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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1,994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3.30 22:00
조회
6,181
추천
156
글자
8쪽

대박이 자꾸난다 #015

DUMMY


“평화야! 이게 마지막이야!”

“옛슴다!”


새벽 한 시가 가까울 무렵. 유건은 마지막 재료를 탈탈 털어 만든 순대볶음을 내어놓으며 소리쳤다.


재료가 없어 어떤 메뉴도 한 접시가 나오지 않는다. 유건이 주방 밖으로 머리를 내밀자 주변에 앉아있던 손님들은 눈치를 채고 일어섰다.


“계산 할게요~”

“옛슴다! 육만, 사천, 이백원!”


슬슬 손님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평화가 계산대에 붙을 동안 유건은 밖으로 나가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재료가 떨어졌어요!”

“아니 여기 원래 이렇게 장사가 잘 됐대요? 어제도 엄청 붐비더니 오늘은 이 시간에 재료가 떨어졌대?”

“하하! 그러게요! 매주 교회라도 나가야 될까 봐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고개를 휘휘 저으세요.]


‘거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유건은 슬쩍 퀘스트 패널을 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퀘스트 패널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손님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떡하지? 저쪽 길 건너 포차 갈까? 저기도 사람 좀 있네.”

“야, 저기 별로야. 다 이쪽 줄에서 기다리다가 넘어간 거구만.”

“시간도 늦었고, 그냥 편의점이나 가자.”


결국 밖에 모여 있던 손님들은 아쉬운 얼굴로 돌아가고, 평화도 안쪽 손님들의 계산을 다 끝냈다.


평화는 지치지도 않는지 노련한 손놀림으로 난장판이 된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고생했다! 좀 쉬어, 형이 할게.”

“아닙니다 사장님. 저보다도 더운데서 고생하셨는데.”


유건이 셔터를 반쯤 내리고 안쪽으로 들어오자, 평화가 개수대에 서서 물을 틀며 대답했다.


야무지게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유건은 흐뭇하게 웃으며 주방으로 가서, 애매하게 남은 재료들을 모으고 커다란 웍에 기름을 둘렀다.


“평화, 순대볶음 빨간 게 좋냐 하얀 게 좋냐?”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분홍색을 찾으세요.]


‘분홍이요?’


스파게티면 몰라도 순대가 분홍이라니. 유건은 엉뚱한 신의 메시지에 기가 막혀서 허허 웃었다.


“사장님 요리는 다 좋습니다.”

“캬, 넌 진짜 군대 가면 사랑 많이 받겠다. 난 갈굼을 안 처먹으면 잠이 안 왔는데.”

“군대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UDT. 그냥 잠깐 발만 담갔지.”


말을 하면서도 유건은 부지런히 재료를 분류했다.


큼직하게 썬 양배추에 자잘자잘하게 채 썬 양파, 쫑쫑 썬 고추. 그리고 순대.


“양념 새로 재워놔야겠네. 백순대로 할까.”


일반적인 순대볶음은 이 정도 재료에 들깨가루를 넣고 볶는다. 가끔 중식을 하던 사람들은 물전분을 조금 써서 중화풍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유건의 백순대는 이 둘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마늘 어디다 뒀더라. 여깄다.”


올리브유에 다진마늘을 볶는다. 올리브유는 센 불에 쓸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식용유보다 열이 훨씬 빨리 올라서 아차 하는 순간에 다진마늘이 탈 수 있다.


볶은 다진마늘은 일단 걸러내고, 마늘향이 올라온 기름에 단단한 채소들을 볶는다.


잠깐 볶자 양배추가 투명해진다. 이때 고추를 투입. 불을 줄이고 잠깐 놔두고. 그동안 볶아둔 다진 마늘에 땅콩 소스를 적당히 섞는다.


고추는 금방 매캐한 향이 올라오니 최대한 빠르게. 배합이 다 되면 불을 다시 올리고 순대와 들깨 가루, 고추기름을 약간 둘러 쳐서 휘리릭 저어주고.


불을 끈 뒤 배합한 소스와 깻잎을 사방에 뿌리듯 빙빙 둘러준 뒤 잘 섞어서 접시에 올리면 끝.


