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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uan7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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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그림과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20,915
추천수 :
438
글자수 :
581,056

작성
22.05.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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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DUMMY

“어이, 자네들, 조심조심하라고.” 양원길이 〈계산행려도〉를 벽에서 내리는 일꾼들에게 소리쳤다.

일꾼들이 〈계산행려도〉를 벽에서 내려 무명천을 깔아놓은 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림이 상하지 않게 〈계산행려도〉 위에 무명천을 덮고 그림을 말았다. 그러고는 〈계산행려도〉의 크기에 맞춰 제작한 궤짝에 넣고 자물쇠를 채웠다.

〈계산행려도〉를 품고 있던 묵연당의 벽은 휑해졌다. 명희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마음이 휑해졌다.

“아가씨, 혹시 칼에 관심 있소?” 양원길이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갑자기 칼은 왜요?”

“아니라고 안 하는 걸 보니 관심이 있는 것 같구먼. 용천검(龍泉劍)이라고 들어봤소?”

“원래는 용연검(龍淵劍) 아니에요? 당(唐) 고조(高祖) 이연(李淵)의 이름을 피휘(避諱)해서 용천검이라고 불렀다던데. 월(越)나라 구야자(歐冶子)가 태아(泰阿)와 공포(工布)와 함께 만들었다는 전설의 검, 이 얘기는 왜 꺼내세요?”

“아가씨 그런 얘기도 다 알고 있구먼. 소진(蘇秦)이 합종책을 구사하기 위해 여섯 나라를 돌아다닐 때 가지고 다녔다는 전설도 있고, 진(秦)나라가 망한 후에 항우(項羽)가 지니고 있었다는 전설도 있고, 서진(西晉) 때는 사마염(司馬炎)이 즉위하자 보검의 보랏빛 기운이 일어 그곳을 찾아보았더니 감옥의 지하에서 태아검과 함께 발굴했다는 전설도 있죠.”

“알고 있어요. 실제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실전(失傳)되었겠죠. 전설은 전설일 뿐!”

“그럴 수도 있죠. 근데 용천검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절강성(浙江省) 용천(龍泉)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용천검 중에는 당연히 보검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내가 양주에 오기 전에 보랏빛 검기(劍氣)를 내뿜는 용천검을 입수했소. 물론 구야자가 만든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말이요.”

“보랏빛 검기라고요?”

“실제로 보면 굉장하죠. 그 보검을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겠소?”

“사실이라면, 일천만 냥은 되겠죠.”

“아가씨, 그만큼 내고 사실 생각 있소?”

“예? 우선 물건부터 봐야죠.”

“안 보겠다고는 안 하는구먼. 그럼, 내가 북경에 가서 그걸 가져다 보여드리겠소.”

“그렇게 하시겠다는 이유는 무엇이죠? 그걸 북경에서 파실 수도 있잖아요?”

“물론 그렇죠.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가씨한테 부탁할 게 있으니까.”

“우선 들어나 보죠.”

“이번에 〈계산행려도〉를 가지고 북경에 갈 거요.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또 서화를 매입할 것인데, 그 때 아가씨가 나를 좀 도와주쇼. 중개료는 서화 매입가의 이 할을 주겠소. 그리고 용천검도 아가씨한테 팔도록 하죠. 보검의 가격은 보고 나서 흥정하면 될 거요.”

“중개료는 마음에 들어요. 보검은 사든 말든 한 번 보고 싶네요.”

“그럼 약속한 걸로 알겠소. 그리고 북경에 갔다가 중추절 전에는 돌아올 테니, 그 때 봅시다.”


명희는 묵연당 문을 닫았다. 다시는 올 일이 없으리라는 생각에 편액을 올려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 묵연당을 뒤로 하고 나루로 향했다.


“누나, 오셨어요? 묵연당 가신 일은 잘 마쳤어요?” 계산대에서 책을 보고 있던 산이 명희에게 말했다.

“그래, 너 지금 무슨 책 보고 있었어?”

“《선화화보(宣和畵譜)》요.”

“《역대명화기》랑 《개자원화전》은 다 읽었어?”

“그럼요, 이미 두 번씩 읽었어요?”

“그래, 잘했어.” 명희가 칭찬하고 물었다. “준이 이층에 나와 있어?”

“예.” 산이 짧게 대답하고 책자를 내밀며 말했다. “누나, 이것 좀 봐주세요.”

“좋아, 그래 이렇게 하는 거야. 꽤나 자세히 적어놓았네.” 명희가 자신이 만든 도록을 모방한 산의 도록을 보고 나서 칭찬했다. 그러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산아, 〈계산행려도〉의 범관 서명 관련 내용은 다 지워,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으니까. 그건 네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으라고.”

