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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2,002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4.05 22:00
조회
5,297
추천
138
글자
7쪽

대박이 자꾸난다 #021

DUMMY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결과가 너무 좋습니다. 쓰읍, 하는 김에 핵떡이랑 같이 먹을 순한 음식도 개발해야겠는데?’


고춧가루와 육수의 도입으로 인해 메뉴의 폭이 확 넓어졌다. 유건은 선반에 둔 고춧가루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평화한테 먹이면 볼 만 하겠는걸.”


백순대를 먹을 때도 맵다고 난리였는데, 어쩌면 배탈이 날지도 모르겠다. 유건은 고개를 휘휘 젓고 뒷정리를 하려 했다.


그때, 밖에서 캠코더를 든 남자 예닐곱 명이 다가왔다.


“저기, 안녕하세요~”


가운데 서있는 남자가 수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 왔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에 씨름선수 저리가라 할 정도로 풍채가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품속에서 명함부터 꺼내 유건에게 내밀었다.


‘두림, E&M······?’


일행이나 차림새를 보니 보험회사 같지는 않고. 어디 방송 하청업체일까? 유건이 의아하게 여기며 머쓱하게 고개를 숙여 보이자, 그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저, 지온TV에서 활동 중인 BJ민기라고 하는데요. 혹시, 저 모르세요?”

“비제이요? 아아. 아. 네. 어서오세요.”


유건은 솔직히 요새 인터넷 유행을 따라가지 못했다. 너무 바쁘게 일하는 탓도 있고, 여가 시간엔 주로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잤기 때문이다.


유건이 낯선 사람 보듯이 대하자 민기도 어색했는지 헤헤 웃었다. 그리고는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유건에게 바싹 다가가 속삭였다.


“저, 요새 핫하다고 하셔서. 민사장님 소개로 왔는데요.”

“민사장?”


유건의 표정이 단번에 구겨져 버렸다. 어쩐지 행색이나 태도나 영 수상쩍더라니.


노골적으로 싫은 얼굴을 하자 민기는 얼른 물러서서 말을 더듬거렸다.


“저기, 민사장님은 그냥 회사가 투자를 받은 거고요! 저하고는 관계없어요!”


아무래도 청주 여기저기서 돌아다니며 한 마디씩 들은 모양이다. 이 지역에서 주류 취급하는 자영업자 치고 민사장을 좋게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까.


유건은 거기까지 예상하고 한숨을 살짝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는데요. 무슨 일이세요. 비제이가.”

“저희 회사에서 요새 먹방 컨텐츠를 준비 중인데, 먹방 뭔지 아시죠?”

“먹방? 뭐, 대강은 아는데. 카메라 앞에 두고 밥 먹는 그런 거?”

“네네! 그거에요! 저희가 준비 중인 건 챌린지 먹방이거든요!”

“챌린지?”

“극한요리요! 요새 유명하잖아요. 조진다 돈가스나 대왕라멘같은 거요.”


유건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점점 짜맞춰져갔다. 즉 이 비제이는, 설대포차에서 먹방을 한 번 찍고 싶다 그 이야기 아닌가.


유건의 생각이 2층에 둔 얇은 가래떡으로 미쳤다. 원래 오늘 반응을 보고 내일 즈음에 시험 삼아 내놓아 볼 생각이었으나, 나름 괜찮은 기회 같았다.


유건은 일부러 잠깐 고민하는 척 하다가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양 고개를 끄덕였다.


“해봐요 그럼.”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민기는 허리를 연신 굽히며 감탄스럽게 소리쳤다. 그리곤 뒤에서 보고 있던 동료들에게 돌아가더니, 드디어 해냈다며 환호를 질렀다.


‘가는데 마다 퇴짜 맞은 모양이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외치세요.]

[“당장 해! 당장!”]


‘송구스럽지만 신님. 사람은 불완전해서 이런 일은 꼭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서로를 못 믿거든요.’


유건은 속으로 신에게 대답하며 민기에게 물었다.


“오늘 당장은 준비가 덜 되어서 어렵고. 날짜는 언제······.”

“네! 지금 계약서 드릴게요!”

