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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uan7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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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그림과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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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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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
글자수 :
581,056

작성
22.06.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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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보랏빛 검기(劍氣)

DUMMY

다음 날, 명희는 관음산 근처의 연못을 찾았다.

“언니, 나도 화나는데, 양원길이 내가 연습할 때 쓰는 칼보다도 못 한 칼을 가져왔지 뭐야?”

“그럼, 앞으로 너 실전에 쓸 칼은 어디서 구할 거야? 양원길ㅇ; 오면 해결된다고 장담했었잖아?”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명희야, 너 군대랑 한 판 붙을 거라면 참 한가하다. 아직까지 실전에 쓸 칼도 못 구하고 말이야.”

“언니, 내가 이렇게 한가하게 구는 건, 양주를 떠나기 싫은 마음도 있기 때문인 것 같아.”

“그럼, 안 가면 되잖아?”

“근데, 아버지 복수를 안 할 수가 없잖아?”

“그거야 네 마음이지, 안 할 수 없는 게 뭐가 있어?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지.”

“하기 싫어도 해야 할 게 있잖아?”

“넌 그런지 몰라도 난 하기 싫으면 안 해.”

“언니, 그럼, 나 가르치는 건 싫지 않은 거지?”

“사내놈들이었다면 무릎 꿇고 빌어도 쫓아버렸을 거야. 너 같은 귀재는 만나기도 힘들어. 공자가 말한 군자의 세 번째 즐거움을 내가 느낄 줄은 몰랐어.”

“하하하, ‘득천하영재이교육지, 삼락야(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하하, 내가 언니한테 군자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거군.”

“군자 얘기는 집어치워. 군자도 아니면서 군자연하는 인간들은 꼴도 보기 싫어. 차라리 너처럼 겸손하지 못 한 잘난척쟁이처럼 구는 게 자연스럽다고.”

“군자삼락 얘기는 언니가 먼저 꺼냈잖아?”

“어쨌든, 너한텐 이런 것도 주고 싶다고.” 예상이 명희가 두고 갔던 연습용 칼의 칼집에서 검을 뽑으며 말했다.


보랏빛 섬광이 사방을 뒤덮었다. 검은 섬광을 발산하면서 동시에 주위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나뭇잎이 스산하게 흔들렸고, 연못의 수면도 진동했다.

‘징’하는 칼 울음이 명희를 끌어당겼다. 예상이 명희의 손에 검을 쥐어주었다. 명희는 검을 받아들고 검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검은 명희의 움직임을 따라 보랏빛 섬광을 내뱉으며 춤을 추었다. 명희는 검과 하나가 된 물아일체의 경지에 들어섰다. 명희가 검을 쓰는 건지 검이 명희를 쓰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예상이 명희의 연습용 칼을 들고 섬광 사이로 뛰어들었다. 칼날이 부딪히지 않게 명희의 공격을 흘리면서 맞섰다. 혼자 칼춤을 추던 검은 상대가 나타나자 흥겨워했다. 명희는 검에 이끌려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칼날을 흘리면서 방어하던 예상은 칼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하나, 둘, 셋, 넷, “쨍” 칼날이 부러졌고 예상은 몸을 뒤로 날려 검을 피했다. 하지만 검은 예상을 오른쪽 팔뚝을 갈랐다.


“언니, 괜찮아?” 명희가 당황해서 검을 거두며 물었다.

“괜찮아. 심하지 않아.”

“뭐가 괜찮아? 피 나잖아?” 명희가 검을 내던지고 발을 동동 굴렀다.

“야 이년아, 넌 앞으로 네가 실전에서 쓸 칼을 내던지면 어떡해?”

“지금 칼이 문제야? 지혈부터 해야지. 언니, 미안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칼부터 챙겨서 칼집에 넣어둬!” 예상이 명령했다.

“알았어.” 명희가 칼을 칼집에 넣고 나서 말을 이었다. “내가 칼을 따라 움직인 것 같아. 내공을 일부러 쓰려고 한 것도 아닌데, 내공이 칼을 따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느낌이었어.”

“잘했어. 저 칼도 주인을 제대로 만난 것 같다.”

“언니, 근데 왜 내공을 하나도 안 쓴 거야? 내공으로 버텼으면 그렇게 쉽게 부러지진 않았을 텐데.” 명희가 예상을 팔뚝을 지혈하며 물었다.

“내가 칼을 뽑았을 때 못 느꼈어? 칼이 우는 거 말이야.”

“잘은 모르겠는데, 나도 ‘징’하는 칼 울음에 이끌렸던 것 같아.”

