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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칼날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과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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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25,739
추천수 :
565
글자수 :
581,056

작성
22.06.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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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또 다른 명희

DUMMY

손돌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명희에게 지난이야기를 했다. 명희도 손돌에게 자신의 망명생활을 이야기해주었다. 둘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저녁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손돌의 집안사람들은 누구인지도 모를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치고 기다렸다.

“아가씨께 절 올려라.” 손돌은 처와 딸을 불러놓고 말했다.

모녀는 영문을 몰랐지만 무조건 절을 올렸다.

“아니에요, 숙모. 제 절을 받으세요.” 명희는 손돌의 처를 붙잡아 일으키고 절을 했다.

그녀는 당황하며 맞절을 했다. 그러다 명희가 몸을 일으키자 자신도 몸을 일으켰다.

“넌 그냥 언니한테 절한 셈 쳐라.” 명희가 손돌의 딸에게 말하고 나서 물었다. “넌 이름이 뭐니?”

“예? 제 이름은 명희에요. 근데, 오빠가 아니고 언니라고요? 목소리는 여자 같지만······”

“남장을 해서 그래. 넌 나랑 이름이 같구나.”

“명희 아가씨?” 명희가 명희에게 묻고는 손돌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아버지, 정말 명희 아가씨요? 그렇게 말씀하시던···”

“명희야, 조용히 말해.” 손돌이 주의를 주고 나서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얘기하던 그 명희 아가씨 맞아.”

“아가씨, 살아계셨군요.” 명희는 일어나 명희 옆으로 다가가 손을 잡았다.

“명희야, 너 버릇없이 뭐하는 거야?” 손돌이 정색하다 명희에게 사과했다. “아가씨 죄송한데, 딸년 이름을 명희라고 지었어요.”

“삼촌, 아가씨라고 불러도 말은 놓으라니까. 그리고 얘는 그냥 놔두셔. 붙임성도 있고 좋구먼.”

“아가씨, 손이 이게 뭐예요? 고생을 얼마나 하신 거예요?” 명희가 명희의 손을 잡고 놀라며 묻다가 눈물을 흘렸다.

“야, 너는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고 언니라고 부르라고.”

“알았어요, 언니.” 명희가 명희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명희야, 너 버릇없이!”

“삼촌, 제발 놔두라니까. 내가 또 여기서 무릎 꿇고 있어야겠어?”

“아가씨 알았어요. 아니, 알았어. 제발 그건 하지 마.” 손돌이 손사래를 쳤다.

“저는 이만 나가서 저녁상을 올릴게요.” 손돌의 처가 말하며 일어섰다.

“숙모, 아까 들어올 때 고기구이 냄새나던데, 설야멱이요?” 명희가 그녀에게 물었다.

“예, 아가씨.” 그녀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숙모도 말 놓으셔.”

“아니에요, 아가씨.” 그녀는 공손하게 부정했다.

“삼촌, 숙모랑 같이 나가서 있었던 일 설명 좀 하셔.”

“그래.” 손돌이 대답하고 일어서다 딸에게 말했다. “아가씨 쉬시게 너도 같이 나가자.”

“아버지, 난 언니랑 같이 있을래요.”

“나오라니까.”

“삼촌, 그냥 놔두셔. 동생이랑 얘기 좀 하게.”

“아버지, 언니가 그냥 놔두라고 하잖아요.”

“알았다.” 손돌이 딸에게 대꾸하고 명희에게 말했다. “아가씨, 잠깐만 기다려. 상 봐서 올게.”

“그러셔, 삼촌.” 명희가 방을 나가는 손돌에게 말하고 나서 혼잣말을 했다. “개성에 왔으니 제대로 된 설야멱을 먹을 수 있겠군. 삼이 만들어준 것도 맛있기는 했는데, 개성식인지는 모르겠다고.”

“언니, 삼이 누구예요?”

“청나라 양주에 있는 친구야. 영풍루 주방장인데 나한테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어주었어.”

“언니, 청나라 양주에서 십 년을 산 거예요?”

