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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1,989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4.18 22:00
조회
3,400
추천
142
글자
7쪽

대박이 자꾸난다 #034

DUMMY

며칠 뒤, 점심시간 무렵. 유건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시내를 거닐었다.


열 걸음 정도 뒤엔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잡은 민사장과 험상궂은 덩치가 뒤따르고 있었다.


역린회 정리의 대가로 유건은 건물을 받기로 했다. 무너져가는 설대포차를 대신하기 위해.굳이 차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닌 이유는 순전히 민사장을 엿 먹이기 위해서였다.


“하아, 하아, 아이고. 정 사장. 잠깐 어디 앉아서, 좀 쉬자. 응? 벌써 여섯 군데나 돌아다녔잖어.”


민사장은 체력이 동났는지 숨을 헐떡이며 멈춰 섰다. 길가에 있던 닭발집에서 종업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보자, 민사장은 그들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입술을 꿈틀댔다.


그리고 문득 앞을 바라보더니 움찔하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쉴 시간이 어딨습니까. 정신 못 차리셨네?”


유건이 무서운 얼굴로 돌아보며 말하자 민사장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며 목발을 놀렸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걷고, 민사장은 휑하니 비어있는 3층짜리 상가 건물 앞에 서서 말했다.


“정사장, 여기야, 여기. 하이고, 하이고 힘들어. 그냥 차 타고 오면 편할걸, 하이고.”


유건은 보란 듯이 픽 웃으며 민사장의 옆에 다가서서 건물을 올려다봤다.


“위치 좋네!”


교차로 대로변에 위치한데다가 인근에 남고, 여고, 대학교가 밀집되어 있다. 처음에 달라고 했던 대학교 상가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이전까지의 설대포차를 생각해 보면 무지막지한 진화였다.


이 이상 더 돌아다녀도 이보다 나은 입지를 찾긴 힘들 것 같고, 민사장도 충분히 골려먹었고. 유건은 고민하는 척 하며 중얼거렸다.


“이걸로 하는 게 좋으려나.”

“이거, 이걸로 할래?! 자자자, 안으로 들어와 봐.”


민사장은 기회라도 잡은 양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선에서 마무리 짓고 싶었는지, 1층의 유리문을 벌컥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야, 들어와서 봐라. 정 사장 너, 이게 얼마짜린지 알아?”

“얼만데요?”


유건이 따라 들어가며 묻자 그는 호들갑스럽게 팔을 허우적댔다.


“자그마치 9억이야, 9억! 시내에 이만한 건물 한 채 따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아냐. ”

“캬아아. 9억! 가만있어봐. 세금은 어떡해요 그럼.”

“일단 들어봐라. 너한테 건물을 통째로 그냥 줄 수는 없고. 일단 임대로 잡아둘게. 알았지.”

“돈 내라고?”

“너는 아무것도 신경 쓸 거 없어. 뒷일은 우리가 알아서, 어? 내 스타일 알잖아. 알지?”

“조폭 장부질 하는 사정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


유건이 툭 내뱉자 민사장의 얼굴이 벌겋다 못해 시커멓게 물들었다. 그러나 유건이 약올리듯이 웃으며 빤히 바라보자 고개를 푹 숙이기만 했다.


“뭐 할 말 있으신가봐요?”

“아, 아니. 3층에 집도 있고 그러니까, 한 번 올라가서 보라고.”

“그러죠 뭐.”


솔직히, 민사장은 유건이 무서웠다.


도시 한복판에서 최루가스를 터트리는 미친놈. 심지어 유건이 가고 난 뒤에 확인해 보니, 방범용 창살이 뿌리부터 뽑히고 마구 구겨진 채 층계참에 버려져 있었다.


코끼리가 와서 밟지 않는 이상 그게 그렇게 될 리가 없다. 그런 비정상적인 힘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간 조직이고 나발이고 없는 것이다.


비합법적인 일로 먹고살아왔던 일생, 이렇게 후회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민사장이 무슨 생각을 하든, 유건은 성큼성큼 3층까지 올라갔다.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방이 세 개에 화장실도 두 개. 발코니도 널찍하니 시원스럽다.


“좋네.”


원룸이나 마찬가지였던 가건물에서 살던 때를 생각하니 눈물이 날 지경이다. 유건은 수도를 틀어보고, 화장실에서 변기 물도 내려 본 뒤 만족스럽게 1층으로 내려왔다.


“여기 괜찮네요? 뭐, 이사 바로 해도 되죠?”

