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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uan7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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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그림과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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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36
추천수 :
438
글자수 :
581,056

작성
22.05.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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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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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백발처녀

DUMMY

“야 이년아, 너 그 책 어디서 훔쳤어?” 할머니가 다짜고짜 욕을 했다.

“왜 욕을 하셔? 난 이제까지 남의 것을 훔쳐본 적이 없어요.” 명희가 화를 가라앉히며 낮은 어조로 대꾸했다.

“이년이 이젠 거짓말까지 해?”

“할머니, 이년저년 좀 그만하셔! 내가 거짓말은 한 적 있지만, 뭘 훔친 적은 없다고.”

“이년아, 네가 그걸 안 훔쳤으면 어떻게 날 따라오고, 시구(詩句)는 어떻게 외우고 있어?”

“할머니, 《시경(詩經)》은 내가 여덟 살 때 읽었고, 열 살 때 〈국풍(國風)〉의 민요들은 거의 다 외웠다고요. 뭔 《시경》을 외우고 있다고 이년저년 하셔?”

“이년아, 그럼 경공은 어디서 배웠어?” 할머니가 물으며 명희에게 주먹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이 할멈이 정말! 누군 싸움도 못 하는 줄 알아!” 명희도 할머니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할머니의 주먹은 뱀처럼 기민하고 자유롭게 움직였다. 명희는 예상 밖의 위치에서 날아오는 주먹을 막느라 진땀을 뺏다. 할머니는 민첩한 공격을 늦추지 않았고, 명희는 방어를 하면서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계속 수세에 몰리자 왼쪽팔뚝에 주먹을 허용하고 나서 오른발을 날렸다. 할머니는 그걸 피해 뒤로 날았다.

“저년, 근력이 말 같구먼.” 할머니가 한 마디 했다.

“할멈, 주먹이 뱀 같구먼.” 명희가 맞받아치면서 오른손으로 왼쪽팔뚝을 문질렀다.

“그래 이년아, 다시 한 번 붙어보자. 뱀 주먹의 맛을 보여주마.” 할머니가 다시 주먹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그래 할멈아, 물뱀은 어떤지 한 번 보자.” 명희는 공격을 피해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저년이 어딜 도망쳐?” 할머니도 명희를 따라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명희는 물속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할머니가 뛰어들자 가슴에 주먹을 꽂았다. 할머니는 예상하지 못 한 공격을 겨우 막아냈다. 명희는 공세를 이어갔다. 물속에서는 할머니의 민첩했던 공격이 현저히 느려졌다. 명희의 말 같은 근력은 물의 저항을 이겨내며 할머니를 수세로 몰아넣었다. 한참동안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다 할머니가 명희의 공격을 피해 물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명희는 그녀의 발목을 붙잡고 물속으로 끌어당겼다. 할머니는 있는 힘껏 발을 차며 겨우 발목을 빼서 물 밖으로 나갔다.

“할멈, 쉬고 나서 다시 들어와.” 명희가 수면 위로 얼굴은 내밀고 말했다.

“아니, 저년이!” 할머니가 이를 갈았다.

“할멈, 물뱀은 별로구먼. 느리고 힘도 없어.” 명희가 비웃었다.

“야 이년아, 너 이리 안 나와!”

“할멈이 들어오셔. 난 여기서 헤엄 좀 치고 있을 테니까.” 명희가 놀리고 나서 장포를 벗어 물 밖으로 던졌다. 그러고는 유유히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야 이년아! 너 그 책은 어디서 훔쳤어?” 할머니가 헤엄치는 명희를 노려보며 물었다.

“야 이 할멈아, 아까부터 내가 무슨 책을 훔쳤다는 거야? 혹시 《시경》을 암호처럼 만들어놓은 내공수련법 책을 말하는 거야?”

“저년이 이제야 실토를 하네.”

“그 책은 세현 오빠가 나한테 준 거야. 훔치긴 뭘 훔쳐?”

“세현 오빠라고? 그 구레나룻 기른 놈 말하는 거야?”

“그래, 그 오빠가 구레나룻을 길렀지. 근데 혹시, 할멈이 십년 전에 그 책을 준 할머니야? 세현 오빠가 여러 번 찾아봤는데 못 찾았다고 했는데.”

“명희야, 너 이리 나와 봐라. 공격하지 않을 테니까.” 할머니가 화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할머니, 내 이름도 알고 있으면서 이년저년 욕을 한 거요? 근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계셔?”

“묵연당에 〈계산행려도〉 보러 갔을 때 알았지.”

“근데, 아까 다리에서는 불러도 못 들은 척 그냥 가고, 여기서는 왜 다짜고짜 공격을 하셨어?”

“그건, 묵연당에서 널 봤을 때 무공을 익힌 것 같아서 시험을 좀 해보려고 그랬지. 근데 경공 쓰는 걸 보니 네 내공이 내가 구레나룻에게 준 책을 보고 익힌 것 같더라고. 그래서 구레나룻 아까 세현이라고 했지? 걔한테 훔친 줄 알았어.”

