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 자꾸난다 #023
유건은 괜히 조금 미안해져서 슬며시 다가가 물었다.
“괜찮아요?”
“사장님. 꺼억. 잘 먹었습니다. 이거, 남은 건 포장 해주실, 수, 있나요.”
“해드려야죠. 근데 이거 남아서 어떡해. 방송에 안 좋은 거 아니에요?”
“눈속임으로, 다 먹은 척, 히꾹. 할 수는 없으니까요.”
민기는 헤헤 웃으며 스태프들이 건네는 약을 받아 마시고 일어섰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사장님.”
“감사는요. 제가 감사하죠. 가끔 생각나면 오세요.”
“네, 히꾹. 이만 가볼게요.”
민기는 PD로 보이는 스태프와 함께 나가고, 남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장비를 거두어 철수했다.
“귀신같이 빠르네들.”
유건은 휑해진 홀을 대강 정리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때 갑자기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응?”
잠깐 울리고 만 게 아니다. 미친 듯이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얼른 휴대폰을 꺼내든 유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소에 연락도 없던 사촌 형제들부터 군대 동기들, 심지어 대학 때 잠깐 알고 지냈던 학우들까지. 메신저 채팅방이 한번에 열다섯 개나 불어났다.
“뭐가 그리들 궁금하다고. 어휴. 평소에나 연락하지.”
유건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리고 메신저의 알림 기능을 꺼둔 뒤 벤치 프레스 등받이에 누웠다.
“아아. 이제 좀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네. 다음은 진짜로 튀김류를 연구해야지.”
이대로 상승세를 타면 가게를 확장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유건은 무거운 바벨을 덜렁덜렁 들었다 놨다 하다가 받침대에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에휴~ 오늘 나름 재밌었는데. 후원 안 주시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아차 하세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당신에게 후원 포인트 1점을 지불합니다!]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당신에게 후원 포인트 1점을 지불합니다!]
‘아, 반쯤 농담삼아 한 말인데 진짜로 주시네. 감사합니다!’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말씀하세요.]
[“연애 할 궁리나 하시지?”]
‘이런 젠장.’
잘 가다가 꼭 한 신이 문제다. 유건은 벌떡 일어나 앉아서 후원 패널을 열었다.
-잔여후원 포인트 3 (누적 3 / 사용 0)
-현재 후원 상품
10점 : 신월도
20점 : 정령의 날개
30점 : 용의 숨결 구슬
40점 : 축지신
50점 : 만년 묵은 선인과
-후원 포인트 10점을 사용하여 후원 상품을 무작위로 갱신할 수 있습니다.
“한참 남았네. 쯧.”
포인트를 받아 기분이 좋았는데, 쌓인 포인트 현황을 보니 다시 기분이 가라앉는다.
유건은 고개를 휘휘 젓다가 이마를 짚고 중얼거렸다.
“앞으로 BJ들 자주 섭외해서, 먹방 실패할 때마다 1포인트씩 어떻습니까.”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횡포였다. 그래서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데, 메시지 패널이 새로 나타났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제안을 하세요.]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고개를 끄덕이세요.]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마지못해 승낙하세요.]
“뭐야. 설마?”
농담 삼아 한 말이었는데. 유건이 메시지 패널들을 훑어보자, 패널들이 후루룩 빨려 들어가고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세 신의 만장일치로 당신의 제안이 승인되었습니다.]
“진짜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엄지를 척!]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유건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하늘을 우러러봤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입금 2,500,000 / ㈜두림E&M
타이밍 좋게 계약금까지 입금되었다.
‘나이스!’
유건은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꽉 깨물며 기쁨을 만끽했다.
*
BJ민기가 다녀간 뒤, 설대포차는 인터넷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인 BJ부터 방송 경력이 쌓인 베테랑 BJ까지. 물론 민기처럼 계약금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유건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당신에게 후원 포인트 1점을 ‘하는 수 없이’ 지불합니다!]
먹방은 오는 족족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실패는 즉 유건의 후원 포인트다.
그래도 유건은 비열하게 떡의 양을 늘리거나, 서비스를 주는 행위는 일절 하지 않았다.
뭔가 말이 이상하지만 여하간. 신들과의 약속이기에 정정당당히. 무조건 정량만 주기로 했다.
유명 BJ들도 찾아오다 보니 인터넷 뉴스 등에도 간판이 자주 노출되고,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마저 생기는 바람에 식자재가 매번 동나 버린다.
식자재 품질 증가의 축복으로 양을 불리는데도 부족하니. 유건에게 있어선 행복한 고민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미친 듯이 달려, 어느 새 석 달이 지났다.
어느 날 아침. 유건은 새벽 이른 시간에 전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뭐야 이 시간에······. 으음.”
휴대폰이 아니라 포차로 전화가 오다니. 드문 일이었다. 유건은 어슬렁어슬렁 1층으로 내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금 시간이······.”
-아예, 안녕하세요! 저, BJ간건강이라고 하는데요.
반쯤 풀어져 있던 유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
BJ간건강.
본명은 강희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영화배우였다.
조각 같은 얼굴과 몸. 멜로영화부터 헐리우드 액션영화의 주연까지 두루 커버하고. 작곡에 노래에 그림까지 못하는 분야가 없는 초 만능 엔터테이너.
그가 연예계에서 매장당한 건 유건이 군대에 있었던 무렵이다. 오래 된 아이돌 그룹의 멤버와 불륜 설이 돌면서 이미지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결국 이혼 소식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불륜 설이 두드러지며 성추행, 도박, 대마 등등 온갖 안 좋은 소문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나, 그가 연예계를 떠난 뒤 1년 만에 전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안타까운 일이다. 해외의 러브콜은커녕 국내 대부업체조차도 그를 찾아주지 않았다.
그런 그가 다시 일어선 계기는 바로 BJ, 인터넷 방송이었다.
눈물어린 해명으로 개인 방송을 시작하고, 뒤이어 다양한 컨텐츠로 순식간에 인방 업계의 특등석에 올라앉았다.
BJ민기 때 이후로 유건은 인터넷 방송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선 재미있어서 챙겨보는 것도 없잖아 있는데, 그런 유건이 가장 즐겨 보는 BJ가 바로 간건강이다.
일주일동안 헬스, 작곡, 요리, 노래, 반려동물, 음주 등의 컨텐츠를 돌려쓰는 초능력자.
그중에도 그의 기상천외한 술먹방은 유건의 여가엔 없어선 안 될 요소가 되어버렸다.
조주기능사 자격증과 국내 전문대의 바텐더 자격 인증서를 전부 따고, 이젠 해외의 자격증을 알아보고 있는 실력자.
흔히 접할 수 있는 칵테일은 물론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온갖 신기한 방식으로 단 한 잔에 세계를 담아낸다.
그런 BJ의 전화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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