“그래그래! 모텔 불편할 텐데 얼른 집 꾸려야지. 아무튼 여기로 하는 거지? 이제 간다?”

“그러세요. 아, 아아. 민사장님.”

“응?”


유건은 도망치듯 뛰쳐나가려던 민사장을 불러 세우고 말했다.


“인테리어 사업도 하신다면서요?”

“어, 어어! 꽤 됐지! 직원들 다 우리 애들 아니고, 따로 고용한 사람들이라 일 되게 잘해!”


장사 이야기가 될 것 같아지자 민사장은 후다닥 다시 돌아와 말했다. 1층, 2층 전체를 인테리어하려면 견적이 상당히 나올 터. 건물은 뼈아프지만 한 건 잡으면 그래도 배는 덜 아프다.


그러나 유건은 기대감으로 가득 찬 민사장의 얼굴을 말 한마디로 박살 내 버렸다.


“이왕 주시는 거, 포장도 좀 해서 주시지. 이게 뭡니까, 배선이고 뭐고 다 튀어나와가지고.”

“······!”


즉, 인테리어까지 해달라는 소리.


민사장은 허옇게 질려버렸으나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이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선 유건에게 저항할 도리가 없다.


“그, 그래. 인테리어도 싹 끝내 놓을게. 하하, 하하하.”

“하하! 역시 민사장님. 통이 크셔. 그래도 지금까지 받아먹은 방범비가 있는데, 이 정도는 손해도 아니잖아요?”

“맞아, 그렇지.”

“그럼 전 갑니다?”


유건은 호쾌하게 하하 웃으며 건물을 나섰다.


독박을 써도 제대로 쓴 민사장은, 유건이 안 보이게 되자 목발을 내던지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런 염병할!! 으아아아아아!!!”


*


역린회 사건이 마무리 된지 한 달. 유건은 널찍한 평면 TV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뉴스에서 역린회의 납치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밀입국한 해외 마피아가 여성들을 납치해 감금, 인신매매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내부 분열로 인해 자멸하였다는 식의 내용이다.


조직이 붕괴된 이유가 내부 분열이라고 보도되었다는 건 즉 유건은 수사망에 걸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걸로 안심할 수 있지만, 납치되었던 사람들은 모두 심한 폭행과 감금으로 인해 남은 인생을 힘겹게 살아갈 것이다.


[전쟁의 신께서 말씀하셔요.]

[“추종자여. 능력 밖의 일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는 건 오만이다.”]


‘그 말씀이 맞습니다.’


전쟁의 신이 한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유건은 경찰도 아니고, 그렇다고 역린회의 납치범도 아니었고. 그저 우연찮게 일을 하다가 발견해서 도와준 입장이니까.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고개를 끄덕이세요.]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당신의 의로움에 찬사를 보내세요.]


‘그래, 괜한 생각은 하지 말자.’


어찌 되었든 납치되어 있던 사람들은 곧장 구출된 모양이고. 유건은 일상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후!”


짝! 유건은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세게 때리고 일어서서 기지개를 쭉 폈다. 그리고 흡족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작가의말

  대신 귀여운 9억원짜리 상가건물을 드리겠습니다.


  주먹보다 무서운 폭력이 세상에는 많지요. 특히 민사장처럼 탐욕적인 인물은 매질 몇 대로 끝낼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아...그리고 묘한 댓글을 봐버렸네요. 경호원은 사람을 때릴 수 없습니다.....의뢰인의 보호를 담당하는 사람들이지, 사람때리기 위해 알아보는 직종이 아니랍니다.

국내 어떤 합법적인 직종도, 폭력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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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노벨컬렉터
    작성일
    18.04.18 22:06
    No. 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소설보러
    작성일
    18.04.18 22:41
    No. 2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묵석
    작성일
    18.04.18 22:48
    No. 3

    개인적으로 유료 연재 전환시 그 길목에 있는 이 에피소드가 신규 독자 진입에 큰 진입장벽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여기까지는 언제든지 조폭물이나 액션물로 갈 여지가 보이니까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8.04.19 00:40
    No. 4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88 초록유리
    작성일
    18.04.19 06:44
    No. 5

    이글은. . . . 폭력물이 아니에요.
    그러기엔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매우 부지런하심. . . 젭알. .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저높은산
    작성일
    18.04.21 02:11
    No. 6

    글이 아주 산으로 잘 가고 있어 좋으시겠어요. 어떤 글을 쓰려고 시작 했는지 아주 대단한 전개 이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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