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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칼날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과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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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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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58
추천수 :
455
글자수 :
581,056

작성
22.06.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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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애합문(愛哈門)객잔

DUMMY

다음날 아침, 세현과 승호는 봉황성에서 하루를 묵고 나서 창 두 자루를 구했다. 각자 그 창을 들고 애양진(愛陽鎭)까지 일백이십 리 길을 떠났다. 그들은 날아 저물기 시작할 무렵 애양진을 지나 책문인 애합문(愛哈門)에 도착했다. 잘 곳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고를 데도 없었다. 인가라고는 열 채도 안 되는 작은 마을에 객점이라고는 한 군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소?” 주인이 세현과 승호를 맞았다.

“빨리 되는 거 아무거나 먹을 것 좀 내주쇼. 점심에 건량밖에 못 먹었더니만 배가 고프구먼.” 세현이 말을 받았다.

“사슴고기 말린 게 있으니, 그거라도 우선 들겠소?”

“그럼요. 그거랑 술이랑 좀 주시고, 다른 음식도 좀 만들어주쇼.”

“알겠소. 멧돼지는 구우려면 시간이 좀 걸릴 데니, 우선 사슴육포를 내드리겠소.” 주인이 말하며 주방으로 향했다.

“여긴 점소이도 없구먼.” 세현이 주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러게. 여기는 민간인들이 올 일도 없을 것 같고, 가끔 사냥꾼이나 약초꾼들이 들르겠지.” 승호가 말을 받았다.

“맞아, 여긴 책문 경비병들만 상대하는 술집인 것 같아. 근데, 주인 얼굴의 멍은 사나흘 전에 생긴 것 같지 않아?”

“어디서 부딪혔나 보지. 근데 형, 이 맛있는 냄새는 뭐지? 냄새 때문에 더 배고파지네.”

“그러게, 고기도 아니고 뭔 냄새지?”

잠시 후, 주인이 사슴육포 한 접시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접시 그리고 술을 쟁반에 받쳐 들고 나왔다.

“뭘 볶아온 거요?” 세현이 군침을 흘리며 물었다.

“불려놓은 말린 송이버섯이 있어서 그걸 좀 볶았소.” 주인이 탁자에 술과 음식을 올려놓으며 대꾸했다.

“주인장 먼저 들어봐요.” 세현이 젓가락을 들고 말했다.

“뭔 몽환약이라도 탔을까봐 그러쇼?” 주인이 핀잔을 주며 버섯볶음을 집어먹고 술도 한 잔 마셨다.

“승호야, 이제까지 먹어본 버섯 중에 가장 맛있어.” 세현이 주인이 먹는 것을 보고 나서 버섯볶음을 먹으며 말했다.

“그러게. 국경까지 오니 이런 걸 먹어보네.” 승호도 그것을 먹으며 말을 받았다.

“멧돼지고기는 불에 올려놓고 왔으니 좀 기다리쇼.” 주인이 말하며 주방쪽으로 몸을 돌렸다.

“주인장, 혹시 사나흘 전에 여기 귀공자가 한 명 오지 않았었소?” 세현이 물었다.

“왔었소. 하루를 묵고 나서 다음 날 떠났소. 안 그래도 아까 손님 두 분 보니까 사람 찾아온 것 같았다니까. 아니면 사냥꾼이나 심마니도 아니고 여기 올 일이 있겠소?” 주인장이 대꾸했다.

“그 공자의 짐은 어땠소?”

“묵직해 보이는 봇짐을 말에 싣고 있었소. 그 공자가 댁들한테 뭐라도 훔쳐간 거요?”

“아니오. 공자님께서 가출하셔서 집에 데려가려고 뒤쫓는 거요.”

“암만 그래도 그 공자 뒤꽁무니만 쫓아갈 뿐 따라잡기는 힘들 것 같소. 손님들 말도 좋기는 한데, 그 공자 말은 보기 드문 명마였다니까. 묵직한 짐을 싣고도 당당하고 가볍게 움직이는 걸 보면, 그러니까 감탄할 수밖에 없는 그런 말이 있잖소?”

“잘 모르겠소. 남방에서 배만 타고 다니다보니 말에 대해 잘 알 턱이 있나?” 승호가 세현과 주인의 대화에 끼어들어 말했다.

“남방사람들은 그렇군. 어쨌든 여기 북방사람들은 누구나 부러워할 명마였소.”

“그 공자가 어디로 간다는 말은 없었소?” 세현이 말 이야기를 자르며 물었다.

