죽여야 할 인물인지는 몰라도 길을 잃을 정도로 추격해 왔단 말인가?

그리고 길을 못 찾아서 산속을 헤매며, 몬스터에게 죽어나자빠지고?

두 달 만에 본 인간들이었는데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었다.

그래도 지들이 왔던 길이니 조금 헤매다가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란 믿음으로 꿋꿋이 뒤를 따라 다녔다.

삼일, 사일, 오일……. 10일…….

이놈들은 산을 벗어나는 게 아니라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듯싶다.

그리고 남아 있는 놈들도 계집까지 7명이란다.

30여명이 넘는 놈들이었는데 20여명이 넘는 놈이 죽어나자빠진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또 다시 산속을 혼자서 헤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전멸을 당하기 전에 놈들과 합류하기로 하고, 길을 찾으면 모두 죽여 버리자고 정령들과 합의를 봤다.

살려둬서 좋을 거 없다는 결론인 것이다.

점심을 때우고 있는 지친 놈들 곁으로 다가가자 리더가 검을 빼들며 경계를 한다.

“누구냐?”

“지나가던 길손!”

“죽여!”

“뭐?”

리더 놈이 검에 검기를 담고 달려들었고, 주위의 다섯 놈이 검을 빼어들고 달려온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죽여 버려!”

달려드는 리더의 칼을 받아치며 정령들을 불렀다.

정령들은 나타나자마자 사내들의 몸을 난자하고 태웠으며, 파묻고 익사시켜버린다.

한 번의 칼부림이 끝나고 서로 물러선 상태였지만, 공격에 대한 적의를 상실해 버린 리더였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인 것이다.

“뭐……. 으악…….”

말하기가 무섭게 두 다리를 잘라버리는 윈디였다.

이놈에 정령들은 살귀들이었다.

피가 흐르는 두 다리의 잘린 부위를 불로 지져버리는 셀레멘더.

아이스 볼로 두 팔을 얼려버리는 운디네.

그리고 조그마한 발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꿈틀거리며 소리 지르는 놈의 허리를 톡톡 차는 노움까지 악질 살귀들인 것이다.

“그런데 저 계집은 왜 죽이지 않은 거야?”

죽이려면 모두 다 죽여야 하는 거다.

“저 인간을 구하려고 하는 거 아니었어?”

허. 제일 먼저 죽였어야할 계집을 구한다고?

이놈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마을을 찾아야한다.

그런데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쫒기는 계집을 달고 마을로?

‘나 잡아가세요.’라고 광고 하라는 소리와 같다.

귀신을 보는 듯 한 계집을 내 손으로 죽이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떠나기로 했다.

이 산속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생각에, 내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다.

허. 또 다시 산을 홀로 헤매는 생활을 하게 되어버렸다.

도대체 먼 놈에 산이 이동 스크롤도 먹히지 않는단 말인가?

이건 신의 저주야…….


무조건 낮은 곳으로, 계곡으로 물줄기를 따라 걸었고, 결국 마을이 보이는 곳에서 하염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 빌어먹을 산으로 이동되어 온지 3개월이 넘는 세월이었다.

아무생각 없이 조그마한 마을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서 병사들에게 에워싸여 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환영에 모두 죽여 버리고 튈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랬다간 추격당할 건 뻔하다.

수배령에 현상수배까지 붙는다면 귀찮은 건 둘째로 치고, 발붙일 곳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병사들을 따라 마을로 들어섰고, 마을의 공터에 세워진 천막에 감금되어 버렸다.

철저망으로 막혀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돌아다녀도 뭐라 하는 놈이 없으니 불편한 점도 없었다.

반란을 일으킨 자들을 잡으러 산으로 들어간 기사들을 기다리고 있는 병사들이었지만, 날마다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체계가 잡혀있는 듯 했다.

이럭저럭 알아본 바로는 형제들 간의 후계자 다툼이었다.

아랫것들이 뭘 알겠냐만은 쉬쉬한다고 묻힐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대충의 줄거리를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바나투스 왕국의 파렐자작의 영지라는 곳이었다.

