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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칼날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과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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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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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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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인삼주

DUMMY

세현과 승호는 책문의 주점을 떠났다.

“형, 우리도 금석산까지 가볼까?” 승호가 말을 꺼냈다.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어차피 여기서 명희를 못 만났으니 이젠 말릴 수도 없잖아? 거기나 한 번 가보자고.” 세현이 말을 받았다.

“맞아, 국경을 넘었어도 이젠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고, 점소이가 아까 아가씨가 술 한 동이를 짊어지고 금석산에 갔다고 했잖아?”

“그래. 근데 걘 왜 술까지 짊어지고 거기까지 간 거야?”

“아가씨 아버지가 역관으로 청나라로 사행 올 때 지나왔던 길이야. 금석산이 조선에서 압록강을 건너 여기 책문까지 오는 길에 기점이 되는 곳이라고. 우리들 어려서 얘기할 때 아가씨가 그런 얘길 했었다고.”

“그래서 아까 점소이가 금석산 말했을 때 바로 알아들었구나?”

“맞아. 그리고 나도 손돌 아저씨한테 금석산 얘길 들었었어.”

“너 어렸을 때 부모처럼 보살펴줬다는 그 부부 말하는 거야?”

“그래, 그게 손돌 아저씨야.”

“그랬구나.” 세현이 말을 받은 후 제안했다. “주점에서 어느 정도 멀리 왔으니, 목책의 허술한 데를 찾아서 안으로 들어가자고.”


세현과 승호는 목책을 넘어 금석산을 향해 말을 달렸다. 그들은 두 시간을 달려 거기에 도착했다. 이월말의 금석산 꼭대기에는 잔설이 희끗희끗 눈에 띄었다.

“얼마 전에 눈이 내린 모양이야.” 세현이 산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여긴 아직까지 춥잖아.” 승호가 말을 받았다.

“산은 별로 볼품이 없는데.”

“그래도 평지만 펼쳐져 있는 곳에 솟아 있으니 눈에 띄잖아?”

“그렇기는 하네.”

“형, 저거 술동이 아니야?” 승호가 나무 아래를 가리키며 말을 몰았다.

“너희 아가씨 여기까지 와서 술 마셨나보다. 승호야, 이건 뭔지 읽어봐라.” 세현이 말에서 내려 술동이 아래 눌러놓은 편지를 집어 들고 말했다.

“국경을 넘을 테니, 여기서 돌아가래.” 승호가 편지를 읽고 내용을 줄여 말했다.

“우리 여기까지 올 줄 알았다는 거야? 똑똑한 건 인정하는데, 기분 나쁘네. 우리를 놀리는 거 아니야?”

“아가씨가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했어. 괜히 연루되지 말라고 했다고.”

“너희 아가씨가 그냥 놀리는 건 아니네. 술은 마실 만큼 남겨놓고 갔다고.” 세현이 말하고 동이 채로 술을 들이켰다.

“형, 나도 좀 줘봐.”

“말 오줌이 아니라 인삼주야. 너희 아가씨의 입맛은 역시 고급스럽다니까.” 세현이 술동이를 건네며 명희를 비꼬았다.

“형 이제 돌아가!” 승호가 술동이를 받아 술을 마시고 선언했다.

“너는?”

“나는 여기서 조선에 갈 거야.”

“미친놈, 지금 여기서 바로 간다는 거야? 청나라 사람 옷을 입고 그냥 조선으로 넘어간다고?”

“거기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 머리는 어떻게 할 거야?” 세현은 승호의 변발을 가리키고 나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강은 어떻게 건널 건데?”

“헤엄을 치든 배를 구하든···” 승호는 밀어버린 앞머리를 만지며 말을 끌었다.

“배를 어디서 구해? 그리고 이월의 압록강을 헤엄쳐서 건넌다고? 내가 명희냐? 그건 명희나 할 수 있을 거라고.”

“머리는 상투로 꾸밀 거야.” 승호가 물어본 말을 회피하고 다른 대답을 했다.

“상투가 뭐야? 십년 전에, 네가 뒤로 묶고 왔던 그 머리하고 다른 거야?”

“그건 댕기야.” 승호가 대꾸하고 상투를 설명했다.

“그래, 머리는 상투로 한다고 치자.” 세현이 승호의 설명을 듣고 말한 후 화제를 바꾸었다. “강은 어떻게 건널 거야? 명희가 아니면 헤엄쳐서 못 건너. 나도 얼음이 떠 있을 찬물은 자신이 없다고. 넌 헤엄도 제대로 못 치잖아?”

