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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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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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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0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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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엘루엘(172)

DUMMY

최고 지휘관을 가리는 대형 길드들의 논쟁과, 중형 길드들의 줄 대기에 뇌물, 양다리 걸치기 등, 꼴불견이었다.

이런 윗대가리들의 싸움에 토닥거리는 길드들이었고, 옆에서 돈 써가며 내기를 하는 어중이떠중이 유저들이었다.

그리고 세계랭킹 1.2위를 다투는 두 개의 파티가 패밀리길드로 흡수되자 지존길드까지 그곳으로 합쳐져 버렸고, 제왕길드는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철검무적파티와 검신파티가 패밀리 길드에 들어갈 일이 없는데…….

셀리와 빙화……. 그녀들도 이곳으로 왔을 확률이 높다.

될 수 있으면 패밀리 길드 쪽으로는 얼씬도 말아야겠다.

“젠장! 아무래도 먹자는 힘들 것 같아.”

왕삼이 작전회의에서 돌아오자마자 내뱉은 말이었다.

먹자파티의 기본은 뒤처리였다.

그런데 제왕길드가 용병으로 들어온 유저들을 최전방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길드 중 초대형길드인 ‘사무라이길드’라는 곳에서 일본유저들을 장악하면서 단결된 행동을 보이며, 30만에 가까운 유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맞서 싸워야 할 제국길드들은 아직도 집안싸움이 한창이었고, 지존길드와 패밀리길드가 최전방으로 떠나버리자, 많은 유저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래서 대형길드들은 계약용병들 위주로 전방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지휘관을 정하고 있기는 했지만, 눈치가 보이는 것은 당연했기에 생색이라도 내야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파티는 전방으로 길을 떠나야했다.

제왕길드원 100여명과 계약용병 400여명으로 구성된 제왕지원병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는 많은 계약용병들 사이에서 가고 있었다.

“우리……. 도망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수련기사 찰스가 조용히 말한다.

“맞아요. 우리는 가봐야 짐밖에 안 돼요.”

귀염둥이 체시가 맞장구를 쳤고, 그 외 모든 파티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제왕길드에서 계약을 파기한 것이니, 도망친다고 해도 문제는 없었다.

“도망치는 것도 잘 해야 돼. 사방에 유저들이 두 눈 크게 뜨고 있는데 괜히 어설프게 도망가다가 게임 접어야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맞는 말이다.

이런 곳에는 꼭 애국한다고 설치며 두 눈 크게 뜨고 설치는 놈들이 있는 것이다.

지들만 열심히 싸우는 애국전사가 되면 될 것을, 남들까지 덩달아 애국해야 한다고 울부짖는 놈들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애국이고 뭐고, 전쟁을 구경하러 온 것이지 도망치려고 온 게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의 파티성격이 먹자였다.

먹자! 먹고 또 먹고……. 배터지게 먹자!

딱히 죽은 유저들의 아이템이나 주우며 다닐 필요는 없다.

7만이 넘어가는 제국유저들이 먹을 군량미에 소모품인 군수품이 엄청 반입되어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30만이 넘어가는 일본 유저들의 군량미는? 거기에 군수품은?

허허……. 좋다! 먹을게 널려있는 전쟁터였다.

꼼꼼히 지도의 위치를 살폈고, 많은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제국이나 일본이나 첩자는 많다.

유언비어가 나돌기는 하겠지만 대충, 종합해 본다면 어떻게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국 유저들이 지원하는 피어즈 자작영지와 일본 유저들이 지원하는 가이언 백작영지 사이의 패트런 평야에 두 유저집단이 모여들고 있었다.

전형적인 중세풍의 전쟁이 시작되려는 것이다.

지존길드가 세계최강의 랭커길드고, 개인랭커들이 많다고 해도, 이런 평야에서는 일본의 수적인 우세에 밀리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지존길드에 소드마스터가 많다고 해도, 30만의 대군이니 만큼 그에 따른 소드마스터급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길드에서 생각이 있으니 2만이 넘는 유저들로 30만의 대군을 맞는 것이겠지. 하며 나는 나대로 나만의 생각에 몰두했고 결론지었다.

패트런평야를 우회해서 적지로 들어가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군수품과 군량미를 챙기는 것이다.

그 엄청난 물량을 어떻게?

드레곤 레어의 창고는 그 모두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크다.

그럼 재미가 없으려나?

군량미는 모두 태워버리고 군수품은 모두 파괴?

너무 아깝지 않을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만의 생각에 몰입해 있는데…….

