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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uan71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그림과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21,569
추천수 :
438
글자수 :
581,056

작성
22.05.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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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위조 미수

DUMMY

명희는 연예상을 만나고 돌아와서 작업실에 있는 준을 찾았다.

“준아, 이 그림 좀 봐봐. 네가 좋아할 만한 그림이야.” 명희가 이철괴 그림을 펼치며 말했다.

“어제 할머니가 팔고 갔다는 그림이야?”

“그래, 맞아.”

“산이 그러는데, 너 오늘 관음산에 그 할머니 찾아갔다며 만났어?” 준이 그림을 보며 물었다.

“할머니는 못 만나고 어떤 언니를 만났어.”

“할머니는 못 만났어?”

“응.” 명희가 긍정하고 물었다. “그림은 어때?”

“매력적이네. 불상을 많이 그려봐서 아는데 나한은 아니고, 신선인가? 난 이런 인물은 처음이야. 너도 처음 아니야?”

“아니야, 난 그림 많이 보고 다녀서 본 적이 있어. 물론 내가 매입한 적이 없느니 넌 못 봤겠지. 그림은 못 봤다고 하더라도, 쇠지팡이에 호리병 들고 있는 걸 보면 누군지 몰라?”

“종규는 아닌 것 같고, 잘 모르겠는데.”

“너 조선에서 자라서 이런 것 잘 모르는구나. 팔선(八仙) 중의 하나인 이철괴야!” 명희는 이철괴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쇠지팡이와 호리병이 이철괴의 상징이구먼.”

“그래, 맞아. 너 이거 똑같이 그려줄 수 있어?”

“거의 똑같이 그릴 수 있어.”

“한 화원님께서 불상에다 사진에다 말에다 인물화의 사실적 묘사력은 최고지. 아니, 불상은 몰라도 말은 인물화가 아니지.”

“아니, 불상은 차라리 산수화랑 똑같아. 살아있는 말 그림이 사진이랑 더 비슷해. 물론 말은 사람처럼 가만있지 못 하니까 더 어렵기는 하지. 그래서 보고 바로 그리는 게 아니라 사전에 충분히 관찰한 후에 그리는 거라고.”

“그렇군. 그래서 내가 말 빌려온 당일은 관찰하기만 하고 붓을 들지 않았군.” 명희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 이철괴 그림 좀 그려줘.”

“알았어. 네가 말 안 했어도 이 그림은 모사해보고 싶었어.”

“야, 너 개성에서 발가벗고 우리집안 소장품 모사한 거 기억나?” 명희가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기억은 나는데, 흐릿한 느낌이야. 그 때는 미친 듯이 베껴 그리다보니 반쯤은 정신이 나갔던 것 같아.”

“그 때는 소재를 가리지 않고 아무 그림이나 미친 듯이 모사하더니만, 요즘은 꽤 값나가는 산수화를 사와도 모사하지 않는 것 같던데.”

“실제도 아닌 상상 속의 풍경 그림, 이제 지겨워.”

“그렇군.” 명희가 잠시 끊었다 말을 이었다. “아참, 이거 종이가 아니라 깁바탕에다 그려야 하니까, 내가 내일 사다줄게 거기에다 그려줘. 그리고 사흘이면 다 그릴 수 있겠어?”

“이틀이면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사흘이야? 그리고 왜 깁바탕에 그려야 하는데? 원본처럼 아예 비슷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야?”

“그래 원본하고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고 그래. 그리고 원본은 닷새 후에 갖다 주기로 했어.”

“응? 할머니도 못 만났다며 누구한데 원본을 갖다 줘?”

“어? 그러니까··· 할머니 말고 오늘 만난 언니한테 갖다 준다고 했어.”

“그 언니가 도대체 누구야? 왜 그 언니한테 갖다 준다는 거야?”

“그 언니는 백발의 처녀 연예상이야.” 명희는 그녀를 만난 이야기를 숨기려다가 그냥 털어놓기로 했다. 그래서 준에게 그녀와 싸운 얘기를 빼고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사흘 후, 준은 크기까지 똑같은 모작을 완성했다. 명희는 그걸 보고 감탄했다.


다시 사흘 후, 누렇게 바랜 깁 조각 세 개를 들고 준을 찾았다.

“준아, 어느 게 원작의 깁바탕이라 비슷한 것 같아?” 명희가 깁 조각을 펼쳐놓으며 물었다.

“너 지금 뭐하는 거냐? 일부러 낡게 보이려고 이런 걸 만든 거야?” 준은 깁 조각은 살펴보지도 않고 한소리 했다.

“야, 좀 봐봐. 어느 게 비슷하냐고?”

“야, 너 내가 모사한 그림을 위작으로 만들려는 거야? 이런 식으로 위조하려는 거냐고?” 준이 분개했다.

“미안한데,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이것 좀 봐주라니까.” 명희가 깁 조각을 가리키며 호소했다.

