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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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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6 12:15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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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1
추천수 :
217
글자수 :
361,799

작성
24.07.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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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이왕 공친 거

DUMMY

해장국이 많이 남았다.


비가 와서..

온다고 했었지.

그럼에도 양을 줄이지 않았어.


수지 이모가 내 말을 안들어서 다행이다.

뭐, 이런 일이 다 있어?


수지 이모는 저번 장날 만큼 만 준비하자고 버티셨다.

고집이 왜 이렇게 세신건지.


비가 쏟아지고 나서 내가 수지 이모에게 달려갔을 때 나에게 빙그레 웃어주셨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소고기를 삶아내서 수육으로 낸 것이다.


어차피 손해 보는 거, 수지 이모 덕에 아낀 거, 지금 와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이 관계자셨다.


비가 와서 장사가 망칠까 걱정해 주시면서 한 그릇이라도 팔아 주시려고 오신 분들이다.


장날에 장사하러 오신 많은 분들도 오늘 많이 팔지 못하셨다.

우리만 장사를 망친 게 아닌거지.


나는 소고기를 더 받아다가 수지 이모에게 넘겨드리고 시장을 한바퀴 돌았다.


수육에 막걸리 한 잔 하시고 퇴근하시라고.

당연히 공짜로 드린다고.


닭발 아저씨도, 빈대떡 아저씨도, 두부가게 아저씨도, 술빵 파셨던 이모도 다들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소희 너도 공쳤을 텐데.."


"짠순이 소희가 웬일이래?"


내가 말씀드렸다.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니거든요?"


시장을 한바퀴 돌고 오니 천막 안이 왁자지껄하다.


아저씨도 화구를 내놓고 파전을 부치고 계셨다.

어묵도 한 솥 끓여서 다 내놓으셨다.

떡볶이도 내오셨고.


아저씨가 오버하시네.

둘이 같이 그러면 어떻게 해.

오늘 얼마가 손해날거야.


자리가 부족하다.

공짜로 내어 드리고 있자니, 장날 장사 나오셨던 분들이 얼굴을 비추시고 가신다.


다들 손해 많이 보셨어.

얼굴은 웃고 있으시지만 슬픔이 깔려있다고 할까.


"할머니, 마늘쫑 저 주세요. 파도 주시고요."


어차피 가져 가셔도 처치 곤란하신 물건들을 내가 사드렸다.

우리가 내일 밑반찬이며 해장국 끓일 때 쓰면 되니까.


마구 사들이다 보니 한 옆에 비닐 봉다리가 10개 쯤 된다.


"소희가 오늘 왜 그럴까? 얼마를 손해보는 거야? 마늘쫑은 해장국집에서 쓰지도 않는데, 10묶음이나 샀어. 깻잎은 한 박스나 샀고."


수지 이모가 내가 사들인 물건들을 하나 하나 개봉해가며 확인해 보셨다.


"이거 집에 나눠 가져가자."


이모들 한테 마늘쫑 한 단씩 떠넘기시며 3,000원씩 받아내고 계신다.

떨이라고 2,000원에 사들인 건데.


이 순간에도 남기시려고 노력하시는 수지 이모 정말 최고다.


나는 천막으로 와주신 장사 공친 분들께 해장국을 내드리며 인사를 드렸다.

빈대떡 사장님은 돼지곱창 볶음을 엄청 해 가지고 오셨다.


같이 막걸리 하자시며.


족발집 사장님도 , 메추리 구이 사장님도 오늘 남은 먹거리를 싸들고 천막으로 오셨다


아저씨는 천막 안에 자리를 잡고 거하니 술을 들이키고 계신다.

목소리가 커지시는 게 벌써 취했나 보다.

내가 못살아.


"맛있지? 해장국 이거 다 양평 식재료 가지고 만든거여. 내가 잘 알지. 어여 한 잔 해! 소희를 위하여~"


"위하여~"


갑자기 내 이름이 왜 나온데?

주책이시라니까.


퇴근하고 오시는 길인지, 넥타이 부대 10여 명이 오신다.


시청, 의회분들이시다.


양평 전통시장 지원에 힘써 주신 분들.

비가 와서 장사 잘 안돼서 어쩌냐고 걱정을 해 주신다.

그러면서 내가 사 놓은 채소들 하나씩 들고 가신다.


"어어, 그거 5,000원인데, 왜 10,000원을 놓고 가요?"


"나 수육에 막걸리 한 잔 했어. 그게 얼만데, 마음 같아서는 10만원짜리 한장 놓고 가고 싶어."


"집에 가서 부부싸움 하시려고 그러시나, 왜 그러셔요."


