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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칼날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과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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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26,626
추천수 :
565
글자수 :
581,056

작성
22.07.05 16:00
조회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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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접어둔 복수

DUMMY

다음날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상준이 개성에 도착했다. 손돌은 장희수와 함께 그를 맞았다. 그들 옆에는 처음 보는 두 명의 거한(巨漢)이 있었다. 세현과 승호였다. 상준은 손돌에게 명희의 한글 편지를 전했다. 손돌은 명희의 편지를 뜯어 읽었다.


삼촌, 고마워.

양주에서 아버지께서 효수 당하신 소식을 듣고 통곡했지. 그렇게 울다가 아버지의 뼈라도 찾을 수 있길 바랐어. 하지만 팔도에 흩어져버린 유골을 어떻게 찾겠어? 십 년 동안 이런 가망 없는 꿈을 꾸다 무작정 조선에 왔어. 그런데 삼촌이 이미 아버지를 묻어주었더군.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엎디어 절을 올려. 이 고마움은 말로 다 표할 수도 없으니 이만 접을게.

상준이가 금괴 스무 근을 가지고 갈 거야. 열 근은 이미 상준한테 주었고, 열 근은 삼촌이 보관해줘. 상준은 삭주로 가고 싶다고 했으니 개성에 머물게 하지 말고 삭주로 보내줘. 만약 상준이 자기가 받은 금괴 열 근을 내놓으면 절대로 받지 마. 평생 이름을 숨기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주는 거야.

난 사나흘 쯤 있다가 개성에 가거나 혹은 못 갈 거야. 내가 못 가더라도 그림은 삼촌이 그냥 가지고 있어. 그 그림들이 유통되면 삼촌이 의심받을 테니까.

삼촌, 건강하게 잘 계셔.


손돌은 장희수에게 편지를 넘겼다. 장희수는 그걸 읽고 승호에게 주었다. 승호는 그걸 읽고 세현에게 통역해주었다. 그 동안 손돌은 상준에게 명희와 함께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승호는 또 세현에게 그 이야기를 통역해주었다.

“사나흘 쯤 있다가 못 올 수도 있다는 얘기는 뭐야?” 세현이 승호의 통역을 듣고 나서 외쳤다.

“왜? 그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어.” 승호가 대꾸했다.

“그래도 그건 자신의 의지랑 상관없이 못 올 수도 있다는 거 아니야?”

“그렇지.”

“얘 궁궐에 들어가려는 것 같은데. 너, 여사낭이 옹정의 목을 베었다는 얘기는 알지?”

“알기야 알지. 근데 꾸며낸 얘기 아니야?”

“나도 명희한테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말했었어. 근데 명희가 그걸 하려는 거 같아. 나한테 그런 암시도 했었고, 군대랑 맞서 싸울 거라고 준비도 했거든.”

“그랬었어?”

“다수랑 싸워야한다고 해서 내가 비도까지 만들어줬어.”

“아가씨라면 그렇게 하고도 남을 거야. 우리가 빨리 가서 말리든지 도와주든지 해야지.”

“아가씨가 궁궐 들어간다고? 그런 얘기는 편지에 없는데.” 손돌이 한어를 대충 알아듣고 끼어들었다.

장희수가 세현의 말을 손돌에게 통역해주었다.

“안 돼! 명희 아가씨는 반드시 그렇게 할 거야.” 손돌은 깜짝 놀라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버지, 저희가 가서 데려올게요.” 승호가 장희수에게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해.” 장희수가 승낙했다.

“아가씨, 안 돼! 나도 가야겠어. 십 년 만에 다시 와서 이게 뭐냐고?” 손돌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 하고 울며불며 ‘아가씨’를 불렀다.

“아버지께서 좀 말려주세요. 저희 둘은 지금 당장 떠날게요.” 승호가 권유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현과 승호는 양주에서부터 타고 왔던 말을 타고 서울로 향했다. 배를 타고 임진강을 건넌 후 전속력으로 말을 달렸다. 하지만 인정(人定)이 지난 후에야 서대문에 도착했다. 이미 성문이 닫혀 있어서 도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성 밖의 객점에서 숙박했다.


다음날 새벽, 파루의 종소리를 듣고 세현과 승호는 객점을 나섰다. 말을 끌고 걸어서 남산 아래 명희가 머물고 있다는 집으로 향했다. 그곳의 집은 이미 타버리고 없었다. 잿더미로 변한 집은 황량했다.

“어제 도성에 아무 일도 없었겠지?” 세현이 말을 꺼냈다.

“그럴 거야. 만약 무슨 일이 있었으면, 성문 앞에서 검문이다 뭐다 해서 우리가 성안에 들어오지도 못 했을 거야.” 승호가 대꾸했다.

