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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2,001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4.01 22:00
조회
5,948
추천
165
글자
8쪽

대박이 자꾸난다 #017

DUMMY


“감사합니다! 이거면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도 않고, 식혀서 냉장고에 보관해뒀다가 쓸 수도 있겠어.”


육수 졸이는 데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낮에 쉴 때 졸여뒀다가 작은 냄비에 옮겨놓고 쓰면 공간상의 문제도 없을 것이다.


“다음은 메뉴. 뭐가 좋을까.”


유건은 휴대폰으로 인터넷 방송 사이트를 켰다. 검색어에 도전, 먹방 등등의 키워드를 넣자 결과가 산더미처럼 올라왔다.


“주로 자장면, 라멘, 돈가스, 초밥, 뭐 이 정도네. 우린 떡볶이로 해볼까.”


잔뜩 해놓으면 잘 안 식고, 배도 부르고, 요리하기도 쉽고. 설대 포차의 메뉴 중에는 떡볶이가 제격이다.


메뉴가 정해졌으면 다음은 컨셉이다.


흔히 ‘점보’라는 이름이 붙는 요리들은 거대한 접시에 산더미처럼 담아서 나온다. 음식을 접하는 BJ도 놀라고, 시청자들의 채팅 반응도 격하다.


‘일단 비쥬얼부터 파격적이어야 해.’


이런 큰 접시를 구할 수 있을까. 유건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벽에 걸려 있는 웍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겁나게 파격적이긴 하겠는데.”


웍에 떡볶이를 한가득 담아서 테이블에 내어 놓으면?


일단 엄청난 열기에 압도될 것이다. 그 다음은 바글바글 끓는 떡볶이의 양에 놀라겠지. 유건은 거대 떡볶이를 내어놨을 때 어떤 상황이 생길지 이미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웍은 좀 작은 걸 쓰고.’


요리할 때 쓰는 웍은 지름이 70cm인 대형 팬이다. 너무 커서 테이블에 그냥 올렸다간 손님들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60짜리 쓰면 적당하겠지. 떡볶이는······.”


그냥 축복받은 재료를 대량으로 써서 만들까 했던 유건은 고개를 저었다.


방송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양이 많아서 실패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걸.


‘하루에 준비할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인데, 괜히 실패하면 너무 아까워.’


평범한 재료를 쓰되, 평범치 않은 맛을 내야 한다. 유건은 지금까지 만든 요리로 아침을 먹으며 다시 고민에 빠졌다.


‘파격적인 거. 파격적인······. 아.’


그러고 보니, 축복받은 재료는 가래떡이다. 그리고 가래떡은 원래 길게 뽑혀 나온다.


“그거다!”


길고 얇게 뽑은 떡을 쓰는 것이다. 재료 단가가 다소 나오겠지만 도전 실패시에 받는 가격을 잘 잡아 놓으면 된다.


떡의 종류만 바꾸는 건 뭔가 부족하다. 유건은 인터넷 방송을 훑어보다가 뭔가 발견했다.


“핵, 짬뽕이라.”


엄청나게 매운 짬뽕. 먹는 사람들의 입술이 마구 부르트고, 양이 많지도 않은데 다들 포기해 버린다.


‘핵, 짬뽕. 핵, 떡볶이······?“


시간은 아침 아홉 시. 유건은 2층으로 올라가서 A4용지에 토요일도 쉬게 되어 죄송하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적고 1층으로 내려왔다.


“매운 맛은. 직접 느껴보는 게 빠르지.”


일단 가까이 있는 청주부터. 매운 맛을 어떻게 내는 지 맛보러 갈 생각이었다.


*


“여기, 매운 짬뽕 하나요.”

“네 손님~”


유건은 청주에서 매운 짬뽕으로 유명한 짬뽕 전문점에 찾아왔다. 시간이 9시 반 정도인데도 아직 사람이 많았다.


짬뽕은 미리 국물을 끓여뒀는지 금방 나왔다. 그리고 냄새를 맡아 본 유건은 인상을 썼다.


‘캡사이신이야.’


요리를 전문적으로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알 수 있었다. 유명하다고 해서 왔건만. 그저 국물에 캡사이신을 풀어 아린 맛을 냈을 뿐이다.