“모든 칼은 피를 그리워하지. 주방에서 쓰는 식칼이라도 말이야. 근데 저런 보검이 오랫동안 실전을 경험하지 못 했으니 피에 굶주려 있던 거야.”

“그래서 내공을 안 쓴 거야? 일부러 피를 먹여주려고?” 명희가 예상을 말을 자르고 물었다.

“암만 피에 굶주렸다고 일부러 상처를 내서 피를 먹여줄 수는 없잖아? 네가 칼이라면 자존심 상하겠어, 안 상하겠어?”

“당연히 상하지. 화가 치밀어 올랐겠지.”

“근데, 내공을 안 썼다고 그렇게 금세 부러질지는 몰랐어.” 예상이 말을 잠시 끊었다 물었다. “너 아까 저 칼을 칼집에다 꽂을 때 처음에 칼집에서 뽑았을 때랑 분위기 달라진 거 못 느꼈어?”

“그런 것 같긴 한데, 언니 피 나는 거 보고 집중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피 나는 거 보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실전에서 어떻게 싸울래?”

“아깐 언니니까 그렇지, 실전에선 다를 거라고.”

“너 혹시 연습할 때만 최고수가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라니까, 난 강호에 나가서 최고수가 될 거라고. 그리고 그 때 사부가 누구냐고 물으면, 사부 따위는 없고 동네언니한테 배웠다고 자랑할 거야. 하하하.”

“넌 또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소릴 하니? 어쨌든, 앞으로는 연습할 때도 저 칼로 연습해.”

“언니, 근데 저 칼 어디서 났어? 양원길이 용천검의 보랏빛 검기니 하며 자랑하더니만, 어제는 아까 부러진 칼 같은 걸 가지고 왔다니까.”

“그러니까 사내놈들은 믿을 놈이 하나도 없는 거야.”

“믿을 만한 사내들도 몇 명은 있은데···” 명희가 목소리를 낮춰 중얼거리다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언니, 저 칼 이름이 뭐야?”

“칼 이름이 뭐가 중요해?”

“아니, 궁금해서···”

“용천검이야.”

“용천검! 보랏빛 검기를 내뿜는 용천검이라고?”

“그래, 맞아. 이번에도 내가 주인한테 가져다놓으면, 네가 사올 거야?”

“아니, 이번에는 아니야. 양원길한테 부탁할 게 따로 있어.” 명희는 잠시 말을 끊었다 사례했다. “언니, 고마워. 잘 받을게.”

“그래, 앞으로는 연습할 때도 저 칼로 연습해. 그리고 연습할 때가 아니더라도 항상 곁에 두고 애인처럼 다뤄.”

“알았어. 나도 마음에 들어서 항상 곁에 두고 싶었어. 근데, 애인처럼 다루는 건 어떻게 하는 건데?”

“야, 스물두 살이나 먹는 년이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내 머리가 하얗게 센 게 지금의 네 나이인 스물두 살 때였다고!”


나흘 후, 양원길이 칼 한 자루를 들고 사동각을 찾았다.

“아가씨, 며칠 전 가져왔던 칼은 원래 가져왔던 것이 아니요. 아예 칼자루부터 달랐는데, 그 땐 그걸 인지하지도 못 하고 있었소. 그건 그렇고, 내가 급하게 용천검 하나를 구했소. 원래 것보다는 못 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소.”

“이젠 칼 따위엔 흥미가 없어졌어요.” 명희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러지 말고, 우선 한 번 보기라도 하쇼.” 양원길이 권유하며 칼을 뽑았다.

용천검의 표면에는 보랏빛 광채가 흘렀다.

“전에는 검기가 자리를 압도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명희가 비꼬았다.

“물론, 원래 것에는 못 미치죠. 자리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보랏빛 검기가 매력적이지 않소?”

“별로인데요.” 명희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양원길이 가져온 검은 이미 보랏빛 섬광을 발산하는 용천검을 본 명희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아가씨, 이건 팔려는 게 아니고 아가씨한테 선물로 주려는 거요. 그러니 심상덕의 〈계산행려도〉 구매를 진행해봅시다.”

“선물이라도 받고 싶지 않아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이젠 칼 따위에는 흥미가 없다니까요.”

“아가씨, 그러지 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쇼.”

“그럼, 혹시 백발을 검은 머리칼로 회복시키는 약 같은 것을 구할 수 있어요?”

“어? 그런 약이라면 황실의 비전(祕傳)이 있죠.”

