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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uan71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그림과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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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42
추천수 :
438
글자수 :
581,056

작성
22.06.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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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보(家寶)

DUMMY

“이번에는 표구한 네 점만 가져왔는데, 한 점은 아까 안진경의 가짜 서첩하고 바꾸었고, 여기 말 그림 족자가 세 폭이 있소.” 호운작은 시종이 꺼내놓은 족자를 양원길에게 건네며 말을 꺼냈다.

양원길은 족자를 한 폭을 살펴보고 나서 황신에게 넘겼다. 나머지 두 폭도 그렇게 했다.

“그림은 좋은데, 이게 어떻게 그려진 그림이지?” 양원길이 세 번째 족자를 보고 나서 고개를 저으며 말을 꺼냈다.

“종이는 송대의 것이 확실합니다.” 황신이 말을 받았다.

“아가씨, 이 그림들은 어떻소?” 양원길이 황신의 말을 무시하고 명희에게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중개만 하고 감정은 안하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명희가 발을 뺐다.

“아가씨한테 책임지라는 말은 하지 않을 테니, 의견이나 좀 말해보오.” 양원길이 다시 권유했다.

“세 폭 모두 ‘선화(宣和)’라는 인장이 찍혀 있고, 그 중 두 폭에는 ‘상상(上上)’이라고 썼으며 한 폭은 ‘어화원제일(御畫院第一)’이라고 썼어요. 근데 서체가 휘종(徽宗)의 수금체(瘦金體)인데다가 ‘선화’는 휘종의 연호이잖아요? 이 그림들은 휘종이 직접 보고 나서 글을 적어놓은 것이 확실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상상’과 ‘어화원제일’은 어떤 의미로 쓴 거요?”

“제 생각에는 궁중화가들이 시험 본 그림을 휘종이 평가한 것 같아요.”

“어? 그런 그림들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데.”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휘종이 한림원(翰林院) 아래 궁중도화원을 둔 것은 아시죠?” 명희는 양원길이 당연히 알고 있을 질문을 하고는 말을 끊었다.

“그걸 어찌 모르겠소? 계속 말해보오.” 양원길이 재촉했다.

“그 당시에 휘종이 과거시험을 모방해서 궁중화가들을 뽑았다고 했어요. 근데, 이 그림들은 아마도 그 때 시험을 본 그림 중 최고의 성적을 받은 그림들일 가능성이 있어요. 아니면 이미 선발된 궁중화가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보고 평가한 그림일 수도 있고요.”

“아하, 그럼 ‘상상’은 ‘상(上)’ 중에서도 ‘상(上)’이란 의미이고, ‘어화원제일’에서 ‘어화원’은 한림원 산하의 궁중도화원인데 거기서 ‘제일’ 잘 그렸다는 의미란 말이지.”

“맞아요. 그리고 이 그림들은 표구가 되어 있어서 뒷면을 볼 수 없지만, 호공자 장원에 있는 표구를 안 한 그림들을 보면 뒷면에 이름이 적혀 있어요. 그게 모두 다른 걸 보면 아마도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름일 거예요. 그리고 ‘상상’뿐만 아니라 ‘상중(上中)’과 ‘상하(上下)’도 있는 걸 보면, 화가 이름은 가린 채 평가한 것이 맞아는 것 같아요. 그리고 평가한 등급은 ‘중상(中上)’까지만 있는데 그 이하의 등급은 수준이 떨어져서 모두 폐기했을 거예요.”

“꽤나 설득력이 있군. 그렇다면 아가씨가 보기에 정말 등급대로 평가한 것이 맞는 것 같소?”

“양 공이 보시기에, 이 세 점 중에 ‘도화원제일’이 최고인 것 같지 않아요?” 명희는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그렇소. ‘상상’ 두 점도 괜찮지만, 그게 제일 낫지.” 양원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니까 양 공자 집안에서도 나머지 그림들도 대체로 황제가 평가한 등급 그대로죠. 그리고 이 족자는 그 중에서 잘 그린 그림을 족자로 표구해놓은 거고요.”

“이런 그림들은 대가의 그림은 아니지만 이제까지는 없던 형식의 그림들이고, 휘종황제의 인장과 친필 평가까지 있으니 나름대로 가치가 있군.”

“게다가 시대도 오래된 송대, 그리고 최고 수준의 궁중화원들 그림이잖아요.”

“그렇지.” 양원길이 명희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호운작에게 물었다. “호 공자, 이 그림들은 어떻게 소장하게 된 거요?”