시청에 부부가 같이 근무하시는 분이셨다.

이모가 눈치주는 걸 모르실 정도로 취하셨다.

술은 안드셨는데, 뭐에 취했는지는 모르겠다.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신다.


잠시 그쳤던 비가 또 내린다.

오늘 비 많이 맞네.


***


"뭐야? 주문이 이렇게 많이 들어왔다고요?"


비가 와서 해장국 장사를 망쳤는데, 온라인 주문이 2,000개가 들어와 있다.

무슨 일인가 봤더니 수연이 언니가 비오는 날 장날 풍경 동영상을 사이트에 올리셨다.


천막 안에서 왔다 갔다 서빙하는 나를 잡아서.

비를 맞아서 머리가 젖고 옷도 젖어서 몸매가 다 드러나는 영상을 그냥 다 올렸다.


"초상권 몰라요? 이런 법 있어요? 허락을 받아야 될 거 아니예요?"


"안보여야 할 건 다 작업 했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사장님께 피해 입힐 짓을 하겠어요?"


"뭔 작업을 해요? 뭐가 보였어요?"


수연이 언니가 원본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상의가 너무 젖어 있다.

뭐 그쯤이야.


"이거 철야각 아니예요?"


"내일 오전으로 넘겨야죠."


"누가 해요?"


"후배들 부를게요."


돌발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처하는 모습이 오랫동안 해왔던 사람 같다.


"소희야~"


"뭐야? 여기를 왜 와요?"


아저씨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술이 취해서 몸을 못가누고 계시다.


흔들흔들.


"집에 가자. 네가 안오니까 내가 왔지."


"기다려야지. 연락을 하던가요. 지금 일하고 있는데, 이러면 되요?"


"아니요. 퇴근하세요. 일 다 끝났는데요."


나는 어쩔 수 없었다.

아저씨가 실수하면 안된다.



"뭔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


"비가 왔잖아."


비가 부슬부슬 와서 비를 맞으며 물소리길을 걸어서 퇴근하는 길이다.

아저씨가 기분이 좋아 보이신다.


취한 건 나지.

내가 비에 취했어.

오늘 얼마나 퍼준거야.


아저씨가 비틀거리신다.

갈짓자 걸음을 다 걸으시고.


"소희가 요새 바빠."


"일을 벌인 게 있으니까, 어쩔 수 없어요."


"그래, 알지. 집을 나오고 나서는 소희 얼굴 볼 시간이 없는 거 같다."


그러면 분식집에 와 있으라고요?

저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렇게 살기 싫어요.


"오늘 수지 이모가 큰일 하셨어요."


"응. 수지가 꼼꼼하지."


"어떻게 알아요?"


"응. 다들 친구니까 알지."


그래요.

아저씨를 모르는 이모들이 없더라.

그리고, 욕하는 이모들도 없었어요.


"정희 이모도 알아요?"


"응. 정희는 울보지. 감정이 풍부해. 그래서 사기도 많이 당했고 그래서 또 울었지. 바보야."


척하면 척이시네.

이모들 다들 잘사세요.

아저씨 없어도 잘들 그렇게 사세요.


"후회 많으시겠어요. 아저씨 좋다고 하는 이모들 엄청 많더라고요."


"나? 후회 안해. 나 지금 행복하거든."


행복하시겠지.

이 이모, 저 이모 지금도 만나면서 잘 지내시니까.


"저도 알아요. 아저씨는 신나게, 재미있게 스릴있게 잘살지."


"응, 그래. 소희하고 살려고 가슴 조마조마 했지. 꼭, 어디로 날아갈까 봐 얼마나 가슴을 조렸는지 몰라. 나는 소희 없으면 못 살거든."


아저씨가 취했네.

내가 그 말을 믿을 거 같아?

술 취하면 별소리를 다 하더라.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아.

믿을 건 못되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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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그건 또 뭐야 NEW 22시간 전 11 1 7쪽
99 머리가 아파 24.07.05 13 1 7쪽
» 이왕 공친 거 24.07.04 17 0 7쪽
97 비가 와 24.07.03 22 0 8쪽
96 손해보는 것 같아 24.07.02 24 0 7쪽
95 당신들 아들이 아니라는 거 믿어 24.07.01 25 0 7쪽
94 나이든 사슴이지만 24.06.30 26 0 7쪽
93 생각이 많은 언니야 +1 24.06.29 26 0 7쪽
92 그놈이 문제야 24.06.28 31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51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2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24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24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26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21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2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26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9 0 7쪽
82 도와줘 24.06.17 33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34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33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7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9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32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9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32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5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9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53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5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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