“아까도 말했잖아요? 내가 거짓말은 해도 뭘 훔친 적은 없다고요.” 명희가 대꾸하고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할머니, 근데 얼굴은 왜 그렇게 젊어요? 백발만 아니면 서른 살 정도밖에 안 돼 보여요. 그래서 위화감이 느껴진다니까요.”

“실제로 서른둘밖에 안 됐으니까 서른 살 정도로 보이는 건 당연한 게 아니야?”

“예? 서른둘이라고요? 십년 전에도 세현 오빠가 할머니라고 했는데, 그 때는 스물두 살밖에 안 됐다는 거 아니에요?”

“그래. 그 때 세현이 만나기 얼마 전, 자고 일어났더니 하룻밤사이에 머리칼이 모두 백발로 변해 있었어.”

“잠깐만요, 나가서 얘기해요.” 명희가 잠시 말을 끊고 잠수했다. 그러고는 잠시 후 수면을 뚫고 공중을 날아 그녀의 옆에 내려섰다. 몸을 흔들어 물을 털어내고 자리에 앉았다.

“제법이네. 너 그 책 누구랑 같이 연구했어?”

“아까 싸울 때도 느낀 거지만, 이 언니 바로 옆에서 보니까 엄청난 미인이네.” 명희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옆에 앉은 백발처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언니, 어쩌다 오자서(伍子胥)처럼 하루아침에 백발이 된 거야? 그것도 스물두 살에 말이야.” 명희가 안타까워하며 백발을 만졌다.

“야 이년아, 손 안 치워! 또 한 번 싸워볼래! 나 마녀로 변하는 거 보고 싶어!”

“언니 미안해, 진정하셔. 그리고 싸움은 말이지, 물속에서 싸우지 않을 거면 사양할게.”

“어쨌든 이제 백발 얘기는 집어치워.” 백발처녀가 단호하게 자르고 이어서 물었다. “너 그 책을 누구랑 연구했냐니까?”

“나 혼자 했어. 그리고 잘 모르는 부분은 나중에 세현 오빠한테 물어봤지.”

“너 혼자 그 암호를 풀었다고?”

“아까 얘기했잖아? 내가 열 살 때 《시경》의 〈국풍〉 민요들은 거의 다 외웠다고. 그걸 바탕으로 해독했어. 그 책에 〈아(雅)〉나 〈송(頌)〉의 시는 아예 없던데. 그리고 내공과 관련되어 모르겠는 건 세현 오빠한테 물어봤다고. 그리고 그 오빠는 글을 몰라서 그 책을 나한테 줬다고.”

“그래? 그 때 걔 문맹일 것 같았어. 근데 그 날, 다짜고짜 짐을 빼앗더니만 들어주겠다고 하더라. 미친놈인 줄 알았다니까. 게다가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날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공손하게 대하더라고. 멍청한 놈 같기도 하고 상대하기도 귀찮아 내버려두었더니 집까지 따라왔지 뭐야? 흥.” 백발처녀가 회상을 멈추고 말을 이었다. “어쨌든, 네가 혼자서 그걸 해독해서 수련까지 했다니 기연(奇緣)이야.”

“언니, 그 책에 이렇게 집착할 거였으면, 그 때는 왜 세현 오빠한테 줬어?”

“그 때는 모든 걸 던져버리고 속세를 떠나려고 했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십년 동안 절해고도(絶海孤島)에서 살다 얼마 전에 양주로 돌아왔어.”

“그래서 세현 오빠가 책을 받은 후 그 할머니를 못 찾았구먼.” 명희가 말을 끊었다가 화제를 바꾸었다. “근데 언니, 속세 떠난 사연이 뭔지 물어보면 또 싸우자고 할 거야?”

“어떻게 알았어?” 백발처녀가 반문하고 말을 이었다. “그냥 사랑 때문이라고만 알아둬. 아니, 사랑의 상실 때문이지. 더 이상 묻지 마.”

“알았어. 그럼 이름은 알려줄 수 있지?”

“연예상이야.”

“예상 언니, 그 책 돌려줄까?”

“너 다 외웠잖아? 그러면 돌려줘. 내가 가지고 있을게. 그리고 그 책 가지고 오면 내가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줄게. 너 혼자 터득했다니 네가 무학의 귀재인 건 맞는데, 아까 경공 쓰고 나서 운기조식 하는 걸 보니 어떤 데는 오류가 있는 것 같아.”

“사저(師姐), 고마워. 나도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고, 근데 물어볼 사람은 없고 말이야.” 명희가 연예상의 손을 잡으며 고마워했다.

“흥, 사저는 뭔 사저야?” 연예상이 명희의 손을 뿌리친 후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내가 가르쳐줬으면 모를까, 네가 이미 혼자 터득했잖아? 그리고 처음부터 내가 널 가르쳐줬으면 날 사부라고 불러야 되잖아? 사저는 집어치우고 그냥 언니라고 불러.”

“알았어, 언니. 근데 어제 사동각에 그림 판 할머니가 언니 맞지? 산이 머리는 백발인데 얼굴은 아니라고 했거든.”

“거기 있던 얘가 산이야?”

“응. 그러면 그림 판 사람이 언니 맞구나.”

