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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중생을 먹여 살려주실 분 구함

대박이 자꾸 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양현경
작품등록일 :
2018.03.17 23:57
최근연재일 :
2018.04.21 22:0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1,992
추천수 :
5,766
글자수 :
128,205

작성
18.03.24 22:00
조회
6,478
추천
147
글자
8쪽

대박이 자꾸난다 #009

DUMMY

“저도 알바 삼고 싶습니다. 깐풍기 3번 테이블!”

“옙!”


오전 장사도 무지막지했는데 야간은 그냥 비교가 안 되었다. 정말 다행인 건 홀에 앉아서 먹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만약 테이크아웃이 주류였다면 자정을 넘기지도 못했을 것이다.


준비해둔 재료들은 새벽 2시 경에 딱 떨어졌다.


“사장님! 5번에 마파두부!”

“잠깐 평화씨. 재료가 없어!”

“옛슴다!”


평화는 밖으로 뛰어나가더니 큰 소리로 재료가 떨어졌다고 소리치며 양해를 구했다. 그 소리를 들은 홀 안쪽 손님들도 슬슬 눈치를 챘는지 주문이 확 줄어들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서평화를 오래 보고 싶어 하세요.]


‘진짜로 한 번 설득해 볼까.’


만난 지 하루. 게다가 달리 이야기를 섞어본 것도 아니라 이런저런 부분이 걱정이었다.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수연과 평화는 알아서 청소를 시작했다. 미리 요리가 끝나 주방 정리를 끝낸 유건은 평화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평화씨. 혹시 일 하는 거 있어?”

“없습니다.”

“으음, 학생?”

“예. 전문대 다니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혹시 평화씨만 괜찮으면, 계속 일 할래요?”


바닥을 쓸던 평화의 손이 덜컥 멈췄다. 허리를 숙인 채였던 그는 놀란 햄스터처럼 고개를 홱 들고 물었다.


“사장님.”

“네?”

“저녁 식사, 사장님께서 해주시는 겁니까.”

“엥? 그야 당연하죠. 밥은 먹으면서 일 해야지.”

“하겠습니다.”


낮에 먹은 떡볶이가 그렇게 맛있었나. 유건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자신도 처음 먹었을 때 눈물이 터져 나왔으니.


“다행이다! 고마워요 평화씨. 거 뭐야. 내일 대강 이력서 써서 보여줘요. 계약서도 쓰고. 출근은 오후 7시까지 가능해요?”

“예.”

“오늘 일하는 거 보고 평화씨 마음에 쏙 들었거든.”


그 말에 평화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저 스무 살입니다.”

“아 그래? 하하! 형은 스물일곱이야! 그냥 편하게 지내보자!”


유건이 척 하고 손을 내밀자 평화도 몸을 일으켜 손을 마주잡았다. 테이블을 닦던 수연은 빙그레 웃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무척 기뻐하세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께서, 다른 신들에게 당신을 소개하기로 했어요.]


“응?”


유건은 낯선 메시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반응했다. 그 바람에 평화의 시선도 퀘스트 패널을 향해 쏠렸으나, 평화의 눈에 보일 리가 없다.


평화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지 금세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청소가 끝나자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선 수연이 설거지를 하고 있다. 기름기가 많아 따듯한 물에 중성세제를 풀어서 수세미로 닦던 와중이었는데, 평화는 그런 수연의 곁에 다가가 수세미를 빼앗아 들었다.


“내가 할게.”

“응?”

“손목 아프다며. 고무장갑 벗고.”

“아냐!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무리하지 마.”


수연의 만류에도 평화는 주방용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개수대가 좁은 탓에 평화가 서자 수연은 마땅히 설 자리가 없었다.


결국 수연은 물러서고, 평화는 개수대 주변까지 완벽하게 닦아낸 뒤 홀로 나왔다.


“그럼 사장님, 내일 7시에 뵙겠습니다.”

“아, 하하. 말 편하게 하라더니 자긴 사장님이라고 부르네. 알았어! 내일 보자고. 수연이는 집에 데려다 줄 테니까, 잠깐만······.”


유건은 말을 하다 말고 밖을 보며 멈칫했다.


“야아, 수건이. 오늘 장사 잘 됐나보다?”