“헤엄이 힘들다면 물이 얕은 데는 없을까?”

“차라리 좀 빨리 왔으면 언 강을 걸어서 건널 수도 있었을 거야. 어쨌든 도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봉황성에 가서 알아보자.”

“형, 근데 아가씨도 짐이 있어서 헤엄쳐서 건너지는 못 할 거야.”

“그건 나도 생각했어. 근데 우리도 도강은 어떻게 할지 알아봐야한다고.”

“우리도가 뭐야? 형은 여기서 돌아가라니까. 나 혼자서 갈 거야.”

“너 혼자 건너가서 어쩔 거야? 뇌물도 쓸 줄 모르는 놈이 조선 사람한테 발각되면 어쩔 거야? 바로 청나라로 송환당할 거 아니야? 그렇다고 조선 사람이라고 우길 거야? 넌 어느 때 보면 아무 생각 없다니까.”

승호는 대꾸할 말이 없어 술동이를 들어 술을 마셨다. 세현은 승호가 술동이에서 입을 떼자 그걸 빼앗아 술을 들이켰다. 승호는 고개를 돌려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을 바라보았다.

“명희가 여기까지 왔다가 왜 봉황성으로 다시 돌아갔을 것 같아?” 세현은 술동이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응?”

“여기서 의주는 강 건너면 바로야. 의주보다 허술한 데로 가려고 되돌아갔겠지. 여긴 아버지 때문에 와봤을 거고.”

“그래, 형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렇지. 의주로 바로 건너가는 건 불가능할 거야. 여기서 좀 더 북쪽으로 가보자. 우선은 봉황성까지 돌아가서 알아봐야지.” 세현이 술동이 들고 들이켜다 승호에게 건넸다.

“거의 다 마셨네. 이거 다 마시고 가자.” 승호가 술동이를 받아들고 인삼주를 모두 들이켰다.

세현과 승호는 일어서 말을 타고 봉황성으로 향했다.


세현과 승호는 봉황성을 돌아가 맨 처음 들른 객점을 제외하고 다른 객점을 돌아다니며 혼자 온 곱상한 공자를 찾았다. 사진까지 보여주었지만 그런 공자를 봤다는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사행이 오가는 바쁜 때가 아니라 홀로 여기를 찾은 귀공자는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래서 세현과 승호는 명희의 종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봉황성에 들르지 않고 책문의 객점에서 바로 떠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세현과 승호는 봉황성에서 맨 처음 술을 마신 객점을 다시 찾았다.

“손님, 책문까지 갔다 왔어요?” 점소이가 둘을 반기며 물었다.

“그래, 오늘 우리 묵을 방은 있지?” 세현이 대꾸했다.

“그럼요. 사행이 없을 때는 방이야 남아돌죠. 하루 묵으시겠어요?”

“그래. 방에 여유 있다니, 넓은 방으로 내줘.”

“그럼요. 근데 책문 주점에서 술 좀 드셨나 봐요.”

“그래, 인삼주를 몇 근이나 먹었어. 여기도 인삼주 파나?”

“그럼요.”

“그럼, 인삼주 두 근하고, 탕을 좀 먹고 싶은데, 우육탕(牛肉湯) 있어?”

“그럼요. 그렇게 드릴게요.”

“그래. 점소이, 너 술 마셔도 되냐?”

“이젠 날도 저물고, 더 이상 올 손님도 없을 테니 괜찮아요.”

“그럼, 술 가져올 때 네 잔도 가져와. 같이 술 좀 마시자. 물어볼 것도 있고.”

“저야 좋죠. 그럼, 잠시 기다리세요.” 점소이가 대꾸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여기서 국경 건널 만한 곳 좀 알아보고, 내일에 거기로 가보자고.” 세현이 주방으로 향하는 점소이를 바라보며 승호에게 말했다.

“그래, 이미 날도 저물었으니 그렇게 하자고.”

잠시 후, 점소이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우육탕과 인삼주을 가지고 왔다.

“뜨끈뜨끈하니 맛있을 거예요. 여기요.” 점소이가 우육탕을 세현과 승호에게 덜어주면서 먹기을 권했다.

“어흐, 국물 좋구먼.” 세현이 탕을 마시며 감탄하다 점소이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점소이, 너도 술 좀 마셔.”

“예예, 고맙습니다.”

“여기 인삼주가 더 향기 좋은 것 같아.” 세현이 술을 마시며 감탄했다.