잘 나가는 후작가였던 파렐가는 왕권다툼에서 밀려나 후작의 작위와 영지를 잃고, 대대로 물려 내려온 남부의 오지에 있는 옛영지로 살 길을 찾아 왔단다.

그리고 수대에 걸친 영지개발과 유랑민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영지의 발전은 더디기만 했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단다.

이에 지쳐버린 영주들은 영지민을 착취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생활을 거듭했단다.

이런 상황에서 반란이 안 일어날 수는 없는 법인데…….

그 전에 후계자 문제가 터져 버렸단다.

본 처에게서 태어난 아들 둘과 후처에게서 태어난 딸 둘에, 여기 저기 뿌려 논 씨에서 태어난 자식들…….

힘없는 첩의 자식들이 하나둘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첩의 자식 중 한 놈이 죽기는 싫었는지 선수를 친 것이다.

전 대의 영주 때부터 기사단을 휘어잡고 있는 소드마스터급 준 남작은 후계자 다툼에 별 관심이 없었단다.

오지에 있는 영지에 무슨 소드마스터? 라고 생각했지만 없으리란 법도 없으니 흘려들었다.

그리고 기사단장과 그 외의 기사들이 편을 갈라 서로 치고 박고하는 상황이었지만, 영지를 키우기도 바쁜 이때에, 후계자 다툼에 지쳐버린 기사들이 관망하자는 쪽으로 기울면서, 적극적으로 나섰던 기사들만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첩의 자식들이 죽어나가자 그렇잖아도 어수선한 영지가 들썩거렸고, 반란의 조짐까지 보이자, 이에 안 되겠다 싶은 관망만 하던 기사들이 뭉쳐, 한 명의 후계자를 정하고 후계 구도를 평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형제자매이긴 하지만 후계구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선 그 외의 후계자들을 처형하기에 이르렀고, 미리 도망친 자식들까지 추격해 이 후의 반란에 대비하기로 했기에 지금의 병사들이 있고, 기사들이 추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내가 끼어들었던 것이고 말이다.

이미 영주성은 평화를 찾고 뒷수습에 들어갔으며, 반란을 일으키려던 평민들도 새 후계자를 지켜보며 관망상태에 있단다.

잘못 되면 언제고 또 다시 터질 화약고 같은 영지였다.

현 영주는 누군가에 의해 중독되어 오늘 내일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냥 도망칠까도 생각해 봤다.

감금한다고 했지만, 감시도 없었고, 도망친다고 잡으러 쫒아올 병사들도 아닌 것 같다.

다만 조용히 있어주거나 몰래 도망쳐도 먼 산만 처다 보며 구경할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말이 평화롭다지만, 밑에 있는 병사들에겐 지금이 중요한 때이다.

지금의 후계자가 전 대의 영주처럼 자신만의 영달을 위해 영지를 다스린다면 부모 자식 간에 칼을 겨눌 수 있는 까닭이다.

기사들이야 영주에게 충성을 하며 부귀를 나누고 있었지만, 병사들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부모 형제가 영주에게 착취를 당하는 상황에서 영주의 편에 들어 부모 형제에게 칼을 들이 밀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생활은 골방인생을 벗어나긴 했지만, 여기저기 떠돌이 인생이 시작된 듯하다.

우습게도 재수 없는 이동마법에 걸려 날아다닌 게 벌써 세 번째인가?

내가 원해서가 아닌 이상한 상황에서 떠돌이 인생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귀동냥을 하는 나를 귀찮아하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으며 제 할 일들만 하는 병사들이었다.

처음부터 아는 척도 하지 않는 놈들이 우습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편안하게 자유를 주고 있으니 대놓고 따지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았다.

어떤 놈은 대놓고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가?’라고 묻는 병사도 있었다.

잡아서 대려와 놓을 때는 언제고, 이제는 도망치라는 쪽으로 말하는 심보는 뭐란 말인가?

혹시?

내가 도망치면 인간사냥으로 재미 좀 보려고?

시간이 흐르고 병력은 영주성으로 이동했다.

거기에 나도 끼어있었고 말이다.

잡혀가는 건지 꼽사리껴서 영주성으로 가는 건지 내가 다 헷갈린다.

“자네 정말 얍상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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