한 젓가락 집어 보니, 면의 모양새는 울퉁불퉁하고 재밌다. 헉헉대며 먹는 사람들을 보니 다들 면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면은 수타면 같은데. 이걸로 눈을 속인 거군.’


식감도 좋고 들어간 재료도 실하다. 그러나 유건이 찾아 나선 매운맛하고는 거리감이 있었다. 캡사이신은 마트에 가면 몇 천원에 대량으로 살 수 있고, 혀가 아픈 매운맛을 낸다.


‘좀 더 깊은 맛이 필요한데. 얼큰하게.’


단지 입만 아픈 게 아니라, 후끈하고 얼큰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런 맛이 필요하다.


유건은 그냥 면만 반쯤 건져 먹고 계산을 한 뒤 식당을 나왔다. 매운 음식을 잘 먹는 편이긴 했지만, 국물까지 다 먹으면 속이 아플 것 같았다.


“아. 벌써 속 쓰린 것 같은데.”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미련하다며 혀를 차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으으.”


식당에서 나오고 나니 뒤늦게 속이 아파온다. 유건은 근처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 마시며 바깥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그걸 괜히 먹어가지고. 다음은. 매운 돈가스. 매운 불고기. 매운 닭발. 흐음······. 음?”


속을 달래며 정보를 찾는 와중에, 유건의 휴대폰 상단에 메신저의 메시지가 떴다.


수연 : 선생님, 뭐하고 계세요?


웬일로 퀸즈 마트의 수연이 연락을 해왔다. 벌써 5년도 전에 과외를 했을 뿐인데, 여전히 호칭은 선생님이다.


유건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답변을 보내려 했다. 그 때 유건이 앉은 테이블 옆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선생님!”

“응?”


수연이었다. 수수하게 다니는 평소와 다르게 프릴이 달린 상의에 귀걸이까지. 꾸며 입은 모습에선 항상 느껴지던 어린 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건은 휴대폰 화면에 떠있는 메신저를 보고 수연에게 물었다.


“뭐야. 나 보고 톡 보낸 거였어? 이런 데서 다 만나네.”

“헤헤. 선생님은 어쩐 일이세요? 이 근처엔 식재료 같은 거 취급하는 곳이 없을 텐데.”

“아, 하하. 가끔 기분전환 좀 할까 해서. 너는?”

“휴학계 쓸 때 뭘 빼먹었대서, 학교에 갔다 오는 길이에요. 근데 혼자 계세요?”


수연의 천진난만한 질문이 유건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게다가 퀘스트 패널이 요란하게 부르르 떨며 메시지를 떨어뜨렸다.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피식 웃으세요.]


‘확인사살을 하시는군.’


유건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자 수연이 그 표정을 보고 아차 하며 입을 가렸다.


“죄송해요! 저, 다른 뜻이 있던 건 아닌데.”

“아냐. 맨날 일만 해서 친구도 없고.”

“아······.”

“사실은, 새 메뉴를 개발하려고 좀 알아보는 중이거든. 매운 떡볶이나 해보려고.”


유건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달리 숨길 일도 아니고, 분위기가 침울해지는 것 같아 화제를 전환하고 싶었다.


그걸 들은 수연은 금세 반색하며 손뼉을 쳤다.


“정말요!? 매운 거 좋아하세요!? 저 매운 거 진짜 좋아하는데!”

“그래? 그럼 혹시, 뭐든 괜찮으니까 맛있게 매운 집 알아?”

“저희 고모가 이 근처에서 매운 떡찜 하세요! 같이 가실래요? 마침 고모 뵈러 가는 길이었거든요!”

“정말!?”


떡찜이라! 유건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떡볶이랑은 다른 음식이지만 주재료가 떡이라는 공통점도 있고,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고개를 저으세요.]

[“네 눈엔 정말 중요한 게 안 보이는 모양이로구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


유건은 옆에서 떠다니는 메시지 패널을 보다가 수연을 내려다 봤다. 키가 한참 큰 유건을 바라보느라 고개를 한껏 들고 웃는데, 꼭 주인님 기다리는 강아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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