“그럼 다행이야. 아직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근데 집까지 태워버린 걸 보면 아마 오늘로 날을 잡은 것 같아.”

“그건 그렇고, 아가씨를 어디 가서 찾지?”

“지금이야 어디 있는지 모르지. 하지만 밤에는 궁궐로 가지 않겠어?”

“그럼 창덕궁인데, 우리가 거기 근처에서 어슬렁거릴 수도 없잖아?”

“창덕궁에서 가까운 성문이 어디야?”

“동대문이야.”

“그럼, 우선 거기로 가서 성문 밖 객점에다 말부터 맡겨놓고 좀 쉬자고. 그리고 해질녘에 창덕궁에 가서 기다려보자고.”

“그래도 여기저기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무작정 돌아다닌다고 찾을 수 있겠어?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니는 게 더 안 좋을 것 같아. 우리 둘이 그러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일 거고,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잖아.”

“그렇기도 하네. 그럼, 형 말대로 하자.”

“근데, 너 칼을 쓸 수 있겠냐?”

“그러게. 도성 안에서 창을 들고 돌아다닐 수도 없고 말이지. 근데, 검술은 연습을 많이 안 했는데.”

“그러면 적의 창을 빼앗아 쓰는 수밖에 없지. 어쨌든, 우선 동대문 밖의 객점으로 가자고.”

둘은 상의를 끝내고 남산 아래 전소된 집을 떠나 동대문으로 향했다.


해질녘, 세현과 승호는 등 뒤에 칼을 메서 숨기고는 창덕궁으로 향했다.

“아가씨가 정말 궁궐에 침입할까?” 승호가 말을 꺼냈다.

“모르긴 몰라도 그럴 것 같아.”

“혼자서 너무 무모한 거 아니야?”

“걔 무모한 거 어제오늘일이 아니잖아? 그만큼 대담하기도 하고.”

“혼자서 그걸 계획하고 실행하려니, 외로울 것 같아.”

“걔 남한테 신세지는 거 싫어하잖아?”

“그런 건 아버지를 닮았어.”

“그래?” 세현이 짧게 되묻고 나서 승호에게 주의를 주었다. “승호야, 이번엔 국경에서처럼 봐주면 안 돼. 상대가 널 죽이려고 달려들 테니까. 이번의 상대는 변방의 쓰레기 같은 군졸이 아니라 궁궐의 특급 호위무사들이야.”

“알았어.” 승호가 자신 없게 대답했다.

세현이 승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고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아 궁궐 벽에 몸을 숨겼다.


밤이 깊어갔다. 세현과 승호는 몰래 궁궐 담을 돌며 명희를 찾았지만 종적을 발견하지 못 했다.

인정이 지나고 자정이 다가왔다. 세현과 승호가 숨어 있던 반대편에서 연달아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돌풍이 일었다.

“자객이다.” 궁궐안의 사람들도 소리쳤다.

“가자, 승호야. 우리 둘 중 하나는 명희를 데리고 나와야 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명희를 만나면 꼭 데리고 나와.”

“아니야, 우리 셋이 같이 나와야 해.”

세현과 승호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달렸다.


세현과 승호가 달리고 있을 때, 궁궐 안에서 칼과 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보랏빛 섬광 두 줄기가 허공에 올랐다. 둘은 마음이 급해졌다.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독약이야. 입과 코를 막아.” 창수들이 소리쳤다.

“우선 뒤로 빠져.” 뒤에서 활을 든 무사들이 앞에서 싸우던 무사들에게 소리쳤다.

앞의 무사들이 순식간에 뒤로 물러서자 명희 혼자 개방된 공간에 남았다. 제일열의 궁수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 수십 발의 화살이 한꺼번에 명희에게 날아들었다. 명희는 용천검 두 자루를 휘돌리며 화살을 막아냈다. 보랏빛 섬광에 화살들이 잘려나갔다. 제일열의 궁수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자 제이열의 궁수들이 연이어 활을 날렸다. 명희는 쌍검으로 또 다시 화살을 막아냈다. 막아내지 못 한 화살 한 발이 옆구리를 맞았지만 힘없이 떨어졌다. 비도를 꽂아놓은 조끼가 갑옷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물러났던 창수들이 천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창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폭탄이 터질 때 돌풍이 불어서 독약이 허공에 날려버렸기 때문에 이미 살상력은 급감했다. 명희는 두 번째 용천검을 등 귀에 꽂고 비도를 던졌다. 창수들 몇 명이 비도를 맞고 쓰러졌다.

궁수들은 그 틈을 이용해 화살을 재장전하고 명희를 향해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명희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활을 피하며 궁수들에게 비도를 던졌다. 궁수들 몇 명이 쓰러지자 대오가 흐트러졌다.