“뭐 특별할 말을 없었소. 그냥 북쪽으로 가본다고만 하던데.”

“그냥 북쪽으로만 간다고 했다고요?”

“그렇다니까. 그런데 희한한 건 그 공자가 비싼 비단옷을 벗어주고 조선옷을 갈아입고 출발했다니까. 내가 옷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귀한 약초 말린 거랑 인삼을 싸주려고 했는데, 다 거절하고 그냥 떠났소.”

“조선옷을 입고 떠났다고요?”

“그렇다니까. 여기는 가끔 조선에서 넘어온 사냥꾼도 있고, 몰래 장사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조선 사람들 차림새는 잘 알고 있지. 어쨌든 그 공자가 비단옷은 필요 없다는 듯 그걸 벗어주고 가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소.” 주인이 잠시 말을 끊고 고개를 들어 냄새를 맡더니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잠깐 기다리쇼. 가서 멧돼지구이를 봐야겠소.”

“조선옷으로 갈아입었으면 북쪽으로 간다는 건 거짓말이고, 여기서 국경을 넘으려고 했을 거야?” 세현이 주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그래, 형 말이 맞는 것 같아.”

“근데, 넌 명희가 조선옷으로 갈아입었다는 데에 대해 느끼는 것 없어?”

“있지. 아가씨는 역시 철저하다는 것.”

“그래, 넌 어제 금석산에서 무작정 압록강을 건넌다고 했잖아?”

“형, 이 버섯볶음 맛있지 않아? 멧돼지구이 냄새도 좋은데.” 승호가 대답을 회피하며 말을 돌렸다.

잠시 후, 주인이 육향이 가득한 멧돼지구이를 내왔다.

“멧돼지가 집돼지하고는 다르게 맛있구먼.” 세현이 주인이 먼저 멧돼지구이를 집어먹자 그걸 먹으면서 말했다.

“그럴 거요.” 주인이 긍정했다.

“주인장, 혹시 여기서 조선 물건 좀 구할 수 있소?” 승호가 화제를 바꾸었다.

“무슨 조선 물건 말이오?”

“특별히 뭘 구하는 건 아니고, 아무 거나 구할 수 없을까요?” 승호가 되물었다.

“구할 수야 있죠. 뭘 구하느냐가 문제죠.”

“혹시 조선옷을 구할 수 있겠소?” 세현이 끼어들어 물었다.

“옷을 구하는 거야 뭐가 어렵겠소. 당장 없어서 그렇지.”

“예? 지금 없어도 구할 수는 있다고요?”

“그렇소.” 주인이 긍정하고 나서 여기서 벌어지는 밀무역에 대해 설명했다.


애양진에는 유조변 내외를 순찰하기 위해 군관 두 명과 군졸 열두 명이 파견 나와 있었다. 이들은 서너 명씩 교대로 애합문에 나와 파수를 서기도 했으나, 근무시간과 근무태도 그리고 규율 모두 허술했다. 이들은 파수보다는 상인들과 결탁해서 조선 삭주의 상인들과 밀무역하는 일에 몰두했다. 이들은 봉금지대에서 상인들을 호위해주고 거래를 돕는 대가로 이익을 나누어가졌다.

주인은 마침 모레 봉금지대에서 거래가 있으니 상인들이 내일 이곳으로 올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현이 조선 물건을 사겠다면 내일 자신이 상인들을 소개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세현은 그러라고 하면서 우선 하루를 묵어가겠다고 했다.


다음날 오후, 상인들은 짐을 가득 실은 수레 네 대를 끌고 나타났다. 모두 열 명의 상인들은 객점뿐만 아니라 민가에도 숙소를 정했다. 상인 우두머리와 시종은 세현이 머무는 객점으로 왔다.

주인은 그에게 세현을 소개했다. 세현은 그에게 승호와 둘이 함께 따라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는 거들먹거리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세현은 알았다며 조선 물건 좀 살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그런 건 성경에 가서 알아보라며 잘라 말했다. 세현은 알았다고 하며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해질 무렵, 군관 한 명이 무장한 군졸 열 명을 이끌고 나타났다. 군관은 세현이 머무는 객점으로 왔고 군졸들은 흩어져 민가에 숙소를 정했다. 주인은 군관을 맞으면서 귀엣말을 했고, 세현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심 군관님, 오셨습니까?” 상인 우두머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머리를 조아리며 군관을 맞았다.

군관은 고개만 끄떡이고 별 대꾸 없이 자리에 앉으면서 세현과 승호의 차림새를 눈여겨봤다.

