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1,296,710
추천수 :
1,270
글자수 :
966,534

작성
06.08.08 00:51
조회
3,487
추천
4
글자
9쪽

엘루엘(174)

DUMMY

어둡긴 했지만 하늘은 맑았고, 달과 별들도 초롱초롱하니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오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소리 없이 멀리서 따라오기가 쉽지 않는데, 소리까지 죽여 가며 뒤를 따라 온 걸 보면 실력자라고 해야 하나?

나와 체시가 몸을 숨긴 곳 50미터 정도의 거리에 멈추어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놈들이었다.

저곳에서 되돌아간다면 살 수 있겠지만 우리를 찾겠다고 온다면 죽은 목숨이다.

역시나…….

두 팀으로 나누어 좌우로 흩어져 나무를 엄폐물삼아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놈들이었다.

나야 괜찮겠지만 체시가 적들에게 들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 전에 죽여 버리면 되겠지만 말이다.

너무나 조심스러운 움직임에 50여 미터가 멀게만 느껴졌지만,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우니, 조금 더 기다려 줄 수 있다.

30미터, 20미터, 단검 손잡이에 땀이 맺히는 듯하다.

“함정이다. 조심해!”

“???”

내 쪽으로 오던 두 놈 중, 한 놈이 고함을 지르고, 뒤로 물러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발밑은 늪지로 변해있었다.

“젠장! 도와줘…….”

체시 쪽으로 다가가던 놈들이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두 다리가 잘려나가며 꼬꾸라져 버린다.

“으악…….”

“악……. 뭐. 뭐냐!”

다리가 잘린 상태에서 팔을 짚고 사방을 흩어보는 한 놈의 두 팔이 또다시 잘려나가 버렸고, 자신의 잘린 두 다리를 보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놈까지 두 팔이 잘려버렸다.

늪지로 빨려 들어가며 허우적거리던 두 명은 자신들의 동료가 사지를 절단 당하고 뒹구는 모습을 구경하며 늪지로 머리가 잠겨버렸다.

그리고 몸통만 남은 두 명의 머리가 싹둑 잘려 땅으로 뒹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두 눈 뻔히 뜨고 구경만하고 있는 나였고, 그 와중에도 숨소리하나 내지 않는 체시였다.

땅에 적의 다리를 묶고, 바람의 사슬로 움직이지만 못하게 하라고 일렀건만, 이놈의 정령들이 나의 말을 싹 무시하고 지들끼리 다 해먹은 것이다.

그리고 가타부타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저런 놈들을 믿고 계속 정령사 놀이를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도대체 무슨 일이죠?”

조심스럽게 모습을 나타내고, 주위를 살피며 내가 숨어있는 곳을 향해 말을 건네는 체시였다.

“음……. 손 맛 좀 보려고, 움직이지만 못하게 하라고 했는데, 지놈들이 처리하고 토껴군.”

“정령?”

“응…….”

황당한 얼굴로 단검을 늘어뜨리고 나를 주시하는 체시였고, 할 말이 없는 나였다.

“히든피스라더니……. 제멋대로인 정령들이군요.”

“아……. 하하. 도대체 말을 들어 쳐 먹는 놈들이 아니라서…….”

변명이 되려나?

“아무 때나 불쑥 나타나는 건 아니겠죠?”

“글쎄? 그것도 잘 모르겠군.”

도대체 정령들에 대해서 내가 뭘 알고 있는 것일까?

언제 한번 날 잡아 푸닥거리를 해야 할 듯 한데…….

체시의 오묘한 눈빛을 피해 죽은 놈들을 향했다.

일단 떨어뜨린 아이템이라도 챙기며 관심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오호……. 꽤 값이 나가겠는 걸?”

세 개의 검과 반지 하나를 챙겼다.

무기에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무기가 최고 좋은 아이템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마법 아이템은 아니라고 해도 합금으로 된 무기들이었고, 민첩 10을 올려주는 매직반지였다.

조용히 뒤따르는 체시를 뒤로하고 야영지에 도착하자 일행들이 모두 돌아와 있었다.

“젠장! 왜 이리 늦었어? 잡히거나 죽은 줄 알았잖아!”

짜증 쟁이 찰스가 우리를 반기는 말이었다.

“자자. 모두 모였으니 빨리 진행하자고…….”

