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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1,996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3.27 22:00
조회
6,095
추천
152
글자
7쪽

대박이 자꾸난다 #012

DUMMY


새로 얻은 축복 ‘신체능력 강화’ 덕분인지는 몰라도, 유건은 평소보다 세 시간이나 일찍 눈을 떴다.


새벽에 난리를 쳤는데도 가벼운 근육통조차 없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어 덜컥 겁이 나기까지 했지만, 유건은 이내 떨쳐버리고 나갈 채비를 했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유건이 향한 곳은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이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어, 드루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혈색이 많이 좋아진 어머니가 픽 웃는다.


“요새 좋은 일 있냐?”

“왜요.”

“툭하면 찾아와?”


하여간 귀신이다. 유건은 어머니랑 똑같이 픽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뭐 꼭 좋은 일 있어야만 오나. 엄마 건강하면 그게 좋은 거지.”

“자식이 아부를 떨어. 창밖에 뭐 있는데 그렇게 보냐.”


어머니가 창밖으로 관심을 가진 순간, 유건은 축복 패널을 불러와 체력 회복의 축복을 발동시켰다.


“!”


하얀 빛이 아니었다. 옅은 은빛이 어머니를 감싸더니, 이전과 다르게 점점 몸에 스며들 듯 사라져갔다.


레벨이 올랐으니 뭔가 다른 효과라도 있었으면. 잠깐 어머니가 완치되는 상상을 하긴 했지만, 유건은 이내 그만뒀다.


‘거기까지 바라면 신앙이 아니라 도둑놈이지.’


“마이썬.”

“예?”

“싸움질 하고 다니지 마라.”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지적에 유건은 움찔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매서운 시선이 자신의 손을 향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른쪽 손가락에 찍혀있는 너클 자국. 신경도 안 쓰고 있었건만.


자초지종을 얘기하면 어머니의 오해는 풀리겠지. 그러나, 어머니는 유건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다.


정의를 관철하는 것보다, 아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길 바라시는 분. 새벽의 이야기를 하면 안 그래도 힘든 몸으로 노발대발 하실 게 뻔했다.


“어머니.”

“왜 인마.”

“아들 믿죠.”


진심이 전해질까. 유건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손으로 유건의 정수리를 퍽 하고 내리치곤 킥킥 웃었다.


“오냐, 이 시키야. 어휴!”


유건은 눈치 채지 못했다.


미이라처럼 비쩍 말랐던 어머니의 손이, 병들기 전처럼 곱게 변했다는 걸.


*


유건은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체력 회복의 축복이 신통치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저만큼 건강하신 게 어딘가. 그렇게 생각하며 장사를 준비하려다가 멈칫했다.


“아. 오늘 둘째 주 일요일이구나.”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은 휴일이다. 떡볶이 판에 물을 올렸던 유건은 가스 토치를 치우고 물을 개수대의 설거지거리에 부었다.


평소라면 그냥 늘어지게 쉬겠으나 오늘은 다르다. 아직 식자재 품질 향상의 축복을 쓰지도 않았겠다. 내일이면 또 난리가 날 테니 재료 준비를 해두는 게 좋겠다.


“일단 물건 괜찮나 보러 가볼까.”


유건은 자전거에 장바구니를 걸고 퀸즈 마트로 향했다. 그런데 퀘스트 패널이 옆에서 부르르 떨었다.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외치세요.]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일을 해!?”]


“거 참, 저도 외로워 죽겠단 말입니다. 기회만 오면 덥석 물테니까 그만 보채요 좀.”


유건이 그렇게 말했으나 퀘스트 패널은 불만을 표출하듯이 연신 부들부들 떨어댔다. 주차장에 자전거를 대고 마트로 향할 때까지도 계속.


“선생님!”


마트에 들어서자 카운터에 있던 수연이 반색한다. 그러자 반대편 카운터에 있던 아주머니가 눈을 흘기며 혀를 쯧쯧 하고 찼다.


