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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2,011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4.20 22:00
조회
3,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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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글자
8쪽

대박이 자꾸난다 #036

DUMMY

KBO 방송국 여의도 본사.


아침부터 복도를 걷는 오세진 PD의 얼굴은 영 찜찜했다. 비유하자면 화장실을 중간에서 끊은 기분. 음식을 주문했는데 다른 메뉴가 나와서 다시 기다리는 느낌.


“오 피디님!”


한참 걷고 있는데 누군가 그의 곁에 다가왔다.


최근 잘 나가는 맛집 탐방 예능의 메인MC 김두리. 영 주목을 못 받는 옛날 코미디언이었다가, 10년 전쯤부터 갑자기 물살을 타기 시작해 지금은 국내 대표 MC중 한 명이다.


그가 잘나가게 된 원인은 어느 예능 프로에서 보여준 먹부림.


치킨 다리를 단 한입에 뼈만 남겨 버리는 신들린 먹방으로 당시 인터넷은 그의 먹는 모습을 담은 ‘먹짤’로 도배되어 있었다.


국내에서 먹방MC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달리 없으며, 지금은 오세진 피디가 주관하는 예능프로 ‘맛짬특급’의 터줏대감. 그리고 그가 바로 오피디의 고민거리다.


“표정이 안 좋으신데, 무슨 일 있으세요?”


김두리는 무사태평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오피디가 그를 흘끗 보고 말했다.


“요새 뭐 없냐?”

“네? 어 별 일 없이 잘 지내는데요?”

“아니······. 방송에 쓸 알타리가 없냐 이 말이지.”


오피디가 답답하다는 듯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자 김두리는 아차 하며 한 걸음 물러서서 걸었다.


그의 나이도 40대 중반이었지만, 방송국 내에서 오피디에게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뭐 좀 신선하고, 상큼하고, 팍 터지는 그런 거. 그런 거 없냐 이 말씀이야.”


오피디는 자신의 백발을 쓸어 넘겼다. 그런데 그때, 복도 맞은편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피디님! 체리홀릭입니다!”


요즘 잘 나가는 걸그룹 체리홀릭의 멤버들이다. 귀여운 아이들이 화사하게 웃으며 인사하자, 오피디는 인자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받아주고 말했다.


“보기 좋아요. 열심히들 해요.”


체리홀릭의 멤버들은 그가 지나갈 때까지 비켜서서 기다리다가 나중에 걸음을 옮겼다. 오피디에게 있어선 그냥 일개 직원과 별다를 거 없는 만남이었다.


그러나 멤버 중 누군가 내뱉은 한 마디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진짜 맛있다니까?”


맛있다고? 뭐가? 뭐가 그렇게 진짜 맛있는데? 오피디는 ‘상큼하게’ 재잘대는 목소리에 이끌려 천천히 돌아섰다.


“무슨 떡볶이 가지고 호들갑이야. 살쪄 기집애야.”

“아 거기 떡볶이 진짜 끝장이야! 사장님도 짱 잘생김! 그리고 연지 귀엽다고 그러더라.”


심지어 사장님이 짱 잘생겼어? 연지가 귀엽대!? 오피디가 멍하니 바라보자 옆에 있던 김두리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피디님. 회의 가시던 길 아니세요?”

“너 좀 조용해봐.”


어차피 퍼질러 앉아서 허황된 소리나 늘어놓을 회의 따위. 오피디는 이미 뒷전으로 미뤄둔 채였다.


“주말에 다 같이 가자. 차비도 내가 쏠게!”

“떡볶이 먹자고 청주까지 가? 아리언니 제정신이냐?”

“그래 아리야. 떡볶이 맛있는 곳 이 주변에도 많잖아.”

“아아앙, 제바알. 한 번만. 응? 아리 소원! 딱 한번만~”


어느새 오피디는 체리홀릭 멤버들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었다. 뒤늦게 발소리를 들은 멤버들은 무섭게 굳은 오피디의 얼굴을 보고 겁에 질려 움츠러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복도에서 소란스럽게······.”


리더인 연지가 멤버들의 앞을 막아섰다. 방송용 복장 아래로 드러난 하얀 다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물론 오피디에겐 안중에도 없는 일이었다.


