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2,013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4.13 22:00
조회
4,165
추천
161
글자
8쪽

대박이 자꾸난다 #029

DUMMY

민사장의 팔다리를 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민사장이 항상 데리고 다니는 그 멍청한 부하도 없었다.


“그 비서님은 어디 가셨대요?”

“그게. 그.”


유건이 일부러 주변을 둘러보며 묻자 민사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피했다. 추측은 정답이 되었다.


“병원 가셨나 보네. 거 좀 튼튼하고 빠릿빠릿한 분을 쓰지.”


민사장은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평소에 유건의 돈을 강탈하고 욕을 해대서 자기 자신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유건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단지 싸움만 잘하는 놈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머릿수와 연장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민사장의 불안한 얼굴. 유건은 그의 표정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고 씩 웃었다.


“그래서, 몇 명인데요?”

“해주게!?”

“이미 저도 엮였잖아요. 해야죠 그럼.”


역시 민사장과 뭔가 있었던 거다. 그러니까 공권력의 눈을 피해 놈들을 정리하려 드는 것이다. 유건은 하는 수 없이 인심 써준다는 투로 말했다.


“방범비 면제, 사장님이 제시하신 거예요. 맞죠?”

“맞아. 뭐, 또 필요한 거 있어?”

“계약서라도 써주실 기세네. 보너스는 일 끝나면 얘기하고. 자료는요.”

“이틀만 기다려. 내가 그 새끼들 머리카락 개수까지 싹 찾아서 줄 테니까!”


민사장은 아직 불안한 얼굴이었으나 그래도 신이 났는지 호들갑을 떨었다. 그가 신이 나니 유건도 덩달아 흥이 올랐다.


‘아주 좋아 죽네, 좋아 죽어. 그럼 난 가게로 쓸 건물 뜯어내야지.’


설대포차의 가건물은 이제 재활용도 안 된다. 한쪽 벽에 균열이 생긴 이상 무너뜨리고 새로 짓는 수밖에.


그리고 그 좁은 토지에 새 건물을 짓느니, 차라리 더 큰 건물로 위치를 옮기는 게 낫다. 민사장이라면 상가 건물도 많겠다, 입지 괜찮은 자리로 하나 뜯어내면 엿을 제대로 먹이는 셈이다.


유건의 머릿속에서 어떤 계산이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민사장이 비굴하게 실실 웃으며 물었다.


“왜. 뭐 걸리는 거 있어? 애들 좀 붙여줄까?”


옛날 같았으면 무조건 붙여달라고 했을 것이다. 방호파 사건 때도, 그 이전에도, 유건은 절대 혼자서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


자신이 죽으면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신의 축복이 있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유건은 고개를 저으며 민사장에게 말했다.


“혼자 가죠 뭐. 여러 사람 동원할 필요가 있나. 휘말려서 다치면 어쩌려고.”


민사장은 그 한 마디에 입을 다물었다. 그가 조용해지자 유건은 돌아서서 다시 경찰서로 향했다.


‘이 정도 겁을 줘 놨으면, 앞으론 설치고 다니지 않겠지.’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유건은 휴우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조폭보다 더 조폭 같던 얼굴은 어느새 평소의 순박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심장이 막 뛰네.’


솔직히 센 척이었지만, 센 척을 해놓고 뒤늦게 후회했다.


혹시나 민사장이 주류 유통 라인을 붙잡고 세게 나오면 어쩌나. 일은 다른 놈한테 시키면 된다며 엄포를 놓으면 어쩌나.


그러나 다행이도 일이 잘 풀렸다. 평소에 데리고 다니는 비서가 없던 것도 한 몫 했다.


“담배 엄청 오래 피우시네요.”


자리에 돌아가자 수사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매서운 형사의 눈이었다.


유건은 밖을 바라보는 척 하고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들어오는데 민사장이 붙잡아서요.”

“왜, 뭐라는데요?”

“떡볶이 맛없다고 지랄하잖아요. 개새끼.”


유건이 둘러대자 수사관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어찌어찌 잘 넘어간 것 같다. 안심할 수는 없지만.


*


민사장과 경찰서에서 만난 지 이틀. 유건은 민사장이 몇 사람을 거쳐서 마련해준 숙소에 틀어박혀 있었다.


방 한 구석에는 푸르스름한 종이로 둘둘 감은 통이 잔뜩 놓여 있다.


크기는 대강 캔커피 정도로 일정하고. 곁에는 낡은 가스 봄베가 구르고 있었다.


“후우우우.”


유건은 초긴장 상태로 검은 통에 명주실을 대고, 푸른 종이로 둘둘 감았다. 그리고 그 위에 사포를 한 장 붙인 뒤 삐져나온 명주실을 대고 새로운 사포를 맞물리도록 감았다.


마지막으로 접착제를 바르고 다시 푸른 종이를 감자 구석에 있는 것들과 똑같은 통이 완성되었다.


“다 했다. 후우.”


푸른 통이 스무 개. 이른바, 사제폭탄(IED)다. 정확히는 폭약이 아니라 최루탄이지만.


유건은 마지막으로 제작한 최루탄을 구석에 조심스레 두고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어머니가 알면 날 죽이려 들겠지.”


이번 일이 끝나면 당분간은 병원에 가면 안 된다. 귀신같이 알아챌 테니까.


약대 자퇴한 분식집 사장이 난데없이 웬 사제폭탄인가. 민사장이 유건을 탐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


유건의 어머니는 현재 암투병중인 일반인이다. 그러나 본래 신분은 군인. 그것도 주변 사람들은 물론, 아들인 유건에게조차 어느 부대 소속인지 밝히지 못하는 특수 보직이었다.


