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uan71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그림과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20,934
추천수 :
438
글자수 :
581,056

작성
22.06.18 16:00
조회
101
추천
1
글자
12쪽

국경

DUMMY

다음날 새벽, 세현과 승호는 북경을 떠났다.

그들은 조선 사신들의 사행행로를 따라 국경을 향해 갔다. 산해관(山海關), 영원위(寧遠衛), 광녕(廣寧), 우가장(牛家庄), 소흑산(小黑山), 이도정(二道井), 백기보(白旗堡), 거류하(巨流河), 변성(邊城), 성경(盛京)을 거쳐 봉황성(鳳凰城)에 도착했다.

그들은 도중에 기점이 되는 곳에서 명희의 사진을 보여주었으나 그녀를 보았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북경 유리창에서 명희의 종적을 확인한 후 그 뒤로는 오리무중이었다. 그들은 명희의 종적을 탐문하며 아무런 실마리조차 잡을 수가 없자 점점 조바심이 났다. 그래도 탐문하며 그렇게 말을 달리다보니 청나라의 국경 출입지인 봉황성에 다다랐다. 북경에서 봉황성까지 일천팔백 리 길에 명희는 아무런 종적도 남기질 않았다.


“여기로 오지 않은 걸까?” 승호가 말을 꺼냈다.

“모르겠다. 근데 조선에 가려면 여기까지 와야 하잖아?”

“여기로 왔다면 우리보다 늦게 올 리가 없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아무 종적도 없었던 거지?”

“다른 행로를 잡은 게 아닐까?”

“그래도 성경(盛京)까지는 왔어야지. 다른 길을 잡았더라도 최소한 성경에서는 명희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

“양주로 다시 내려가진 않았겠지?”

“우습긴 한데, 나도 그런 생각해봤어. 여기까지 뒤따라 왔는데 아무런 종적이 없으니까.” 세현이 말을 끌며 한숨을 쉬자 승호도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봉황성은 청나라가 조선과 통하는 동북 국경의 문호였지만, 변방의 황무하고 궁벽한 도시였다. 호구(戶口)는 겨우 수천에 지나지 않고 토성도 다 허물어져 볼품이 없었다. 그래도 시장거리에는 간판이 화려한 가게들이 길 좌우에 꽉 들어차 있었다. 조선의 사행이 도착할 때면 온 거리가 수레와 말로 채워졌다. 그리고 모든 물건의 값이 마구 뛰어오르고 방세도 매우 비싸게 받았다. 하지만 사행이 없을 때는 지금처럼 한산했고 거리에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세현과 승호가 봉황성의 객점 앞에 말을 세웠다.

“어서 오세요.” 빈 가게를 지키고 있던 점소이가 둘을 맞았다.

“여기 술도 한 근 데워주고, 먹을 것도 좀 가져다줘.” 세현은 자리에 앉으며 술과 음식을 시켰다.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점소이는 뜻하지 않은 외지 손님에게 경계의 눈길을 보냈다.

“우선 술 좀 데워오라고. 그리고 말한테도 여물을 먹여주고.” 세현이 점소이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술을 재촉하며 은자를 내밀었다.

그러자 점소이가 은자를 챙겨서 주방으로 가 음식을 시키고 술도 데워달라고 했다. 잠시 후, 술과 음식을 들고 나와 세현의 탁자에 차려놓았다.

“점소이, 혹시 여기 아가씨 한 명 들르지 않았어?” 세현이 승호에게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여자는 코빼기도 보질 못 했어요.” 점소이가 대꾸한 후 세현에게 물었다. “여기 국경까지 여자를 찾아오셨어요?”

“어? 아니, 조선 물건을 좀 사다가 산동에 가서 팔아보려고.” 세현이 둘러대며 거짓말을 했다.

“뭐라고요? 손님, 세상물정도 모르셔. 여기가 무슨 시골장터인 줄 아쇼?” 점소이가 세현을 위아래로 쳐다보고는 비웃었다.

“조선 물건을 구할 수 없다는 거야?”

