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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1,999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4.10 22:00
조회
4,557
추천
168
글자
8쪽

대박이 자꾸난다 #026

DUMMY

유건은 놀라는 척을 했지만 속으론 안심했다.


지난 석 달간, 유건은 며칠에 한 번씩은 꼭 병원에 들렀다. 어머니께 체력 회복의 축복을 걸어 드리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미이라처럼 비쩍 말랐던 어머니는 점점 몸이 좋아졌고, 오히려 더 젊어지는 것 같았다.


“아드님이 번창하니까 기분이 좋아지셔서 그런 모양입니다. 허허.”


의사는 카르테를 유건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약대 1학기 출신인 유건이었지만 카르테의 내용은 외계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면역력도 많이 좋아지셨어요. 지난번에 감기 걸리셨을 때도 그냥 바로 떨쳐내셨고. 연구회 동료들한테 어머님 이야길 하면 아무도 안 믿습니다.”


그 정도로 좋아졌다니. 유건은 뿌듯해서 코밑을 쓱 문지르고 병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의사가 간호사에게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자리 비켜드릴 테니까 대화 나누세요. 혹여 문제 생기시면 호출 누르시고.”


두 사람이 자리를 뜨고, 유건은 간병인용 간이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자 어머니가 금방 깎은 것처럼 보이는 사과를 내밀었다.


“먹어.”

“웬 사과?”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 어머님. 슬슬 과일 채소는 시험 삼아 드셔도 되겠습니다. 크으. 목소리 너무 멋있지 않냐?”

“아직 오십도 안 되셨으면서 저런 할아버지가 좋아요?”

“자식이 그냥 멋있냐고 물어본 거 아냐. 근데 좀 멋있긴 하지 않아?”

“황소개구리 닮았구만 뭘.”


유건은 피식 웃었다가 하마터면 어머니가 휘두른 베개에 안면을 맞을 뻔했다.


간발의 차로 베개를 잡아낸 유건은 실감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몸이 이만큼 좋아졌다는 걸.


불과 석 달이다. 유동식을 들어갔던 그 때만 해도 어머니는 간호사의 도움 없인 모자도 혼자 못 쓸 정도로 허약했다.


“근데 마이썬.”

“왜요.”

“요새 인터넷에서 너 자주 보이더라? 얼짱 사장님이라고?”

“얼짱이 언제적 말이야. 그냥 젊으니까 띄워주려고 그러는 거예요.”

“에휴. 엄마가 좀 팔팔했으면 우리 아들 배우 시키는 거였는데.”


갑자기 어머니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유건은 껄끄러워서 뒤통수를 긁다가 고개를 저어버렸다.


“거, 나중에 올 때 뭐 사다드릴게요. 뭐 드실 수 있어요?”

“응? 가만있자. 치킨?”

“장난치지 말고.”

“그냥 씹어 먹기 괜찮은 채소 같은 거. 당근 괜찮겠다.”

“오케이. 그리고, 아들 지금 잘 풀리고 있으니까 괜한 생각 마세요. 가게 열 준비해야 되니까 이만 갈게요.”

“그랴, 얼른 가.”


오늘 하루 쉬기로 했지만, 유건은 가게 핑계를 대며 병원을 나서서 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선인과만 사면 어머니의 긴 투병생활도 종지부다.


*


저녁 늦은 시각. 평화는 항상 입는 청바지와 흰 셔츠 차림으로 설대포차에 찾아왔다.


유건은 음식을 몇 가지 해놓고 기다리다가 셔터를 열어줬다. 그러자 평화가 약간 서먹서먹한 말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평화 특유의 스타일이다. 석 달 동안 겪어보며 유건은 평화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숙지했다.


“얼른 들어와. 야, 이젠 밤에도 덥다.”

“예. 무심천 근처에 피서객도 나와 있습니다.”

“진짜? 야, 우리도 음식 싸들고 갈래?”

“지금 사람 많습니다. 사장님.”


왠지 평화의 대답에서 옅은 거부 반응이 느껴진다. 그러나 유건은 대수롭기 않게 넘기고 안쪽 홀로 들어가 앉았다.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답답해 하세요.]

[“밥 다 먹으면 당장 가! 사냥을 하라고 사냥을!”]


‘제가 무슨 학생도 아니고. 헌팅 할 입장입니까. 정의의 신님도 한 말씀 해주세요.’