수연의 어머니이자 마트의 사장님이다.


“어, 수연아. 사장님도 계셨네요. 어젠 신세 많이 졌습니다.”

“어휴, 우리 수종이가 선생님 신세 졌죠. 그놈시끼, 지 누나 힘든 줄도 모르고 말야!”

“하하. 더 크면 잘 하겠죠 뭐. 아.”


곁에서 성가시게 떨던 패널이 수연의 머리 위로 홱 날아들었다. 그걸 본 유건이 눈을 착 가라앉히자, 수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선을 위로 들었다.


“선생님? 뭐 있어요?”

“아니! 아무것도 아냐.”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외치세요.]

[“얘가 좋겠어!”]


‘아니, 이제 스무 살 된 애 개고생 시킬 일 있습니까. 그리고 내 나이가 몇인데.’


유건이 속으로 읊자 퀘스트 패널은 갑자기 멈춰서 슬그머니 유건의 옆으로 돌아왔다. 왠지 시무룩해진 강아지 같아 측은하긴 했으나,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유건에게 있어서 수연은 동생에 가까웠다. 물론 가끔, 어쩌다가 한 번씩 웃는 얼굴을 보고 가슴이 뛰긴 했지만. 귀여운 것에 마음이 끌리는 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똑같은 것 아닌가.


“근데 선생님, 요새 장사 잘 되나봐? 어젯밤에도 글쎄 마트 손님들이 포차 간다고 우르르 빠져나가던데?”


잠깐 유건이 조용히 있자 마트 사장님이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네? 아, 네에. 요리 방식을 좀 바꿨더니 신기한가 봐요. 금방 거품 꺼지겠죠 뭐.”

“나중에 우리도 한 번 가야겠어! 글쎄 수연이 저 기집애가, 우리 선생님만 봤다 하면······.”

“엄마!”

“아우, 까시락을 떨고 지랄이람! 귀 아파 이 기집애야!”


유건은 하하 웃으며 인사를 하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안으로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었다. 필요한 재료를 전화로 주문하면 화물차로 실어다 줄 테니까.


그냥 마트 재고의 상태가 어떤지 보고, 뭔가 구미가 당기는 게 있으면 살 생각이었다. 아무리 식자재 품질 향상의 축복이 있다 해도, 요리 재료를 살피는 건 요리인의 자존심이다.


‘생각해 보니까. 신도 여러 부류가 있구나.’


신을 소재로 한 영화나 만화 등은 지금껏 많았다. 그리스 신화, 북유럽, 이집트, 기타 등등. 그러나 가톨릭 집안의 아들이었던 유건에게 있어, 그런 작품들의 신은 그저 작품 내의 존재일 뿐이었다.


신은 절대자. 권능을 가진 존재. 인간과는 격이 다른 무언가. 유건에게 있어서 신은 그런 존재였다.


‘이렇게 겪고 보니 너무 인간적이긴 하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긍정하세요.]

[정의를 관장하는 신께서 기분 나빴지만 한 번 봐주기로 하세요.]

[사랑을 관장하는 신께서 무작정 불만스러워 하세요.]


‘거 죄송합니다들.’


아무래도 신들은 관장하는 영역이 다른 만큼, 만족하는 부분도 다른 것 같다.


가장 처음 알게 된 ‘이름을 밝히지 않는 신’은, 장사가 잘 되고 어머니의 건강이 회복되는 걸 기뻐하는 눈치다.

정의를 관장하는 신은 그냥 두말 할 것도 없이 정의로운 걸 좋아하는 모양이고.


사랑을 관장하는 신에 대해선 이미 생각 할 필요가 없었다.


‘아주 병을 고쳐주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유건은 축복 패널을 불러와 목록을 살폈다. 그리고 새벽에 새로 생긴 축복. ‘신체능력 강화’를 손으로 더듬었다.







작가의말

갑자기 댓글이 확 늘어나네요!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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