“그거야 상점에서 구할 수 있죠. 하지만 외지에서 와서 장사할 만큼 많이 어떻게 구해요?”

“그래도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 아니야?”

“물론이죠. 하지만 상권은 이미 봉황성장(鳳凰城將)이 뒤를 봐주는 상인들이 모두 장악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보다 큰 거래는 봉황성장이 아니라 성경장군(盛京將軍)이 뒤를 봐줘야 한다고요.”

“그렇군.” 세현이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그것 때문에 여기 국경까지 왔어요? 그런 건 미리 알아보고 왔어야죠. 참 한가하시네요.”

“우리가 한가하긴 하지.” 세현이 대꾸하고 물었다. “그건 그렇고, 책문까지 다녀와도 되나?”

“한가하시니 다녀오세요. 거기 경계 서는 병사들도 뭐라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승호야, 이것 마시고 가보자.” 세현이 술을 들이켠 후 점소이에게 물었다. “술값은 안 모자라지?”

“그럼요. 술 몇 근은 더 드셔도 되요.”

“나머지는 너 다 가져. 어쨌든 우리는 책문까지 갔다가 다시 오든지 할게.”

“고맙습니다, 손님. 그 분 참 호탕하시네.” 점소이가 사례했다.

승호도 술을 들이켠 후 세현을 따라 일어섰다.


책문은 봉황성에서 삼십 리 거리에 있었다. 조선사행이 국경을 넘어 책문까지 오면 여기서 입국심사가 이루어졌다. 이 책문은 대체로 한 길 쯤 되는 나무막대기를 세우고 띠로 덮은 널판자의 문이었다. 사행이 없을 때면 항상 굳게 닫혀 있었다. 그리고 문을 중심으로 주위에는 목책이 둘러쳐 있었는데, 목책은 버드나무로 꺾어 울타리를 만든 것에 불과했다. 이 목책을 넘나드는 것은 법으로는 엄격히 통제한다고 했지만, 그건 형식에 불과할 뿐이었다.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시로 이곳에 드나들고 있었다.


세현과 승호는 책문을 향해 천천히 말을 달렸다. 한 시간을 달리니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문이 닫힌 책문도 보였다. 책문 안의 인가는 이삼십 호(戶)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짙은 버들 그늘 속에 푸른 술 깃발(酒旗)이 공중에 나부끼고 있었다. 출입국심사를 하는 변경 마을의 독특한 풍경이었다. 아니라면 이런 작은 마을에 술집이 있다는 것이 웃긴 것이었다.

세현과 승호는 술집 앞에 말을 세웠다. 세현이 문을 잡아당기자 점소이가 문고리를 잡은 채 끌려나왔다. 점소이는 인기척을 듣고 문을 밀었던 것이다. 세현은 고꾸라지려던 점소이를 잡아주었다. 점소이는 세현과 승호를 안으로 안내했다.

주점의 탁자 위에 크기가 다른 술잔이 놓여있었다. 세현이 뭐냐고 물었고, 점소이는 두 냥부터 열 냥까지 두 냥씩 부피가 다르다고 했다. 만약 넉 냥의 술을 청하면 넉 냥들이 잔에 부어준다고 했다. 술을 사는 사람이 그 많고 적음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세현은 열 냥짜리 그릇에다 술 두 잔을 시키고, 괜찮은 안주가 있으면 내오라고 했다. 점소이는 알았다고 하며 주방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점소이는 술병을 들고 나와 열 냥짜리 잔에다 술을 따랐다.

“이렇게 팔면 양이 많으니 적으니 시비는 없겠군.” 세현이 술을 따르는 점소이에게 말했다.

“그럼요.”

“근데, 술맛이 이게 뭐야? 퉤퉤.” 세현이 술을 들이켜다 뱉어내고 말했다. “승호야 이거 마시지 마.”

“손님, 왜 그러세요?”

“야, 이게 말 오줌이지 술이야? 여기, 술의 양은 시비가 없겠지만, 술맛 때문에 욕은 많이 처먹겠어.”