“앗! 뭐냐?”

귀염둥이 체시가 옆구리를 사정없이 꼬집으며 쀼루퉁한 목소리를 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욧!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요?”

“음……. 그래서 도망가자고?”

“오빠는 전쟁구경이나 할 건가요?”

“아니!”

“그럼 도망?”

“도망도 안가고 구경도 안할 거야. 전쟁터에 왔으면 싸워봐야지.”

황당한 듯 한 7쌍의 눈들이 쳐다본다.

“우리도 싸워보고 싶지만, 레벨이나 장비로 봐서 죽여 달라고 목을 들이미는 것일 뿐이야. 우리는 도망가기로 했다.”

왕삼이 결정을 내린 듯 내뱉는 소리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도망이라…….

예전엔 많이도 도망 다녔던 기억이…….

“좋아. 하지만 도망가더라도 내 뒤만 쫓아와라. 괜히 아군한테 걸려서 첩자라는 오명을 쓰고 개죽음을 당한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테니까.”

“도망칠 곳과 지리를 잘 알고 있어야 할 텐데요?”

스잔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괜히 히든피스가 아니라고.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우리는 행군중인 중앙에서 조금씩 외각 쪽으로 움직여 제왕길드 진영에서 떨어졌다.

차츰 다른 길드의 진형에서도 떨어져 나왔다.

허접한 방어구에 꾀죄죄한 몰골들의 우리파티는 눈총을 받으며, 그렇게 진군하는 제국의 유저들의 진형에서 빠져나왔다.

“우아……. 등골이 오싹해서 혼났네!”

투덜거리는 체시였다.

먹자들에 철면신공의 대단함을 다시 느끼게 되는 소리였다.

겉으로야 냉정하고 아무런 일도 없는 듯, 벗어났지만 속으로는 긴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눈이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눈치를 챘는지 스잔이 활을 들어 화살을 걸자, 모두가 무기를 꺼내 들었다.

빌어먹을!

앞서오는 자는 철검무적?

이름이 뭐였더라?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무리들…….

“도망가는 중인 것 같군요.”

철검무적의 뒤로 싸늘한 냉기를 풀풀 풍기는 빙화가 살기를 띠고 노려보고 있었다.

셀리가 제지하고 있지 않다면, 당장에라도 검을 휘두를 태세였다.

“저. 저희는…….”

나의 파티들은 온몸을 떨어대며 말도 못하고 있었고…….

“첩자로 오인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그럼…….”

철검무적이 돌아서자 셀리가 빙화의 팔을 낚아채서 끌고 갔다.

“저런 놈들은 죽여 버려야 한다고……. 배알도 없는 새끼들…….”

“빙화야! 말이면 다 하는 게 아니야. 너도 저렙일 때가 있었을 테니까…….”

“체…….”

15명 정도가 넘는 초고렙의 지존급들이 사라지자, 그때서야 철푸덕 주저앉는 파티원들이었다.

몇몇은 그들의 살기어린 눈빛에 오줌까지 지린 듯 했다.

생리현상이 없는 게임 속에서 오줌이라니?

하여간 요상한 게임이라니까…….

‘쉬이…….익. 퍽’

“헉!”

“우악…….”

빠른 속도로 화살하나가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다.

다시금 무기와 방패를 들어 사방을 경계하는 파티원들이었다.

정말 한심한 파티였다.

지존 길드에서, 무엇인가 일을 꾸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나대로의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심한 파티면 어떻고, 허접하면 어떤가?

내가 돕는다면……. 한 몫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쪽지가 있어요.”

누가 궁사 아니랄까봐 화살을 챙기는 스잔이었다.

그리고 쪽지를 펼쳐 읽는다.

“‘재미 많이 보세요. 아빠.’ 무슨 소리죠?”

허……. 셀리가 눈치를 챘나?

음……. 변장 솜씨가 형편없나?

그런데 재미 많이 보라는 소리는 무슨 뜻?

한 달간의 식순이 벌칙으로 쌓인 게 많은 것 같다.

우리는 말없이 달렸다.

처음부터 말을 타고 오지 않았고, 산들을 타고 넘으니 필요도 없었다.

뛰다 지치면 쉬고, 회복되면 달리기를 계속했고, 나는 눈치껏 가끔씩 보이는 유저들을 확인시켜주며, 그들을 돌고 돌아 달렸고, 말없이 뒤 따르는 파티원들이었다.

그들을 보고 웃음이 나왔지만 대놓고 웃을 수도 없었다.

나중에 욕 좀 먹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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