역시 파티장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아무나 파티장을 하는 게 아닌 것이다.

과묵형의 여검사 희주가 손을 들었다.

왕삼의 고갯짓에 간단하게 지 할 말만 하는 희주였다.

“남쪽성문. 며칠 후. 군수품 도착예정.”

간단명료하군!

“나는 모래 정도로 들었는데?”

“거리상으로는 모래인데, 제국 유저들의 방해가 있나 보더군요.”

나의 말에 이유를 말해주는 스잔이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오가고, 그 중 하나를 택한 후 빠르게 움직였다.

제국유저들이 보급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 태워버리거나 못쓰게 부셔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기 전에 챙길 수 있을 만큼 챙겨야 했고, 제국유저들이 공격할 때 같이 나서야 했기에 밤중에라도 이동해야했다.

낮에 움직이는 것이 더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우리였지만, 많은 인기척에 그들을 돌아가자니 더디기만 했다.

다른 파티원들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무시하고 돌고 돌아 보급품 행렬이 있는 곳까지 왔을 땐 또다시 밤이 되고 있었다.

이틀을 꼬박세우며 산을 타고, 주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스럽게 온 만큼, 보급품 행렬이 보이자 모두 쓰러져 버렸다.

일단은 긴장이 풀린 것이지만, 그렇다고 긴장을 늦출 수도 없었다.

보급품 부대의 끝은 보이지도 않았다.

높지 않은 야산지대라 도적질하기에 딱 좋은 위치였다.

그들을 유심히 살피자,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보급품 마차에 부상자가 가득 타고 있는 것도 보였고, 마차를 말이나 소가 끄는 것이 아닌, 사람이 끄는 모습도 눈에 띄었던 것이다.

흠……. 지존길드에서 유격대를 보낸 것 같다.

2만대 30만?

정면대결을 했다가는 전멸할 것임이 뻔 한 것이다.

고수들이 많은 지존길드에 게임강국인 대한제국이다.

막말로 폐인들의 제국이라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후방에서 보급품들을 노리면서 치고 빠진다면, 함정이나 포위망에 제대로 걸리지 않는 이상, 잡혀죽을 유저들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길게 끌면서 유격전을 할 처지도 아니다.

패트런 평원의 본대가 전멸한다면, 적이 후방으로 지원을 보낼 테고, 잘못되면 앞뒤로 포위망이 형성되어 도망도 못가고, 죽어 나자빠질 테니 말이다.

아마도 며칠 사이에 패트런 평원에서 한바탕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간단하게 저녁을 때우고 보급부대의 허술한 곳과 돈 될 만한 마차, 제국유저들이 공격할 곳 등, 여러 가지를 의논하며 주위를 살폈다.

마차 주위를 따르는 일본유저들이 수천 명이었다.

대충 보이는 유저가 그렇다는 것이고 1만이 넘어간다고 봐야했다.

잘못 건드렸다간 도적질도 못하고, 도망도 못가는 상황에서 몰살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저기 어때?”

“어디?”

똑같은 마차, 똑같은 유저들이 지나 갔지만, 유독 한곳의 마차에 고레벨의 유저들이 양쪽으로 진을 치고 있는 마차가 보였다.

남들의 눈에는 모두가 같은 모습의 행렬이겠지만, 내 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내 눈에는 모두가 똑 같아. 아무것으로나 찍어!”

“좋아. 저 마차로 정하도록 하지. 그런데 제국유저들이 엉뚱한 곳을 들쑤시면 우리끼리는 힘들 텐데?”

찰스의 말에 왕삼이 결론을 내리면서도 기회가 생기지 않으면 어쩌냐? 는 소리를 해댄다.

나는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부상자 중에 화살에 당한 자들이 한 둘이 아님을 확인한 것이다.

셀리와 빙화.

철검무적의 파티라면 틀림없이 저곳을 노리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다른 곳을 공격했을 것이고, 마지막엔 내가 노리는 곳을 공격할 것이다.

“제국유저들의 공격이 시작되면 저 마차로 모조건 뛰고, 딱 1분만 챙기고 튀는 거야! 어때?”

“겨우 1분?”

왕삼의 말에 토를 다는 찰스였다.

“챙기면서 죽어버리면 무의미한 퀘스트잖아?”