“그 정도는 아닌데··· 그럼, 값은 좀 비싸지만 인삼주를 드세요.”

“야, 좋은 술이 있으면 진작 그걸로 가져오지, 이 말 오줌은 뭐야? 술값이 없을까 그랬냐?” 세현이 점소이에게 타박을 놓으며 은자를 두둑하게 쥐어주었다.

“뭘 이렇게 많이 주쇼?”

“술값 빼고 나머지는 네가 다 가져. 여기 국경까지 오니 인삼주도 있구먼.”

“그럼요. 책문까지 오셨으면 인삼주를 드셔야죠. 금세 갖다 드릴게요.” 점소이는 은자를 집어넣고 반색을 하며 싹싹하게 굴기 시작했다.

점소이가 금세 인삼주를 가져와 따라주었다. 세현은 점소이의 경계를 풀어주기 위해 이미 봉황성에서 물어봤던 것들을 다시 물었다. 그러다 점소이가 경계를 늦추고 친근함을 보이자 화제를 바꿨다.

“혹시 여기 아가씨 하나 안 왔었나?”

“예? 풋, 아가씨요? 이런 데에 무슨 여자가 와요? 여기는 나라의 끝이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물으셔?”

“그렇긴 한데, 그래도 혹시······” 세현은 말을 끌다 술잔을 비웠다.

“인삼주는 다르죠?” 점소이가 세현의 술잔을 다시 채워주며 물었다.

“그러게, 술 맛 좋구먼.”

“점소이, 이 사진 한 번 봐봐. 이 아가씨 본 적이 없냐고?” 승호가 명희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물었다.

“손님, 아가씨는 온 적이 없다니까요.” 점소이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꺼냈다. “사흘 전에 아가씨는 아니고, 아가씨처럼 곱상한 공자 하나가 왔었어요.”

“응? 어떻게 생겼는데? 야, 이 사진 좀 봐봐.” 세현이 다급하게 끼어들며 말했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니까요.” 점소이가 한 마디 내뱉으며 사진을 보다 놀랐다.

“야, 왜 그래?” 세현이 점소이가 놀라는 표정을 보며 물었다.

“이 사진과 얼굴은 똑같은데 남자였다고요. 차림새가 비단옷을 입은 고관대작의 귀공자였어요.”

“비단옷을 입은 귀공자였다고?” 승호가 물었다.

“예, 맞아요. 목소리도 그렇고, 여자처럼 곱상하게 생기긴 했는데··· 근데 손이 말이죠, 그 공자 술 마실 때 보니까 저보다도 손이 더 두껍더라고요. 그 손을 보면 절대로 여자일 리가 없다니까요.”

그 손이 바로 명희의 손이었다.

“아가씨가 아니라 공자님이 오셨었구먼. 아가씨랑 오빠인 공자님이랑 쌍둥이는 아닌데 둘이 똑같이 닮았다니까.” 세현이 딴소리를 했다.

“그렇죠. 그 아가씨의 오빠였겠죠.” 점소이가 말하다 주방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 “좀 기다리세요. 안주가 다 되었나 봐요.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북경을 떠나면서부터는 남장을 했나봐?” 세현이 주방으로 달려가는 점소이를 보며 말을 꺼냈다.

“그러게. 그래서 우리가 여자를 찾으니 전부 못 봤다고 했던 거라고. 하긴, 남장을 해야 눈에도 덜 띄고 다니기도 편했을 거야.” 승호가 말을 받았다.

“그래 맞아. 근데 사흘 전이라고 했으니 국경을 벌써 건넜을까?”

“손님, 이거 드세요.” 점소이가 삶은 소고기를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둘의 대화를 끊고 나서 물었다. “근데, 그 공자를 왜 찾으세요?”

“공자님과 아가씨 모두 가출을 하셨어. 우리가 아가씨를 쫓아 여기로 왔는데, 공자님이 여기로 오셨었군.” 세현이 둘러댔다.

