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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1,981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4.12 22:00
조회
4,374
추천
161
글자
8쪽

대박이 자꾸난다 #028

DUMMY

진술서를 작성하는 동안 유건은 멀리 있는 평화를 흘끗거렸다. 경찰서가 처음이라 그런지 공손하게 무릎을 모으고 앉아 수사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별 문제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볼펜을 놀리려는데. 경찰서 입구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아이 썅 놔봐! 김형사님 진짜 너무하네! 다짜고짜 반말 쓰면서 수갑이나 채우려고 들고 말야! 내가 여기서 입만 뻥끗하면 말야! 여기 앉아있는 사람들이 말야! 어!!”

“조용히 안 해? 유치장에서 얘기할까?”

“아, 아니이이. 김형사님. 내 말은!”


민사장이다. 팔을 요란하게 털며 겁도 없이 형사에게 행패를 부리는데, 얼굴과 목 칼라에 피가 묻어 있었다.


수사관은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이를 갈았다.


“저 새끼는 좀 그만 봤으면 좋겠는데. 어휴.”

“그러게 말이에요.”


유건은 그의 말에 깊은 공감을 느끼며 진술서를 마저 적었다. 그때 민사장이 유건을 발견하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어! 수건이 아냐? 이번 달엔 좀 자주 본다?”

“······예. 민사장님.”

“이보세요. 담당 수사관 놔두고 왜 이리 옵니까. 빨리 가세요!”


수사관이 매섭게 책상을 치며 삿대질을 하자 민사장은 소리 없이 구시렁대며 자리로 돌아갔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인간이란.


수사관은 험악한 얼굴로 민사장을 쳐다보다가 쯧 하고 혀를 차며 유건에게 말했다.


“저번엔 참고인 자격이셔서 그냥 바로 보내드렸지만, 이번엔 좀 복잡해요. 아시죠.”

“알죠. 식당이 박살나게 생겼는데. 어휴.”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세요.]


유건은 골이 아파 와서 관자놀이를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그때 평화가 진술을 끝내고 유건에게 다가왔다.


“사장님. 진술 다 끝났습니다.”

“어. 넌 이제 가면 돼?”

“예. 가도 된다십니다.”

“그럼 얼른 가봐. 집에 가면 부모님께 오늘 일 말씀드리고. 걱정 많이 하실 테니까 잘 달래드려.”


이제 평화는 다시 볼 일 없겠지. 유건은 씁쓸하게 웃으며 평화의 팔을 다독였다. 평화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곧장 떠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이대로 두면 아침까지 안 가고 있을 기세다. 유건은 하는 수 없이 수사관에게 부탁했다.


“수사관님. 저 이 친구랑 담배 한 대 피우고 와도 될까요?”

“아, 네 그러세요.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

“감사합니다! 금방 다녀올게요.”


유건은 평화를 데리고 주차장 한 구석의 흡연장으로 향했다. 담배를 피우겠다고 하고 나왔지만 그냥 핑계일 뿐. 유건은 비흡연자였다.


“너 담배 피워?”


유건이 묻자 평화는 고개를 젓고 재떨이 옆에서 비켜섰다.


“안 피웁니다. 피우셔도 괜찮습니다.”

“나도 안 피우는데. 뭐, 미안하다. 괜히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사장님 잘못 아닙니다. 저 사람들이 나쁜 거지.”


어쩌면 이렇게 말도 이쁘게 할까. 유건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집에 조심해서 가고. 알바는, 부모님께서 하지 말라고 하면 알겠다고 그래.”

“저, 해고당한 겁니까?”

“왜 짜식아. 위자료 줄까?”


유건이 피식 웃으며 묻자 평화도 쿡 하고 웃었다. 평화가 웃는 건 처음이었다.


“일 그만두게 되어도, 자주 찾겠습니다.”

“그래! 이젠 진짜로 형 동생 하는 거다?”

“예, 형.”


평화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홀로 돌아갔다.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유건은 씁쓸한 얼굴을 한 채 경찰서로 가려고 했다.