“가짜그림 만들려는 거면 집어치워!” 준이 소리치며 깁 조각을 흩어버렸다.

“그래, 내가 미쳤지. 괜한 장담을 해서 대책이 없네.” 명희가 허탈하게 내뱉었다.

“뭔 장담을 누구한테 했기에 가짜그림까지 만들려고 하는 거야?” 준이 화를 누그러뜨리며 물었다.

“예상 언니한테 그림을 주인에게 돌려주면 내가 다시 사올 거라고 했거든.”

“너 뭐라는 거냐? 이철괴 그림, 그 누나 거 아니야?”

“맞아, 아니야. 절강 순무한테 훔쳐서 나한테 선물한 거라고. 그래서 처음에는 그걸 원주인에게 돌려주면 내가 다시 사올 거라고 장담했는데, 지나고 나서 암만 궁리해도 방법이 없잖아? 그래서 가짜그림이라도 만들어보려고 한 거라고.”

“아휴, 그 누나가 훔쳐서 너한테 선물한 거나, 네가 가짜를 만들어 그 누나 속이려한 거나, 둘 다 똑같다.” 준이 쓴 웃음을 지며 비웃었다.

“그 언니 싸움 잘한다고! 내가 물 밖에서는 이길 수가 없다고!”

“뭔 어린애들이야? 누가 싸움 잘하고 못 하고를 따지게.” 준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 언니는 싸움을 잘하는 데다 성격까지 괴팍하다고.”

“넌 안 그러니? 너보다 더한 사람을 만난 거야?”


다시 사흘 후, 명희는 예상을 만나기 위해 연못을 찾았다.

“명희야, 너 이철괴 그림 사왔어?” 예상이 명희를 보자마자 물었다.

“아니, 못 샀는데, 이 그림 한 번 봐봐.” 명희가 족자를 펼치며 말했다.

“야 이년아, 넌 호언장담을 하더니만 약속도 못 지킨 거야?”

“예상 언니, 이년저년 하지 말고 그림부터 봐봐.”

“이게 뭐야?” 예상이 그림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그러고는 그림을 살펴보고 나서 다시 물었다. “야, 깁바탕을 세탁한 거야?”

“통째로 빨았으면 바탕만 깨끗해졌겠어? 그림도 다 망가졌겠지?”

“이거 완전히 똑같잖아? 이걸 누가 베껴 그린 거라고?”

“맞아, 준이 그린 거야.”

“준이라고? 묵연당에 걸어놨던 불상 그림 그린 얘야?”

“언니, 똑똑하구먼. 걔가 내 친구야.” 명희가 자부하고 말을 이었다. “어쨌든, 언니가 선물한 그림을 내가 지금 가지고 있잖아? 내가 원본을 다시 사는 건 포기할게. 미안하니까 무릎 꿇고 사과할게.” 명희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명희야, 하지 마!” 예상이 달려들어 명희의 팔을 붙잡아 만류하고 이마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말했다. “미친년, 사내들이나 하는 병신 같은 행동 따라하지 마.”

“언니, 난 엄마도 일찍 돌아가시고, 주위에는 남자들밖에 없어서······” 명희가 예상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을 끌었다.

“야 이년아, 이마 다 깨졌잖아!” 예상은 소리를 쳤지만, 자기를 끌어안은 명희의 팔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옷소매로 이마의 피를 닦아주었다.


칼바람이 일었다. 비도(飛刀)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나뭇잎들이 작은 칼에 꽂혔다. 서른두 개의 나뭇잎이 칼을 맞고 사방의 나무줄기에 꽂혔다.

“명희야, 이걸 한 번에 다 뿌릴 필요가 뭐가 있어?” 예상이 명희가 열 세는 동안 서른두 발의 비도를 날리는 걸 보며 묻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화려하고 멋있기는 하네.”

“언니, 빠르지 않아? 서른두 발 모두를 열 세는 동안 날리려고 연습 많이 했다고.”

“야, 서른두 발 모두를 적절한 때에 날려야지, 왜 한꺼번에 다 날려?”

“어? 많은 상대를 처음부터 제압하고 들어가려고.”

“그러면 아예 처음에 폭탄을 던져서 제압하고 나서 비도를 날려야지. 처음부터 비도 다 날리고 다음에 나타나는 상대는 어떻게 하려고?”

“어? 듣고 보니, 언니 말이 맞네. 내가 왜 멍청하게 이걸 죽어라 연습한 거지?”

“똑똑한 줄 알았더니만 바보구먼. 너 최소한 오륙십 명이랑 동시에 한 판 붙으려고 비도까지 익힌 것 아니야?”

“맞아. 백 명 이상을 상정하고 연습했어.”

“비도는 싸우다 적절한 때 날리는 게 낫잖아?

“근데, 비도는 싸우다 급소를 노려서 날릴 게 아니고, 독을 발라놓고 한꺼번에 날려서 처음부터 제압하려고 했거든.”

