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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1,982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4.08 22:00
조회
4,963
추천
161
글자
8쪽

대박이 자꾸난다 #024

DUMMY

“아. 아, 아 네. 저기. 누구시라고요?”

-BJ간건강이요. 제 방송 안 보시는구나? 어제 방송에 나름 예고도 했는데.


유건은 시간상의 문제로 재방송만 챙겨보기 때문에 완전히 금시초문이었다. 그가 설대포차에 전화를 건 이유는 달리 없다.


-저도 핵펀치 맛 좀 보려고 하는데. 혹시 가능할까요?


안 될 이유가 없다. 유건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저야 감사하죠! 저 간건강씨 팬입니다! 재방송으로 보지만.”

-하하! 어휴 바쁘신 거 압니다. 뭐, 이메일 주소 좀 가르쳐주시겠어요? 계약서 보내드릴게요. 애기들이랑 다르게 저흰 회사라서. 하하.

“그럼요! 종이 준비 되셨어요?”


유건은 정성스럽게 이메일을 불러줬다. 간건강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유건의 이메일 주소를 받아 적고 말했다.


-아마 오늘 오전 중에 계약서가 갈 거구요. 간단하게 인쇄하셔서 작성해주시고, 휴대폰으로 찍거나 팩스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주소는 계약서에 있을 거예요.

“네!”

-아하핫, 너무 좋아하신다. 그럼 조만간에 뵙죠. 잘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유건은 꼭 영화배우랑 만난 팬처럼 들떴다. 사실을 따지고 보면 그게 맞긴 하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격려를 보내세요.]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기대감에 눈을 빛내세요.]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조금 마음에 드신 것 같아요.]


“흐. 그래도 신님들. 제가 누굽니까.”


아무리 좋아하는 BJ라도, 공사구분은 명확해야 하는 법. 유건은 선반에 놓여있는 배합 고춧가루를 보며 씩 웃었다.


“포인트 잘 준비해 주십시오.”


*


이틀 뒤, 설대 포차의 앞에 BJ간건강이 나타났다.


촬영 스태프 세 명과 함께 나타난 그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영화배우였을 때의 그와 비교하면 훨씬 후덕하고 구수한 아저씨가 되었으나, 그래도 타고난 잘생김은 지워지지 않는다.


마치 미국 퇴역군인 영화의 주인공처럼 허름한 리바이스 청바지와 회색 셔츠 차림인데도 꾸며 입은 것 같은 멋이 있었다.


“건강이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집에 왔어! 나한테 웨이팅 건 집은 이 집이 처음이잖아. 얼마나 맛있는지 막 기대되는 거 느껴져?”


길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도 설대포차 쪽을 쳐다봤다. 간건강을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이다.


간건강이 포차 앞에 다가오자 손님들은 슬슬 물러서고, 유건은 미리 준비해둔 웍을 분식 코너로 꺼내와 쾅 소리가 나게 내려놨다.


“어서오세요! 설대입니다!”

“와, 이분이 사장님?”

“네!”

“실물 보는 거 처음이야! 우리 사장님 정혁인 줄 알았는데? 닮았다는 말 많이 듣죠?”

“하하. 양 많이 드려요?”


유건은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난 석 달간 몇 차례 방송을 거치며 익숙해진 덕분이다.


그런 유건의 멘트가 적당했는지 간건강은 호들갑을 떨며 카메라로 고개를 돌렸다.


“안 돼! 아부 하면 안 되겠다 큰일 나겠다. 이야. 이게 그, 하루 전에 예약 안 하면 구경도 못 한다는 핵펀치입니까!”


간건강이 웍을 보며 소리치자 카메라가 유령처럼 스르륵 다가가 웍을 당겨 찍었다. 유건은 잠시 촬영하도록 놔뒀다가 손을 들며 말했다.


“네네. 불 켤게요. 위험하니까 백미터만 물러서 계시고.”


뒤이어 가스를 최대로 켜고 토치를 당기자 불길이 치솟았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하고, 유건은 재빠르게 육수와 고춧가루를 풀었다.


“벌써부터 향기가 팍 온다! 저 홀에 들어가 있을 게요?”