“그래, 너 열두 살이지?” 명희는 명희가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내가 네 나이 때 노를 저어 바다를 건넜어. 이런 말은 알통을 보여주면서 얘기해야 하는데. 어쨌든 너도 내가 노 젓는 걸 보면 내 말을 믿을 거야.”

“임진강도 아니고 바다를 건넜다고요?”

“너 바다 본 적 있어?” 명희는 명희가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나도 네 나이 때 바다를 처음 봤어. 내가 보름 정도 노를 저어서 겨우 청나라에 도착할 정도로 넓은 게 바다야.”

“언니, 내 나이 때부터 그렇게 고생을 했어요?” 명희가 울먹였다.

“야, 그건 고생도 아니었어. 청나라 해안에서 해적을 만나서 물리치고, 거기서 양주까지 가다가 도적질하려는 왕휘 삼촌도 제압해서 친구로 사귀고, 몇 년 후에는 토비들한테 납치당해서 시집도 못 가고, 예상 언니한테 욕먹으면서 무예를 갈고닦고···” 명희는 허풍을 늘어놓다가 명희가 계속 울먹이자 말을 접었다.

“언니, 그렇게 고생해서 손이 이렇게 된 거예요?” 명희가 명희의 두툼한 손을 꼭 쥐며 물었다.

“손은 근력을 키우려고 노 젓고, 검법을 연습하느라고 칼자루를 손에서 놓지 않다보니 두꺼워진 거야.”

“청나라에서 뱃사공 하느라고 이렇게 고생한 거예요?” 명희가 명희의 손을 더 꽉 쥐며 물었다.

“뱃사공 노릇하느라고 고생하지는 않았어.”

“그럼, 예상 언니한테 욕을 먹고 매를 맞으면서 검법 배우느라고 고생한 거예요?”

“야, 내가 언제 욕을 먹었다고 했지 매를 맞았다고 했어?”

“언니, 그것 때문에 고생했잖아요?”

“그건 내가 좋아서 배운 거고, 예상 언니는 내 은사야.”

“예상 언니 검법 잘 해요?”

“최고지. 근데 너 검법이 뭔지 알아?”

“칼싸움 아니에요? 난 언니가 그런 걸 배웠다는 것도 불쌍해요.”

“역적의 딸은 그런 걸 안 배워도 불쌍해. 하지만 난 불쌍하게 살지 않기 위해 그걸 배운 거야.” 명희가 손을 빼서 명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야, 손에 땀난다.”

“언니, 근데 웬 남장을 하고 왔어요? 연지곤지 바르면 절세가인일 텐데요.”

“푸우, 뭔 절세가인이야? 남장은, 말 타고 오느라고 그랬어. 치마 입고 말 타고 다니면 눈에 띄잖아?”

“언니, 말 탈 줄도 알아요?”

“넌 아직까지 말도 못 타? 난 내 나이 때 서울에서부터 말 타고 여기 개성까지 왔다고.”

“언니, 나도 말 타는 거 배우고 싶어요.”

“내가 나중에 가르쳐줄게.”

“아버지께서 못 하게 하실 텐데.”

“그건 내가 말해줄게. 그리고 내가 서울에 다녀와서 가르쳐줄게. 내가 타고 온 말은 최고거든.”

“언니는 멋진 남자 같아요.”

“명희야, 그건 칭찬이 아니야. 난 내 삶을 살아왔을 뿐이지 멋진 남자를 닮기 위해 살아오지 않았어. 말 탈 줄 아는 게 왜 멋진 남자만 할 수 있는 거야?”

“언니, 그 말 아버지한테도 해 주세요.”

“아가씨, 상을 들이겠습니다.” 밖에서 하인들이 말했다.

하인들이 음식상을 놓고 나갔다.


“삼촌, 내가 나중에 명희한테 말 타는 거 가르쳐줄게.”

“그래, 내가 아가씨 어떻게 말려.”

“아버지, 나 나중에 꼭 언니 따라서 말 타는 거 배울 거예요.”

“그래, 알았다.” 손돌이 허락하고 나서 딸에게 명령했다. “명희야, 아가씨랑 이야기하게 나가 있어라.”