“그럴게요. 그리고 서위(徐謂)의 〈사시화훼권(四時花卉卷)〉은 도록에 적혀있는데, 누가가 따로 보관하고 있죠? 여기 있는 궤짝에는 없더라고요. 저한테 보여주면 안 돼요?”

“안 돼!” 명희가 잘라 말했다.

“쳇, 인색하시네. 그림도 안 보여주고.” 산이 실망했다.

“야, 인색하긴 뭐야 인색해? 있으면 안 보여줬겠어?” 명희가 반문하고 말을 이었다. “그건 이미 의부께 선물로 드렸어. 도록에도 그렇게 적어놔.”

“그랬군요. 알았어요.”

“나 이층에 올라가볼게.”


명희는 준의 작업실이 있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준아, 뭐 해? 나 왔어.” 명희가 작업실에 들어서며 외쳤다.

“그래, 왔어.” 준이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고모, 안녕하세요. 왜 소리를 질러요?”

“반가워서 그래.” 명희가 대답하고 나서 물었다. “보보는 무슨 그림 그리고 있었어?”

“성에 가서 본 산 그림, 〈계산행려도〉 그려요.”

“그 그림 이름도 알아?”

“고모가 말해줬잖아요?”

“고모는 잊어버렸는데, 보보는 기억하고 있었네.” 명희가 대꾸한 후 개발새발 그린 그림을 보고 물었다. “보보야, 그림 그리는 거 재미있어?”

“그럼요.” 보보가 대답한 후 물었다. “고모, 헤엄치러 안 가요?”

“고모가 내일부터 성에 안 갈 거니까 매일 헤엄치러 가자.”

“좋아요. 그럼 오늘도 가요.”

“그럼, 잠깐 기다려. 아빠랑 얘기 좀 하고 나서 가자.”

“예.”

“너 요즘에는 말 그림 자주 그려?” 명희가 준이 그린 그림을 보며 물었다.

“그래, 네가 낭세녕(郞世寧)의 〈백준도(百駿圖)〉 모작을 구해다 주었잖아? 그거 보고 나서 말을 그려보고 싶었어.”

“그건 부분만 베껴 그린 거야. 원작은 황실에서 소장하고 있는데, 말이 모두 일백 필이나 그려져 있는 엄청난 대작이야.”

“어쨌든, 배경은 서양화의 원근법을 사용하여 공간을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전체적으로는 전통화의 기법까지 녹여내고 있어. 예를 들면, 초원은 준법을 사용하기도 했고, 말이나 나무의 음영 표현은 전통화의 선염 방식으로 완성했지.”

“오우, 그림 설명하는 방식이 많이 세련돼졌는걸.”

“네가 잘난척쟁이처럼 설명하는 걸 듣다보니 나도 좀 배운 것 같아.”

“으이그, 잘난척쟁이란 말 좀 쓰지 마.”

“어쨌든, 말 여덟 마리만 그려진 모작이 이런데, 원작은 얼마나 감동적일까?”

“그러게. 근데 원작은 황제 가족만 감상할 수 있을 거야. 아니, 측근이나 고관들은 볼 수도 있겠지?”

“야 근데, 원작이 황실 소장품이라며, 원작을 어떻게 보고 모작을 그린 거야?”

“황실화원들이 연습 삼아 그린 그림이거나 아니면 그런 그림을 다시 베껴 그린 그림일 거야. 북경에서는 서양화풍도 인기가 있다더라고, 그러니 그걸 모방해서 그리는 화가들도 많을 수밖에 없지.”

“북경 한 번 가보고 싶어.”

“나도 그래. 그건 그렇고, 우리 말 몇 마리 살까?”

“여기서 말 탈 일이 뭐가 있다고 말을 사? 그것도 몇 마리씩이나 말이지.”

“나도 말 타본지 오래 됐어. 말 얘기가 나오니 말 타고보고 싶은데. 게다가 보보한테 말 타는 것도 가르쳐주고 좋잖아?”

“야, 헤엄이면 몰라도 무슨 말 타는 걸 가르쳐?”

“조랑말이면 탈 수도 있지 뭘 그래. 그런데 말이지, 너 개성에서 말 그려준다고 해놓고 왜 아직까지 안 그려줘?”

“야, 그 때 말이 없어졌잖아?”

“야, 그 때 너희 아버지께서 가져가셨잖아?”

“그러네, 우리 아버지께서 가져가 팔아버리셨지.” 준이 대꾸하고 나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으음, 아버지는 잘 계시려나?”