“젠장!!!”

“적당히 챙기고 튀어. 보급품 몇 개 탈취 당했다고 추격까지 하겠어? 그리고 영지를 벗어나고, 우리의 퀘스트는 끝나는 거지.”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챙긴 게 고급물자였으면 하는 바람들일 것이다.

“마법가방들은 있는 거야?”

나의 물음에 7쌍의 눈들이 나를 향한다.

“오빠! 도대체 먹자인생들을 뭐로 보는 거야? 먹자의 기본 아니야?”

“그. 그런가? 하하…….”

입이나 다물고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했는데. 허허…….

지루한 마차 뒤따르기가 시작됐고, 투덜거리는 파티원들이었다.

건포를 잘근잘근 씹으며, 몇 시간을 뒤따르는데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척후병인가?

어쩐지 조용하다 싶었다.

나의 손짓에 파티원들이 침묵하며 나무 뒤로 숨어들었다.

8명이나 되는 인원이고, 거의가 허접들인 유저들이었다.

들키지 않으려야 안 들길 수 없는 것이다.

“윈디. 노움. 조용히 해결해!”

발각되기 전에 죽여 버려야 했다.

제국유저들이라면 조용히 해결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난리 칠 일도 없다.

일본유저들이라면 난리가 날 테니 먹어보지도 못하고, 쫓겨야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을 테고…….

한명. 두 명……. 다섯. 여섯?

나의 감각에서 사라지는 숫자였다.

조금은 허접한 놈들인가 보다.

그럼 제국의 유저들은 아니겠군!

다시 손짓을 하자 파티가 움직였다.

“셀레멘더. 니가 할 일을 알고 있지?”

귓가에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신나는 불꽃놀이!”

“운디네?”

“걱정 말고 물건이나 잘 챙기시지?”

애가 왜 토라졌나? 파티원들을 보호하라는 지시 때문인가 보다.

“시작이다!”

반대편 산 중턱에서, 불화살들이 사방 곳곳의 마차로 쏟아져 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루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3 엘루엘(193) +4 06.12.25 1,962 4 8쪽
192 엘루엘(192) +12 06.12.23 2,068 4 9쪽
191 엘루엘(191) +5 06.10.21 2,513 4 8쪽
190 엘루엘(190) +2 06.10.21 2,102 4 9쪽
189 엘루엘(189) +4 06.10.21 2,243 4 9쪽
188 엘루엘(188) +11 06.09.19 2,879 4 8쪽
187 엘루엘(187) +11 06.09.18 2,599 4 11쪽
186 엘루엘(186) +7 06.09.01 2,905 5 10쪽
185 엘루엘(185) +7 06.08.31 2,769 4 10쪽
184 엘루엘(184) +9 06.08.30 2,886 5 8쪽
183 엘루엘(183) +9 06.08.25 3,158 5 11쪽
182 엘루엘(182) +10 06.08.22 3,236 5 10쪽
181 엘루엘(181) +9 06.08.16 3,449 5 7쪽
180 엘루엘(180) +9 06.08.14 3,354 4 9쪽
179 엘루엘(179) +9 06.08.13 3,268 5 7쪽
178 엘루엘(178) +9 06.08.13 3,462 4 9쪽
177 엘루엘(177) +8 06.08.12 3,509 4 9쪽
176 엘루엘(176) +10 06.08.10 3,468 5 8쪽
175 엘루엘(175) +14 06.08.09 3,569 4 11쪽
» 엘루엘(174) +13 06.08.08 3,488 4 9쪽
173 엘루엘(173) +11 06.08.06 3,739 4 9쪽
172 엘루엘(172) +11 06.08.02 3,930 4 8쪽
171 엘루엘(171) +8 06.08.01 3,935 4 9쪽
170 엘루엘(170) +15 06.07.31 3,944 4 8쪽
169 엘루엘(169) +11 06.07.31 3,593 4 9쪽
168 엘루엘(168) +11 06.07.30 3,970 4 9쪽
167 엘루엘(167) +14 06.07.29 3,822 4 10쪽
166 엘루엘(166) +14 06.07.28 3,870 4 9쪽
165 엘루엘(165) +12 06.07.27 3,958 4 10쪽
164 엘루엘(164) +11 06.07.26 3,877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