“알았어요.” 명희가 손돌에게 말하고 나서 명희에게 말했다. “언니, 나중에 청나라 얘기 좀 해줘요.”

“그래, 알았어.”

“아가씨, 여기까지 오느라고 고생했으니, 오늘은 술이랑 음식 많이 들어.” 손돌이 명희의 잔을 채우며 말했다.

“삼촌, 이 나라에서는 술 마시기 힘들구먼.” 명희는 술을 들이켜며 조선을 남의 나라처럼 얘기했다.

“그러게. 상감인지 땡감인지 또 금주령을 내렸다니까. 가뭄 때문에 흉년이 들었다고 해도 관계시설을 정비할 정책이 없으니 금주령밖에 더 있겠어? 그랬으면 진짜 법대로 하든지, 이건 뭐, 집집마다 뒤져서 담가놓은 술이란 술은 불법이라고 다 뺏어가고, 그러면서 지들은 술 처먹고 흥청망청. 그래도 나라가 이렇게 썩었으니 내가 밀무역으로 돈 좀 많이 벌었어. 어쨌든 지금까지 번 돈은 아가씨 다 드릴게.”

“삼촌, 예전보다 말이 많아졌네.”

“장사하다보니 그렇게 됐어.”

“어쨌든 난 돈은 필요 없어. 나도 그림 장사해서 꽤 많이 벌었어. 내가 가져온 금괴도 삼촌한테 줄 테니, 나중에 많이 불려서 줘. 장사 망하면 어쩔 수 없고. 그리고 더 이상 돈 얘기는 집어치우자. 그런 얘기하면 대화가 천박해지고 마음이 가난해지는 것 같아.”

“나리, 궤짝 가지고 왔습니다.” 하인이 문 밖에서 아뢰었다.

“그래, 어서 들여라.”

하인 둘이 궤짝을 들고 들어와 상 옆에 놓고 나갔다.

“아가씨, 한 화원님 집을 헐고 나서 그림을 발견했어. 나리께서 소장하셨던 그림 같은데, 아가씨가 한 번 봐봐.”

“응? 그건 털보가 이미 가져갔을 텐데.”

“아닌데, 준 도련님이 빼놓고 간 같은데.”

“준이 그림 빼놓은 건 맞지만, 그건 여기가 예전의 한 화원 집일 때, 털보가 다 가져갔을 거라고.”

“여기에서요? 아니요. 집밖의 소나무 아래 묻어놓은 항아리에서 발견했어요.”

“하하하, 준이 거짓말한 거야. 그 털보 놈, 승호가 양진후라고 한 것 같은데, 어쨌든 그 놈이 그림 있는 데를 말하라고 준을 그렇게 때리더니만, 준이 엉뚱한 데를 알려준 거야. 하하하, 그거 통쾌한데.”

“아가씨가 말한 그 놈이 집안을 다 뒤졌는지는 모르지만, 집을 확장해서 짓다보니 집밖에서 발견했어요.”

“그래, 맞아. 이게 여기 남아 있을 줄은 몰랐어.” 명희가 궤짝을 속의 그림들을 살펴보며 손돌에게 말한 후 혼잣말을 했다. “준이 걔는 왜 나한테조차도 말을 안 한 거야?”

“아가씨, 여기 올 때 말도 안 하고 양주를 떠났다며?” 손돌이 명희의 혼잣말에 대꾸했다.

“그건 그렇지. 근데 그 전에도 말을 하지 않았다니까. 아휴, 괜히 필요 없는 그림까지 위조했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김흥방이 빼앗아간 그림 다시 찾아올 거야.”

“김흥방이 그림을 빼앗아갔다고?”

“물론 털보가 빼앗아갔지만, 김흥방의 명령을 받았을 거야.”

명희가 돌아오면서 손돌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당시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제야 좀 맥락이 잡히는구먼. 그래서 김흥방이 나리의 그림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거군.” 손돌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떡이고 나서 족자 하나를 가져와서 명희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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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상봉 22.06.23 14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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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보랏빛 검기(劍氣) 22.06.02 15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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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백발처녀 22.05.28 14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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