“그 그림 마음에 들어?”

“그럼 당연하지. 근데 산이 너무 싸게 사서 뭐라고 했어. 그래서 할머니한테 제 값을 채워드리려고 이천 냥짜리 수표까지 챙겨서 관음산으로 찾아왔다고.”

“넌 역시 남다른 데가 있어. 찾아올 것 같기도 했는데 확신은 없었지. 그런데 네가 과가정에 앉아서 행인들 살펴보다가 관음사에 올라오더라고.”

“언니, 아까 다 보고 있었어? 그래서 관음사 뒤쪽 산문에서 기다린 거야?”

“그래, 그리고 아까 말한 것처럼 내 무공을 시험해보려고 했는데, 경공 쓰는 게 그 책을 바탕으로 한 거라서 의심했던 거야.” 연예상이 잠시 말을 끊었다 다시 이었다. “그리고 어제 이철괴 그림은 내가 네게 선물하려고 열 냥만 받고 판 거야, 아니 준 거지.”

“그림 값 열 냥은 그렇다 치고, 왜 나한테 선물을 해?”

“십년 만에 양주에 와서 〈계산행려도〉를 한 번 더 보려고 했어. 그런데 네가 그걸 공개하더라고. 그게 기특해서 선물한 거야.”

“한 번 더 본다고? 그럼 그 전에도 본 적이 있어? 언니가 십년 동안 절해고도에 있었다고 했으니까 처음 본 건 십년 전이겠네?”

“그보다 한두 해 더 전이지. 묵연당 개점하고 〈계산행려도〉를 걸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처음 봤어.”

“어? 언니는 내 의부를 아는 거야, 아니면 묵연당 주인을 아는 거야?”

“내가 〈계산행려도〉를 보는 데, 왜 그 따위 사람들을 알아야 해?”

“어? 아니면 어떻게 봤어?”

“달 밝은 밤에 여러 번 봤어.”

“어? 그러면 몰래 들어가서 봤다는 거야?”

“그래. 이번에도 그러려고 했는데, 내가 그걸 공개한 거야. 그래서 처음으로 대낮에 그걸 볼 수 있었어. 달 밝은 밤에 보던 거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지. 그 때 난 네가 마음에 들었어.”

“당연히 일광 아래서 보는 거랑 월광 아래서 보는 거랑 다르겠지. 그러고 보니 난 월광 아래서 본 적이 없네. 이젠 다시 볼 수도 없고.” 명희가 아쉬워했다.

“월광 아래서 보면 그윽한 느낌이 있어.”

“언니도 그림 좋아하는구먼. 근데, 어제 이철괴 그림 값은 받아두셔. 아참, 장포 안주머니에 수표를 넣어두었는데 다 젖었겠네.”

“그건 너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했잖아? 겨우 이천 냥짜리 수표 줄 거면 그냥 찢어버려.”

“어?”

“그게 안휘(顔輝)의 그림이라고.”

“안휘? 원대(元代)인지는 알았는데, 그게 안휘의 그림이라고?”

“그래, 세상에 몇 점밖에 없는 화가의 그림이지. 그 중에 두세 점은 아마 황제가 가지고 있을 거야.”

“맞아, 궁중에서 하마선인도(蝦蟆仙人圖)하고 이철괴도(李鐵拐圖)를 소장하고 있다는 얘긴 들었어. 잠깐만 언니, 내가 책 돌려줄 때 그 그림도 돌려줄게. 안휘의 그림이면 천만 냥은 나갈 텐데, 내가 그 금액을 주고 그 그림을 살 수가 없어.”

“야, 선물이라고 했잖아? 장난 하니?”

“언니, 그 그림 어디서 났어? 내가 공개적으로 그 그림을 팔 수 없잖아?”

“흥, 넌 언니가 선물한 걸 팔아버리니? 그냥 옆에 두고 감상만 하라고.”

“언니가 다른 사람한테 말도 안 하고 가져온 거면, 내가 불편하잖아?”

“그래 이년아, 훔친 게 맞는데, 불편하면 가져와. 찢어버리든 태워버리든 하게.”

“언니, 화내지 말고. 어디서 가져온 거야? 거기 다시 가져다놓으면 내가 가서 사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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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의인(義人) 22.06.24 10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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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국경 22.06.18 102 1 12쪽
98 엄마 22.06.17 102 1 11쪽
97 가출 22.06.16 103 1 12쪽
96 22.06.15 114 1 12쪽
95 거래 종료 22.06.14 108 2 11쪽
94 사부 22.06.11 108 2 11쪽
93 핑계 22.06.10 112 2 11쪽
92 가보(家寶) 22.06.09 126 2 12쪽
91 감정(鑑定) 22.06.08 11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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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불타지 않은 그림 22.06.03 109 2 11쪽
87 보랏빛 검기(劍氣) 22.06.02 111 2 12쪽
86 사라진 검기(劍氣) 22.06.01 115 2 11쪽
85 위조 미수 22.05.31 116 1 12쪽
» 백발처녀 22.05.28 112 1 12쪽
83 할머니 22.05.27 1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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