해외로 파병을 나가는 건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건지. 유건이 어렸을 때 어머니는 거의 집에 없었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다. 유년시절부터 유건을 돌봐준 사람은 어머니의 옛 상관이라던, 이름도 잘 모르는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말수가 적고 사람 대하는 게 어수룩했지만, 그만큼 유건에겐 자상했다.


유건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닭 가슴살과 계란을 비롯해 영양가가 충만한 식사를 챙겨줬고, 신나게 놀아주셨다.


수영, 밧줄타기 같은 것부터 해서 무에타이, 크라비, 판크라티온 등의 무예를 골고루 가르쳐주셨다. 열 살 생일 때는 날이 안 선 군용 대검을 선물로 주시고 그때부터 칼리 아르니스를 배웠다.


중학생 시절에는 폭죽의 내용물과 농가의 비료, 학교 과학실에 있는 마그네슘, 집에서 쓰는 세제 등을 이용한 IED 제조법도 가르쳐주셨다.


방학 때면 오지로 캠핑도 자주 다녔다. 고폭탄에 쓰는 치즈 모양 장약으로 취사를 했는데, 대체 그런 군용품을 어디서 구한 건지.


유건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었다.


초등학생이랑 놀아준답시고 인간병기를 키우다니. 사람 대하는 게 묘하게 어수룩했던 아저씨답다.


그래도, 아저씨가 있었기에 유건은 이렇게 살아올 수 있었다. 학교 다니는 내내 공부 하느라 힘든 적도 없었고, 사제폭탄을 공부하던 영향이었는지 수업이 어렵지도 않았다.

결국 유건은 S대 약대에 붙어버렸다. 그러나 바로 입학하진 않았다.


자주 만나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반항심. 사춘기의 잔향으로, 홧김에 UDT에 지원했다. 그리고 단번에 붙어 버렸다.


그러나 오래가진 못했다. 2년 반 정도 복무했으나 아무 인연도 없던 상관의 비리에 휘말려 억울하게 징계를 받고 퇴역했다. 불명예 전역을 당한 것이다.


어머니가 손을 썼다. 유건은 부대를 떠나며 어머니를 많이 원망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기에 이듬해에 복학했다.


그리고, 그 해에 어머니는 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제대했다. 유건이 스물세 살 때였다.


‘파란만장하구만.’


B급 액션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이런 인생을 살까. 유건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상의를 벗어던지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흉악하다 싶을 정도로 전신에 우둘투둘 솟아 있는 핏줄. 보디빌더처럼 크고 우람하진 않으나 돌처럼 단단하게 붙은 근육. 그리고 흩뿌려놓은 것 같은 흉터들이 드러났다.


샤워기를 틀고, 유건은 화장실 문을 닫았다.


작가의말

로그인을 해보니 후원금이 도착했다는 쪽지가 와있었네요!

무료연재하면서 후원을 받아본게 처음이라 많이 신기합니다.


후원주신 독자님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아이디와 후원금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박이 자꾸 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일정 공지드리겠습니다! +6 18.03.19 10,315 0 -
38 대박이 자꾸난다 #037 +12 18.04.21 3,339 142 7쪽
37 대박이 자꾸난다 #036 +6 18.04.20 3,072 141 8쪽
36 대박이 자꾸난다 #035 +6 18.04.19 3,310 132 7쪽
35 대박이 자꾸난다 #034 +6 18.04.18 3,403 142 7쪽
34 대박이 자꾸난다 #033 +17 18.04.17 3,609 139 9쪽
33 대박이 자꾸난다 #032 +10 18.04.16 3,833 155 8쪽
32 대박이 자꾸난다 #031 +5 18.04.15 3,914 141 8쪽
31 대박이 자꾸난다 #030 +9 18.04.14 4,037 134 8쪽
» 대박이 자꾸난다 #029 +12 18.04.13 4,166 161 8쪽
29 대박이 자꾸난다 #028 +9 18.04.12 4,377 161 8쪽
28 대박이 자꾸난다 #027 +10 18.04.11 4,431 151 8쪽
27 대박이 자꾸난다 #026 +15 18.04.10 4,558 168 8쪽
26 대박이 자꾸난다 #025 +6 18.04.09 4,638 171 7쪽
25 대박이 자꾸난다 #024 +13 18.04.08 4,964 161 8쪽
24 대박이 자꾸난다 #023 +14 18.04.07 5,268 150 7쪽
23 대박이 자꾸난다 #022 +8 18.04.06 5,245 160 8쪽
22 대박이 자꾸난다 #021 +11 18.04.05 5,298 138 7쪽
21 대박이 자꾸난다 #020 +19 18.04.04 5,463 165 7쪽
20 대박이 자꾸난다 #019 +9 18.04.03 5,608 153 8쪽
19 대박이 자꾸난다 #018 +8 18.04.02 5,695 158 8쪽
18 대박이 자꾸난다 #017 +8 18.04.01 5,949 165 8쪽
17 대박이 자꾸난다 #016 +6 18.03.31 6,050 152 8쪽
16 대박이 자꾸난다 #015 +7 18.03.30 6,182 156 8쪽
15 대박이 자꾸난다 #014 +6 18.03.29 6,125 154 8쪽
14 대박이 자꾸난다 #013 +5 18.03.28 6,010 155 8쪽
13 대박이 자꾸난다 #012 +9 18.03.27 6,096 152 7쪽
12 대박이 자꾸난다 #011 +11 18.03.26 6,128 157 8쪽
11 대박이 자꾸난다 #010 +4 18.03.25 6,481 155 8쪽
10 대박이 자꾸난다 #009 +4 18.03.24 6,481 147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