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 자꾸난다 #011
“하악!!”
괴한 하나가 몽키를 내리친다. 분명 무시무시한 기세였으나, 유건은 슬쩍 왼손을 들어 그의 손을 붙잡아 버렸다.
“윽! 끄응!?”
유건보다 덩치가 큰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옴짝달싹도 못했다. 붙잡힌 손을 빼내려고 몸부림을 쳤으나, 유건이 무릎으로 명치를 툭 올려 차자 털썩 꿇어앉아 위액을 쏟았다.
‘축복의 위력이 엄청나긴 하구나.’
마치, 인간을 초월한 것 같은 기분. 마블 영화의 슈퍼히어로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이 씨!!”
남은 둘 중에 하나가 동료를 유건에게 밀쳐 버렸다. 그래놓고 자기는 차에 후다닥 올라탄다.
유건은 휘청대는 다른 한 명을 대충 퍽 밀쳐서 반대편 벽에 처박아버리고 차량을 향해 뛰어들어, 너클로 문짝을 힘껏 갈겨 버렸다.
그러자 문짝이 포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심각하게 우그러지고, 차량의 크게 출렁이더니 시동이 꺼져 버렸다.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박수갈채를 보내세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자랑스러워하세요.]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당신을 지켜보기로 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퀘스트 완료]
-당신은 멋지게 정의를 집행했습니다.
-퀘스트 성공.
-보상 : 축복 ‘신체능력 강화’
“뭐, 이걸로 된 건가?”
유건은 덜덜 떨며 차에서 내리는 괴한들의 덜미를 한 손에 하나씩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들의 발이 붕 뜰 정도로 번쩍 들어서 골목으로 운반한 뒤, 동료들의 위에 패대기쳐 버렸다.
골목 주변으로 놀란 사람들이 모여든다. 뒤이어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차가 와서 멈췄다.
“어휴, 고생하십니다.”
“저저, 정유건······.”
차에서 내린 경찰들은 골목 안의 상황에 경악하고, 피 묻은 유건의 얼굴을 보고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이 놈들 장기밀매 하는 납치꾼들 같은데. 일단 저쪽 여자분 먼저 좀 케어 하시죠. 차도 한 대 더 부르시고.”
유건은 쓰러져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취는 덜 된 모양이지만, 그래도 혈압이 떨어져 그냥 두면 위험할 것이다.
경찰들이 얼른 지원을 부르고. 잠시 뒤에 도착한 차량에 괴한들은 전부 실려 들어갔다.
여자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그리고 유건은 처음 출동한 경찰차에 올랐다.
경찰서에 도착해 보니 이미 괴한들은 마스크와 털모자를 압수당하고, 손에 둔기를 든 채 사진을 찍는 중이었다.
“이 자식이, 똑바로 안 서!!”
유건이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 따위는 오지 않았다. 간단한 조회만으로도 그들의 차가 번호판을 위조한 대포차임이 밝혀졌고, 그들의 신원 역시 정식으로 입국한 게 아닌 밀입국자임으로 드러났다.
“이 쪽으로 오시죠.”
“네에. 네에.”
유건은 괴한들이 증거 사진을 찍는 걸 느긋하게 지켜보며 진술서를 써내려갔다. 그러던 와중에 병원에 갔던 여자가 여경들의 부축을 받으며 서에 돌아왔다.
형사를 통해 당시 상황을 진술하고, 그녀의 진술대로 클로로포름이 묻은 손수건이 증거품으로 나왔다. 처음 괴한이 마취할 때 쓴 그것이다.
“여기 이 분이 구해주신 거, 확실하죠?”
“네, 맞아요.”
담당 수사관은 마지막으로 확인하듯 유건이 가해자가 아님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연락을 하더니, 다시 돌아와 유건에게 말했다.
“일단, 정유건씨는 귀가하셔도 좋습니다. 조만간에 다시 한 번 연락 갈 거니까 잘 받아 주시고요. 협조! 감사합니다.”
“네에, 고생하셨습니다.”
“야! 그 놈들 그만 조지고 다 유치장에 처 넣어!”
수사관이 자리를 뜨고 유건도 찌부둥한 몸을 풀며 일어섰다. 그때 여자가 우물쭈물 일어나며 말했다.
“저, 저기.”
“네?”
보아하니 주말이기도 하고, 새벽까지 놀 생각으로 한껏 차려입고 나온 모양이다. 그녀는 조금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핸드백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공손하게 건네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드려요.”
“감사는요. 서로 돕고 살아야 좋은 세상 되는 거지. 아. 전 명함이 없는데.”
유건은 멋쩍게 웃으며 명함을 받았다. 교환할 명함이 없어 멋쩍게 바라보자 그녀가 손을 베베 꼬며 말했다.
“저기, 괜찮으시면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꼭 사례를 해드리고 싶은데.”
유건이 가만히 쳐다보자 얼른 시선을 내리깔았으나, 곧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들며 웃는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제정신을 유지하다니. 보통 정신력이 아니다. 유건은 감탄스럽기까지 했으나 연락처는 줄 생각이 없었다.
“하하, 대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무사하셨으면 됐죠.”
“그래도! 뭐라도 해드려야······.”
“그냥 앞으로 조심해주시면 됩니다. 이 동네 그렇게 온순한 곳 아니니까요. 남은 조사 무사히 받으시고, 전 이만.”
유건은 손을 살짝 들며 고개를 숙여 보이고 경찰서를 나섰다.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패널이 부르르 떨며 유건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당신의 참된 정의감에 흡족해 하셔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외치세요.]
[“니가 고자라니!”]
“또 고자 타령입니까. 아무하고나 막 놀아재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신의 축복 덕분에 어머니는 건강을 되찾은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암은 여전히 남아 어머니를 괴롭혔고, 체력을 아무리 회복한들 얼마나 오래 사실 지는 미지수.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랑 행복하게 결혼해서, 어머니께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게 유건의 마음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고민하세요.]
“고민? 무슨 고민을 하신대.”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사랑을 관장하는 신을 모셔왔어요.]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불만을 표출하세요.]
‘뭐, 뭘 관장해······?’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속는 셈 치고 당신을 지켜보기로 하세요.]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큐피트의 화살에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선 당신의 연애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불쾌해 하십니다.
-사랑은 순수한 것.
-젊은이여. 사랑을 하십시오.
-임무 : 연애 대상을 찾기
-기간 : 무기한(단, 해당 항목은 신의 재량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보상 : 성공시 ‘매력 향상의 축복.’
실패시 흑마법사로 전직.
“흑마법, 사······?”
이게 무슨 뜻일까. 유건은 사랑이랑 마법이 무슨 관계가 있나 깊게 고민했으나 그럴싸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혹시 이것도 인터넷에서 나온 말인가?
‘신이 인터넷 용어를 쓴다니 넌센스구만.’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기막혀 하세요.]
왠지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선 유건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사랑에 적극적이지 않아서일까.
‘어휴. 누가 연애하기 싫다고 합니까. 마땅한 상대가 있어야 하는 거지.’
잠깐 생각해보니 유건의 입장에서도 참 설웁다. 유건은 터덜터덜 경찰서 주차장을 나서 집으로 향했다.
*
- 작가의말
고자가 아닙니다. 마땅한 상대가 없을 뿐입니다.
고자..아니라고.....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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