“준아, 말 사러 가자.” 명희가 준의 혼잣말을 듣고 나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화제를 바꾸었다.

“지금 당장?”

“그래, 지금 당장! 말을 사서 말도 타고 말도 그리고, 하하하. 보보 데리고 지금 바로 가자고.”


명희는 당장 말을 사러가지 못 했다. 운하의 도시 양주에는 마시(馬市)가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명희는 수소문 끝에 평산에서 서북쪽으로 십 리 정도 떨어진 곳에 말 농장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래서 말 농장을 말을 사러갔다가 사지 않고 빌려왔다. 말 농장의 주인이 명희를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계산행려도〉를 보러갔다가 명희를 보았다고 했다. 〈계산행려도〉를 공개해서 고맙다며 명희의 손을 잡았다. 그러면서 양고기 국숫집 주인이 안기의 양녀인 명희가 그렇게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명희가 말을 사려는 이유를 듣고는, 말을 사지 말고 빌려가서 그림을 그리고 나서 다른 말로 교체하라고 했다. 명희는 고맙다며 주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사례금을 두둑하게 지불했다. 주인이 거절했지만, 명희는 그러면 말을 빌려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결국 사례금을 받았다.

명희는 농장 주인에게 말 한 마리를 빌려 평산 나루까지 타고 갔다. 거기서는 말을 배에 태우고 홍교로 돌아갔다.


명희는 홍교 나루에 배를 세우고 말을 달려 사동각으로 돌아갔다.

“명희야, 여기서 말을 달리면 어떡해?” 왕휘가 영풍루 밖에 있다가 명희를 보고 외쳤다.

“삼촌, 멋있죠? 하하하. 오랜만에 타니까 달려보고 싶어서.” 명희가 대꾸하고 말을 몰아 사동각을 지나 앞으로 달려 나갔다.

“삼촌, 뭐예요?” 산이 말 달리는 소리에 사동각 밖으로 나와서 물었다.

“뭐가 뭐야? 네 누나가 어디서 말 타고 나타났어.”

“예? 말 사러 간다고 나가더니만 돌아왔어요?”

“돌아와서 이미 지나갔어.” 왕휘가 대꾸하고 돌아오는 명희를 보며 말했다. “저기 다시 오고 있네.”

“산아, 누나 멋있지? 오랜만에 말 달리니 정말 기분 좋은데.” 명희가 말고삐를 당겨 말을 세웠다.

“멋있긴 멋있네요. 근데 누나, 말도 탈 줄 알아요?”

“내가 조선에 살 때, 양반집에도 없는 말을 타고 다녔어. 하하하. 여덟 살에 말 타는 걸 배우고 열두 살에는 말을 타며 조선 팔도를 누볐지.”

“저런 잘난척쟁이, 허풍은!” 왕휘가 핀잔을 주었다.

“삼촌은 말이나 탈 줄 알아? 물에서만 잘 싸우지. 아니구나, 물에서도 싸움 못 해서 나한테 졌잖아?”

“야, 그 얘기 좀 그만 해!”

“고모, 멋있어요. 보보 태워줘요.” 보보가 준의 손을 잡고 나와 말했다.

“그럼 물론.” 명희가 대꾸하고 말을 천천히 몰아 보보 앞으로 갔다. 그러고는 말에서 내리지 않고 말안장에 발을 걸고 보보를 끌어안아 올리고 외쳤다. “이리와! 달려보자고.”

“야, 위험해!” 준이 딸을 낚아채 말에 태우고 달려 나가는 명희에게 외쳤다.

“야, 뭐가 위험해? 명희가 이미 안고 있는데. 보보 웃는 소리 안 들려?” 왕휘가 태평하게 말했다.

“삼촌, 요즘 걱정이에요. 보보의 성정이 명희를 닮아가는 것 같아서.”

“명희가 어때서?” 왕휘가 발끈했다.

“그럼요, 명희가 내 친구라니까.”

“야, 네가 방금 명희한테 뭐라고 했잖아?”

“삼촌, 왜 준한테 뭐라 하셔? 준이 내 친구라고.” 명희가 어느새 달려와 말고삐를 채며 말했다.

“까르르, 고모 말 타는 거 잘난척쟁이! 한 번 더 달려요. 헤엄보다 재밌어요.”

“양주 사람이면 헤엄이 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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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보랏빛 검기(劍氣) 22.06.02 111 2 12쪽
86 사라진 검기(劍氣) 22.06.01 115 2 11쪽
85 위조 미수 22.05.31 11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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