사랑을 관장하는 신은 정의를 관장하는 신이 데려왔고, 왠지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는 감이 있다. 그래서 유건은 슬쩍 정의를 관장하는 신에게 말을 붙였다.


그러나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낮에 간건강이 왔을 때만 해도 열광했는데.


‘내가 뭔가 잘못 했나?’


별달리 짚이는 게 없다. 혹시나 싶어 퀘스트 패널을 쳐다봤지만, 언제나 그렇듯 볼 일 없을 땐 별달리 반응하지 않는다.


‘괜히 더 신경 쓰이네.’


유건에게 있어 정의를 관장하는 신은 열혈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자기 관심 분야가 눈에 띄면 좋아하는 걸 넘어 열광하는 신이다.


그런 신이 ‘왠지’ 조용하다니.


“이상하네.”

“무슨 일이십니까.”


유건은 무심결에 속으로 생각해야 될 말을 뱉었다가 평화의 대답에 흠칫 놀랐다.


“아니! 아냐. 아무것도 아냐.”

“예.”


평화는 더 캐묻지 않고 묵묵히 식사에 전념했다. 묵묵한 성격 덕분이다.


유건은 속으로 안도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그 때, 바깥에서 셔터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아참. 셔터 안 닫았다.”


유건은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입구를 바라보던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저분하게 입은 남자 열댓 명이 이미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입구를 등진 채 식사를 하던 평화는 이상한 낌새를 느껴 돌아보고, 괴한들을 발견하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일어섰다.


“사장님.”

“평화. 가게 뒤로 나가있어.”


6월 초인데 검은 마스크에 털모자. 게다가 우르르 붙어 서서 손을 뒤로 감춘 자세까지.


적어도 뭘 먹으러 온 손님은 아니다. 평화도 그걸 알았는지 입에 남은 음식을 꿀꺽 삼키고 유건의 곁에 붙어 섰다.


“사장님. 저 사람들.”

“가게 뒤로 나가. 경찰에 연락하고.”

“혼자선 위험합니다.”

“말 들어.”


평화는 유건보다 키도 크고 사납게 생겼지만, 알맹이는 이제 스무 살 된 청년이다. 유건에게 있어선 평화가 함께 있는 게 오히려 더 위험했다.


‘설마.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이걸 알고?’


진작 가르쳐주지. 유건은 한 순간 그런 생각을 했으나 이내 지워버렸다. 이건 어디까지나 사람의 일이다. 무작정 신의 도움을 바라는 건 이기적인 생각이다.


괴한들이 유건과 평화를 발견하고, 평화는 움찔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일단 피하시는 게.”

“말 들으라니까. 형 이제 쌍욕 나간다.”


유건은 위협적인 말투로 씹어 뱉으며 뒤에 있는 평화를 슬쩍 밀쳤다. 그러자 평화는 잠시 두리번대다가 후다닥 주방의 뒷문으로 향했다.


머릿수를 세어 보니 열두 명. 게다가 손에 뭔가 하나둘씩 들고 있는 상황.


‘신체능력 강화의 축복이 있으니까 비벼 볼만 하지만. 위험해.’


밖이면 모를까. 놈들이 버너에 쓰는 가스에 손이라도 대면 끝장이다. 유건은 그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태연한 척 하며 말했다.


“뭐냐 너희들. 딱 봐도 손님은 아닌데.”

“정유건. 맞니.”

“그런데?”

“······죽여.”

“!”


앞에 있던 남자가 나직이 말하자 다른 열한 명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석 달 전의 그들과 동료임을 주장하듯, 그들의 손엔 헝겊을 감은 둔기가 들려있었다.


‘납치라도 할 생각인가.’


유건은 쯧 하고 혀를 차며 제일 먼저 달려든 남자의 안면을 힘껏 갈겨 버렸다.


“끄어억!!!!”


우직.


소름끼치는 소리가 터지며, 그는 문 밖으로 날아가 길 건너편의 건물에 거꾸로 처박혀 버렸다.


뒤따라 달려들던 이들은 어벙한 얼굴을 한 채 고개를 돌려 동료를 쳐다봤다.


“······아.”


정작 때린 유건도 죄지은 사람마냥 눈을 깜빡깜빡 거렸다.


‘그러고 보니까, 장난이 아니었지 이거.’


작가의말

마지막에 괴한이 날아간 거리를 대강 재어 보니. 대략 15~20미터 전후네요.

품행제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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