“으음 그러니까, 아버지께서 오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직전에 궤짝 한 개를 남겨주셨소. 그 전까지 저는 우리 가문에 이런 보물이 있는지도 몰랐죠. 그 궤짝에는 그림이 오륙십 점 들어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그것들이 집안 대대로 전해진 것이라고 말씀하셨소.” 호운작은 상대의 호기심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말을 끊었다.

“집안 대대로라면 도대체 그게 언제부터란 말이오?” 양원길이 재촉했다.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휘종황제께서 흠종황제께 양위하시고 피난하신 뒤에 개봉(開封)은 난리였답니다. 그 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오래전의 조상님께서 금나라의 약탈을 피하기 위해 그걸 궁중에서 가지고 나오셨답니다. 그 분께서는 문화재를 외세의 약탈에서 구하신 애국지사이시지 않소? 어쨌든 그것들이 대대로 전해왔는데 중간에 일실되기도 했어요. 근데 명나라 때에 할아버지 한 분께서 그림을 애호하셔서 집안에 남은 그림들을 정리하시고 목록까지 작성해놓으셨소. 또한 아까 그 세 점과 이번에 제가 교환한 한 점은 표구하셔서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셨답니다.”

“맞습니다. 종이는 송대의 것이고, 표구는 명대의 것이었습니다.” 황신이 끼어들어 설명했다.

“혹시 그 목록을 가지고 있소?” 양원길이 황신의 말을 무시하고 호운작에게 물었다.

“저는 집에 아무렇게나 걸려 있던 그림이 송대의 그림인지도 몰랐다니까. 게다가 아버지께서는 오륙십 점이 넘는 그림들은 몰래 숨겨놓으셨더군요. 참나, 제가 그걸 팔아먹기라도 할까봐 돌아가시기 직전에야 알려주셨소.” 호운작이 양원길의 질문을 무시하고 말했다.

“마음대로 그림 교환하는 거랑 팔아먹는 거랑 뭐가 달라요?” 명희가 끼어들어 비꼬았다.

“호 공자, 혹시 그 그림 목록을 가지고 있소?” 양원길이 다시 물었다.

“아니요.” 호운작이 잘라 말했다. 그러고는 양원길이 조금 실망하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그 목록은 없고 화가와 그림제목만 베껴놓은 게 있긴 하죠.”

“그걸 좀 볼 수 있겠소?”

“그럼요.” 호운작은 품안에서 긴 두루마리 한 장을 꺼낸 후, 그것을 펼쳐서 양원길에게 내밀었다.

양원길은 그것을 받아 훑어보다 놀란 표정을 감추며 쪽지를 황신에게 넘겼다.

“이게 다 진품이라면 대단합니다.” 황신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양원길과 쪽지를 번갈아 보면서 감탄했다.

명희는 쪽지를 보여 달라고 하지 않고 돌아가는 상황만 지켜보았다.

“으흠, 진짜 보물은 오늘 가져온 족자가 아니었어.” 양원길은 신음과 함께 혼잣말을 내뱉고 나서 황신과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선화화보》는 그림의 소재별로 목차를 정했잖아요? 그 책의 권십삼(卷十三)의 〈축수(畜獸)〉편(篇)을 보면, 송 황실에서 소장한 조패(曺霸)와 한간(韓幹)의 말 그림 제목이 나오는데, 일치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황신은 안진경의 위작 감정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자신감 있게 설명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네.” 양원길이 핀잔을 주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아까 시험을 평가한 말 그림의 뒷면에 작가들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했죠? 이 쪽지에 적힌 작가들의 이름을 보니, 《선화화보》에 이름이 오른 북송 때 화가들이 맞습니다.”

“그런가?” 양원길은 자신이 모르는 정보를 제공받자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황신은 득의한 표정을 드러냈다.

“아가씨, 호 공자의 그림을 봤더니 어떠했소?”

“저도 당나라 때 그림은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요. 그래서 제가 감정에서 빠지겠다고 한 거예요.”

“전에 나한테는 한간의 그림 운운하지 않았소? 왜 자꾸 발을 빼시오?”

“그 때는 제가 모르고 한 소리예요.”

양원길이 황신과 상의하기 시작했다.

“공자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궤짝을 숨겨두신 걸 보면, 공자님께서 그동안 집안의 값나가는 물건들 많이 팔아 드셨나 봐요?” 명희가 호운작에게 농담을 던졌다.

“하하하, 무슨 그런 심한 말을?”

“이번에도 그림을 팔려고 오신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말이오, 두 해 동안 가뭄이 들어서 장원 소출이 확 줄었소. 그래서 지금이야 궁핍해져서 그렇지, 예전에 내가 뭘 내다팔기는···”

양원길은 명희와 호운작의 대화에는 관심도 없이 황신과 얘기를 이어나갔다.