민사장. 그리고 그가 끌고 다니는 멍청해 보이는 부하였다.


“허이구, 갯바위 횟집 아들내미도 있고? 남의 집 귀한 아들?”


평화와 수연의 눈이 가늘어진다. 민사장이 빈자리에 가서 앉자 평화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영업 끝났습니다.”

“이 시간에 밥 먹으러 왔겠냐. 끝났으면 가 인마. 빽다귀도 덜 여문 게 인상을 빡빡 쓰고 있어.”


평화의 아버지가 횟집을 하신다고 했던가. 민사장을 알고 있는 눈치다. 유건은 혹시 평화가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평화는 얼른 가 보고 수연아. 2층에 가있어.”

“아, 아아 됐어! 거 내가 분위기 좋을 때 방해 했나보네.”


민사장은 껄렁대며 일어서고는 수연을 향해 기분 나쁘게 실실 웃었다.


“별 일은 아니고~ 그냐앙. 원체 소란스러워서 잘 수가 있어야지. 나 이제, 간다?”


괜한 생트집이다. 민사장은 손을 척 올려 보이고는 껄렁껄렁한 걸음으로 식당을 나섰다.


실실거리던 입이 금세 반대로 구부러지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에이 썅, 저 포차가 잘 되면 안 되는데.”


뒤따라 붙은 부하가 멍청한 얼굴로 물었다.


“저 친구가 그렇게 대단해요?”

“대단하냐고?”


민사장은 잠깐 멈춰 서서 아직 가게 안에 있는 유건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 업장 중에, 터키 사우나 말이다. 뭔 일 있었는지 너도 기억나지?”

“예에. 일산 방호파 애들이 내려와서 수 쓰던 거 형님······. 사장님이 정리하셨잖아요.”


부하는 아무리 멍청해도 그 정도는 안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의 말대로, 4년 전에 불현 듯이 나이트클럽 하나가 사라져 버린 일이 있었다. 본래 온누리파와 산하 조직들이 관리하던 세 군데가 밀집한 단지였는데, 겁도 없이 다른 지역의 조직이 진을 친 것이다.


그러나 개업한 지 채 석 달도 못 가 사업팀이 철수하고 건물은 온누리파의 손에 떨어져 버렸다.


“그거 저 새끼가 한 거야.”

“예에?”


한 순간 부하의 얼굴에서 멍청함이 사라졌다. 그는 누구보다도 신중하고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다가, 이내 결단을 내렸다.


“흐흐.”


뭔가 유건에 대한 꿍꿍이가 있었지만, 그냥 포기하고 다시 멍청해지기로 했다.


*


뒷정리를 마치고, 유건은 수연을 집에 바래다주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퀸즈 마트에서도 진상을 부리는 지 수연은 이를 빠득빠득 갈며 연신 투덜거렸다.


“정말, 그 사람들 너무 싫어요!”

“나도 그래. 누군들 좋아하겠냐~ 그냥 똥개한테 물린 셈 치고 털어버려야지.”


유건은 쯧쯧 혀를 찬 뒤 길가에 핀 벚꽃으로 시선을 돌렸다. 봄의 밤바람도 선선하겠다, 새벽이라 사람도 없겠다. 약간 어두운 거리는 조용하고 푸근했다.


“선생님.”

“응?”

“밤에 보는 벚꽃도 예쁘지 않아요?”


얼마나 걸었을까. 수연이 벚꽃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는 벚나무는 낮에 볼 때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수연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너 근데 손목 괜찮아?”

“네? 아, 별로 안 아파요! 무거운 건 평화가 다 들었는걸요.”

“다행이다. 혹시 아프면 언제든지 얘기해. 병원 데려가 줄게.”

“정말요!?”


병원을 데려다 준다는 게 그렇게 기쁠까. 유건은 화사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수연을 보고 의아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수연의 집에 도착했다. 장녀가 걱정되었는지 아직도 거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작가의말

현대판타지라는 배경상, 현실감이 많이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소소한 경험을 소재삼아 여기저기 넣어보긴 했습니다만...


경험이 언제나 꼭 현실적일 수는 없나봅니다. 사실 경험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누구나 일상적으로 겪는 일들일텐데.


더욱 정진하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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