“계속 얘기해요. 뭐라고?”

“정말 죄송합니다 피디님! 정말, 정말로 죄송합니다!”


결국 연지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오피디는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오해가 있었네. 지금 저쪽 멤버분이 한 얘기가 듣고 싶어서.”

“저, 저요?”


오피디가 아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아리는 놀란 햄스터처럼 고개를 번쩍 들며 바들바들 떨었다.


몇 년 선배도 하늘같은데. 하물며 방송국의 거물 PD니 어련할까. 오피디는 자신의 저돌성을 반성하며 애써 인자하게 웃었다.


“맛짬특급, 다들 보죠? 괜찮은 소재인 것 같은데, 그쪽 이름이. 아리 양?”

“네! 피디님.”

“방금 얘기한 가게, 청주에 있다고 했죠? 그렇게 맛있어요?”


아리는 한 순간 두뇌를 풀가동했다. 일단 오피디의 반응을 보니, 복도에서 시끄럽게 굴어 화가 난 건 아닌 모양이다. 게다가 자신이 멤버들에게 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이야기가 잘 되면 설대포차에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결론이 도출되는 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결론이 났으면 행동에 옮기는 게 아리의 스타일이다.


아리는 만면에 미소를 걸치며 양 엄지를 척 들어 올리고 소리쳤다.


“진짜 맛있어요! 신세계에요!”

“신세계!”

“청주 설대포차라고 하는데요! 어, 떡이. 떡이, 빵 같아요!”

“빵! 떡이 빵이라니!”

“양념도 무지무지 맛있어요. 어 그리고, 양배추도 맛있고, 당근도 맛있고, 양파도 맛있고!”


중구난방 지리멸렬한 설명이었으나 오피디는 오르가즘이라도 느끼는 양 황홀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뒤늦게 멤버들의 이상한 시선을 느끼고 커흠, 헛기침을 했다.


“우리 체리홀릭 멤버들, 단체로 예능출연 해본 적 없죠.”


오피디는 그렇게 묻고는 대답도 안 듣고 전화를 들었다. 그리고 체리홀릭의 소속사인 허밍버드 엔터테인먼트로 전화를 걸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피디가 전화를 걸자,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전화를 마친 오피디는 체리홀릭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장님하고 얘기 잘 됐으니까, 조만간에 한 번 시찰이라도 갑시다.”


성공이다. 아리는 귀여운 얼굴 뒤에 소악마같은 웃음을 걸쳤다.


*


“에, 엣취잇!!”


유건은 갑작스럽게 강렬한 기침을 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여름이라 날이 이렇게 더운데 오한이 들다니. 뜨듯한 커피 한 잔이 간절했다.


“요새 너무 무리했나.”


인테리어는 업체에서 했지만 이사는 유건이 스스로 했다. 짐을 옮기다가 가건물이 무너지면 보통 사람은 크게 다치기 때문이었다.


‘체력 회복의 축복을 썼는데도 이러네. 흐으음.’


유건은 근처 카페에서 따듯한 음료를 사먹으려고 1층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채 다섯 걸음도 가지 못해 멈춰 섰다.


“음?”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02로 시작되는 번호다.


‘서울에서 전화 올 일이 없는데.’


보나마나 보험 권유겠거니. 유건은 전화를 안 받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곧장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010이다.


“뭐야. 여보세요?”

-아, 전화 받으셨네. 설대포차 정유건 사장님 맞으십니까.

“네, 맞는데요. 누구신가요?”

-KBO 오세진PD입니다. 맛짬특급 아시죠?


맛짬특급이 뭐야. 유건은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새 매장에 TV를 설치한 뒤로 몇 번 본 기억이 있었다.


“그 먹방 예능이요? 네, 챙겨보고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 방송 쪽이 더 취향에 맞아서 TV는 거의 안 봤지만, 유건은 인사치레로 말했다. PD가 직접 설대포차 사장이냐며 전화를 했다면 목적은 하나뿐일 테니까.


-일전에 BJ간건강 영상을 봤는데. 이야. 우리 사장님, 아이템이 훌륭하시더라고요. 핵펀치떡!

“네에, 하하.”

-그래서 그런데, 방송 한 번 타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작가의말

대박이 자꾸 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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