“책문이랑 여기랑 같겠어요? 당연히 여기가 훨씬 낫죠.” 점소이도 술을 마시며 대꾸했다.

“그러게, 인삼주도 좋고, 우육탕을 마시니 속도 풀리고 좋네.” 승호가 한 마디 거들었다.

“점소이, 여기 말고 좀 더 북쪽에서 조선과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야?” 세현이 말을 꺼냈다.

“손님, 국경을 넘으려고요?”

“아니, 우리가 찾는 공자님을 뒤쫓으려는 거야?”

“아까는 아가씨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 남매가 모두 가출을 하셨는데. 우리가 아가씨의 뒤를 따라온 줄 알았더니 공자님을 따라온 것 같아?” 세현은 허술한 말을 꾸며냈다.

“그랬군요. 그 공자님이 여기서 북쪽으로 간 것 같다고요?” 점소이가 물었다.

“점소이, 우리 하루 숙박비하고 술값하고 내일 밥값까지 이거면 충분해?” 세현이 은자를 꺼내 탁자에 놓으며 물었다.

“충분한 게 뭐예요? 술하고 안주하고 한참 더 드셔도 남을 거예요.”

“우선 네가 다 챙겨놓았다가 안주도 더 내오고 술 떨어지면 술도 계속 내다줘. 그리고 거기서 남는 건 네가 다 가져라. 그리고 너도 술 좀 많이 마시고.”

“예예, 고맙습니다.” 점소이가 사례하고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여기서 북쪽으로 가면 말이죠.”

점소이는 술을 마시며 봉금정책과 유조변(柳條邊)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유조변은 말 그대로 버드나무 울타리이고, 명(明)을 몰아내고 중국을 석권한 청(淸)의 순치제(順治帝)가 동북지방에 세운 경계이다. 이 울타리는 사람의 키를 조금 넘는 정도였고, 울타리 앞쪽에는 다시 호를 파서 사람의 접근을 금했다.

유조변은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발상지였기 때문에, 한족(漢族)의 만주 지역 이주를 금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또한 청나라 황실에서는 조상들의 고유 영역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인삼 등의 특산품을 황실이 독점하려는 경제적 이유도 있었다. 어쨌든 국경을 비워놓기 때문에 봉금지역에 들어가면 사람은 살지 않았다.


점소이는 조선에서 의주보다 북쪽에 있는 부(府)는 삭주(朔州)라고 했다. 그 삭주와 통하는 청나라 쪽 지역은 애양진(愛陽鎭)이었다. 거기에는 애합문(愛哈門)이라는 유조변의 책문이 있는데, 이 책문이 요동(遼東) 변방의 동쪽 끝의 관문이었다. 점소이는 그 중간에는 마을이 거의 없으니 공자가 무작정 봉금지역에 들어가 헤맬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애양진까지 갔을 거라고 예상했다.



당시 조선과 청나라의 밀무역 상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에서는 사행(使行)의 왕복 과정에서 사상(私商)과 지방 관아의 무역별장들이 책문에서 무역활동을 해왔었다. 그러나 사상들의 책문무역은 양국 간에 공인된 정기적인 상행위가 아니었으며, 비합법적인 무역이었기 때문에 후시(後市)라 불렀다. 책문후시로 인해 역관들은 무역활동의 주도권을 사상에게 빼앗기자 이를 봉쇄하려고 했다. 영조는 1725년 사상의 책문무역을 금지하고, 1728년에는 지방 관아의 무역별장에 의한 심양팔포 무역과 단련사 제도를 혁파했다. 이로써 사상들의 대청무역은 완전히 봉쇄되었고 역관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조선 국내 상품화폐 경제의 발전과 상업의 성장은 대청무역을 쉽게 중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상들은 책문후시가 막히자 국경 지대나 해안선에 접근해 밀무역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명한 밀무역 장소는 압록강변의 의주·강계(江界)·초산(楚山)·창성(昌城)·삭주(朔州)·위원(渭原)·벽동(碧潼) 등 강변의 일곱 마을(江邊七邑)과 이산진(理山鎭)·고산진(高山鎭)·만포진(滿浦鎭)을 비롯한 서해안과 회령 등지였다. 그리고 당시 조선의 수출품은 금·인삼·종이·명주·모피·저포(苧布) 등이었고, 수입품은 비단·당목(唐木)·약재·보석류·문방구·신발류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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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보랏빛 검기(劍氣) 22.06.02 151 2 12쪽
86 사라진 검기(劍氣) 22.06.01 15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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