“양공, 어떻게 하시겠소? 이 그림들을 사시겠소?” 호운작은 양원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양원길은 황신과의 대화를 끊고 호운작을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무슨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눈을 부릅떴다.

“다른 그림들도 보고 나서 한꺼번에 구입하겠소.”

“뭐요? 다른 그림들은 안 돼요. 당장 돈이 급해서 그렇지, 이 그림들만 팔아서 돈 좀 마련할 생각이었소. 그런데 무슨 그림을 다 팔라고 하쇼?”

“값은 후하게 드리겠소. 보아하니, 공자께서는 그림도 좋아하지 않는데 가지고 있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래도 대대로 내려온 그림인데 제가 함부로 처분할 수는 없소.”

“그러면, 지금 팔려고 가져온 그림들은 뭐요? 어차피 돈이 필요하면 또 내다파실 것 아니오? 그 때마다 제값도 못 받고 조금씩 헐값에 파는 것보다 이번에 제값을 받고 한 번에 처분하라는 거요.”

“그래도······” 호운작은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하라니까. 조상님들께서는 그림도 모르는 놈들에게 헐값에 파는 게 더 마음이 아프실 거요. 명화라는 것도 그 가치를 알고 아낄 줄 아는 사람이 소장하는 게 행복한 운명이라오. 조상 대대로 전해온 그림인데 나중에 돈 필요하다고 시장바닥의 잡배들에게 내다팔 거요?”

호운작은 양원길의 권유에 눈빛이 흔들렸다.

“맞는 말이에요.” 명희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그럼, 내가 가서 그림을 모두 가져오겠소. 그 때 가서 나중에 안 사신다는 소리는 하시면 안 돼요. 근데 우선 가져온 그림은 사지 않겠소? 노자가 떨어져서 고향 내려가려면 돈이 좀 있어야 되는데···”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왕복 노자는 내가 넉넉하게 대들릴 테니. 우선 이 그림은 나한테 맡겨놓고 갔다 오시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사는 건 아니오. 나중에 가져오실 그림들과 한꺼번에 구입하겠소.”

“좋소, 되도록 빨리 다녀오겠소. 노자나 넉넉히 주시구려.”

“물론이오.” 양원길은 호운작에게 대답하고 황신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호공자를 모시고 같이 갔다가오게.”

“아니오, 나 혼자 갔다 오면 되니 괜한 수고하실 필요 없소.” 호운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며 말했다.

명희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기 위해 호운작이 가져온 족자로 눈길을 돌렸다.

“아니오.” 양원길이 호운작에게 부정하고 나서 황신에게 말했다. “자네가 호 공자와 같이 가서 그림을 좀 확인해보게.”

“예, 알겠습니다.” 황신이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그러실 필요 없는데······” 호운작이 말을 끌었다.

“그럼, 중개는 이미 성사된 것이니 나머지 약은 당장 주시는 거죠?” 명희가 끼어들어 양원길에게 물었다.

“아니, 아가씨 그건 이 거래가 완전히 끝나고 얘기하지.” 양원길이 거절했다.

“공자님, 양공과는 아직 계약서도 쓴 게 아니니까 이 그림은 제가 사겠어요. 값은 후하게 드리죠. 그러면 대대로 물려받은 가보를 한꺼번에 처분할 필요도 없잖아요?” 명희는 양원길에게 매달리지 않고 호운작에게 제안했다.

“그럼 좋지. 나도 원래는 이 그림들만 팔 생각이었으니까.”

“당장 계약서를 쓰지요. 돈은 몇 년 동안 흥청망청 쓰셔도 가보(家寶)를 파실 일이 없을 만큼 드릴게요.”

“좋지, 좋아. 고향 내려갔다가 괜히 다시 여기 올 필요는 없으니까. 어쨌든 이 아가씨는 화끈해서 좋다니까.”

양원길은 명희의 제안에 호운작이 맞장구를 치자 당황해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명희는 계약서를 쓰기 위해 산에게 붓과 종이를 가져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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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엄마 22.06.17 10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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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불타지 않은 그림 22.06.03 109 2 11쪽
87 보랏빛 검기(劍氣) 22.06.02 112 2 12쪽
86 사라진 검기(劍氣) 22.06.01 115 2 11쪽
85 위조 미수 22.05.31 116 1 12쪽
84 백발처녀 22.05.28 112 1 12쪽
83 할머니 22.05.27 117 1 11쪽
82 22.05.26 1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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