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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1,997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4.06 22:00
조회
5,244
추천
160
글자
8쪽

대박이 자꾸난다 #022

DUMMY

“뭐, 대본!?”

“별건 아니고요! 그냥 저희 BJ가 입장할 때 가볍게 아는 척이랑, 뭐 그런 지시문만 봐주시면 됩니다.”


장소만 제공해주면 되는 게 아니었단 말인가 유건은 스태프가 건네는 종이 뭉치를 읽었다.


‘사장님’이라고 적힌 지시문은 정말 세 줄 뿐이었다.


가볍게 인사.

가볍게 요리 서빙.

가볍게 매장 자랑.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허벅지를 퍽퍽 치세요.]

[“가볍게 좋아하시네!”]


‘정말 그 말씀대로입니다. 가볍게 좋아하시네. 순 제멋대로잖아.’


유건은 이번엔 진짜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스태프에게 대본을 돌려줬다. 그리고 안쪽 홀을 둘러보며 자기 대본을 읽는 민기를 쳐다봤다.


토실토실한 얼굴에 열의가 가득하다. 뭔가 한 번 해보겠다. 이번엔 해봐야지. 그런 열의가.


‘개업 때 생각나네.’


주방 시설은커녕 폐허에 가까웠던 건물. 지금 민기가 서있는 저 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며, 이번에도 실패하면 끝장이라고 되뇌던 예전의 자신.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도배를 새로 하고, 주방 시설도 설치하고, 그랬던 그 당시의 기억들.


‘벌써 햇수로 4년인가. 시간 빠르네.’


유건의 시선을 눈치 챈 민기가 돌아보며 생긋 웃었다.


‘그래 뭐, 열심히 하겠다는데. 두둑하게 받기도 했겠다. 도와줘야지 그럼.’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묘한 표정을 지으세요.]


‘또 뭔 소릴 하시려고.’


유건은 메시지 패널을 애써 무시하며 기름에 불을 올리고 떡볶이 판에 육수를 준비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BJ, 민기에요! 오늘은 민기의 극한먹방 제7탄!”


오후 2시. 예정 시각이 되자 민기는 밖에서 천연덕스럽게 설대포차로 다가왔다.


아무리 바쁜 가게에 오는 거라지만 리허설도 없다. 방송 출연 같은 게 처음이었던 유건은 긴장되어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두근두근 하세요.]


‘저는 아주 환장하겠습니다.’


그런 유건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기는 오! 오! 라고 감탄을 흘리며 포차 입구로 다가왔다.


“사람 겁나많다! 이야, 떡볶이 냄새 느껴져요? 나 이런 매운 냄새 처음이야!”


갑자기 카메라맨과 민기가 다가오자 기다리던 손님들은 일단 얼굴을 돌리며 물러섰다. 그러나 민기는 아랑곳 않고 유건에게 말했다.


“사장님?”

“네! 설대포차입니다.”


첫 마디는 더듬지 않고 잘 뱉었다. 유건이 속으로 안도하자 민기는 카메라에 안 보이게 살짝 웃어 보이고 말을 이어갔다.


“사장님! 요새 청주를 평정하셨다는 소문을 들었는데요. 사실이세요?”

“평, 평정은요! 하하. 그냥 떡볶이지.”

“에이! 사람 엄청 많은데. 흠, 습습, 근데 이거 무슨 냄새에요?”

“떡볶이죠. 저희 포차 분식 대감마님.”

“대감마님! 무려 대감마님이래요. 근데 또 저희가 그냥 먹방이 아니죠!”


두 사람의 대화에 손님들은 점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일행끼리 수군대는 소리에서 ‘지온티비’라느니, ‘비제이 민기’라느니, 이런저런 정보가 오간다.


민기는 노련하게 그 반응을 캐치했다.


“지난주에 대전 불닭 국수가 무려 6만 뷰를 달성했습니다! 과연 오늘의 메뉴는? 사장님!”

“하. 이거 어쩔 수 없네. 잠깐 준비 좀.”


유건은 홀 안쪽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미리 아침에 축복을 걸어 웍에 담아둔 핵떡의 재료를 챙겨 분식 코너로 나왔다.


“뭐야, 사장님 이게 뭐에요!? 구렁이?”

“저희 설대 챌린지 메뉴, ‘핵펀치떡’이에요.”

“핵! 펀! 치! 왜 핵펀치죠!?”

“먹다 보면 턱에 펀치 한 대 맞은 것 같거든. 겪어보면 알아요.”


사실 이 이름과 멘트는 어젯밤에 한참 궁리하다가 간신히 짜낸 것이다. 유건은 이번에도 더듬지 않고 잘 말한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며 불을 최대로 올렸다.


버너에서 쿰쿰한 가스 냄새와 함께 화염이 치솟고, 유건은 준비한 육수를 끼얹은 뒤 웍을 흔들었다.