“네에. 위장약 미리 드시고요. 하핫.”


안쪽 홀은 석달 사이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온갖 유명 BJ들이 떡볶이가 든 웍을 들고 유건과 함께 인증사진을 찍었다. 전부 유건이 새로 시작한 ‘설대 핵펀치떡’에 도전했다가 나가떨어진 사람들이다.


“잠깐, 챌린지 준비 좀 할게요!”


유건의 말에 손님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다들 익숙해져서 휴대폰을 꺼내 든다.


게다가 오늘은 BJ가 BJ다보니, 길 건너며 주변 상가에서도 휴대폰을 든 채 기웃대는 사람들이 많았다.


‘괜히 긴장되네. 끝나면 사인 해달라고 할까.’


유건은 피식 웃으며 국자로 웍을 저었다. 핵펀치떡은 완벽하게 익었고, 사람들의 시선에 기대감이 들어차는 게 한눈에 보였다.


웍의 양쪽 손잡이를 잘 붙잡고 홀로 들어가자, 이미 테이블을 세팅해둔 BJ간건강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을 벌렸다.


“히이이익. 건강이들, 보여? 이게 요새 먹방러들 다 떡실신 시켰다는 전설의 핵펀치야. 우와, 떡이, 하하하 한 줄이야 한 줄!”


유건은 테이블에 웍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다들 방송에 집중하느라 주문은 평소보다 느긋하게 들어왔다.


덕분에 유건도 구석에 휴대폰을 두고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기대에 가득 찬 시선으로 방송을 보세요.]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측은한 시선으로 방송을 보세요.]


두 신은 유독 간건강을 신경 쓰는 것 같다. 그의 과거가 두 신의 영역과 밀접하게 관계되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유건은 간건강에게 동정심이 들었다.


-야, 내가 이런 용어 잘 안 쓰는데, 이건 진짜 누구 말대로 오지고 지린다. 이걸 혼자 다 먹으라고?


그는 난처하다는 듯이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페이스를 유지하며 웍을 비워갔다.


유건은 그가 인생에서 겪었을 온갖 역경과 시련을 가슴으로 느끼며, 응원의 마음으로 방송을 지켜봤다.


그러나 어느 순간 표정이 바뀌었다.


*


“딸꾹. 야, 근데 이거, 시간 제한이 없어서 그냥저냥 해볼 만 한데? 딸꾹.”


예상외의 사태가 벌어졌다. 진짜로 다 먹을 기세인 것이다.


‘말도 안 돼! 떡 무게만 3킬로그램인데 그걸 다 먹는다고!?’


그의 인생을 응원하고는 싶지만, 유건에겐 어머니의 만병통치약이 더 급했다. 단 1포인트가 아쉬운 마당에 그가 도전에 성공하면 이번 장사는 완전 공치는 것이다.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간건강을 응원하세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환호하세요.]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세요.]


‘세상에, 사람으로도 모자라서 신님들 반응까지 휘어잡아 버렸어?’


유건은 그의 방송력과 위장의 크기에 경의를 표했다. 이러는 와중에도 그는 떡을 국수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아, 잠깐 타임. 잠깐 타임? 주스 한 잔만.

“휴우.”


무서운 기세로 흡입하던 간건강이 잠깐 멈췄다. 유건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홀에 있던 PD가 밖으로 머리를 내밀더니 응원하듯 팔을 저으며 소리쳤다.


“다먹어, 다먹어! 다! 먹! 어!”


밖에 있던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서로를 둘러보더니, 하나둘씩 팔을 젓기 시작했다.


“다먹어! 다먹어! 다먹어!”

“다! 먹! 어! 다먹어!”


포차 인근이 어느새 환호로 물들었다. 간건강의 엄청난 인기가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밖에서 지금 다 먹으라고 응원 하는 거야? 와. 나 평생 이런 거 처음 받아봐!


응원 소리를 들은 간건강이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휴대폰으로 그걸 본 유건은 침을 꿀꺽 삼키며 양 팔을 부르르 떨었다.


‘안 돼, 제발!’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함성을 내지르세요.]

[“우리가 보고 있다! 용맹하게 싸워라!”]


작가의말

  누굴 보고 계신다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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