세현과 승호가 담을 넘어 뛰어 들어왔다. 궁수들의 대오가 흐트러지자 창수들이 달려들었다. 명희는 세현과 승호의 등장에 잠시 주의력을 상실했다. 그러다 협공하는 창수들의 창에 어깨를 찔렸다. 어깨에서 명희의 피가 튀었다.

승호는 눈이 뒤집혔다. 창수 하나를 뱄다. 그러고는 그의 창을 빼앗아 명희를 호위했다. 세현은 쓰러지는 무사를 밟고 명희를 포위한 가운데로 몸을 날렸다. 세현은 공중에서 무사 둘의 머리를 밟았다. 명희에게만 집중했던 무사 둘은 목이 꺾여 쓰러졌다. 세현은 그 반동을 이용해 명희 뒤에 내려섰다. 셋은 등을 맞대고 궁수들의 포위를 마주했다.

“왜 왔어? 오빠들 신경 쓰다 창 맞았잖아.” 명희가 볼멘소리를 했다.

“미쳤어? 여사낭 얘기는 그냥 전설이라고 했잖아?” 세현이 명희에게 으르렁거렸다.

“그래, 나 미쳤어. 임금의 목을 따기는커녕 코빼기도 못 보고 창만 맞았다고.”

“그러려면, 이렇게 호위무사들이랑 싸우는 게 아니라 잠입해서 임금 목만 따고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었어?”

“그러게. 이 무사들 다 처치 못 하면 임금 근처에는 갈 수도 없겠어.”

창수들은 자객들과 대치하면서 대형을 두껍게 만들면서 포위망을 좁혀왔다. 그러다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승호가 방어하다 팔뚝에 창을 맞았다. 승호는 삼각대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겨우 버텼다. 창수들은 약한 고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승호를 집중 공격했다.

“명희야, 우리 그냥 가자. 승호가 출혈이 심해. 더 이상은 못 버틸 것 같아.” 세현이 창수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제안했다.

명희도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쌍검을 휘둘렀다. 써늘한 검기가 허공을 가르며 용천검 두 자루는 모두 창수들의 피를 마셨다. 명희가 그렇게 창수들 셋을 베고 포위망을 뚫었다.

“가자, 오빠들 때문에 다 틀렸어. 먼저 나가.” 명희가 뚫린 포위망을 가르며 말했다.

세현과 승호가 뚫린 포위망으로 이동하자 명희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비도를 날렸다. 뒤쫓아 오던 창수들이 쓰러졌다. 세현과 승호는 담벼락을 향해 달렸다. 명희는 공중에서 내려와 뒤를 호위했다. 창수들은 용천검과 비도가 무서워 앞으로 다가서지 못 했다. 명희는 그 틈을 노려 폭탄 두 발을 그들에게 던졌다. 그들은 이미 폭탄에 독약이 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뒤로 물러섰다.

명희는 세현과 승호가 넘은 궁궐 담을 뛰어넘었다. 그렇게 복수를 뒤로 하고 친구들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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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자진 반환 22.07.02 151 3 12쪽
108 사칭 22.07.01 153 2 12쪽
107 대리 대국 22.06.30 149 3 11쪽
106 무덤에서 22.06.29 148 2 12쪽
105 또 다른 명희 22.06.28 147 2 10쪽
104 손돌 22.06.25 144 2 13쪽
103 의인(義人) 22.06.24 151 3 11쪽
102 상봉 22.06.23 150 3 13쪽
101 애합문(愛哈門)객잔 22.06.22 151 2 11쪽
100 인삼주 22.06.21 150 2 12쪽
99 국경 22.06.18 145 2 12쪽
98 엄마 22.06.17 145 2 11쪽
97 가출 22.06.16 146 2 12쪽
96 22.06.15 160 2 12쪽
95 거래 종료 22.06.14 153 3 11쪽
94 사부 22.06.11 148 3 11쪽
93 핑계 22.06.10 162 3 11쪽
92 가보(家寶) 22.06.09 174 3 12쪽
91 감정(鑑定) 22.06.08 167 3 12쪽
90 가슴 시린 백발 22.06.07 165 2 11쪽
89 두 번째 검 22.06.04 164 3 12쪽
88 불타지 않은 그림 22.06.03 155 3 11쪽
87 보랏빛 검기(劍氣) 22.06.02 160 3 12쪽
86 사라진 검기(劍氣) 22.06.01 165 3 11쪽
85 위조 미수 22.05.31 157 2 12쪽
84 백발처녀 22.05.28 156 2 12쪽
83 할머니 22.05.27 164 2 11쪽
82 22.05.26 16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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