똬리를 튼 뱀처럼 둘둘 말린 얇은 가래떡. 그리고 중앙에 전골처럼 모인 재료들이 화끈하게 익어간다. 민기는 연기인지 진짜로 놀란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유건을 바라봤다.


주변 손님들의 시선도 웍에 집중되어 있다.


웍 속의 재료들은 강한 화력을 받아 순식간에 떡볶이가 되었다. 국자로 살짝 눌러 본 유건은 씩 웃으며 민기에게 말했다.


“오케이. 안쪽 홀에서 기다려 주세요.”

“네! 빨리 가자 빨리!”


민기는 카메라맨에게 손짓하며 홀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카메라맨도 일부러 카메라를 흔들고 교묘하게 가려 촬영 장비를 피하며 뒤따랐다.


유건은 그동안 밖에 있던 손님들에게 죄송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촬영 때문에, 죄송합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그러나 손님들은 이미 휴대폰을 들고 BJ민기의 방송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괜한 걱정이었나.’


유건은 머쓱하게 하하 웃으며 웍을 들고 홀로 향했다. 그리고 민기가 앉은 테이블에 쿵 하고 내려놨다.


그 때까지만 해도 기대에 가득 차있던 민기의 얼굴이 당황과 불안감으로 얼룩졌다.


“사, 사장님. 이거 그냥 이렇게 먹어요······?”

“핵펀치라니까요? 앞치마 드릴까요?”

“네에, 주세요.”


민기는 급격하게 자신감이 없어졌다. 유건이 앞치마를 내밀자 망설이듯이 받아 입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씁, 시청자님들. 제가요. 아마 오늘이 마지막인가봐요.”


*


민기의 멘트에 밖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생방송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유건은 맛있게 드시라고 한 마디 하고 분식 코너로 나왔다. 그러자 손님들이 방송을 보며 주문을 시작했다.


“핵떡 3인분이요. 풋, 큭큭큭.”

“얘 먹는 것 좀 봐. 아 귀여워. 저도 핵떡 3인분이랑 떡볶이 3인분이요.”

“네에! 감사합니다!”


사실 이건 유건의 노림수였다.


오후 2시 경이면 재료가 동날 즈음이라 한창 정신없을 때다. 그런데도 굳이 이 시간대를 고른 이유는, 현장의 손님들에게 BJ를 노출시키기 위함이었다.


정확히는 그가 먹는 ‘핵펀치떡’을.


-와, 와 핵펀치 인정합니다. 와아아. 막, 와. 매운데 떡도 길어서 씹다 보면 어지러워. 아 진짜. 역대급이야 이거.


몇몇 손님들의 휴대폰에서 민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유건은 홀 쪽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파이팅있게 열심히 해야지. 큭큭.’


먹방은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손님들도 느긋하게 방송을 보며 주문을 해서, 장사는 3시 무렵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손님이 떠나고, 유건은 일단 셔터부터 내린 뒤 슬그머니 홀 입구로 다가갔다.


“내가 끄으윽. 헉. 아. 형, 저 쿨샷 한 팩만 더 주세요. 끄윽. 끅.”


대략 보니 떡은 반쯤 남았고 부재료로 들어간 채소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방송 보니까 매운 것도 잘 먹고 많이 먹기도 잘 하던데.’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껄껄 웃으세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흐뭇하게 바라보세요.]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측은하게 여기세요.]


‘뭘 측은합니까. 많이 먹었네 그래도.’


먹방은 그 뒤로 20분 정도 더 이어졌다. 그리고 스태프 한 명이 손을 내저으며 컷 사인을 보내는 바람에 끝났다.


“끄으윽. 아. 형님들, 아니, 시청, 끅. 시청자님들. 이건, 이건 진짜. 진짜 대박이에요. 와. 진짜 맛있거든. 진짜 맛있어.”

‘당연히 맛있겠지. 맛이 있을 수밖에.’

“진짜 맛있는데. 끅. 와. 장난아냐. 이건, 허흑. 죄송해요. 여긴 시간제한 없는데, 아, 안되겠어. 안 돼.”


엔딩곡이 흘러나오고 BJ민기는 배를 부여잡은 채 방송을 마쳤다. 카메라가 꺼지기 무섭게 스태프들이 소화제와 위 보호제를 들고 민기에게 달라붙었다.


작가의말

민사장!! 이 ---야아아아아아!!!!!


저번화에서 너무 지나치게 절묘한 타이밍에 끊은 탓인지, 독자님들께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독자님들 상상과는 다르게 가버렸지요...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역량이 부족해서 급박하게 수정하더라도 독자님들이 만족하실 수 있는 글을 보여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서 독자님들께서 뭘 원하시는지 약간이마나 배운 느낌입니다.


조만간에, 사이다를 그냥 하아아안짝 준비하겠습니다!


성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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