“그 공자님 말이죠. 여기서 금석산(金石山)까지 육칠십 리 길인데, 거기에 갔다가 돌아와서는 봉황성으로 돌아간다며 떠났어요.” 점소이가 묻지도 않은 정보를 제공했다.

“금석산이면 책문 안으로 들어갔다는 거야?” 승호가 물었다.

“예, 붓을 빌려 편지 한 통을 적더니 술을 한 동이나 짊어지고 말에 올랐다고요. 그러고는 반나절동안 금석산에 갔다 오셨어요.” 점소이가 대꾸했다.

“금석산이 어딘데? 승호 넌 거기가 어떻게 책문 안에 있는지 알고 있는 거야?” 세현이 승호에게 물었다.

승호는 대답 없이 회상에 잠겼다.


손돌은 변양호를 따라 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승호에게 해주었다. 사행은 의주(義州)에서 압록강을 건넌 후 구련성(九連城)과 탕참(湯站)을 지나 이곳 책문에 이르는 길로 이동했다고 했다. 구련성을 출발하여 삼십삼 리를 가면 금석산이 나오는데, 그 크기는 우리나라의 관악산만 하다고 했다.

명희도 아버지에게 들은 금석산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린 소녀는 아버지에게 들은 변방의 풍광에 매료되어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 자신도 아버지를 따라 청나라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희가 바깥출입조차 쉽지 않은 조선에서 여자가 무슨 청나라냐고 핀잔을 줬다. 명희는 역관이면 노복 두세 명은 데려가도 되니까 남장을 하고 따라갈 거라고 했다. 동희는 계집애가 말도 안 되는 소리한다며 입을 다물라고 했다.

명희는 지금 남장을 하고 아버지가 왔던 길을 따라 조선으로 돌아가고 있다. 금석산에 가서 잡초들을 쓰다듬으면서 아버지를 생각했으리라.


“점소이, 아까 그 공자님이 다시 봉황성으로 돌아갔다고 했지?” 승호가 술잔에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으며 물었다.

“그렇다니까요.”

“형, 우리 한 잔씩만 더 마시고 일어나자.”

“그럼, 한 잔씩 더 따라드릴게요.” 점소이가 승호의 말을 받아 술잔을 채워주었다.

세현과 승호는 따라준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림과 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마감합니다 22.07.05 138 0 -
110 접어둔 복수 22.07.05 172 2 11쪽
109 자진 반환 22.07.02 103 1 12쪽
108 사칭 22.07.01 109 1 12쪽
107 대리 대국 22.06.30 104 1 11쪽
106 무덤에서 22.06.29 100 1 12쪽
105 또 다른 명희 22.06.28 104 1 10쪽
104 손돌 22.06.25 101 1 13쪽
103 의인(義人) 22.06.24 105 1 11쪽
102 상봉 22.06.23 101 1 13쪽
101 애합문(愛哈門)객잔 22.06.22 106 1 11쪽
100 인삼주 22.06.21 106 1 12쪽
» 국경 22.06.18 102 1 12쪽
98 엄마 22.06.17 102 1 11쪽
97 가출 22.06.16 103 1 12쪽
96 22.06.15 114 1 12쪽
95 거래 종료 22.06.14 108 2 11쪽
94 사부 22.06.11 108 2 11쪽
93 핑계 22.06.10 112 2 11쪽
92 가보(家寶) 22.06.09 126 2 12쪽
91 감정(鑑定) 22.06.08 119 2 12쪽
90 가슴 시린 백발 22.06.07 116 1 11쪽
89 두 번째 검 22.06.04 113 2 12쪽
88 불타지 않은 그림 22.06.03 109 2 11쪽
87 보랏빛 검기(劍氣) 22.06.02 111 2 12쪽
86 사라진 검기(劍氣) 22.06.01 115 2 11쪽
85 위조 미수 22.05.31 116 1 12쪽
84 백발처녀 22.05.28 111 1 12쪽
83 할머니 22.05.27 117 1 11쪽
82 22.05.26 124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