세현은 자신에게 거들먹거리던 그가 군관에게 공손한 것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어디서 온 자들인가?” 군관이 세현과 승호에게 물었다.

“산동에서 사람을 찾아온 사람이오.” 세현이 대답했다.

“어떤 사람을 찾아 이 궁벽한 변경까지 왔나?”

“집안의 공자가 가출해서 찾아 나섰소. 저 혹시 군관님, 내일 봉금지역에 들어가 보면 안 되겠소?”

“야 이놈아, 거긴 나라에서 금하는 곳이야!” 군관이 버럭 화를 냈다.

“오늘 여기 이렇게 모인 걸 보니, 내일 거기서 장사라도 하려는 것 아니오?” 세현이 대담하게 대꾸했다.

“허어, 그놈 같이 배 밖으로 나왔구먼.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걸 보니.” 군관이 화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군관 나리, 나도 돈이 꽤 있어서 밀무역에 투자 좀 해보려고 하오. 제가 내일 참관 좀 하면 안 되겠소?” 세현이 주위에 들리지 않도록 군관에게 속삭였다.

“허어, 그놈 희한한 놈일세. 너 이놈아 사람 찾아왔다고 하지 않았더냐?” 군관도 세현의 대담한 제안에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사람을 찾으면서 장사도 할 수 있지 않소?”

“그래, 그럼 내일 아침 우리를 따라 나서라.”

“고맙소. 군관 나리.”


세현은 군관과 대화를 끝내고 승호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아까 군관이랑 무슨 얘기한 거야?” 승호가 목소리를 낮춰 세현에게 물었다.

“내일 밀무역하는 것을 참관하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하던데.”

“갑자기 왜 그걸 참관해?”

“내일 상황 봐서 국경을 넘어가게.” 세현이 짧게 대답하고 질문을 던졌다. “너 여기 주인장이 이상하다는 것 못 느꼈어?”

“저 정도면 친절하고 음식도 잘하잖아?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엊그제는 확신할 수 없어서 너한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오늘 보니 그게 아니야. 너도 생각해봐. 우리 같은 외지인한데 밀무역이란 범법행위의 실체를 알려주는 것이 이상하잖아?”

“그러네. 어젠 주인한테 아무 생각 없이 들었는데, 원래 그건 숨겨야 할 일이잖아?”

“근데 그렇게 했다는 건 살인멸구(殺人滅口)하겠다는 생각 아니겠어? 어차피 이런 데서 사람을 죽이고 시체 처리하는 게 무슨 대수겠어? 여긴 봉황성과는 아예 다른 데라고.”

“그럼, 주인 얼굴에 생긴 멍도 아가씨한테 맞아서 생긴 거겠네?”

“이제야 머리가 돌아가는군. 명희가 여기서 하루 묵었다고 한 거 기억나지? 그 때 주인 놈이 명희가 비단옷을 입고 재물도 많을 것 같으니 칼이라도 들고 빼앗으려고 했을 거야. 근데 명희한테 그게 되겠어? 얻어맞고 나서 비단옷을 받았겠지.”

“그럼, 주인장이 군관이랑 결탁해서 우리 재물을 빼앗으려는 거야?”

“아마도. 근데, 내일 따라 나오라고 허락한 건 여기서 살인을 하고 처리하는 것보다 거기서 처리하는 게 손이 덜 가기 때문일 거야.”

“하긴, 금석산 같은 황량한 곳에서 살인을 하면 시체조차 처리할 필요도 없을 거야. 들짐승들이 며칠이면 다 먹어치울 테니까.”

“내일은 실전이야. 너도 그 동안 양가창법 배운 거 제대로 한 번 써먹어 봐야지. 마음 단단히 먹고 출발하자고.”

“겁나는데.”

“겁먹을 필요 없어. 군관 놈도 보니까 별거 아닌 것 같아. 그리고 내일 그들을 따라 나섰다가 국경을 넘을 수 있으면 아예 조선으로 들어가자고.”

“형, 정말 안 돌아 갈 거야?”

“응, 명희 보기 전에는 안 돌아가. 그리고 여기까지 너 혼자 왔으면, 넌 아마 이미 주인 놈한테 당했을 거야. 그러니 내가 마음이 놓이겠냐?”

“그래, 알았어. 그건 그렇고, 여행하는 동안 봉으로만 연습했는데, 있다 밤에는 어제 봉황성에서 산 창으로 연습을 좀 해야겠어.”

“그래, 있다 상황 봐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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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거래 종료 22.06.14 14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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