담백함 뒤에 찾아오는 화끈함. 백순대가 느끼해서 싫다는 손님들도 유건의 백순대는 맛있게 먹는다.


어렸을 때 돌봐주셨던 아저씨께 배운 요리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박수를 치세요.]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맛을 심히 궁금해 하세요.]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투덜투덜하며 흘끔거리세요.]


유건은 픽 웃으며 양배추를 하나 집어먹었다. 아주 곤죽처럼 무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설익어서 아삭거리지도 않고. 과장을 조금 보태면 약간 케이크 같은 식감과 절묘한 감칠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입술을 핥으세요.]


‘언제 한 번 오세요. 가게 메뉴 전부 다 대접해 드릴 테니까.’


유건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접시를 들고 홀로 나왔다. 그러다가 문득 둘이 먹기엔 부족할 것 같아서 뭔가 먹을 게 없나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잠깐, 아까 꽃빵 찌고 남은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 있습니다.”


어느새 설거지를 마친 평화가 꽃빵을 찜통 채로 꺼내왔다. 그 많던 접시를 벌써 다 닦다니. 유건은 개수대를 흘끗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꽃빵에 순대볶음이라니. 유건은 냉장고에 든 소주병을 보며 물었다.


“평화 집까지 걸어 다니지?”

“예.”

“한잔 할래?”

“죄송합니다. 술을 못 마셔서.”

“이런? 좀 많이 아쉬운데.”


그러나 못 마시는 술을 강요하는 성격은 아니다. 유건은 술 대신 사이다와 잔을 챙겨 평화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탄산은 괜찮잖아.”

“네. 잘 먹겠습니다 사장님.”


유건은 젓가락을 든 채 가만히 평화를 바라봤다. 평화가 들어온 뒤에 생긴 즐거움이다.


“아.”


평화는 순대볶음을 한 번 먹고 깊은 감탄을 흘렸다. 그리고는 열반에 든 부처님 같은 표정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맛있게도 먹네.’


평화의 리액션은 어느 요리 만화에도 뒤지지 않는 박력이 있었다. 과장되지 않은 기쁨이 표정과 몸짓에서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


“맛있냐?”

“예!”

“하하, 그랴 많이 먹어.”


유건은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흐뭇한 얼굴을 하고 젓가락을 움직였다.


그때,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컨텐츠를 좀 만들어볼까?’


먹는 사람을 죽여 버린다는 돈가스나 인간은 다 먹을 수 없다는 자장면 등. 요즘 인터넷에서 소위 ‘먹방 BJ’라는 사람들이 도전하는 요리.


유건은 음식으로 장난치는 걸 싫어했지만, 시대에 맞춰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야 평화야.”

“예. 하, 하후, 헉. 헉.”

“매워?”

“맵, 하아, 맵습니다.”


적당히 먹기 힘들면서 구미가 당기는 요리라. 유건은 평화가 헐떡대며 사이다를 마시는 걸 보고 씩 웃었다.


“야. 대왕 순대볶음 이런 거 해볼까? 컨텐츠 요리 있잖아.”

“합, 하, 안됩니다.”

“안 돼? 왜?”

“하뜨. 너무 맛있어서 실패가, 하, 합, 안 나옵니다.”

“!”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어찌 저리 말도 예쁘게 할까. 유건은 큭큭 웃으며 냉장고에서 유산균 음료를 가져다 줬다.


그 때 갑자기 퀘스트 패널이 부르르르 떨기 시작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제안을 하세요.]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눈을 빛내세요.]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세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애원하세요.]


‘뭐야. 무슨 일이야?’


혹시 신들끼리도 싸우는 걸까. 갑자기 덜컥대며 쏟아져 나오는 메시지 패널을 보고 유건은 겁이 날 지경이었다.


“하아, 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 매워.”

“어? 아니. 그냥 뭔 소리 나는 것 같아서. 신경 쓰지 마.”


그 때 유건이 처음 보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세 신의 만장일치로 ‘후원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작가의말

아니 나이가 스물일곱인데 어느새 유디티를 나와서 약대를 들어가?


조만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질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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