“아까 말했잖아? 그러면 비도는 아껴두고 처음에 폭탄 두 발 던지는 게 독 바른 비도를 한꺼번에 날리는 것보다 효과가 좋을 거라고. 그러면 상대가 싸우는 도중에 날아오는 비도를 피하기도 힘들고, 게다가 네가 비도 날리는 걸 알면 상대가 공격하면서도 거리낌이 생기니까 일석이조잖아?”

“언니, 근데 이 조끼 뒤집어 입으면 서른두 발의 비도가 한 벌 더 있어.”

“어? 너 무슨 군대랑 한 판 붙으려는 거야?”

“어, 맞아.”

“그럼, 폭탄은 내가 구해줄 테니까, 칼 쓰면서 동시에 비도 날리는 연습을 다시 시작해. 잠깐, 폭탄 안에 독약을 넣을까? 살상력이 대단할 거야.”

“독약이 터지면 난 어떻게 하고?”

“해독약을 미리 먹어야지. 근데 비도에 독 먹일 거라며 그때는 어쩌려고 했어?”

“그때가 되면 장갑을 끼려고 했는데.”

“야, 너 실전 경험 하나도 없지?”

“사년 전에 가출을 했었는데, 그 때 세현 오빠랑 같이 토비들과 싸운 적이 말고는 없지.”

“으이그, 너 나중에 실전에서 장갑 끼려고 했으면, 이미 장갑을 낀 채로 연습을 했어야지. 맨손으로 연습했다가 그 때 가서 장갑 끼면, 불편해서 스물을 세어도 다 못 던질 거야?”

“그렇겠네. 난 왜 그런 걸 생각하지도 못 했지?”

“실전 경험이 없어서 실전에서 어떻게 싸울지에 대한 상상도 제대로 못 하는 거라고.”

“무예는 역시 사부한테 배워야 한다고. 나 혼자서 연습하고 모르는 거 세현 오빠한테 물어보고, 이러니 한계에 부딪힌 거라고.”

“흥, 이제야 깨달았어? 넌 군대랑 한 판 붙을 거라며? 심신 수련하기 위해서 무예를 익히는 게 아니라면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고. 많은 실전을 경험해봐야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도 기를 수 있어. 그런 임기응변은 혼자서 연습한다고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지당하신 말씀!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이런 스승의 말씀이라고. 예상 언니, 내가 지금부터 사부로 모시면 안 될까?”

“허튼소리하지 마! 난 그런 거 귀찮다고.”

“언니, 아니 사부, 부탁이야. 내공수련도 언니가 지적해준 걸 바로잡았더니만 막혔던 게 뻥 뚫린 것처럼 원활해졌다고. 언니, 제발 제자로 받아줘!”

“싫다고 이년아. 너 그 따위 헛소리하려면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

“알았어, 알았어. 내가 절대로 사부로 안 모실 테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셔.”

“명희야, 네가 제자면 가르쳐주고 동네동생이면 안 가르쳐줄 것 같아? 내가 너 마음에 안 들었으면 애초에 상대도 안 했어. 사부니 제자니 서열 나누는 것 따윈 역겨워.”

“알았다고. 앞으로는 언니를 사부 따위로는 모시지 않을 거야.”

“그 얘긴 집어치우고, 너 다음에 올 때 실전에서 쓸 칼 가져와봐.”

“연습할 때 쓰던 것밖에 없는데.”

“넌 군대랑 싸울 거라며, 무슨 준비를 한 거야?”

“검술도 연습했고, 비도 날리기도 연습했고, 독은 세현 오빠가 설 쇠러올 때 가져온다고 했고, 자금도 두둑하게 마련했지.”

“아휴, 몇 십 명이랑 싸우려면 제대로 된 칼을 써야지, 동시에 열 명 이상과 칼을 부딪히다보면 날이 금세 무뎌질 텐데, 무뎌진 칼날로 어떻게 계속 싸울 거야? 실전에서 쓸 칼은 연습할 때 쓰는 칼과는 달라야 한다고.”

“듣고 보니 그러네. 아참 근데, 용천검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중추절 전에 양원길이 북경에서 가져온다고 했거든.”

“잘 만든 용천검이면 쓸 만하지. 근데, 양원길이 누구야?”

명희가 예상에게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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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가출 22.06.16 10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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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거래 종료 22.06.14 113 2 11쪽
94 사부 22.06.11 112 2 11쪽
93 핑계 22.06.10 1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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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불타지 않은 그림 22.06.03 112 2 11쪽
87 보랏빛 검기(劍氣) 22.06.02 116 2 12쪽
86 사라진 검기(劍氣) 22.06.01 118 2 11쪽
» 위조 미수 22.05.31 120 1 12쪽
84 백발처녀 22.05.28 115 1 12쪽
83 할머니 22.05.27 124 1 11쪽
82 22.05.26 1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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