“계약서?”


그냥 가볍게 하는 건 줄 알았더니. 민기는 동료에게서 서류 봉투를 들고 와 유건에게 내밀었다. 거창한 포장 치고 내용물은 꼴랑 두 장 뿐이었다.


서류 내용은 두 장이 똑같았다. 어느 날짜에 어느 업체에서 누가 어떤 컨텐츠를 진행할지. 그리고 컨텐츠 진행을 위해 회사측에서 업체에 지불할 계약금과 위약금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사장님은 이쪽, 업체랑, 성함이랑, 서명 부탁드릴게요.”

“네에. 어?”


유건은 계약금 내역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두림 E&M은 ( )(이하 갑)에 계약금 ( 이백 오십 만 ) 원을 지급한다.


즉 공란에 설대포차를 적어 놓으면, 유건에게 250만 원을 주겠다는 소리다.


“이백, 오십만······?”

“페이가 좀 세죠? 저희 업체 방침이에요. 프로는 프로답게!”


유건은 눈을 껌뻑거리며 민기를 바라봤다. 청주에도 공영방송이나 여러 케이블TV에서 이것저것 많이 찍긴 하는데, 보통 이렇게 계약금을 지급했던가?


소문이 적토마처럼 질주하는 이 바닥에서 누가 얼마를 받았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믿을 수가 없었다.


민기는 유건의 표정을 보고 오해를 했는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부족하세요?”

“아뇨! 아, 그게. 아니에요. 일단 여기요.”


유건은 공란을 채워서 민기에게 돌려줬다. 그러자 민기도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마저 작성하고 서명을 한 뒤 한 장을 유건에게 주며 말했다.


“그럼 사장님! 날짜는 여기 적으신 대로, 어. 목요일 오후 2시로 알고 있겠습니다!”

“네에. 목요일에 뵙죠. 조심히 가시고요.”


유건이 얼떨떨하게 인사하자 민기와 일행들은 우르르 돌아갔다.


“별,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 있네.”


일단 계약서를 잘 접어 주머니에 넣고, 유건은 멈췄던 뒷정리를 마저 끝낸 뒤 셔터를 닫았다.


*


BJ민기는 목요일 아침이 되자 정말로 다시 찾아왔다. 동료들과 반사판 같은 촬영 장비까지 챙겨 들고.


예정이 오후 2시라서 신경 안 쓰고 있던 유건은 난색을 드러내며 촬영장비들을 훑어봤다. 그러자 민기가 헤헤 웃으며 눈치를 살피듯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 사실은 며칠 전부터 쭉 보고 있었거든요. 분식 장사 하실 때는 안쪽 홀 안 쓰시죠?”


거기까지 꿰뚫어봤단 말인가. 유건은 민기의 열의에 감동보단 소름이 끼쳐 눈 밑에 경련을 일으켰다.


“그래서, 안쪽 홀을 쓰시겠다고?”

“헤헤. 좀 부탁드릴게요!”


무려 250만 원짜리 떡볶이다보니 안 된다고 하기도 그렇고. 유건은 될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비켜줬다.


“이 쪽으로 들어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형들 빨리 들어가요!”


민기의 촬영팀은 방송국 제작진처럼 노련하게 자리를 잡고 장비들을 설치했다. 이제 보니 촬영 장비뿐만 아니라 간단한 소품 같은 것도 같이 있었다.


초록색 재생 버튼 모양 쿠션이라거나, BJ민기가 방송 때 항상 끼고 있는 캐릭터 인형이라거나.


쉬는 틈틈이 몇 번인가 그의 방송을 봤기에 유건은 익숙한 분위기를 느꼈다.


“어휴.”


고개를 저으며 문 열 준비를 하려는 찰나. 스태프 한 명이 웬 종이뭉치를 들고 유건에게 다가왔다.


“사장님, 이거.”

“뭡니까?”

“대본입니다.”


작가의말

페이 이백오십주고 대본까지 줘가며 방송진행 시키는 비제이가 어딨냐!


작중의 인물, 단체, 상호 등은 실존인물, 실존단체, 실존업체 등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하하, 하하. 하하, 하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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