“황실의 비전이 있으면 뭐 해요? 구할 수가 있어야죠.”

“그건 구할 수 있을 것 같소. 효과는 확실할 거요. 황실의 노인이 그 약을 먹고 흑발로 변하는 걸 내가 직접 본 적이 있소.”

“대단하시네요. 황실 비전의 약까지 구할 수 있고. 혹시 황제를 아시는 건 아니죠?”

“아니, 아니요. 자금성에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데, 황제를 어떻게 알겠소.” 양원길이 어색한 표정으로 명희의 질문을 부정했다.

“그 약을 구해주시면 일을 한 번 진행해보죠.”

“구할 수는 있어도 당장은 어렵소. 북경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려면 빨라도 한 달은 걸릴 거요.”

“그럼, 한 달 후에 약이 도착하면 착수할게요.”

“아가씨, 그러지 말고 당장 착수해주쇼. 약은 반드시 구해드릴 테니까.”

“착수한다고 해도 일이 손에 잡힐지는 모르겠어요.”

“아가씨, 그럼 우선 이 칼을 선물로 드릴 테니, 착수 좀 해주쇼. 약 구하는 건 내가 보장하오.”

“칼은 필요 없는데···” 명희가 말을 끌며 못 이기는 척 칼을 받아 이리저리 살펴보고 나서 되돌려주었다.

“그럼, 결정한 거요.” 양원길이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이틀이 지나고 양원길의 시종이 사동각을 찾았다. 명희에게 다급한 소식을 전했다. 심상덕이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계산행려도〉를 태워버렸다고 했다. 명희는 놀라서 한숨을 내쉬고 심상덕을 방문하기 위해 일어섰다. 시종에게는 먼저 돌아가라고 했다. 시종이 돌아가자 명첩(名帖)을 써서 홍교 나루로 나갔다. 심상덕의 원림저택에 가기 위해 성을 향해 노를 저었다.

명희는 안면이 없던 심상덕을 찾아갔다. 문지기들 중 한 명은 명희가 묵연당에서 〈계산행려도〉를 공개했을 때 본 적이 있었다. 그 문지기가 명희가 건넨 명첩을 들고 심상덕에게 연통을 넣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명희는 문 앞에 서서 한나절을 기다렸다. 해가 지자 문지기는 다시 한 번 원림에 들어갔다 와서는 그냥 돌아가라고 했다. 명희가 아무 대꾸도 안하고 서 있기만 했다. 문지기는 한숨을 내쉬며 물 한 사발을 떠다주었다. 명희는 고맙다고 하며 물을 받아 마시고는 그대로 서 있었다.

명희는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문지기들은 비조차 피하지 않고 여전히 꼿꼿하게 서 있는 명희를 발견했다. 그들은 가을 새벽의 한기에 몸을 떨며 혀를 내둘렀다. 명희는 입술을 타고내리는 빗물을 혀로 핥았다. 투박하지만 관능적이었다. 갈증을 풀려는 명희의 입놀림에 문지기들은 입이 말랐다. 뿌옇게 날이 밝으며 빗줄기가 굵어졌다. 명희는 그 비를 다 맞으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저 아가씨 미쳤냐?”

“추운데 비까지 맞고, 저러다 죽는다.”

“그대로 굳어버린 거 아니야?”

“송장 치우기 전에 안에 들어가 봐라.” 문지기들은 조바심을 내며 한 마디씩 던졌다.

어제 물을 준 문지기가 원림에 뛰어 들어갔다. 그러고는 다시 나와서 제발 그냥 돌아가라고 했다. 명희는 대답 없이 고개만 저었다.

한참 후 비가 그치고 해가 구름을 뚫었다. 그 해는 중천에 가까웠다. 햇살은 금세 젖은 대지를 말리고 명희의 젖은 몸도 말렸다. 중추절을 앞둔 가을 햇살은 따가웠다. 여름 동안 검게 탄 명희의 피부를 가을 햇살이 또 태우고 있었다. 이미 하루가 지났지만 명희는 거기에 그대로 서 있었다. 문지기들은 질려서 일부러 명희를 외면했다. 문을 드나드는 집안사람들과 손님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명희를 살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마님께서 들어오라고 하시오. 얼른 좀 들어가쇼.” 자발적으로 연통을 넣어주던 문지기가 명희를 재촉했다.

명희는 기지개를 켜고는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다리를 풀었다. 그러고는 문지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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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의인(義人) 22.06.24 106 1 11쪽
102 상봉 22.06.23 101 1 13쪽
101 애합문(愛哈門)객잔 22.06.22 10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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