그때, 뚜벅뚜벅 하고 가벼운 구두 소리가 다가왔다.


“수건이~”


민사장이다. 그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끌끌거리고 웃으며, 벌써 저 멀리서부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상종도 하기 싫었던 유건은 대강 무시하고 옆으로 지나쳐가려 했다. 그러나 민사장이 얼른 발을 뻗어 막아섰다.


“섭섭하게 왜 이러냐? 나온 김에 얘기나 좀 하자 인마!”

“방범비는 준비 됐습니다. 조사 받아야 되니까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야! 야야야, 야~ 방범비. 그거 인마! 그냥 킥 하자 우리.”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유건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사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민사장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기가 걸렸다.


“일 하나만 해 주면······.”

“됐습니다.”


그럼 그렇지. 유건은 민사장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러나 민사장은 끈질겼다.


“야! 너도 그 조선족 새끼들한테 엮인 거 아냐 인마!!”

“!”


유건이 다시 쳐다보자 민사장은 아직 긴 담배를 한 번에 빨아 태우고 재떨이에 툭 던졌다. 그리고는 코와 입으로 담배연기를 뿜으며 가래침을 모아 뱉었다.


“역린회라는 새끼들인데, 궁금하냐.”

“······.”


여기서 대답해 버리면 꼼짝없이 민사장과 엮이게 된다. 그러나 무시해 버리면?


이전에 패거리가 우르르 붙잡혔는데도 사람을 보낸 놈들이다. 이번 일로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심한 보복을 가해 올 것이다.


정의를 관장하는 신과 전쟁의 신에게 축복을 받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건 개인의 몫.


주변 사람들. 그리고 식당에 새로운 위해를 끼치겠지.


유건은 눈을 차갑게 내리깐 채 물었다.


“그 놈들, 저한테 청소 시키려는 겁니까.”

“흐. 말이라고 하냐?”


민사장이 새로 담배에 불을 붙이다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유건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뒤에 있는 경찰서로 시선을 돌렸다.


‘기껏 벗어났는데.’


원래대로라면 경찰들은 유건을 민사장보다도 악질로 취급했을 것이다. 유건이 수사관에게 존댓말을 듣는 이유는, 그가 개과천선했기 때문이다.


그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민사장은 악마가 속삭이듯이 간사하게 말했다.


“얼마나 좋냐. 너 이쪽 일 아주 천직이잖아. 이번 일 한 번만 잘 처리하면, 방범비도 면제 해주고. 다신 너 찾지도 않으련다. 내가.”


유건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웃었다. 민사장이 멍하니 바라봐도 그저 끌끌거리고 웃기만 했다.


그 태도에 기분이 나빴는지 민사장은 방금 불붙은 담배를 바닥에 팍 던지고 위협적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왜 인마. 왜 쪼개는데.”

“방범비로 퉁 치시게?”

“뭐야? 아.”


그의 얼굴에 후회가 깃들었다.


유건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두 손으로 앞머리를 싹 쓸어 넘기자, 평소의 순박함을 버린 차가운 눈이 민사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민사장님.”

“어, 어.”

“요새 경영만 하시느라 감이 무뎌지셨나 본데. 내가 용돈 주고 쓰는 양아치에요?”


유건은 과거를 청산했다고 해서 바보가 된 게 아니었다. 애초부터 민사장에게 굽실거린 건 포차 장사에 문제가 생길까봐, 어머니의 병원비가 걱정이 되어서였을 뿐이다.


민사장이 왜 상처를 입은 채 경찰서에 왔는지, 왜 ‘역린회’라고 하는 밀입국자 깡패들을 정리하고 싶어 하는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역린회가 그를 노리고 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오늘 찾아온 괴한들이 단순히 복수를 위해 온 것 같지도 않았다.


“걔들 우리 집 온 거. 민사장님이랑 나랑 썸씽 있는 거 알고 온 거 같은데?”


작가의말


민사장.

이제 피 볼때 됐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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